◈
-wizard: 별 일 없으세요?
-wizard: 대답이 없으시네
-wizard: 아무튼
-wizard: 서문유진이라는 분 얘기를 좀 드릴까 하는데요
-wizard: 그 분께서는 앞으로도 바쁜 몸이시니까
-wizard: 너무 괴롭히지는 않으셨으면 하네요
-wizard: 당신 말고도 그 분을 주시하는 분이 계시거든요
-wizard: 과도한 자극은 삼가하시는 게 좋습니다
-wizard: 동료로서 당신을 위해 해드리는 말이에요
어쩜 하나 하나가 이렇게 불쾌할 수가 있담.
답변 한 마디 없어도 자기 알아서 갱신되는 메시지에 캔필드의 기분이 상해간다.
-wizard: 아 그리고
-wizard: 유진 씨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니
-wizard: 평소보다 몸조리 더 잘하셔야겠습니다
-wizard: 행운을 빌어요
'그 새끼가…!'
D-패드를 쥐고 있는 손가락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이마에 혈관이 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머리에 피가 쏠리던 순간,
"무슨 일 있냥, 주인님?"
옆에 있는 낭랑한 목소리가 캔필드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접객을 담당했기에 얼굴이 눈에 익을 만큼 익은 상대라고 해도, 여전히 질리지 않는 매력을 자랑하는 고양이귀 메이드다.
"아, 미안미안."
그런 사람 앞에서 괜히 화를 낼 필요가 있나. 그냥 화면을 꺼버리면 될 것을.
지금은 신성한 커뮤니케이션 중이었기에 캔필드는 분노를 꺼뜨릴 필요가 있었다. 자칫하면 기분 전환을 위해 이곳 '테일 테일즈'에 단골로서 찾아온 의미가 없어져버리니까.
문제는 앞으로의 일.
분명 타겟인 서문유진의 듀얼 디스크를 사용 못하게 막았으니, 가공의 이미지를 실체로서 투영하여 무기 삼는 결투에 지장이 생겼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카드를 실체화하겠다면 온전히 자신의 정신력, 즉 영혼을 연료로 삼아 디젠의 능력으로 출력하는 수밖에 없다. 심신 양면으로 상당한 부담이 가는 일일 터.
그조차 디젠을 다루는 인물 중에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소유한 디젠부터가 남다르고 제법 에너지도 모아왔을 유진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치자.
그러나 이번에 고용한 인물은 디젠 하나로 모든 삶을 연명해왔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폐인이었다. 실체화 능력이 자신보다도 능한 것은 물론 속전속결의 콤보로 상대를 해치워버리는 숨은 프로였을 터. 유진 한 명 해치우겠다고 어렵게 모셔온 인물이 의뢰에 실패해버렸다는 것은 자못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만한 운과 실력이 유진이라는 녀석에게 따라줬단 말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도와주기라도 했나?
어쨌든 무사히 빠져나가버린 유진은 예정대로 카이바 코퍼레이션에 도착해버린 상태.
거기서 높은 확률로 자신의 해킹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그 회사의 기술력과 인력이면 로그를 조회해서 자신의 신상과 거주지가 까발려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지 모른다.
일단 해킹 흔적은 최대한 치워놓기는 했지만 안심하기에는 한참 이르다. 한 번 불쾌한 것을 치우려 시도했던 대가로, 벌집을 건드린 그는 앞으로의 평온한 일상에 지장이 생겨버린 것이다.
"새 일 때문에 자리를 옮기게 생겼거든. 그래서 조만간 여기에 오기 힘들어질 것 같아."
"에에~? 싫다냥."
"나도 싫엉. 그치만 현실은 잔혹하다니까. 이런 행복 하나 용납을 안 해주다니."
입밖으로 나온 한숨은 한없는 진심.
역시 다른 분야의 청부업자를 보내는 편이 나았을까, 하며 캔필드는 자신의 어긋난 선택을 반성해보았다.
머리에서 이글거리는 열기를 식히고자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한 모금 들이킨다. 얼음이 녹아서 살짝 싱거워지긴 했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다시는 못 오냥? 여기서 멀리 떠나는 것이냥?"
"글쎄. 그 동안 이사는 해도 근방으로 옮겨서 여기로 계속 들를 수 있었던 거니까. 이번엔 잘 모르겠네."
본래 이곳은 분위기상으로나 가게 규칙상으로나 오래 자리를 죽치고 있는 것도, 종업원 메이드들을 오래 붙잡는 것조차도 금기시되어 있다. 그 동안 가게의 매출에 기여하면서 고양이귀 메이드를 비롯한 종업원들과도 알고 지낸 세월이 있었던 그에게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을 뿐.
"너무 아쉬워 하지 마. 연락은 따로 하면 되잖아."
"여기서는 그런 얘기 자제해라냥."
당황한 나머지 속삭이듯 따지는 반응도 제법 귀엽다.
일단 일부 스태프의 연락처는 사적으로 교환해 둔 상태였기에 영업 현황을 알아두는 것은 가능하겠지.
특히 눈앞의 그녀는 이따금씩 취미 이야기도 나누는 주요 커뮤니케이션 대상이었기에 제법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언젠가는 꼭 찾아올게. 이런 마음의 오아시스가 있는데 어떻게 포기하겠어?"
이곳도 카이바 코퍼레이션의 기술 제휴를 받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더이상 자주 들러서 좋을 것은 없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방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가 내뱉은 말은 엄연한 진심이었다.
"기다리겠다냥, 주인님!"
아무리 영업용 멘트일지라도 고마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이쯤에서 캔필드는 충분히 눈에 익은 주변 풍경을 다시 한 번 눈과 귀에 담아두기로 했다.
화사하게 꾸민 실내에서는 지금도 귀엽게 꾸민 여자애들이 애교넘치는 목소리로 주인님들을 모시고 있다. 요리도 다른 업소에 비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퀄리티다.
그야말로 로망을 현실이라는 도화지에 옮겨놓은 공간이 아닌가. 비록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계산 속에서 자기 같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자 꾸며놓은 덫에 불과할 뿐이라도, AI처럼 영업용 미소와 함께 대본처럼 정해진 말을 꺼낼 뿐인 사람들 뿐일지라도,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는 있는 것이다.
그가 모니터 속 세상에 빠져드는 이유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하긴, 여기도 오래 눌러앉아있긴 했지. 정든 곳이었는데….'
충분히 밝은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창밖에 쏟아지는 정오의 햇볕은 참으로 따스하다.
아지트 창밖에서 쏟아지는 것은 거슬리기 그지없었지만 이런 꿈만 같은 장소에서 맞이하는 것은 어쩐지 아련한 감상마저 안겼다.
오후를 맞이하기 전에, 우수에 잠긴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녁까지 떼우기도 했던 저번에 비하면 꽤나 이른 시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집을 떠나는 기분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터.
각양각색의 애교스런 말투로 배웅하는 목소리들을 뒤로 하고서 가게 밖을 나온다. 그리고 잠시 그늘진 곳에 서서 D-패드 화면을 켰다.
비록 한동안 적지 않은 지출이 있었지만, 잔고가 가리키는 금액은 지금처럼 지내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리라 안심시켜주고 있다. 해외 시장 현황을 확인해보니 부수입용으로 갖고 있는 주식은 아직 유지해도 될 것이라 보았다.
이렇게 물질적으로는 아직 풍요로워도, 만약 요주의 세력에게 붙잡히기라도 했다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일. 전부 포기한다는 선택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평온이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고, 자신 같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뿌린 대로 거두는 중이니 크게 억울해 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거슬리는 대상에 대한 원한이 사그라드는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야. 바퀴벌레보다 더한 놈 같으니.'
과욕은 죄악이라고, 사소한 원한 때문에 신세를 망치는 것이냐고 설교를 들어봤자 마음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그였기에, 웬만하면 즐길 수 있는 것, 애정을 베풀 수 있는 것과 함께 하는 시간을 원해왔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은 것을 최대한 치워버리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거스르는 것이 생긴다면 누릴 수 있는 행복에 지장이 생기니까.
어차피 완벽한 행복을 이 세상에서 바라는 것은 무리수이므로, 어느 정도 수용한다는 관용이 필요하겠지.
그렇기에 사람은 소통하고 타협한다. 한 편으로는 그런 일에 지쳐서 세상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쌓여갈 수밖에 없다.
그런 세상을 바꿔나갈 힘이 있다면 거절할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순전히 재미로 모으기 시작했던 디젠이라는 물건이, 꿈을 구현해주는 신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그는 매료되었다.
한 편으로는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타인의 힘을 쟁취해야 하고, 그걸 위해 타인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경계했다.
화면 밖의 세상에서 피를 보는 것은 질색이니까. 평화롭지 못한 방법임을 알면서도 자기 손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꺼림칙한 일이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디젠을 수집할 방법을 강구해왔다. 싸움을 완벽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최대한 편하게 이길 수 있는 싸움으로 이끌어나가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
자기 대신 손을 더럽혀줄 사람들에게 나름의 감사를 품으며, 그들이 경쟁자나 벌레 같은 놈들을 치워버리길 기다리는 것이 지금의 삶이었다.
때로는 약점이 드러나거나 자신의 약점으로 작용하면서 더이상 쓸 데가 없어진 것들을 손수 치워주는 수고 역시 필요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쳐야 할까. 지금 가진 것으로 얼마가 지나야 이룰 수 있을까.
현생은 그 결과를 기다리는 일종의 수행일지 모른다고도 생각해보았다.
요컨대 지금 이 순간에도 투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스스로 택한 운명을 후회하자니 그에게는 나름의 즐거움이, 수확이 있었다. 꿈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는 이 삶을, 만약에 고르지 않았다면 더 후회하고 있지 않았을까.
전철역으로 향하기 전에 그는 이대로 떠나기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찾아온다.
눈에 익을 대로 익은 이 거리 역시 눈에 새기듯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럼 다음 들를 곳은….'
카드는 여기가 아니라도 구할 곳은 많지만, 어떤 레어 카드가 어디서 파는 어떤 팩에 잠들어있을지를 알 수 없기에 함부로 무시하고 넘길 수 없는 것도 사실.
따라서 그가 향하는 곳은 저절로 카드 매장이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그는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세트를 골라든다. 시그니처 카드가 무엇인지, 어떤 카드가 나오고 또 어떤 것이 성능이 좋은지 발매 전부터 이미 파악은 끝나 있었다.
이 팩에 순전히 그의 취향이 맞는 테마의 카드들이 잠들어 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다. 처음 뽑아보는 것조차 아니었기에 일부 카드는 이미 여러 장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레어도별로 수집을 마친 것은 아니므로 뽑을 가치는 충분하다.
이번에도 결과물을 확인하고자 빈 테이블에 앉은 직후, D-패드에 통화가 걸려온다.
발신인을 확인한 캔필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연락을 보내주다니, 기쁘기는 하지만 이렇게 빠를 수가 있나.
뭘 놓고 오기라도 했던가 의문을 품으며 그는 전화를 받는다.
"못찌 있냥?"
"지금은 손님(주인님) 아니잖아."
"아, 참. 그렇지."
역시 직업 정신 투철한 그녀답다. 그런 생각에 캔필드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나간지 얼마 안 됐는데?"
"가게에서 사람 찾는 손님이 있더라고. 얘기 들어보니까 아무래도 못찌가 아닌가 싶어서."
"나를 찾아? 왜?"
"글쎄. 근데 뭔가 여기 오게 생긴 사람은 아닌 느낌? 좀 위험해 보인달까, 만사가 귀찮아 보인달까."
잠시 숨이 덜컥거린다.
기왕이면 더 일찍 알려줄 것이지. 그런 불만은 빠르게 접어두고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역시 이대로는 위험하다. 카이바 코퍼레이션의 마수가 더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뻗쳐오고 있었다니.
"아까 뭔 일로 떠난다고 했었지? 혹시 그 사람하고 뭐 있었어?"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라도 이런 식으로 일에 끌어들여도 될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마음의 오아시스 같은 곳에 남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그녀에게 솔직히 밝혀도 되는 것 따위 있을 리가.
"글쎄, 짐작이 안 가네. 스토커의 심리까지 꿰고 있는 건 아니라서."
"있는 건 알고 있던 거야?"
"있을 만 하다고는 생각하니까. 피곤한 삶이야."
"진심인지 그냥 자뻑인지 모르겠는데."
그녀의 태클에 웃음을 지으면서도 그는 뜯으려던 팩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내용물을 확인하는 즐거움은 여유를 되찾았을 때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진심이지. 못찌 상처받는다고."
"진짜 스토커라면 조심해. 경찰에 신고해 줘?"
"아니, 알아서 해결할게."
그녀는 정보를 알려준 시점에서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더 이상 엮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뱉은 이 대답이 상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임을 한 박자 늦게 깨닫는다.
"알아서 어떻게?"
"신고가 통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야 되지 않겠어?"
"설마 직접 만나서 대처라도 하게?"
"무섭게 뭐하러 그래?"
"수상하다냥. 아니, 수상해."
이렇게 걱정하고 신경써주는 사람이 어째서 동업자(동료) 중에 없는 것일까.
아니, 있었을 터이지만 지금은 없는 것이라고 해야 맞으리라.
트릭스라는 아이와 크게 엮일 일이 없었던 것을 아쉬워하기도 잠시, 가방을 챙겨든 그는 바로 매장을 나왔다.
"아무튼 고마워. 다음에 연락하자."
그리고 연락을 끊자 마자 그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잠시 후, 캔필드는 모자와 점퍼를 두르고서 거리를 떠돌았다.
그는 바로 아지트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섣불리 귀환했다간 정말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최소한 사회적, 물질적인 의미에서.
일단 문단속 잘 해두라는 메시지는 니카에게 진작에 보내둔 상태였다.
얼마나 잘 지켜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무방비하게 걸리는 일은 덜하겠지.
'야단났네. 왜 하필이면 그런 즐거운 시간에 알려줘서 분위기를 깨버리냔 말이야. 알려주면 진작 알려주던가.'
왜 이런 시련이 주어지는 것이람. 아무리 자신이 자초한 문제임을 자각하고 있어도, 그런 푸념이 머릿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원망할 것이, 짜증나는 마음을 해소할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때로는 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도를 넘으면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참아서 해결될 일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안에 쌓이고 쌓이는 것은 스스로를 병들게 할 뿐인 종양이나 다름없다.
그 병원체를 없애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결국 꽁무늬를 잡히고야 마는 것이다.
이미 전철역으로 빠지기에도 늦었음을 직감한다. 그렇기에 그 쪽으로 향하는 척 하면서 점점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발을 돌렸다.
지나치는 건물들의 입구는 하나같이 뒷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아스팔트 길 위에는 무단 주차한 차량이 몇 대 세워져 있을 뿐 눈에 띄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씩 주변에서 지내거나 일하는 사람이 흡연 따위를 하러 나오는 곳이었지만, 그 때마다 그는 눈길 한 번 마주친 일이 없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싫어도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었다.
사람이 확연히 줄고서야 희미하던 발소리가 조금씩 뚜렷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가깝다. 본인이 달리는 속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단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추적자를 상대로 어줍잖게 도망치려 시도하다가는 붙잡힐 것이 뻔하다.
그 시점에서 뭘 해야할지 답은 나와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피하려 했던 일과 마주할 순간이다.
심호흡을 내쉬고서 캔필드는 입을 열었다.
"수고가 많아요. 하루종일 쫓아다니느라."
그렇게 한 마디를 던져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이었다.
자신을 허공에 대고 혼잣말 하는 바보로 만들 작정인가.
"어차피 잡으러 왔잖아? 그만 나오시는 게 어때?"
한 마디 더 던지고 나서야 뚜벅뚜벅하는 발소리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저런 묵직한 소리를 어떻게 숨겼나 싶을 정도로.
눈에 보이는 모습은 캐주얼 정장 차림에 굽낮은 구두를 신은 여성.
안 그래도 무뚝뚝해 보이는 얼굴에 피곤에 찌든 듯 다크서클까지 끼어 있으니,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신경질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그 메이드의 평가는 정확했으리라.
팔에 D-패드만 차고 있지 않았다면 영락없는 퇴근길의 직장인처럼 보였다.
기본적으로 숙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주의였던 캔필드는 차마 화를 밖으로 드러내기 곤란했다.
그걸 알고 이런 인물을 투입했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며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아까부터 날 찾아다니던 것 같던데. 실례지만 그쪽께 무슨 폐라도 끼쳤던가?"
그녀는 이번에도 대답 없이 조심스레 몇 발짝 더 접근한다. 그리고는 캔필드의 인상착의를 훑어 확인하더니 느닷없이 냄새까지 맡기 시작했다.
'뭐야, 이 사람?'
몸에서 나는 것이라고는 샴푸나 바디로션 냄새 정도일 텐데,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그렇게 체취가 강한 편이던가? 애초에 이 여자가 자신의 체취를 알 일이 있던가?
갑작스런 의문들을 맞이하며 캔필드는 오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런 의문스런 신원확인 과정을 거친 후 여자는 무전기로 보이는 기기를 꺼내든다.
"신원 확보. 현 시간부로──"
제대로 된 대답은 커녕 상대를 눈앞에 두고 다른 녀석과 연락이라니.
무례도 무례거니와 더이상의 적을 끌어들이는 것은 사양이다. 캔필드로서는 가만히 놔둘리 없는 행위였다.
영역은 그 즉시 전개되어 두 사람을 주위로부터 격리시킨다.
"…사회인께서 이렇게 예의가 없으셔서야."
주변이 한 층 더 한 어둠에 휩싸였음에도 여자가 당황한 기색은 없다.
이런 임무에 충분히 익숙한 인물을 보내온 것이겠지. 그 시점에서 일이 더 귀찮아졌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캔필드. 본명 칸노 모토미. 디젠을 소유한 녀석들과 카드 거래하는 컬렉터였지?"
"그렇게까지 캐냈다니, 역시 만만히 볼 게 아니네요. 냄새까지 알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어."
"냄새를 남긴 건 그 쪽이니까. 어줍잖은 해킹을 한답시고 더 결정적인 흔적을 남겼지."
역시, 그 정도로 기록을 말소시키는 건 무리였던 것이겠지.
여인은 한껏 불쾌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덕분에 일거리가 생겼고."
"네, 바쁘게 만들어서 미안하고요."
그렇기에 캔필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세워 온 평온은 확실히 깨졌음을.
이미 도망치는 것조차 어려운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사과는 됐어. 위저드하고도 커넥션이 있지? 그 자가 뭘 꾸미는지 알아?"
"글쎄. 도통 자기 얘기를 안 하려 드는 분이라서."
"…역시 대답할 리 없지."
"아니, 정말로 아는 게 없다니까요. 나같은 사람한테 캐낼 정보라면 그쪽도 이미 갖고 있지 않나? 냄새도 잘 맡으시면서."
돌아오는 것은 또다시 불만스런 무표정.
숙녀 분이 아니었다면 이미 험한 말이 튀어나오고도 남았으리라.
하지만 자신의 기록을 어디까지 캤느냐에 따라, 위저드와의 관계도 들킬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쯤은 캔필드도 인정했다. 메신저를 통해 생존 신고나 다음 일거리에 대한 단서 따위를 나누고는 했으니까.
여태껏 대화 로그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메신저 기능 자체가 KC 쪽의 관할이라고 한다면 그 동안 쥐덫에서 오랫동안 나댄 꼴일지도 몰랐다.
적어도 위저드가 행동할 수 있는 기반, 즉 '물주'에 대해서는 물어오지 않는다. 거기까지 캐내지는 못했다는 의미겠지.
내심 안심하면서 조금이나마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어쨌든 지금 좀 바빠서. 서로 빨리 끝낼 수록 좋은 입장 아니겠습니까?"
"……."
또 침묵. 빈말이라도 맞장구 좀 치면 어디 덧나나.
어쨌든 완만한 대화로 넘어갈 생각이 전무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듀얼리스트로서 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캔필드라 해도 어쩔 수 없는 방침이었다.
"내 이름은 이미 잘 알고 계시니까, 그쪽 이름 좀 물어봐도 될까요?"
"왜 그래야 되지?"
"부를 게 있어야 진행을 하죠. 한 두 번 하시나?"
"대충 불러도 상관 없어."
"불공평하잖아요. 그러고도 듀얼하는 사람입니까?"
불손한 태도일 수는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감행하기로 한다.
잠시 후 상대 측에게서 마지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누카이 히토하(犬飼 一歯)."
"네, 잘 부탁합니다. 이누카이 씨."
과연. 개(犬)란 말이지.
본명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어디 출신인지 파악이 끝난 시점에서 다음 행동을 짜둘 수 있으니까.
지금 가지고 나온 덱 중에서 무얼 들고 나설지 캔필드는 잠시 고민했다. 하나같이 소중한 보물들이었지만 실전으로 데리고 나올 때는 상성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법.
함정에 빠진 상황이라면 함정으로서 대처하는 것이 좋겠지. 그런 결론을 내며 그는 덱을 선택한다.
[캔필드: LP 8000, 패 5장]
[이누카이 히토하: LP 8000, 패 5장]
-wizard: 대답이 없으시네
-wizard: 아무튼
-wizard: 서문유진이라는 분 얘기를 좀 드릴까 하는데요
-wizard: 그 분께서는 앞으로도 바쁜 몸이시니까
-wizard: 너무 괴롭히지는 않으셨으면 하네요
-wizard: 당신 말고도 그 분을 주시하는 분이 계시거든요
-wizard: 과도한 자극은 삼가하시는 게 좋습니다
-wizard: 동료로서 당신을 위해 해드리는 말이에요
어쩜 하나 하나가 이렇게 불쾌할 수가 있담.
답변 한 마디 없어도 자기 알아서 갱신되는 메시지에 캔필드의 기분이 상해간다.
-wizard: 아 그리고
-wizard: 유진 씨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니
-wizard: 평소보다 몸조리 더 잘하셔야겠습니다
-wizard: 행운을 빌어요
'그 새끼가…!'
D-패드를 쥐고 있는 손가락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이마에 혈관이 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머리에 피가 쏠리던 순간,
"무슨 일 있냥, 주인님?"
옆에 있는 낭랑한 목소리가 캔필드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접객을 담당했기에 얼굴이 눈에 익을 만큼 익은 상대라고 해도, 여전히 질리지 않는 매력을 자랑하는 고양이귀 메이드다.
"아, 미안미안."
그런 사람 앞에서 괜히 화를 낼 필요가 있나. 그냥 화면을 꺼버리면 될 것을.
지금은 신성한 커뮤니케이션 중이었기에 캔필드는 분노를 꺼뜨릴 필요가 있었다. 자칫하면 기분 전환을 위해 이곳 '테일 테일즈'에 단골로서 찾아온 의미가 없어져버리니까.
문제는 앞으로의 일.
분명 타겟인 서문유진의 듀얼 디스크를 사용 못하게 막았으니, 가공의 이미지를 실체로서 투영하여 무기 삼는 결투에 지장이 생겼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카드를 실체화하겠다면 온전히 자신의 정신력, 즉 영혼을 연료로 삼아 디젠의 능력으로 출력하는 수밖에 없다. 심신 양면으로 상당한 부담이 가는 일일 터.
그조차 디젠을 다루는 인물 중에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소유한 디젠부터가 남다르고 제법 에너지도 모아왔을 유진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치자.
그러나 이번에 고용한 인물은 디젠 하나로 모든 삶을 연명해왔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폐인이었다. 실체화 능력이 자신보다도 능한 것은 물론 속전속결의 콤보로 상대를 해치워버리는 숨은 프로였을 터. 유진 한 명 해치우겠다고 어렵게 모셔온 인물이 의뢰에 실패해버렸다는 것은 자못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만한 운과 실력이 유진이라는 녀석에게 따라줬단 말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도와주기라도 했나?
어쨌든 무사히 빠져나가버린 유진은 예정대로 카이바 코퍼레이션에 도착해버린 상태.
거기서 높은 확률로 자신의 해킹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그 회사의 기술력과 인력이면 로그를 조회해서 자신의 신상과 거주지가 까발려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지 모른다.
일단 해킹 흔적은 최대한 치워놓기는 했지만 안심하기에는 한참 이르다. 한 번 불쾌한 것을 치우려 시도했던 대가로, 벌집을 건드린 그는 앞으로의 평온한 일상에 지장이 생겨버린 것이다.
"새 일 때문에 자리를 옮기게 생겼거든. 그래서 조만간 여기에 오기 힘들어질 것 같아."
"에에~? 싫다냥."
"나도 싫엉. 그치만 현실은 잔혹하다니까. 이런 행복 하나 용납을 안 해주다니."
입밖으로 나온 한숨은 한없는 진심.
역시 다른 분야의 청부업자를 보내는 편이 나았을까, 하며 캔필드는 자신의 어긋난 선택을 반성해보았다.
머리에서 이글거리는 열기를 식히고자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한 모금 들이킨다. 얼음이 녹아서 살짝 싱거워지긴 했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다시는 못 오냥? 여기서 멀리 떠나는 것이냥?"
"글쎄. 그 동안 이사는 해도 근방으로 옮겨서 여기로 계속 들를 수 있었던 거니까. 이번엔 잘 모르겠네."
본래 이곳은 분위기상으로나 가게 규칙상으로나 오래 자리를 죽치고 있는 것도, 종업원 메이드들을 오래 붙잡는 것조차도 금기시되어 있다. 그 동안 가게의 매출에 기여하면서 고양이귀 메이드를 비롯한 종업원들과도 알고 지낸 세월이 있었던 그에게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을 뿐.
"너무 아쉬워 하지 마. 연락은 따로 하면 되잖아."
"여기서는 그런 얘기 자제해라냥."
당황한 나머지 속삭이듯 따지는 반응도 제법 귀엽다.
일단 일부 스태프의 연락처는 사적으로 교환해 둔 상태였기에 영업 현황을 알아두는 것은 가능하겠지.
특히 눈앞의 그녀는 이따금씩 취미 이야기도 나누는 주요 커뮤니케이션 대상이었기에 제법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언젠가는 꼭 찾아올게. 이런 마음의 오아시스가 있는데 어떻게 포기하겠어?"
이곳도 카이바 코퍼레이션의 기술 제휴를 받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더이상 자주 들러서 좋을 것은 없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방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가 내뱉은 말은 엄연한 진심이었다.
"기다리겠다냥, 주인님!"
아무리 영업용 멘트일지라도 고마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이쯤에서 캔필드는 충분히 눈에 익은 주변 풍경을 다시 한 번 눈과 귀에 담아두기로 했다.
화사하게 꾸민 실내에서는 지금도 귀엽게 꾸민 여자애들이 애교넘치는 목소리로 주인님들을 모시고 있다. 요리도 다른 업소에 비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퀄리티다.
그야말로 로망을 현실이라는 도화지에 옮겨놓은 공간이 아닌가. 비록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계산 속에서 자기 같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자 꾸며놓은 덫에 불과할 뿐이라도, AI처럼 영업용 미소와 함께 대본처럼 정해진 말을 꺼낼 뿐인 사람들 뿐일지라도,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는 있는 것이다.
그가 모니터 속 세상에 빠져드는 이유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하긴, 여기도 오래 눌러앉아있긴 했지. 정든 곳이었는데….'
충분히 밝은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창밖에 쏟아지는 정오의 햇볕은 참으로 따스하다.
아지트 창밖에서 쏟아지는 것은 거슬리기 그지없었지만 이런 꿈만 같은 장소에서 맞이하는 것은 어쩐지 아련한 감상마저 안겼다.
오후를 맞이하기 전에, 우수에 잠긴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녁까지 떼우기도 했던 저번에 비하면 꽤나 이른 시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집을 떠나는 기분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터.
각양각색의 애교스런 말투로 배웅하는 목소리들을 뒤로 하고서 가게 밖을 나온다. 그리고 잠시 그늘진 곳에 서서 D-패드 화면을 켰다.
비록 한동안 적지 않은 지출이 있었지만, 잔고가 가리키는 금액은 지금처럼 지내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리라 안심시켜주고 있다. 해외 시장 현황을 확인해보니 부수입용으로 갖고 있는 주식은 아직 유지해도 될 것이라 보았다.
이렇게 물질적으로는 아직 풍요로워도, 만약 요주의 세력에게 붙잡히기라도 했다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일. 전부 포기한다는 선택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평온이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고, 자신 같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뿌린 대로 거두는 중이니 크게 억울해 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거슬리는 대상에 대한 원한이 사그라드는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야. 바퀴벌레보다 더한 놈 같으니.'
과욕은 죄악이라고, 사소한 원한 때문에 신세를 망치는 것이냐고 설교를 들어봤자 마음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그였기에, 웬만하면 즐길 수 있는 것, 애정을 베풀 수 있는 것과 함께 하는 시간을 원해왔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은 것을 최대한 치워버리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거스르는 것이 생긴다면 누릴 수 있는 행복에 지장이 생기니까.
어차피 완벽한 행복을 이 세상에서 바라는 것은 무리수이므로, 어느 정도 수용한다는 관용이 필요하겠지.
그렇기에 사람은 소통하고 타협한다. 한 편으로는 그런 일에 지쳐서 세상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쌓여갈 수밖에 없다.
그런 세상을 바꿔나갈 힘이 있다면 거절할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순전히 재미로 모으기 시작했던 디젠이라는 물건이, 꿈을 구현해주는 신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그는 매료되었다.
한 편으로는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타인의 힘을 쟁취해야 하고, 그걸 위해 타인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경계했다.
화면 밖의 세상에서 피를 보는 것은 질색이니까. 평화롭지 못한 방법임을 알면서도 자기 손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꺼림칙한 일이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디젠을 수집할 방법을 강구해왔다. 싸움을 완벽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최대한 편하게 이길 수 있는 싸움으로 이끌어나가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
자기 대신 손을 더럽혀줄 사람들에게 나름의 감사를 품으며, 그들이 경쟁자나 벌레 같은 놈들을 치워버리길 기다리는 것이 지금의 삶이었다.
때로는 약점이 드러나거나 자신의 약점으로 작용하면서 더이상 쓸 데가 없어진 것들을 손수 치워주는 수고 역시 필요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쳐야 할까. 지금 가진 것으로 얼마가 지나야 이룰 수 있을까.
현생은 그 결과를 기다리는 일종의 수행일지 모른다고도 생각해보았다.
요컨대 지금 이 순간에도 투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스스로 택한 운명을 후회하자니 그에게는 나름의 즐거움이, 수확이 있었다. 꿈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는 이 삶을, 만약에 고르지 않았다면 더 후회하고 있지 않았을까.
전철역으로 향하기 전에 그는 이대로 떠나기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찾아온다.
눈에 익을 대로 익은 이 거리 역시 눈에 새기듯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럼 다음 들를 곳은….'
카드는 여기가 아니라도 구할 곳은 많지만, 어떤 레어 카드가 어디서 파는 어떤 팩에 잠들어있을지를 알 수 없기에 함부로 무시하고 넘길 수 없는 것도 사실.
따라서 그가 향하는 곳은 저절로 카드 매장이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그는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세트를 골라든다. 시그니처 카드가 무엇인지, 어떤 카드가 나오고 또 어떤 것이 성능이 좋은지 발매 전부터 이미 파악은 끝나 있었다.
이 팩에 순전히 그의 취향이 맞는 테마의 카드들이 잠들어 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다. 처음 뽑아보는 것조차 아니었기에 일부 카드는 이미 여러 장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레어도별로 수집을 마친 것은 아니므로 뽑을 가치는 충분하다.
이번에도 결과물을 확인하고자 빈 테이블에 앉은 직후, D-패드에 통화가 걸려온다.
발신인을 확인한 캔필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연락을 보내주다니, 기쁘기는 하지만 이렇게 빠를 수가 있나.
뭘 놓고 오기라도 했던가 의문을 품으며 그는 전화를 받는다.
"못찌 있냥?"
"지금은 손님(주인님) 아니잖아."
"아, 참. 그렇지."
역시 직업 정신 투철한 그녀답다. 그런 생각에 캔필드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나간지 얼마 안 됐는데?"
"가게에서 사람 찾는 손님이 있더라고. 얘기 들어보니까 아무래도 못찌가 아닌가 싶어서."
"나를 찾아? 왜?"
"글쎄. 근데 뭔가 여기 오게 생긴 사람은 아닌 느낌? 좀 위험해 보인달까, 만사가 귀찮아 보인달까."
잠시 숨이 덜컥거린다.
기왕이면 더 일찍 알려줄 것이지. 그런 불만은 빠르게 접어두고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역시 이대로는 위험하다. 카이바 코퍼레이션의 마수가 더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뻗쳐오고 있었다니.
"아까 뭔 일로 떠난다고 했었지? 혹시 그 사람하고 뭐 있었어?"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라도 이런 식으로 일에 끌어들여도 될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마음의 오아시스 같은 곳에 남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그녀에게 솔직히 밝혀도 되는 것 따위 있을 리가.
"글쎄, 짐작이 안 가네. 스토커의 심리까지 꿰고 있는 건 아니라서."
"있는 건 알고 있던 거야?"
"있을 만 하다고는 생각하니까. 피곤한 삶이야."
"진심인지 그냥 자뻑인지 모르겠는데."
그녀의 태클에 웃음을 지으면서도 그는 뜯으려던 팩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내용물을 확인하는 즐거움은 여유를 되찾았을 때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진심이지. 못찌 상처받는다고."
"진짜 스토커라면 조심해. 경찰에 신고해 줘?"
"아니, 알아서 해결할게."
그녀는 정보를 알려준 시점에서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더 이상 엮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뱉은 이 대답이 상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임을 한 박자 늦게 깨닫는다.
"알아서 어떻게?"
"신고가 통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야 되지 않겠어?"
"설마 직접 만나서 대처라도 하게?"
"무섭게 뭐하러 그래?"
"수상하다냥. 아니, 수상해."
이렇게 걱정하고 신경써주는 사람이 어째서 동업자(동료) 중에 없는 것일까.
아니, 있었을 터이지만 지금은 없는 것이라고 해야 맞으리라.
트릭스라는 아이와 크게 엮일 일이 없었던 것을 아쉬워하기도 잠시, 가방을 챙겨든 그는 바로 매장을 나왔다.
"아무튼 고마워. 다음에 연락하자."
그리고 연락을 끊자 마자 그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잠시 후, 캔필드는 모자와 점퍼를 두르고서 거리를 떠돌았다.
그는 바로 아지트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섣불리 귀환했다간 정말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최소한 사회적, 물질적인 의미에서.
일단 문단속 잘 해두라는 메시지는 니카에게 진작에 보내둔 상태였다.
얼마나 잘 지켜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무방비하게 걸리는 일은 덜하겠지.
'야단났네. 왜 하필이면 그런 즐거운 시간에 알려줘서 분위기를 깨버리냔 말이야. 알려주면 진작 알려주던가.'
왜 이런 시련이 주어지는 것이람. 아무리 자신이 자초한 문제임을 자각하고 있어도, 그런 푸념이 머릿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원망할 것이, 짜증나는 마음을 해소할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때로는 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도를 넘으면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참아서 해결될 일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안에 쌓이고 쌓이는 것은 스스로를 병들게 할 뿐인 종양이나 다름없다.
그 병원체를 없애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결국 꽁무늬를 잡히고야 마는 것이다.
이미 전철역으로 빠지기에도 늦었음을 직감한다. 그렇기에 그 쪽으로 향하는 척 하면서 점점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발을 돌렸다.
지나치는 건물들의 입구는 하나같이 뒷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아스팔트 길 위에는 무단 주차한 차량이 몇 대 세워져 있을 뿐 눈에 띄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씩 주변에서 지내거나 일하는 사람이 흡연 따위를 하러 나오는 곳이었지만, 그 때마다 그는 눈길 한 번 마주친 일이 없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싫어도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었다.
사람이 확연히 줄고서야 희미하던 발소리가 조금씩 뚜렷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가깝다. 본인이 달리는 속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단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추적자를 상대로 어줍잖게 도망치려 시도하다가는 붙잡힐 것이 뻔하다.
그 시점에서 뭘 해야할지 답은 나와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피하려 했던 일과 마주할 순간이다.
심호흡을 내쉬고서 캔필드는 입을 열었다.
"수고가 많아요. 하루종일 쫓아다니느라."
그렇게 한 마디를 던져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이었다.
자신을 허공에 대고 혼잣말 하는 바보로 만들 작정인가.
"어차피 잡으러 왔잖아? 그만 나오시는 게 어때?"
한 마디 더 던지고 나서야 뚜벅뚜벅하는 발소리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저런 묵직한 소리를 어떻게 숨겼나 싶을 정도로.
눈에 보이는 모습은 캐주얼 정장 차림에 굽낮은 구두를 신은 여성.
안 그래도 무뚝뚝해 보이는 얼굴에 피곤에 찌든 듯 다크서클까지 끼어 있으니,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신경질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그 메이드의 평가는 정확했으리라.
팔에 D-패드만 차고 있지 않았다면 영락없는 퇴근길의 직장인처럼 보였다.
기본적으로 숙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주의였던 캔필드는 차마 화를 밖으로 드러내기 곤란했다.
그걸 알고 이런 인물을 투입했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며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아까부터 날 찾아다니던 것 같던데. 실례지만 그쪽께 무슨 폐라도 끼쳤던가?"
그녀는 이번에도 대답 없이 조심스레 몇 발짝 더 접근한다. 그리고는 캔필드의 인상착의를 훑어 확인하더니 느닷없이 냄새까지 맡기 시작했다.
'뭐야, 이 사람?'
몸에서 나는 것이라고는 샴푸나 바디로션 냄새 정도일 텐데,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그렇게 체취가 강한 편이던가? 애초에 이 여자가 자신의 체취를 알 일이 있던가?
갑작스런 의문들을 맞이하며 캔필드는 오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런 의문스런 신원확인 과정을 거친 후 여자는 무전기로 보이는 기기를 꺼내든다.
"신원 확보. 현 시간부로──"
제대로 된 대답은 커녕 상대를 눈앞에 두고 다른 녀석과 연락이라니.
무례도 무례거니와 더이상의 적을 끌어들이는 것은 사양이다. 캔필드로서는 가만히 놔둘리 없는 행위였다.
영역은 그 즉시 전개되어 두 사람을 주위로부터 격리시킨다.
"…사회인께서 이렇게 예의가 없으셔서야."
주변이 한 층 더 한 어둠에 휩싸였음에도 여자가 당황한 기색은 없다.
이런 임무에 충분히 익숙한 인물을 보내온 것이겠지. 그 시점에서 일이 더 귀찮아졌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캔필드. 본명 칸노 모토미. 디젠을 소유한 녀석들과 카드 거래하는 컬렉터였지?"
"그렇게까지 캐냈다니, 역시 만만히 볼 게 아니네요. 냄새까지 알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어."
"냄새를 남긴 건 그 쪽이니까. 어줍잖은 해킹을 한답시고 더 결정적인 흔적을 남겼지."
역시, 그 정도로 기록을 말소시키는 건 무리였던 것이겠지.
여인은 한껏 불쾌한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덕분에 일거리가 생겼고."
"네, 바쁘게 만들어서 미안하고요."
그렇기에 캔필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세워 온 평온은 확실히 깨졌음을.
이미 도망치는 것조차 어려운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사과는 됐어. 위저드하고도 커넥션이 있지? 그 자가 뭘 꾸미는지 알아?"
"글쎄. 도통 자기 얘기를 안 하려 드는 분이라서."
"…역시 대답할 리 없지."
"아니, 정말로 아는 게 없다니까요. 나같은 사람한테 캐낼 정보라면 그쪽도 이미 갖고 있지 않나? 냄새도 잘 맡으시면서."
돌아오는 것은 또다시 불만스런 무표정.
숙녀 분이 아니었다면 이미 험한 말이 튀어나오고도 남았으리라.
하지만 자신의 기록을 어디까지 캤느냐에 따라, 위저드와의 관계도 들킬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쯤은 캔필드도 인정했다. 메신저를 통해 생존 신고나 다음 일거리에 대한 단서 따위를 나누고는 했으니까.
여태껏 대화 로그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메신저 기능 자체가 KC 쪽의 관할이라고 한다면 그 동안 쥐덫에서 오랫동안 나댄 꼴일지도 몰랐다.
적어도 위저드가 행동할 수 있는 기반, 즉 '물주'에 대해서는 물어오지 않는다. 거기까지 캐내지는 못했다는 의미겠지.
내심 안심하면서 조금이나마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어쨌든 지금 좀 바빠서. 서로 빨리 끝낼 수록 좋은 입장 아니겠습니까?"
"……."
또 침묵. 빈말이라도 맞장구 좀 치면 어디 덧나나.
어쨌든 완만한 대화로 넘어갈 생각이 전무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듀얼리스트로서 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캔필드라 해도 어쩔 수 없는 방침이었다.
"내 이름은 이미 잘 알고 계시니까, 그쪽 이름 좀 물어봐도 될까요?"
"왜 그래야 되지?"
"부를 게 있어야 진행을 하죠. 한 두 번 하시나?"
"대충 불러도 상관 없어."
"불공평하잖아요. 그러고도 듀얼하는 사람입니까?"
불손한 태도일 수는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감행하기로 한다.
잠시 후 상대 측에게서 마지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누카이 히토하(犬飼 一歯)."
"네, 잘 부탁합니다. 이누카이 씨."
과연. 개(犬)란 말이지.
본명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어디 출신인지 파악이 끝난 시점에서 다음 행동을 짜둘 수 있으니까.
지금 가지고 나온 덱 중에서 무얼 들고 나설지 캔필드는 잠시 고민했다. 하나같이 소중한 보물들이었지만 실전으로 데리고 나올 때는 상성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법.
함정에 빠진 상황이라면 함정으로서 대처하는 것이 좋겠지. 그런 결론을 내며 그는 덱을 선택한다.
[캔필드: LP 8000, 패 5장]
[이누카이 히토하: LP 8000, 패 5장]
"제가 선공이네요. 먼저 엑스트라 덱 6장을 제외하고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를 발동. 2장 드로우. 그리고 '라뷰린스 서번츠 아리안나' 쨩을 소환. ①의 효과로 덱에 있는 '라뷰린스' 카드 하나를 가져오겠습니다."
[라뷰린스 서번츠 아리안나: 악마족 / 어둠 / 레벨 4 / ATK / DEF 2100]
[캔필드: 패 6장]
[라뷰린스 서번츠 아리안나: 악마족 / 어둠 / 레벨 4 / ATK / DEF 2100]
[캔필드: 패 6장]
"카드 1장을 세트. 다음에는 패에 있는 '라뷰린스 쿠클락'을 버리고 효과를 발동. 이번 턴에 '라뷰린스' 함정 하나를 세트한 턴에 발동할 수가 있지요. 여기서 패에 있는 '미궁성의 백은희(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쨩의 효과를 체인. 그럼──"
"상대가 패에 있는 몬스터의 효과를 발동한 턴에,"
그 순간 끼어드는 이누카이의 말소리에 캔필드는 앗차 한다.
"상대가 패에 있는 몬스터의 효과를 발동한 턴에,"
그 순간 끼어드는 이누카이의 말소리에 캔필드는 앗차 한다.
"패에 있는 'K9(케이나인)-17호 이즈나'와 'ØØ(제로)호 루푸스'의 효과를 발동한다. 둘 다 내 필드에 특수 소환."
[K9-17호 이즈나: 전사족 / 바람 / 레벨 5 / ATK 2100 / DEF 1600]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이누카이 히토하: 패 3장]
"그럼, '레라뷰' 쨩도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3000 / DEF 2900]
[캔필드: 패 3장]
이누카이의 필드에 두 몬스터의 모습이 나타나고서야, 캔필드의 필드에도 하녀 '아리안나'의 옆으로 주인 '레이디 오브 라뷰린스'가 한 발짝 늦게 출현한다.
생김새는 백발과 하얀 드레스로 새햐앟게 도배된 것만 같은 여악마. 분명 빛난다고까지 할 수 있는 미모였지만, 이누카이와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는 그 얼굴은 어쩐지 고독한 분위기를 풍겨왔다.
"이어서 '루푸스'의 효과, 여기에 '이즈나'의 효과를 체인."
한 편 이누카이가 불러낸 몬스터는 족제비 귀와 꼬리가 달린 성실해 보이는 여경 '이즈나', 그리고 입고 있는 코트만큼의 후줄근함과 날렵함이 공존하는 남자 형사 '루푸스'.
인상은 서로 딴판이지만 웃음기 없어보이는 면모들 만큼은 그 주인과 다를 것이 없다. 그들은 눈앞의 적이 뭔가를 저지르기 전에 먼저 조치를 취할 작정으로 보였다.
야단났다. 그런 캔필드의 심정을 대변하듯 '레이디'의 표정이 살짝 초조해진다.
캔필드는 지금 가진 카드들의 사용 타이밍을 재나가야 했다.
"세트한 '빅웰컴 라뷰린스'를 발동! 그 직후에 '레라뷰' 쨩의 효과를 체인!"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함정 발동에 체인이 없었기에, '레이디 오브 라뷰린스'의 다음 효과도 무사히 처리할 수 있었다.
"체인 끝난 것 같으니 처리합니다. 먼저 '레라뷰' 쨩의 효과로 덱에서 다른 '라뷰린스' 함정을 세트. 그리고 '빅웰컴 라뷰린스'의 효과로 덱에서 '라뷰린스' 하나를 특수 소환."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도 최소한의 여유조차 갖추지 못하면 즐기는 자가 될 수 없다.
그는 한 템포 쉬어가듯 잠시 심호흡에 들어가고서야 덱을 건드린다. 빠르게도 이 덱의 메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소개할 차례가 찾아왔으니까.
"미궁의 성에 잘 오셨습니다! 함정이 도사리는 무대에서 곧 뵙게 되실 분은, 당돌한 방문자를 손꼽아 기다린 이곳의 주인. 이름하여, '백은 성의 라뷰린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함정 발동에 체인이 없었기에, '레이디 오브 라뷰린스'의 다음 효과도 무사히 처리할 수 있었다.
"체인 끝난 것 같으니 처리합니다. 먼저 '레라뷰' 쨩의 효과로 덱에서 다른 '라뷰린스' 함정을 세트. 그리고 '빅웰컴 라뷰린스'의 효과로 덱에서 '라뷰린스' 하나를 특수 소환."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도 최소한의 여유조차 갖추지 못하면 즐기는 자가 될 수 없다.
그는 한 템포 쉬어가듯 잠시 심호흡에 들어가고서야 덱을 건드린다. 빠르게도 이 덱의 메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소개할 차례가 찾아왔으니까.
"미궁의 성에 잘 오셨습니다! 함정이 도사리는 무대에서 곧 뵙게 되실 분은, 당돌한 방문자를 손꼽아 기다린 이곳의 주인. 이름하여, '백은 성의 라뷰린스'!"
'레이디 오브 라뷰린스'의 모습이 잔상처럼 희미해지면서, 그 옆으로 똑같은 외모를 하고 있는 여인이 불쑥 튀어나왔다.
장식용 지팡이처럼 보이는 커다란 라브리스 한 자루를 든 그녀는 미궁의 여주인. 입고 있는 드레스부터 머릿결, 피부, 그리고 머리에 달린 뿔까지, 온통 하얗게 빛난다고 표현할 수 있는 미모의 여인이었다.
그 전신에서 배어나오는 광채를 레이스처럼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반투명한 날개와 드레스 자락이 반사하며 잠시나마 오오라를 연출한다.
바로 옆의 '레이디' 시절과는 다른 그 위풍당당함을 드러내고자 여주인은 간드러지게 웃어보였다.
[백은 성의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2900 / DEF 2900]
[캔필드: 패 4장]
"무사히 등장했으니 다행이죠? 대신 필드의 '레라뷰' 쨩은 패로 회수."
"그럼 'K9'들의 효과를 처리. '이즈나'의 효과로 덱에서 다른 'K-9' 카드 1장을 묘지로. 다음에는 '루푸스'의 효과로 자신을 포함한 몬스터들로 엑시즈 소환을 실행한다. 레벨 5의 '루푸스'와 '이즈나'를 오버레이,"
그 웃음을 앞두고, 반댓편에 발생한 은하의 소용돌이 사이로 K-9 2체가 빛이 되어 빨려들어간다.
"2체의 몬스터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엑시즈 소환. 'K9-ØØ(제로)호 "Hound(하운드)".'"
장식용 지팡이처럼 보이는 커다란 라브리스 한 자루를 든 그녀는 미궁의 여주인. 입고 있는 드레스부터 머릿결, 피부, 그리고 머리에 달린 뿔까지, 온통 하얗게 빛난다고 표현할 수 있는 미모의 여인이었다.
그 전신에서 배어나오는 광채를 레이스처럼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반투명한 날개와 드레스 자락이 반사하며 잠시나마 오오라를 연출한다.
바로 옆의 '레이디' 시절과는 다른 그 위풍당당함을 드러내고자 여주인은 간드러지게 웃어보였다.
[백은 성의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2900 / DEF 2900]
[캔필드: 패 4장]
"무사히 등장했으니 다행이죠? 대신 필드의 '레라뷰' 쨩은 패로 회수."
"그럼 'K9'들의 효과를 처리. '이즈나'의 효과로 덱에서 다른 'K-9' 카드 1장을 묘지로. 다음에는 '루푸스'의 효과로 자신을 포함한 몬스터들로 엑시즈 소환을 실행한다. 레벨 5의 '루푸스'와 '이즈나'를 오버레이,"
그 웃음을 앞두고, 반댓편에 발생한 은하의 소용돌이 사이로 K-9 2체가 빛이 되어 빨려들어간다.
"2체의 몬스터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엑시즈 소환. 'K9-ØØ(제로)호 "Hound(하운드)".'"
잠시 후 소용돌이에서 '루푸스'가 홀로 귀환한 듯 보였지만, 이내 그는 고통에 신음하는 듯 괴로워하더니 경련을 일으키는 몸뚱아리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부슬부슬한 백발은 온몸을 뒤덮는 은빛 갈기가 되고, 귀는 정수리 부분으로 옮겨가 삐죽하게 변해간다. 더불어 코트 자락 뒤로 긴 은빛 꼬리가, 반장갑을 낀 손 끝에는 칼날처럼 예리한 손톱이 자라난다.
변모, 아니, 진화를 마친 그는 입던 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는 짐승, 즉 영락없는 늑대인간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K9-ØØ호 "Hound": 야수전사족 / 빛 / 랭크 5 / ATK 2500 / DEF 2500 / ORU-2]
"몬스터가 함정 효과로 벗어났을 경우, '라뷰린스' 쨩의 효과를 발동. 필드나 패의 카드를 파괴할 수 있다는 말씀."
"'Hound(하운드)'는 ①의 효과 덕분에 특수 소환된 턴에 파괴되지 않아."
"그럼 패에 있는 카드를 찍을 수밖에."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Hound(하운드)' ②의 효과. 몬스터가 효과를 발동할 때마다 공격력을 500 상승."
[K9-ØØ호 "Hound": ATK 2500 → 3000]
성가신 적을 앞두며, 이미 '백은 성의 라뷰린스'의 얼굴은 웃음이라고는 온데간데 없이 '레이디'가 보였던 것과 똑같은 초조한 표정으로 변해간다.
"계속해서 '라뷰린스' 쨩, '아리안나' 쨩을 소재로 '마계특파원 데스캐스터' 쨩를 링크 소환. 묘지에서 '라뷰린스' 쨩을 지정하고 ②의 효과 발동. 패를 1장 버리면, 대상 몬스터는 내 필드로 부활합지요."
[마계특파원 데스캐스터: 악마족 / 어둠 / LINK-2 / ATK 1000 / 링크 마커 ←↓]
[백은 성의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2900 / DEF 2900]
[캔필드: 패 3장]
나온지 얼마 안 되어 도망치듯 뉴스캐스터 악마의 소재로 사라지졌던 '라뷰린스'는 곧 그녀의 뒷편으로 귀환한다.
[K9-ØØ호 "Hound": ATK 3000 → 3500]
"그리고 '라뷰린스' 쨩의 ②의 효과. 묘지의 함정 카드 1장을 내 필드로 세트."
[K9-ØØ호 "Hound": ATK 3500 → 4000]
그리고 자신이 뭘 할 때마다 반응하여 더 힘을 얻어가는 늑대인간 앞에서 '라뷰린스'는 또다시 움츠러들어갔다.
"카드 2장을 더 세트. 턴 엔드."
분명 저것은 다음 턴을 넘기는 순간 더 성가신 상대가 되겠지만, 세트 카드 4장과 패에 남은 카드를 바라본 캔필드는 아직 걱정할 때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내 턴."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3장]
"스탠바이 페이즈에 오버레이 유닛을 1개 써서 'Hound'의 효과 발동. 대상 지정한 필드의 카드를 1장 제외한다."
[K9-ØØ호 "Hound": ORU 2 → 1]
'사냥개(하운드)'라 불리게 된 '루푸스'는 들고 있던 단검을 말 그대로 개처럼 주둥이로 물었다. 아무래도 양손에 나있는 손톱을 써서 거슬리는 것을 도륙낼 생각이겠지.
이 정도의 대처야 캔필드에게는 간단했다.
[마계특파원 데스캐스터: 악마족 / 어둠 / LINK-2 / ATK 1000 / 링크 마커 ←↓]
[백은 성의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2900 / DEF 2900]
[캔필드: 패 3장]
나온지 얼마 안 되어 도망치듯 뉴스캐스터 악마의 소재로 사라지졌던 '라뷰린스'는 곧 그녀의 뒷편으로 귀환한다.
[K9-ØØ호 "Hound": ATK 3000 → 3500]
"그리고 '라뷰린스' 쨩의 ②의 효과. 묘지의 함정 카드 1장을 내 필드로 세트."
[K9-ØØ호 "Hound": ATK 3500 → 4000]
그리고 자신이 뭘 할 때마다 반응하여 더 힘을 얻어가는 늑대인간 앞에서 '라뷰린스'는 또다시 움츠러들어갔다.
"카드 2장을 더 세트. 턴 엔드."
분명 저것은 다음 턴을 넘기는 순간 더 성가신 상대가 되겠지만, 세트 카드 4장과 패에 남은 카드를 바라본 캔필드는 아직 걱정할 때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내 턴."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3장]
"스탠바이 페이즈에 오버레이 유닛을 1개 써서 'Hound'의 효과 발동. 대상 지정한 필드의 카드를 1장 제외한다."
[K9-ØØ호 "Hound": ORU 2 → 1]
'사냥개(하운드)'라 불리게 된 '루푸스'는 들고 있던 단검을 말 그대로 개처럼 주둥이로 물었다. 아무래도 양손에 나있는 손톱을 써서 거슬리는 것을 도륙낼 생각이겠지.
이 정도의 대처야 캔필드에게는 간단했다.
"함정 카드 '열왕시편'! 필드의 몬스터 1장의 효과 발동은 무효. 묘지에 함정 카드가 있으면 추가로 덱에서 '도미나스' 함정 카드 1장을 패에 추가합니다."
뭔가 보이지 않는 힘에 짓눌린 듯 '루푸스'가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이어서 함정 카드가 발동한 턴에, '레라뷰' 쨩은 다시 필드에 특수 소환."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3000 / DEF 2900]
[캔필드: 패 1장]
[K9-ØØ호 "Hound": ATK 4000 → 4500]
덕분에 그 손톱의 제물이 되는 일 없이 '라뷰린스'는 무사히 필드에 남을 수 있었다. 더불어 함정의 발동을 트리거 삼아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가 나란히 필드에 내려섰다.
함정이 깔려 있는 이상 그녀를 대상 지정이라는 방법으로 건드릴 수는 없을 터. 비록 턴을 넘기기 전부터 난입이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고 '라뷰린스'의 요새를 마련해낼 수 있었다.
뭔가 보이지 않는 힘에 짓눌린 듯 '루푸스'가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이어서 함정 카드가 발동한 턴에, '레라뷰' 쨩은 다시 필드에 특수 소환."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3000 / DEF 2900]
[캔필드: 패 1장]
[K9-ØØ호 "Hound": ATK 4000 → 4500]
덕분에 그 손톱의 제물이 되는 일 없이 '라뷰린스'는 무사히 필드에 남을 수 있었다. 더불어 함정의 발동을 트리거 삼아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가 나란히 필드에 내려섰다.
함정이 깔려 있는 이상 그녀를 대상 지정이라는 방법으로 건드릴 수는 없을 터. 비록 턴을 넘기기 전부터 난입이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고 '라뷰린스'의 요새를 마련해낼 수 있었다.
"메인 페이즈. 속공 마법 'K9-EX 강제해제(포스레버레이션)'. 'K9' 몬스터를 다른 'K9'으로 재구축한다."
새로운 엑시즈 몬스터를 불러내는 것도 모자라 필드의 카드를 파괴하는 효과라. 캔필드로서는 내버려둬서 좋을 것이 없었다.
"상대 필드에 카드가 존재할 경우, 패에서 함정 카드 '영왕의 파동(도미나스 임펄스)' 발동. 몬스터를 특수 소환하는 효과를 무효로 할게요. 이어서 '레라뷰' 쨩의 효과로 덱에 있는 다른 일반 함정 1장을 내 필드로 세트.'
[K9-ØØ호 "Hound": ATK 4500 → 5000]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캔필드: 패 0장]
견제는 착실히 들어가는 중이었지만, 그 때마다 'Hound'의 공격력 또한 착실히 올라가고 있었다. 적에 대한 분노가 쌓여가듯이.
끝없이 올라갈 작정인 공격력 앞에 '라뷰린스'를 비롯한 여악마들은 위축되다 못해 슬슬 몸이 떨리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충분히 강한 몬스터구만, 굳이 다른 몬스터로 바꿔칠 필요가 있으신가?"
"……."
여유에 기댄 도발 앞에 이누카이 역시 심호흡에 들어간다. 그녀 역시 얼굴 거죽 너머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삭히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캔필드로서는 딱히 동요할 것이 없었다. 이렇게 많은 함정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아무리 '루푸스'가 부여한 효과 내성이 포함되어 있다 한들 저 정도로 자신에게 타격을 입히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
때릴 수 있으면 때려보라지.
"몬스터 효과를 발동했으니까 '삼전의 재'. 이걸로 2장 드로우. 그리고 '카오틱 엘리멘츠' 발동. 덱에서 레벨 5 이상의 어둠 속성 / 화염족 몬스터를 하나 가져온다."
[이누카이 히토하: 패 3장]
무슨 카드를 가져왔는지 확인했으니 뭘 할지도 뻔히 보인다. 겁먹을 이유 따윈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캔필드는 생각했다.
[이누카이 히토하: 패 3장]
무슨 카드를 가져왔는지 확인했으니 뭘 할지도 뻔히 보인다. 겁먹을 이유 따윈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캔필드는 생각했다.
"이어서 묘지에 있는 'K9-66a호 요쿨'을 지정하고, 패에 있는 'K9-66b호 랜턴의 효과를 발동. 둘을 특수 소환."
[K9-66a호 요쿨: 물족 / 레벨 5 / ATK 2000 / DEF 1900]
[K9-66b호 랜턴: 화염족 / 어둠 / 레벨 5 / ATK 2000 / DEF 1900]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예상대로 순식간에 엑시즈 소재가 갖춰졌다. 즉 이 타이밍에 함정을 날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럼 다음 함정은 이거, '마포전기 오뚜기 카르마'! 필드의 몬스터를 전부 뒷면 수비 표시로 변경."
달마 인형에서 따온 듯한 붉은 도색의 포대가 공중으로 출격한다. 이어서 부유한 상태로 몸체에 달린 대포를 무차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대피해서 숨듯 필드에 있는 몬스터가 하나둘씩 모습을 감춘다. 덕분에 뒷면 수비 표시라는 형태로나마 이들은 사방에 몰아치는 포화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단 하나, 수비 표시 개념이 없는 링크 몬스터였던 '데스캐스터'만이 포격에 휩쓸린 채 산화된다.
"그래도 앞면으로 남는 몬스터는 그냥 묘지행이죠. 미안, '데스캐스터' 쨩."
비록 1장 손실이 따르긴 했지만 거슬리게 고개를 들이미는 적 몬스터를 숨겨놓았다는 것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전투력을 쭉 강화해나가던 'Hound'을 무력화시켰을 뿐 아니라, 방금 튀어나온 새 'K9'들의 기동 효과도 못 쓰게 막았으니까.
더불어 앞면 표시가 아닌 몬스터들은 엑시즈 소재로 삼을 수도 없다.
그녀가 들고 있는 나머지 패 2장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지속 마법 '“Case of K9(케이스 오브 케이나인)”' 발동. 덱에서 'K9' 몬스터 하나를 가져온다. 더불어 상대가 패에서 몬스터 효과를 발동한 턴에, ②의 효과로 내 필드에 있는 'K9' 몬스터의 공격력은 900 상승."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그럼 뒷면 표시의 '요쿨'을 릴리스. 'K9-04호 노로이'를 어드밴스 소환. 소환된 '노로이'의 효과로 덱에서 기계족 이외의 'K9'을 특수 소환한다. 2장째 '요쿨'을 선택."
[K9-04호 노로이: 기계족 / 땅 / 레벨 5 / ATK 2200 → 3100 / DEF 1500]
[K9-66a호 요쿨: 물족 / 어둠 / 레벨 5 / ATK 2000 → 2900 / DEF 1900]
"이어서 '요쿨'의 ②의 효과. 덱에서 물족이 아닌 'K9'을 패로 가져온다. 그리고 상대가 패에서 몬스터 효과를 발동한 턴에, '이즈나'는 이번에도 특수 소환할 수 있지."
[K9-17호 이즈나: 전사족 / 바람 / 레벨 5 / ATK 2100 → 3000 / DEF 1600]
방금 전까지의 수고가 무색하게도, 막았나 싶었던 소재 몬스터들의 행렬은 어느 새 이누카이의 필드를 가득 메워놓은 상태였다.
'역시 이 정도로는 소용없었나.'
남은 세트 카드는 둘. 어줍잖게 썼다간 그냥 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 '이즈나', '노로이'를 오버레이. 이번에도 2체의 몬스터로 오버레이 네트워크 구축, 'K9-17호 “Ripper(리퍼)”'를 엑시즈 소환.'
'루푸스'가 힘을 해방하여 'Hound'가 되었듯이, '이즈나' 역시 오버레이 네트워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힘을 해방하며 몸을 진화시켰다.
어깨와 팔뚝, 무릎에 차고 있던 보호(구속)장치의 불빛이 청색에서 점멸하는 적색으로 바뀐다. 이 신호에 맞춰 팔다리가 짐승의 것처럼 털이 곤두서고 낫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난다.
팔에 달려있던 무언가 역시 불쑥 커지더니 제법 예리하게 서있는 칼날처럼 뻗어나갔다. '바이오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그 생체 무기의 모습은 그야말로 커다란 낫이나 다름없었다.
[K9-17호 “Ripper": 전사족 / 바람 / 랭크 5 / ATK 2300 → 3200 / DEF 1800 / ORU-2]
"오버레이 유닛을 1개 사용해서 'Ripper'의 효과 발동. 덱에서 'K9' 카드를 1장 추가. 그리고 상대가 패에서 몬스터 효과를 발동했으면 추가로 덱에 있는 'K9' 속공 마법 하나를 내 필드에 세트한다."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가져온 2장째 '루푸스'는, '이즈나'와 마찬가지로 필드에 바로 특수 소환."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럼 '요쿨'과 '루푸스'를 오버레이. '발조장공 태엽오'를 엑시즈 소환. 오버레이 유닛을 1개 사용해서 효과 발동. 세트한 마법과 함정 2장을 파괴하지."
[발조장공 태엽오: 기계족 / 바람 / 랭크 5 / ATK 2600 / DEF 1900 / ORU-2 → 1]
세번째로 나타난 엑시즈 몬스터는 합체로봇 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한 파츠를 병합해 놓은 듯한 로봇 한 대. '랜턴'과 '요쿨'이 합쳐진 모습인 'K9-666호 “Jacks”(잭스)' 대신에 저것을 내놓은 이유를 캔필드는 훤히 알 수 있었다.
[발조장공 태엽오: 기계족 / 바람 / 랭크 5 / ATK 2600 / DEF 1900 / ORU-2 → 1]
세번째로 나타난 엑시즈 몬스터는 합체로봇 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한 파츠를 병합해 놓은 듯한 로봇 한 대. '랜턴'과 '요쿨'이 합쳐진 모습인 'K9-666호 “Jacks”(잭스)' 대신에 저것을 내놓은 이유를 캔필드는 훤히 알 수 있었다.
그 예상에 응하듯 '태엽오'는 먼저 칼날로 이뤄진 인형뽑기 집게 같은 손을 세트된 카드 1장을 향해 뻗었다. 그대로 쥐어서 으스러뜨릴 작정이겠지.
그러자,
그러자,
"그럼 파괴되기 전에 함정 카드 '웰컴 라뷰린스'를 발동. 덱에서 '라뷰린스' 하나를 특수 소환하죠. 가엾고도 겁없는 방문자들을 몸소 맞이하기 위해, 2장째 '레라뷰' 쨩 등장!"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3000 / DEF 2900]
대처에 들어가듯 예고된 함정이 발동되면서 또다른 '라뷰린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뒷면으로 뒤집힌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를 놓고 새롭게 등장한 2장째는 차림새가 사뭇 다르다. 백은의 갑옷으로 갈아입고 백은의 쌍검을 쥔 채 당당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임전 태세를 맞아들이는 듯 했다.
그러나 더 강력한 상대 앞에서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된 그녀는 이내 몸을 숙여 방어 자세로 들어간다.
한 편, 이누카이가 찍은 나머지 하나는 발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태엽오'가 다음으로 뻗은 드릴로 이뤄진 손에 의해 그대로 갈려나가지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부비게임'. 이 카드가 파괴됐으니까 내 묘지의 함정 2장을 다시 필드에 세트합지요. 얘네는 이번 턴에 바로 발동할 수 있다는 말씀."
그마저도 말 그대로 함정. 카드가 터져나가는 즉시 웬 이모티콘이 그려진 카드들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한다. 눈물을 흘리면서 혀를 내밀고 놀리는 듯한 그림은 말 그대로 걸려든 상대를 농락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무대(필드)에 깔린 함정 하나 하나가 '라뷰린스'의 무기. 소모시켜도 다시 복원해나가면서 그녀는 안정적인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다.
덕분에 아직 자신있는 미소를 거두지 않을 수 있었다.
"뭔지 뻔히 보이긴 하지만 쓸 수는 있으니까, 다음은 어쩌실 거에요?"
"배틀, 'Ripper'로 세트 몬스터를 공격."
'Ripper'는 뒷발로 뛰어올라 양손의 바이오 블레이드를 펼치며 돌격한다. 뒷면으로 뒤집힌 '백은 성의 라뷰린스'를 베어 가를 작정이었다.
뻔히 보이는 함정에 알아서 뛰어들다니. 지금의 그녀는 그 수말고 없는 것이겠지.
캔필드 역시 여유만만한 도발의 미소를 흘렸다.
"어이쿠, 방금 세트한 '오뚜기 카르마'를 다시 발동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 '레라뷰' 쨩의 효과를 체인. 덱에서 다른 함정 하나를 다시 세트하지요."
아까와 마찬가지로 붉은 오뚜기 포탑이 나타나 사방에 포격을 벌인다. 이번에는 모든 몬스터가 아무런 피격 없이 숨어 사라졌다.
"마음대로 되는 게 없으니까 속이 터지지 않나요? 이해합니다."
그 광경에 그녀가 보이는 반응은, 또다시 한숨이었다.
서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것도 몇 번째일까.
그만큼 둘 모두 영 탐탁치 않은 상대임이 분명했다.
"잠깐 실례."
그녀는 난데없이 양쪽 안주머니에서 각각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내든다. 패키지 생김새와 배색만 봐도 제법 독한 해외산 브랜드의 담배라는 것쯤은 비흡연자인 캔필드 역시 알 수 있었다.
거기서 꺼낸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는 그 자리에 피우기 시작했다.
독한 담배 연기 때문에 캔필드는 바로 기침이 나와버린다.
이런 식으로 나와봤자 영역 내에서 물리적인 데미지가 가해질 리는 없지만, 불쾌감은 넘어갈 수가 없다. 무엇보다 소중한 카드에 담배 냄새라도 배면 어쩌라는 말인가.
터프한 여성도 취향이라면 취향이었지만, 이 무례함의 연속은 황당할 정도였기에 캔필드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듀얼 중에 흡연이라니. 직장에서 매너도 안 가르쳐주나 봐요?"
"안 가르쳐주지. 할 일 하고 어기는 것만 없으면 터치를 안 하는데."
그녀는 한 모금 또 빨고 나서 고개를 쳐들어 연기를 내뱉는다. 그나마 상대방 바로 앞에서 하지 않는 것이 나름의 배려겠지.
그것까지 감안해도, 캔필드의 미간은 도저히 찌푸려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빼내지 않으면 머릿속이 열기로 차서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아."
설마 어둠의 듀얼이라는 걸 할 때마다 저런 식이었을까. 이름도 얼굴도 알 필요없을 이들에게 잠시나마 동정이 간다.
"하다못해 여기 오기 전에 해결하시지, 왜 여기서?"
몰라서 묻냐는 듯 째려보는 시선이 날아든다.
지금 이 일련의 행위 자체가 불쾌감의 표출이겠지. 자신이 짜증난다는 감상을 그녀는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뭐, 도발이 좀 지나친 건 죄송하긴 한데, 이런 듀얼이라도 즐겁게 풀어나가려면 어쩔 수 없는 양념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즐겁게?"
"그럼요. 그런 썩은 표정으로 일관해서야 될 일도 안 되니까."
어둠 밖에 없는 바닥에 이누카이는 재를 툭툭 털어댄다.
"그런 얘기 다른 데서 들었는데. 내 표정이 썩긴 썩었구나."
"일이 많이 힘드시긴 한가 봐요?"
그 질문의 답변은 먼저 짧은 코웃음. 그녀가 처음으로 보인 웃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솔직히 딱지놀이에 이렇게까지 매달릴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녀는 여전히 팔에 차고 있는 듀얼 디스크를 살핀다. 듀얼에 쓰이고 있는 카드는 전부 D-패드가 출력한 홀로그램이므로 담뱃재 따위가 묻을 일은 없을 터.
"그냥 평범하게 하면 되는 게임에 뭘 자꾸 걸어대고 앉았을까, 어디서 자꾸 이런 놈들이 튀어나오나 의문이었거든. 그걸 유행시킨 놈만 잡아 족치면 어떻게든 정리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지."
확인하고 나서 재를 몇 번 더 털어댄다.
"지금 눈 앞에 그런 분께서 딱 계시는데, 여기서 잡는다고 일이 끝날 것 같지는 않네."
"당연하죠. 저는 그냥 필요한 사람 돕기만 했을 뿐이니까."
"통하지도 않을 소리 나불대지 마라, 쓰레기야."
그리고 나서 꽁초를 바닥에 툭 떨구고는 구둣발로 팍 즈려밟았다.
"너네 도움 때문에 가만히 딱지치던 애가 휘말렸어. 책임질 생각 있었으면 이 자리에서 즐겁게 하자느니 뭐니 하는 소리 꺼내지도 않았겠지."
"……."
"그런 놈한테 뭔 말이 통하겠어? 아는 게 없다고 지껄이는 놈의 말을 뭐하러 귀담아 들어야 돼?"
아, 이건 끝났구만. 캔필드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 최대한 참고 있는 것처럼, 그녀 역시 최대한 참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 와중에도 폭발하기 일보직전이겠지.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당신처럼 강한 애였다면 무사했을 텐데. 안 됐네."
하지만 그 심리를 잘 구워삶는다면 승산은 더 빨리 찾아올 가능성이 있을 터. 분노에 눈이 멀어 달려들 수록 함정은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법이다.
"원수라도 갚는 게 목적이면 진작에 저를 찾아오셨어야죠. 그런 모조품 따위로 기약없는 수색에 시간을 보내느니, 진짜 디젠을 가져서 빠르게 힘을 키워나갔다면 더 빨리 목표를 이뤘을 거 아닙니까?"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는 꽁초를 밟던 발에 힘을 더한다.
무뚝뚝하던 얼굴이 서서히 뒤틀려가는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만화나 애니였다면 이마에 혈관이라도 드러날 지경이겠지.
"속 긁어서 방해할 작정이면 때려쳐라."
"네, 네. 이리저리 간섭해대긴 했지만 당신 턴이니까. 계속 해보시죠."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듀얼을 마무리짓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어차피 이런 자리는 오래 끌면 끌 수록 서로에게 스트레스일 뿐이니까.
"카드를 1장 세트."
그녀 묘지에 있는 '포스레버레이션'은 배틀 페이즈가 끝나거든 다시 필드로 돌아올 수 있는 효과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전투가 실행되어야 성립되는 것이다.
즉 공격 기회가 틀어막힌 시점에서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턴이 돌아올 때까지 침묵이 강요되는 필드 뿐.
"턴 엔드 전에 잠깐, '빅웰컴 라뷰린스'를 발동할게요. 덱에서 '라뷰린스 버틀러 아리아스'를 특수 소환."
[라뷰린스 버틀러 아리아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6 / ATK 1500 / DEF 2500]
"그리고 세트된 '라뷰린스' 쨩을 회수. 이어서 필드의 '아리아스' 씨를 묘지로 보내고 ①의 효과 발동합니다. '라뷰린스' 쨩은 필드로 귀환!"
[백은 성의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2900 / DEF 2900]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다시 나타나버린 '라뷰린스'를 향해, 그리고 그 가증스런 주인을 향해, 이누카이는 여전히 고요한 분노를 드러낸다.
"…턴 엔드."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0장]
"네, 그럼 세트된 '라뷰린스' 쨩들을 전부 반전 소환."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3000 / DEF 2900]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3000 / DEF 2900]
"그리고 세트된 '라뷰린스' 쨩을 회수. 이어서 필드의 '아리아스' 씨를 묘지로 보내고 ①의 효과 발동합니다. '라뷰린스' 쨩은 필드로 귀환!"
[백은 성의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2900 / DEF 2900]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다시 나타나버린 '라뷰린스'를 향해, 그리고 그 가증스런 주인을 향해, 이누카이는 여전히 고요한 분노를 드러낸다.
"…턴 엔드."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0장]
"네, 그럼 세트된 '라뷰린스' 쨩들을 전부 반전 소환."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3000 / DEF 2900]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8 / ATK 3000 / DEF 2900]
"그리고 악마족이 필드에 있을 때 함정 카드 '악마의 기(데몬 글리치)'를 발동. 체인 있으신지?"
"……."
"없으면 '레이디 라뷰린스' 쨩의 효과를 체인. 덱에서 다른 함정 하나를 세트하죠. 이어서 '데몬 글리치'의 효과를 마저 처리. 뒷면 표시의 'Hound'를 파괴하겠습니다. 그 다음 악마족 1장을 덱에서 묘지로."
이미 무력화되었다지만 성가셨던 적 하나를 함정으로 간단히 해치운다. 여기서 '라뷰린스'는 자신의 때가 왔음을 알고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몬스터가 필드에서 벗어났으니 '백은' 쨩의 효과도 발동. 그 세트한 카드를──"
"……."
"없으면 '레이디 라뷰린스' 쨩의 효과를 체인. 덱에서 다른 함정 하나를 세트하죠. 이어서 '데몬 글리치'의 효과를 마저 처리. 뒷면 표시의 'Hound'를 파괴하겠습니다. 그 다음 악마족 1장을 덱에서 묘지로."
이미 무력화되었다지만 성가셨던 적 하나를 함정으로 간단히 해치운다. 여기서 '라뷰린스'는 자신의 때가 왔음을 알고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몬스터가 필드에서 벗어났으니 '백은' 쨩의 효과도 발동. 그 세트한 카드를──"
"파괴 전에 발동한다. 'K9-EW 특수해제실험(익스페리멘틀 레버레이션)'! 이 효과로 묘지의 '루푸스'를 특수 소환."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 다음 '루푸스'를 소재로 'K9' 몬스터를 엑시즈 소환한다. 2장째 'Hound'!"
[K9-ØØ호 "Hound": 야수전사족 / 빛 / 랭크 5 / ATK 2500 / DEF 2500 / ORU-1]
세트 카드를 대처하기도 전에, 해치웠나 싶었던 늑대인간이 기어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캔필드의 필드에도 몬스터가 하나 새로 돌아와 있었다.
[라뷰린스 버틀러 아리아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6 / ATK 1500 / DEF 2500]
"'그 카드 발동하실 때 저도 묘지에서 '아리아스' 씨의 효과를 발동했습니다. '라뷰린스' 카드의 효과에 체인하셨으니까, 자신을 특수 소환할 수가 있죠."
"상대가 묘지에서 효과를 발동한 턴에 '"Case of K9"'의 효과가 발동된다. 이번 턴에도 공격력이 상승."
[K9-ØØ호 "Hound": 2500 → 3400]
캔필드에겐 역시 지금으로선 저 늑대인간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기에, 일단 나머지를 해치우고 보기로 했다.
"그럼 먼저 배틀."
갑옷 차림의 '라뷰린스'가 '이즈나'를 향해 쌍검을 휘두른다. 고독해보이는 '라뷰린스'는 '태엽오'를 향해 자신처럼 창백한 사역마 병사를 소환하여 공격했다.
그리고 '백은 성의 라뷰린스'는 라브린스를 휘둘러 '랜턴'을 격퇴.
이로써 'Hound'를 제외한 'K9'들을 전멸시킬 수 있었다.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 다음 '루푸스'를 소재로 'K9' 몬스터를 엑시즈 소환한다. 2장째 'Hound'!"
[K9-ØØ호 "Hound": 야수전사족 / 빛 / 랭크 5 / ATK 2500 / DEF 2500 / ORU-1]
세트 카드를 대처하기도 전에, 해치웠나 싶었던 늑대인간이 기어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캔필드의 필드에도 몬스터가 하나 새로 돌아와 있었다.
[라뷰린스 버틀러 아리아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6 / ATK 1500 / DEF 2500]
"'그 카드 발동하실 때 저도 묘지에서 '아리아스' 씨의 효과를 발동했습니다. '라뷰린스' 카드의 효과에 체인하셨으니까, 자신을 특수 소환할 수가 있죠."
"상대가 묘지에서 효과를 발동한 턴에 '"Case of K9"'의 효과가 발동된다. 이번 턴에도 공격력이 상승."
[K9-ØØ호 "Hound": 2500 → 3400]
캔필드에겐 역시 지금으로선 저 늑대인간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기에, 일단 나머지를 해치우고 보기로 했다.
"그럼 먼저 배틀."
갑옷 차림의 '라뷰린스'가 '이즈나'를 향해 쌍검을 휘두른다. 고독해보이는 '라뷰린스'는 '태엽오'를 향해 자신처럼 창백한 사역마 병사를 소환하여 공격했다.
그리고 '백은 성의 라뷰린스'는 라브린스를 휘둘러 '랜턴'을 격퇴.
이로써 'Hound'를 제외한 'K9'들을 전멸시킬 수 있었다.
"묘지에 있는 'K9-포스레버레이션'의 효과. 'K9'이 전투를 치른 배틀 페이즈가 끝나면, 필드에 다시 세트할 수 있어."
"난 '레라뷰' 쨩, '아리아스' 씨를 소재로 '트로이메어 피닉스'를 링크 소환."
"난 '레라뷰' 쨩, '아리아스' 씨를 소재로 '트로이메어 피닉스'를 링크 소환."
[트로이메어 피닉스: 악마족 / 화염 / LINK-2 / ATK 1900 / 링크 마커 ↑→]
"패를 1장 버리고 '피닉스'의 효과 발동. 이걸로 '"Case of K9"'을 파괴하겠습니다."
"파괴된 '"Case of K9"'의 ③의 효과 발동. 덱에서 'K9' 속공 마법 1장을 내 필드에 세트한다. 그리고 상대가 묘지에서 효과를 발동한 메인 페이즈에, 묘지에 있는 '루푸스'는 다시 부활."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러나 저쪽의 필드 복원력 역시 만만찮은 수준임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캔필드는 아까 세트해 온 카드를 흘깃한다.
'마음대로 준비하라지.'
어차피 끝은 머지 않았음을 확신하며 그는 부담을 덜어본다.
"그럼…, '백은 라뷰린스' 쨩의 효과로 함정 1장을 내 필드에 세트. 이쯤하고 넘기죠."
"내 턴."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캔필드: 패 0장]
[K9-ØØ호 "Hound": 3400 → 2500]
"스탠바이 페이즈. 'Hound'의 효과는…, 통과. 메인 페이즈."
"영리하시네요."
'루푸스'를 오버레이 유닛으로 남겨서 대상 내성을 유지하시겠다.
물론 방금 세트한 카드가 당장 쓰일 것이므로 효과를 써봤자 무용지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으리라.
"패를 1장 버리고 '피닉스'의 효과 발동. 이걸로 '"Case of K9"'을 파괴하겠습니다."
"파괴된 '"Case of K9"'의 ③의 효과 발동. 덱에서 'K9' 속공 마법 1장을 내 필드에 세트한다. 그리고 상대가 묘지에서 효과를 발동한 메인 페이즈에, 묘지에 있는 '루푸스'는 다시 부활."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러나 저쪽의 필드 복원력 역시 만만찮은 수준임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캔필드는 아까 세트해 온 카드를 흘깃한다.
'마음대로 준비하라지.'
어차피 끝은 머지 않았음을 확신하며 그는 부담을 덜어본다.
"그럼…, '백은 라뷰린스' 쨩의 효과로 함정 1장을 내 필드에 세트. 이쯤하고 넘기죠."
"내 턴."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캔필드: 패 0장]
[K9-ØØ호 "Hound": 3400 → 2500]
"스탠바이 페이즈. 'Hound'의 효과는…, 통과. 메인 페이즈."
"영리하시네요."
'루푸스'를 오버레이 유닛으로 남겨서 대상 내성을 유지하시겠다.
물론 방금 세트한 카드가 당장 쓰일 것이므로 효과를 써봤자 무용지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으리라.
"그치만 늦었거든요. 함정 카드 '차원 장벽'. 선언한 종류에 해당하는 몬스터의 특수 소환을 무효로 하고, 그 몬스터의 효과를 무효로 합니다. 제가 선언할 건 물론 엑시즈 몬스터예요."
"적용 전에 속공 마법 'K9-LC 구속해제(레버레이션)'을 체인. 필드의 'Hound'를 소재로…."
"함정 카드 '도미나스 임펄스'로 체인. 특수 소환을 포함하는 마법의 효과를 무효로 합니다."
"아직 하나 더 있다."
쯧, 하고 캔필드는 희미하게 혀를 차봤다. 계산상 남아버린 1장으로 이 때 치고 올 수밖에 없겠지.
"속공 마법 'K9-EX 포스레버레이션'! 이걸로 'Hound'의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재구축!"
체인이 진행되면서 'Hound'는 성공적으로 변신에 들어가고 있었다.
다시 고통스러워보이는 듯한 경련을 일으킨 끝에 골격이 한 층 더 변화한다. 아직 몸에 걸쳐져 있던 옷가지가 서서히 찢겨져 나가고, 몸을 뒤덮은 창백한 털이 드러난다. 얼굴은 한 층 더 사나워지면서 말 그대로 늑대의 것이 되어갔다.
"적용 전에 속공 마법 'K9-LC 구속해제(레버레이션)'을 체인. 필드의 'Hound'를 소재로…."
"함정 카드 '도미나스 임펄스'로 체인. 특수 소환을 포함하는 마법의 효과를 무효로 합니다."
"아직 하나 더 있다."
쯧, 하고 캔필드는 희미하게 혀를 차봤다. 계산상 남아버린 1장으로 이 때 치고 올 수밖에 없겠지.
"속공 마법 'K9-EX 포스레버레이션'! 이걸로 'Hound'의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재구축!"
체인이 진행되면서 'Hound'는 성공적으로 변신에 들어가고 있었다.
다시 고통스러워보이는 듯한 경련을 일으킨 끝에 골격이 한 층 더 변화한다. 아직 몸에 걸쳐져 있던 옷가지가 서서히 찢겨져 나가고, 몸을 뒤덮은 창백한 털이 드러난다. 얼굴은 한 층 더 사나워지면서 말 그대로 늑대의 것이 되어갔다.
"'K9-EX "Werwolf(웨어울프)"'!"
[K9-EX "Werwolf": 야수전사족 / 빛 / 랭크 9 / ATK 3300 / DEF 2500 / ORU-2]
그렇게 일깨워지는 야성에 지배당한 늑대인간(웨어울프)은 인사하듯 울부짖었다.
"기어이 부르셨네. 하지만 '차원 장벽'의 효과는 적용됐다구요. 그 효과는 못 쓰게 됐단 말이죠."
"'포스레버레이션'의 효과는 남았어. 필드의 카드 1장을 파괴한다."
'Werewolf'가 내지른 포효의 여파인지, '백은 성의 라뷰린스'는 괴로워하듯 신음하다 그대로 필드에서 사라진다.
함정이 발동하자마자 칼같이 다른 카드의 효과가 치고 들어왔기에 '레이디 오브 더 라뷰린스'의 효과를 발동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리고 2장째 '카오틱 엘리멘츠' 발동. 묘지의 '랜턴'을 회수. 묘지의 '요쿨'을 지정하고 패에 있는 '랜턴'의 효과 발동. 이번에도 둘은 특수 소환된다."
[K9-66b호 랜턴: 화염족 / 어둠 / 레벨 5 / ATK 2000 / DEF 1900]
[K9-66a호 요쿨: 물족 / 어둠 / 레벨 5 / ATK 2000 / DEF 1900]
'어, 잠깐…'
"'랜턴'의 효과로 '“Case of K9”', '요쿨'의 효과로 여분의 '루푸스'를 덱에서 서치한다. 그 다음 '“Case of K9”을 발동. 덱에서 '노로이'를 서치."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랜턴'을 릴리스. '노로이'를 어드밴스 소환. 효과로 덱에 있는 3장째 '이즈나'를 특수 소환. 효과로 덱에서 'K9' 카드 하나를 묘지로 보낸다."
[K9-66b호 노로이: 기계족 / 땅 / 레벨 5 / ATK 2200 / DEF 1500]
[K9-17호 이즈나: 전사족 / 바람 / 레벨 5 / ATK 2100 / DEF 1600]
"엑시즈 소환을 막았단 말이지. 그럼 그냥 때리면 그만이야."
순식간에 다시 차버린 필드, 그리고 한 층 더 매서워진 상대의 눈매를 바라보며 캔필드는 마른침을 삼킨다.
'…이거, 생각보다 빡셀지도.'
이럴줄 알았으면 '시오르페골 딩기르수'라도 투입할걸. '트로이메어 피닉스' 대신 그거라도 꺼냈더라면 '"Case of K9"'의 효과가 터져서 이 지경이 되는 일까지는 없었으리라.
하다못해 '오뚜기 카르마'나 다시 세트했으면 이번 공격을 막을 수라도 있었겠지.
그런 뒤늦은 후회를 하는 캔필드에게 이누카이는 자비없이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배틀. 'Werewolf'로 '레이디 라뷰린스'를 공격."
무력화된줄로만 알았던 'Werwolf'가 'Hound' 때보다 한층 더 예리해진 발톱을 휘두른다. 그 일격은 쌍검 2자루로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기에, 갑옷이 뜯겨나간 '라뷰린스'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격퇴되었다.
[캔필드: LP 8000 → 7700]
"'요쿨'로 '트로이메어 피닉스'를 공격."
그 다음 '요쿨'이 양팔에 차고 있는 무기를 시동한다. 시퍼런 형광빛이 기체 표면을 뒤덮은 직후, 총구 끝에서 냉기 가득한 빔이 발사되었다.
불처럼 새빨간 '피닉스'의 몸뚱아리는 곧 그것에 맞아 통째로 얼어붙고, 산산조각나며 흩어졌다.
[캔필드: LP 7700 → 7600]
"나머지 셋으로 다이렉트 어택."
캔필드 역시 세 번 연속으로 닥쳐오는 공격을 맞이해야 했다.
단검 한 자루에 찍히고, 낫질 두 번에 썰리며 나가떨어진 그는, 이윽고 저주 서린 부적이 몸에 붙자 인두라도 지진 듯 비명을 지른다.
[캔필드: 7600 → 1000]
부적이 사라지고 나서야 공격이 그쳤음을 확인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일어나."
그리고 숨을 턱 막히게 만드는 목소리가 캔필드의 귓속을 건드린다.
"숨이 붙어있으니까 아직 덜 맞았은 거야."
쓰러진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살기만큼은 피부에 싸늘하게 닿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픔은 질색이다. 실체로서 다가오는 폭력도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예측 못 할 싸움을 피하려는 것인데. 이런 건 그의 전문이 아니었다.
그런 게 필요없는 세상이 좀처럼 오지를 않으니, 참으로 각박한 현실이 아닐 수가 없다.
속으로 푸념하면서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숨이 꺼지기라도 하면, 당신네 윗쪽에서 아쉬워 할 텐데."
"그건 내 관할 밖이니까."
"…하."
여전히 몸은 욱신거리지만 갑자기 웃음이 튀어나왔다.
"역시 머리가 분노로 가득하시잖아. 그런 인간이 질서와 평화를 위하는 자리에서 뭘 하고 있냐구요?"
그녀에게서 더 뒤틀릴 얼굴이 남아있었음을 깨닫는다.
피곤에 찌들어 보이던 첫인상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아무리 봐도 선택을 잘못했다니까. 나 같은 사람을 찾아왔어야지."
"닥쳐."
"당신의 소중한 그 애를 누가 망쳐놨는지, 어떻게 해야 그 놈을 조질지 알아내게 도와줬을 텐데."
"닥치라고 했다."
"그것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편하고 좋았잖아? 뭐하러 거창한 대의를 품어서 자기 정신을 갉아먹고 앉았냐 이거에요."
"안 닥쳐!?"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구나. 저렇게까지 얼굴을 구길 수가 있구나. 캔필드는 감탄마저 나왔다.
그리고는 희망을 느낀다. 그렇게 분노해주면 된다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이성 따위 감정에 맡겨서 불확실한 미래와 함께 날려버리면 그만이다.
심심찮게 보이던 고객 분들처럼 그래준다면야 캔필드로서는 참으로 편한 일이었다.
아름답지 못한 것이 그렇게 하나둘씩 사라져 줘야 꿈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질 테니.
"참, 지금까지 용케 버텨오셨어."
"…엔드 페이즈에 '익스페리멘틀 레버레이션'을 제외하고 ②의 효과 발동. 내 묘지에서 'K9' 속공 마법 1장을 세트한다. 턴 엔드."
"네, 알겠습니다."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그런 것들과는 달리 미래를 거머쥐어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가 있을까?
그 답이 지금 뽑은 카드에 걸렸다.
"2장째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 발동. 이번에도 6장 제외하고 2장을 드로우."
물론 그걸 확실히 거머쥘 수 있도록 하는 대책 역시 필요했다.
[캔필드: LP 8000 → 7700]
"'요쿨'로 '트로이메어 피닉스'를 공격."
그 다음 '요쿨'이 양팔에 차고 있는 무기를 시동한다. 시퍼런 형광빛이 기체 표면을 뒤덮은 직후, 총구 끝에서 냉기 가득한 빔이 발사되었다.
불처럼 새빨간 '피닉스'의 몸뚱아리는 곧 그것에 맞아 통째로 얼어붙고, 산산조각나며 흩어졌다.
[캔필드: LP 7700 → 7600]
"나머지 셋으로 다이렉트 어택."
캔필드 역시 세 번 연속으로 닥쳐오는 공격을 맞이해야 했다.
단검 한 자루에 찍히고, 낫질 두 번에 썰리며 나가떨어진 그는, 이윽고 저주 서린 부적이 몸에 붙자 인두라도 지진 듯 비명을 지른다.
[캔필드: 7600 → 1000]
부적이 사라지고 나서야 공격이 그쳤음을 확인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일어나."
그리고 숨을 턱 막히게 만드는 목소리가 캔필드의 귓속을 건드린다.
"숨이 붙어있으니까 아직 덜 맞았은 거야."
쓰러진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살기만큼은 피부에 싸늘하게 닿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픔은 질색이다. 실체로서 다가오는 폭력도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예측 못 할 싸움을 피하려는 것인데. 이런 건 그의 전문이 아니었다.
그런 게 필요없는 세상이 좀처럼 오지를 않으니, 참으로 각박한 현실이 아닐 수가 없다.
속으로 푸념하면서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숨이 꺼지기라도 하면, 당신네 윗쪽에서 아쉬워 할 텐데."
"그건 내 관할 밖이니까."
"…하."
여전히 몸은 욱신거리지만 갑자기 웃음이 튀어나왔다.
"역시 머리가 분노로 가득하시잖아. 그런 인간이 질서와 평화를 위하는 자리에서 뭘 하고 있냐구요?"
그녀에게서 더 뒤틀릴 얼굴이 남아있었음을 깨닫는다.
피곤에 찌들어 보이던 첫인상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아무리 봐도 선택을 잘못했다니까. 나 같은 사람을 찾아왔어야지."
"닥쳐."
"당신의 소중한 그 애를 누가 망쳐놨는지, 어떻게 해야 그 놈을 조질지 알아내게 도와줬을 텐데."
"닥치라고 했다."
"그것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편하고 좋았잖아? 뭐하러 거창한 대의를 품어서 자기 정신을 갉아먹고 앉았냐 이거에요."
"안 닥쳐!?"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구나. 저렇게까지 얼굴을 구길 수가 있구나. 캔필드는 감탄마저 나왔다.
그리고는 희망을 느낀다. 그렇게 분노해주면 된다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이성 따위 감정에 맡겨서 불확실한 미래와 함께 날려버리면 그만이다.
심심찮게 보이던 고객 분들처럼 그래준다면야 캔필드로서는 참으로 편한 일이었다.
아름답지 못한 것이 그렇게 하나둘씩 사라져 줘야 꿈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질 테니.
"참, 지금까지 용케 버텨오셨어."
"…엔드 페이즈에 '익스페리멘틀 레버레이션'을 제외하고 ②의 효과 발동. 내 묘지에서 'K9' 속공 마법 1장을 세트한다. 턴 엔드."
"네, 알겠습니다."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그런 것들과는 달리 미래를 거머쥐어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가 있을까?
그 답이 지금 뽑은 카드에 걸렸다.
"2장째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 발동. 이번에도 6장 제외하고 2장을 드로우."
물론 그걸 확실히 거머쥘 수 있도록 하는 대책 역시 필요했다.
"여기서 묘지의 '비웃는 흑산양(룸펠 토이펠)'을 제외하고 ②의 효과를 체인. 제가 선언한 카드명의 몬스터가 필드에서 발동하는 효과를, 서로 이번 턴에 발동할 수 없습니다. 제가 선언할 건 'K9-EX "Werewolf(웨어울프)"'."
[캔필드: 패 2장]
"그럼 '루푸스'의 효과를 발동. 이 순간에 엑시즈 소환을 실행한다. '루푸스' 자신과 '이즈나'를 소재로 2장째 'Ripper(리퍼)'를 엑시즈 소환. 그리고 세트한 '레버레이션'을 발동. 'Werewolf'를 소재로 3장째 'Hound'를 엑시즈 소환."
[캔필드: 패 2장]
"그럼 '루푸스'의 효과를 발동. 이 순간에 엑시즈 소환을 실행한다. '루푸스' 자신과 '이즈나'를 소재로 2장째 'Ripper(리퍼)'를 엑시즈 소환. 그리고 세트한 '레버레이션'을 발동. 'Werewolf'를 소재로 3장째 'Hound'를 엑시즈 소환."
[K9-17호 “Ripper": 전사족 / 바람 / 랭크 5 / ATK 2300 / DEF 1800 / ORU-2]
[K9-ØØ호 "Hound": 야수전사족 / 빛 / 랭크 5 / ATK 2500 / DEF 2500 / ORU-3]
패와 묘지에서 발동하는 효과를 막아버릴 대책과 필드에서 버틸 수단까지 마련해 놓다니. 이성은 이 순간까지도 그녀를 붙들어매고 있다.
역시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드에 더욱 사랑받고 있는 쪽이 누구인지 곧 알게 되리라.
"배틀 페이즈."
뜬금없는 선언을 듣자마자 이누카이의 표정이 더욱 찡그려진다.
[K9-ØØ호 "Hound": 야수전사족 / 빛 / 랭크 5 / ATK 2500 / DEF 2500 / ORU-3]
패와 묘지에서 발동하는 효과를 막아버릴 대책과 필드에서 버틸 수단까지 마련해 놓다니. 이성은 이 순간까지도 그녀를 붙들어매고 있다.
역시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드에 더욱 사랑받고 있는 쪽이 누구인지 곧 알게 되리라.
"배틀 페이즈."
뜬금없는 선언을 듣자마자 이누카이의 표정이 더욱 찡그려진다.
"그리고 종료. 여기서 함정 카드 '길항승부' 발동. 자, 한 장만 남기세요."
"…'Ripper'를 선택."
카드 1장의 역습으로 역전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무리들이 한 방에 쓸려나간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턴마다 발동할 수 있는 제외 효과에 요구되는 오버레이 유닛 3개에 '루푸스'의 대상 내성 능력까지 부여받은 'Hound'가 아닌 'Ripper' 쪽이었다.
분명 앞으로 그가 전개에 쓸 효과에 대비하기 위한 견제책을 남겨놓기로 택한 것이겠지. 나름대로 이성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어설프다고 그는 감히 평가할 수 있었다. 자신을 얕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까.
아니면 슬슬 한계라도 찾아왔다고 볼 여지도 있었다.
"이어서 일반 함정의 효과로 필드의 몬스터가 날아갔으니, 묘지에 있는 '라뷰린스 스토피', 그리고 '웰컴 라뷰린스'의 효과도 쓰겠습니다. 내 필드에 다시 세트. 그 다음 '스토피'는 필드에 특수 소환."
[라뷰린스 스토피: 악마족 / 어둠 / 레벨 2 / ATK 0 / DEF 2000]
'Ripper'의 효과를 발동할 기회를 내주지 않은 덕분에 소재가 될 몬스터 하나가 차려진다.
"묘지에 있는 몬스터 효과를 발동한 턴에, 묘지의 '루푸스'도 특수 소환."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럼…, '라뷰린스 서번츠 아리안느' 쨩을 소환. 세트한 '웰컴 라뷰린스'를 묘지로 보내고 ①의 효과 발동하겠습니다. 2장째 '아리안나' 쨩 등장. 그 효과로 '라뷰린스 세팅'을 서치."
[라뷰린스 스토피: 악마족 / 어둠 / 레벨 2 / ATK 0 / DEF 2000]
'Ripper'의 효과를 발동할 기회를 내주지 않은 덕분에 소재가 될 몬스터 하나가 차려진다.
"묘지에 있는 몬스터 효과를 발동한 턴에, 묘지의 '루푸스'도 특수 소환."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럼…, '라뷰린스 서번츠 아리안느' 쨩을 소환. 세트한 '웰컴 라뷰린스'를 묘지로 보내고 ①의 효과 발동하겠습니다. 2장째 '아리안나' 쨩 등장. 그 효과로 '라뷰린스 세팅'을 서치."
[라뷰린스 서번츠 아리안느: 악마족 / 어둠 / 레벨 4 / ATK 1800 / DEF 1200]
[라뷰린스 서번츠 아리안나: 악마족 / 어둠 / 레벨 4 / ATK 1200 / DEF 2000]
여기에 똑 닮아 있도록 만들어진 하녀 자매까지. 둘이 붙어 있는 광경은 캔필드로서 언제 봐도 흐뭇해지는 것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래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어둠 속성인 '아리안느' 쨩, '아리안나' 쨩, '스토피'를 튜닝. '카오스 앙헬-혼돈의 쌍익-'을 싱크로 소환! '카오스 앙헬'의 효과로 'Ripper' 쨩을 제외하도록 하겠어요."
[카오스 앙헬-혼돈의 쌍익-: 악마족 / 어둠 / 레벨 10 / ATK 3500 / DEF 2800]
적이라지만 충분히 아리따운 것을 해치울 때도 그렇다. '카오스 앙헬'이 양손에서 응축시킨 빛과 어둠의 혼합물을 발사하자, 여기에 맞은 'Ripper'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은 썩 편치만은 않은 광경이었다.
그 때마다 캔필드는 닿을지 말지 알 수 없는 사과를 보내고는 했다. 이것 역시 희미한 몽상에 가까워지기 위한 일환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라뷰린스 서번츠 아리안나: 악마족 / 어둠 / 레벨 4 / ATK 1200 / DEF 2000]
여기에 똑 닮아 있도록 만들어진 하녀 자매까지. 둘이 붙어 있는 광경은 캔필드로서 언제 봐도 흐뭇해지는 것이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래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어둠 속성인 '아리안느' 쨩, '아리안나' 쨩, '스토피'를 튜닝. '카오스 앙헬-혼돈의 쌍익-'을 싱크로 소환! '카오스 앙헬'의 효과로 'Ripper' 쨩을 제외하도록 하겠어요."
[카오스 앙헬-혼돈의 쌍익-: 악마족 / 어둠 / 레벨 10 / ATK 3500 / DEF 2800]
적이라지만 충분히 아리따운 것을 해치울 때도 그렇다. '카오스 앙헬'이 양손에서 응축시킨 빛과 어둠의 혼합물을 발사하자, 여기에 맞은 'Ripper'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은 썩 편치만은 않은 광경이었다.
그 때마다 캔필드는 닿을지 말지 알 수 없는 사과를 보내고는 했다. 이것 역시 희미한 몽상에 가까워지기 위한 일환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다음은 속공 마법 '라뷰린스 세팅'. 묘지의 '웰컴'과 '빅웰컴'을 회수. 악마족 몬스터가 내 필드에 있으니까, 덱에서 '라뷰린스'가 아닌 일반 함정을 2장 세트하겠습니다."
그 어쩔 수 없는 일들을 거치며 이번에도 살아남겠다는 것이 과욕이라면 과욕이겠지. 애정할 만한 것들을 전부 손에 넣겠다는 욕심 만큼이나.
전부 감수해야 버틸 수가 있다. 나아가 '즐긴다'면 기다린다는 감각으로 흘러가듯 보낼 수가 있을 터였다.
즐겁지 않은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을 옛적에 깨달았기에, 더 편했을 인생을 집어치운 그였으니까.
"이번 턴도 종료. 잘 해보시죠."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캔필드: 패 0장]
패를 바라보는 이누카이의 얼굴이 다시 차분함을 되찾는다. 몇 대를 때려도 모자랄 비열한 미소를 앞두고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분명 'Ripper' 대신 'Hound'를 남겼더라면 아까운 엑시즈 몬스터가 날아갈 일도 없었을 터. 허망하게 쓰러진 몬스터들은 주인을 원망할 수밖에 없을 테지.
그럼에도 방금까지 체험한 상대 덱의 위력을 보건대, 아직 그를 쓰러뜨릴 수가 남아있을 것이 틀림없다.
캔필드로서는 다시 숨을 죽여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 어쩔 수 없는 일들을 거치며 이번에도 살아남겠다는 것이 과욕이라면 과욕이겠지. 애정할 만한 것들을 전부 손에 넣겠다는 욕심 만큼이나.
전부 감수해야 버틸 수가 있다. 나아가 '즐긴다'면 기다린다는 감각으로 흘러가듯 보낼 수가 있을 터였다.
즐겁지 않은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을 옛적에 깨달았기에, 더 편했을 인생을 집어치운 그였으니까.
"이번 턴도 종료. 잘 해보시죠."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캔필드: 패 0장]
패를 바라보는 이누카이의 얼굴이 다시 차분함을 되찾는다. 몇 대를 때려도 모자랄 비열한 미소를 앞두고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분명 'Ripper' 대신 'Hound'를 남겼더라면 아까운 엑시즈 몬스터가 날아갈 일도 없었을 터. 허망하게 쓰러진 몬스터들은 주인을 원망할 수밖에 없을 테지.
그럼에도 방금까지 체험한 상대 덱의 위력을 보건대, 아직 그를 쓰러뜨릴 수가 남아있을 것이 틀림없다.
캔필드로서는 다시 숨을 죽여야 할 타이밍이었다.
"공격력 2000 이상의 몬스터가 내 필드에 존재하면, 패에 있는 '오버레이 부스터'를 특수 소환할 수 있어."
[오버레이 부스터: 전사족 / 빛 / 레벨 5 / ATK 2000 / DEF 0]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함정 카드 '강제 탈출 장치'. '오버레이 부스터'를 패로 되돌리겠습니다."
엑시즈 소환을 하게 놔둘까 보냐.
그 발악으로 발동된 기계 장치에 '오버레이 부스터'가 갑작스럽게 빨려들어가고는, 사출구로부터 시커먼 상공을 향해 발사되면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걸 어쩌나? 그거 분명 1턴에 1번밖에 특수 소환 못하는 거였죠?"
그녀 역시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오고가고 있으리라.
최우선 목표는 어떻게든 역전의 수를 잡아서 자신을 있는 힘껏 뭉개버리는 것이겠지.
할 수 있으면 해보라니까.
그런 심리로 캔필드의 입꼬리는 다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럼 배틀, '루푸스'로 '카오스 앙헬'을 공격."
그러던 그는 순간 귀를 의심한다.
명백히 공격력 차가 벌어지는 두 몬스터에게 전투를 벌이게 하다니.
'루푸스'가 붉은 눈을 번뜩이면서 단검을 쥐고 뛰어들자, '카오스 앙헬'은 한 손에 빛, 한 손에 어둠으로 이뤄진 덩어리를 생성시키고는 합쳐서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불길한 물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달려드는 적을 비웃듯, 그 덩어리를 발사해서 순식간에 증발시켜버린다.
[이누카이 히토하: LP 8000 → 6800]
설마하니 첫 데미지를 이런 식으로 주게 될 줄이야.
무슨 생각인가, 캔필드가 궁리하려는 찰나 이누카이는 곧바로 답을 설명한다.
"배틀 페이즈 종료시 '레버레이션'과 '포스레버레이션'의 효과를 발동. 다시 내 필드로 세트한다. 메인 페이즈 2. 카드를 1장 세트. 턴 엔드."
"턴 엔드 전에 '데몬 글리치'를 또 발동. 방금 세트하신 카드를 파괴. 그리고 덱에서 악마족 1장을 또 묘지로."
확인된 세트 카드는 2장째 '익스페리멘틀 레버레이션'. 예상대로 또다시 노리고 있던 역습을 그는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오버레이 부스터: 전사족 / 빛 / 레벨 5 / ATK 2000 / DEF 0]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함정 카드 '강제 탈출 장치'. '오버레이 부스터'를 패로 되돌리겠습니다."
엑시즈 소환을 하게 놔둘까 보냐.
그 발악으로 발동된 기계 장치에 '오버레이 부스터'가 갑작스럽게 빨려들어가고는, 사출구로부터 시커먼 상공을 향해 발사되면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걸 어쩌나? 그거 분명 1턴에 1번밖에 특수 소환 못하는 거였죠?"
그녀 역시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오고가고 있으리라.
최우선 목표는 어떻게든 역전의 수를 잡아서 자신을 있는 힘껏 뭉개버리는 것이겠지.
할 수 있으면 해보라니까.
그런 심리로 캔필드의 입꼬리는 다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럼 배틀, '루푸스'로 '카오스 앙헬'을 공격."
그러던 그는 순간 귀를 의심한다.
명백히 공격력 차가 벌어지는 두 몬스터에게 전투를 벌이게 하다니.
'루푸스'가 붉은 눈을 번뜩이면서 단검을 쥐고 뛰어들자, '카오스 앙헬'은 한 손에 빛, 한 손에 어둠으로 이뤄진 덩어리를 생성시키고는 합쳐서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불길한 물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달려드는 적을 비웃듯, 그 덩어리를 발사해서 순식간에 증발시켜버린다.
[이누카이 히토하: LP 8000 → 6800]
설마하니 첫 데미지를 이런 식으로 주게 될 줄이야.
무슨 생각인가, 캔필드가 궁리하려는 찰나 이누카이는 곧바로 답을 설명한다.
"배틀 페이즈 종료시 '레버레이션'과 '포스레버레이션'의 효과를 발동. 다시 내 필드로 세트한다. 메인 페이즈 2. 카드를 1장 세트. 턴 엔드."
"턴 엔드 전에 '데몬 글리치'를 또 발동. 방금 세트하신 카드를 파괴. 그리고 덱에서 악마족 1장을 또 묘지로."
확인된 세트 카드는 2장째 '익스페리멘틀 레버레이션'. 예상대로 또다시 노리고 있던 역습을 그는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그럼 제 턴. '악마양 로리스' 쨩 소환. 효과로 묘지나 제외 상태인 함정을 6장까지 되돌리고, 되돌린 카드 3장당 1장씩 드로우합니다."
[악마양 로리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3 / ATK 1500 / DEF 500]
[캔필드: 패 2장]
패나 묘지에서 섣불리 몬스터 효과를 쓰는 순간 또다시 엑시즈 소환을 써서 덤벼오겠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장은 그럴 상황이 갖춰지지 않았다.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를 2장씩이나 써버린 이상 엑스트라 덱에서 꺼내 올 몬스터도 더는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면 그냥 때려주기로 하자. 그녀가 자신한테 그러했듯이.
"이대로 배틀, '로리스' 쨩, 그리고 '카오스 앙헬'로 다이렉트 어택."
먼저 소녀 모습을 한 악마 '로리스'가 가볍게 몸을 날려서 이누카이에게 발차기를 먹인다.
그럼에도 미세하게 움찔거릴 뿐 별 반응이 없자, 다음에는 '카오스 앙헬'이 '루푸스'를 증발시켰던 에너지 덩어리를 또다시 생성시키고는 그녀를 향해 내던졌다.
[이누카이 히토하: LP 6800 → 1800]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을 테니 맞은 육체가 떠밀리는 와중에도, 그녀에게서는 자신이 내지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신음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끈질김에 걸맞는 인내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럼 1장 세트. 턴 엔드."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캔필드: 패 1장]
퀭한 시선은 여전하다. 저 메마른 눈으로부터 당장이라도 독기가 터져나올 것만 같다.
저 지경까지 이르게 한 것은 분명 집념이겠지. 꿈을 향해 타인을 마음대로 주물러온 자신 같은 인간이 본의 아니게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캔필드는 내심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분명 자신보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강인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하지만 듀얼이라면 어떨까.
[악마양 로리스: 악마족 / 어둠 / 레벨 3 / ATK 1500 / DEF 500]
[캔필드: 패 2장]
패나 묘지에서 섣불리 몬스터 효과를 쓰는 순간 또다시 엑시즈 소환을 써서 덤벼오겠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장은 그럴 상황이 갖춰지지 않았다.
'욕망과 졸부의 항아리'를 2장씩이나 써버린 이상 엑스트라 덱에서 꺼내 올 몬스터도 더는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면 그냥 때려주기로 하자. 그녀가 자신한테 그러했듯이.
"이대로 배틀, '로리스' 쨩, 그리고 '카오스 앙헬'로 다이렉트 어택."
먼저 소녀 모습을 한 악마 '로리스'가 가볍게 몸을 날려서 이누카이에게 발차기를 먹인다.
그럼에도 미세하게 움찔거릴 뿐 별 반응이 없자, 다음에는 '카오스 앙헬'이 '루푸스'를 증발시켰던 에너지 덩어리를 또다시 생성시키고는 그녀를 향해 내던졌다.
[이누카이 히토하: LP 6800 → 1800]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을 테니 맞은 육체가 떠밀리는 와중에도, 그녀에게서는 자신이 내지른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신음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끈질김에 걸맞는 인내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럼 1장 세트. 턴 엔드."
[이누카이 히토하: 패 2장]
[캔필드: 패 1장]
퀭한 시선은 여전하다. 저 메마른 눈으로부터 당장이라도 독기가 터져나올 것만 같다.
저 지경까지 이르게 한 것은 분명 집념이겠지. 꿈을 향해 타인을 마음대로 주물러온 자신 같은 인간이 본의 아니게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캔필드는 내심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분명 자신보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강인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하지만 듀얼이라면 어떨까.
"'탐욕의 항아리'. 묘지의 몬스터를 5장 되돌리고 2장을 드로우."
[이누카이 히토하: 패 3장]
그 냉정한 태도로 캔필드는 알 수 있었다. 일단 또다시 숨을 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음을.
"필드에 카드가 없는 세로열이 있으면, 패에서 '조급한 토마'를 특수 소환할 수 있지. '토마'의 공격력은 2000. 따라서 '오버레이 부스터'는 특수 소환할 수 있다."
[조급한 토마: 야수족 / 바람 / 레벨 5 / ATK 2000 / DEF 1800]
[오버레이 부스터: 전사족 / 빛 / 레벨 5 / ATK 2000 / DEF 0]
붉은 털의 말에 끌려가듯이 타고 있는 토끼 한 마리와 함께, 방금 날려보냈던 '오버레이 부스터'가 돌아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걱정할 필요 따위 없다. 카드에 사랑받는 자신에게 대책은 언제든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럼 또다시 '차원 장벽' 발동. 이번에도 선언하는 건 엑시즈 소환."
이걸로 끝났다.
그렇게 단언하려던 순간──
"'조급한 토마'의 효과. 이번 턴에 원래 공격력을 절반으로 하면 직접 공격이 가능하다."
[조급한 토마: ATK 2000 → 1000]
아차, 저런 효과가 있었지.
눈을 번뜩이면서 당장이라도 뛰쳐들 기세였던 말의 표정을 보며 캔필드는 깨닫는다.
"그동안 끈질기게도 버텼다만, 슬슬 끝낼 때가 된 모양이다."
하필이면 그 깎아내린 공격력이 딱 남은 LP 수치와 겹친다.
다음 턴만 버티고 '카오스 앙헬'로 날려버릴 수 있다면 승리가 눈앞이거늘.
"배틀. '조급한 토마'로 다이렉트 어택."
표정이 굳은 캔필드를 향해 '토마'는 달려든다. 앞발로 걷어차서 그대로 끝장을 내버리려던 순간,
"패에 있는 '배틀 페이더'의 효과 발동. 직접 공격을 받는 순간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합니다."
[배틀 페이더: 악마족 / 어둠 / 레벨 1 / ATK 0 / DEF 0]
캔필드의 패에서 대기하고 있던 또다른 악마가 난입하는 것이었다.
악마는 시계추처럼 생긴 팔을 좌우로 흔들어 음파를 발생시켰고, '토마'는 그 파동을 버티지 못해 떠밀려난다.
덕분에 공격이 저지되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메인 페이즈 2. 패에서 몬스터 효과를 썼으니까, '루푸스'는 이번에도 특수 소환."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럼에도 끈질기게 살아나는 몬스터는 가뜩이나 가증스럽지만, 주인을 닮은 저 퀭한 눈은 특히나 가증스럽다.
"끈질기다니. 사돈 남말 하시네."
"턴 엔드. 어차피 다음 턴이 마지막일 거다."
"…그러게요."
캔필드에게 남은 엑스트라 덱의 카드 매수는 0장. 반면 저쪽은 탐욕의 항아리를 써서 엑시즈 몬스터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선보이지 않은 다른 전력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마당에 기어이 또다시 나온 '루푸스'가 다음 턴이 오자 마자 뭘 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각자 뭐가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테니, 방금 전 이누카이의 발언은 틀린 것 하나 없다.
'지금 뽑는 카드에 모든 게 걸렸단 말이지. 또 이런 식이네.'
이 상황에 치닫게 만들 정도로 만만찮은 상대라는 점에서 그녀는 찬사받을 가치가 있다.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요컨대 마지막 턴.
그걸 확신한 캔필드가 카드를 뽑아든 직후,
"스탠바이 페이즈에 '루푸스'의 효과. 바로 엑시즈 소환을──"
[배틀 페이더: 악마족 / 어둠 / 레벨 1 / ATK 0 / DEF 0]
캔필드의 패에서 대기하고 있던 또다른 악마가 난입하는 것이었다.
악마는 시계추처럼 생긴 팔을 좌우로 흔들어 음파를 발생시켰고, '토마'는 그 파동을 버티지 못해 떠밀려난다.
덕분에 공격이 저지되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메인 페이즈 2. 패에서 몬스터 효과를 썼으니까, '루푸스'는 이번에도 특수 소환."
[K9-ØØ호 루푸스: 야수전사족 / 땅 / 레벨 5 / ATK 2300 / DEF 200]
그럼에도 끈질기게 살아나는 몬스터는 가뜩이나 가증스럽지만, 주인을 닮은 저 퀭한 눈은 특히나 가증스럽다.
"끈질기다니. 사돈 남말 하시네."
"턴 엔드. 어차피 다음 턴이 마지막일 거다."
"…그러게요."
캔필드에게 남은 엑스트라 덱의 카드 매수는 0장. 반면 저쪽은 탐욕의 항아리를 써서 엑시즈 몬스터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선보이지 않은 다른 전력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마당에 기어이 또다시 나온 '루푸스'가 다음 턴이 오자 마자 뭘 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각자 뭐가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테니, 방금 전 이누카이의 발언은 틀린 것 하나 없다.
'지금 뽑는 카드에 모든 게 걸렸단 말이지. 또 이런 식이네.'
이 상황에 치닫게 만들 정도로 만만찮은 상대라는 점에서 그녀는 찬사받을 가치가 있다.
[캔필드: 패 1장]
[이누카이 히토하: 패 1장]
요컨대 마지막 턴.
그걸 확신한 캔필드가 카드를 뽑아든 직후,
"스탠바이 페이즈에 '루푸스'의 효과. 바로 엑시즈 소환을──"
"속공 마법 '금지된 일적'!"
덱은 대답해주었다. 이번에도 승리는 그의 차지라는 것을.
"'로리스' 쨩을 묘지로 보내고, '루푸스'의 효과를 무효로. 덤으로 공격력도 반으로 다운!"
[K9-ØØ호 루푸스: ATK 2300 → 1150]
불길한 분위기의 성배로부터 떨어진 물 한 방울이 바닥에 잔잔히 퍼지면서, 그 파문 위에 서있던 '루푸스'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력화된다.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가 물건너간 것이다.
"참 아슬아슬했네."
십년감수한 심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캔필드는, 긴장을 낮추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패색이 바로 코앞임에도 저놈의 시선은 그대로였다. 눈으로 온 힘을 다해 욕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안됐어요. 제 쪽이 쬐끔 더 운이 따라줘서."
그럼에도 그녀는 될 수 있는대로 가슴을 억누른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잠깐 묻자."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러시죠."
"이런 짓을 해서까지 원하는 게 뭐야?"
"글쎄. 그냥 세상을 보기 좋게 바꾸고 싶은 것 뿐이랄까."
친절하게 대답을 해줬을 뿐인데 저렇게 더 얼굴을 뒤틀다니.
확실한 것은 그의 대답이 그녀에게 믿기지는 않아보인다는 것이었다.
"뭐가 어째?"
"말 그대로에요. 보기 싫고 끔찍한 건 될 수 있는대로 치우고, 그 자리에 아름다운 것을 조금이라도 채운다. 그러다 보면 세상은 사랑받을 가치가 생기는 법이겠죠."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물론."
그녀는 기가 찬 듯 간헐적으로 헛웃음을 짓는다. 이번이 그에게 내보이는 두번째 웃음이었다.
"되겠냐?"
"왜 그렇게 단언을 하시지? 적어도 당신이 대의로 내걸던 것보다는 훨씬 진정성 있고 비전도 보이지 않나?"
그 웃음조차 오래 가지 못한 채 이누카이는 바로 정색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독기는 어쩐지 방금 전보다 줄어있는 듯 했지만.
"그동안 많은 개소리를 들어왔다만, 이번 건 정말 역대급이야."
"무슨 뜻이죠?"
"떨어질 지옥마저 아까운 놈이 뭐? 아름다운 세상? 사랑받을 가치? 주제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주제라.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주제에 남의 꿈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사람보다야 낫겠지."
"그래, 인정해야지. 대의니 뭐니 다 집어치우고, 너 같은 애들 때려잡는 게 내 소원이라는 거."
잠시 손에 쥔 것을 내려놓듯 그녀의 표정이 한 결 풀린다. 무언가를 포기했기에 나올 수 있는 태도이리라.
"나같은 녀석이 계속 따라붙는데도, 넌 뭐가 잘못된 건지 앞으로도 생각 안 할 거야. 그런 놈이 가꾸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승산이 없어졌으니 기분이라도 잡치게 만드시겠다.
남정네였다면 진작에 욕을 쏟아붓고도 남을 지경이었지만, 그녀인 이상 그는 끝까지 나름대로의 배려를 해야만 했다.
"그건 모르는 일이고. 잘못된 게 어느 쪽인지 방금 답이 나오지 않았나? 승리의 여신님께서 내 손을 들어줬는데."
그럼에도 승리가 눈앞에 생기니 더이상 기분은 더러워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에게도 다행일지 모르는 일.
"정말 안타깝지만, 당신은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하고 거리가 좀 있는 사람 같아."
"너같은 ㄸㄹㅇ한테 인정 안 받아서 참 다행이군."
"그러시구나."
이 상황까지 내몰린 그녀는 동정 받을 가치가 있다. 억울함을 토로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을 하러 왔을 뿐이니까. 그에게 때마침 필요한 카드가 떠주지 않았다면 비로소 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직도 없어져야 마땅한 쓰레기로 보인다면야, 백날 떠들어봤자 귀에 들리는 게 없겠지. 여기서 왈가왈부해봤자 시간 낭비네."
그러나 이것은 누구 운명이 존속될지를 겨루는 결투. 즉, 이긴 자가 뜻을 주장할 권리를 가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도 좋다.
아무리 떠들어봤자 패자의 말에 귀담아들을 가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끝내는 수밖에. 배틀, '카오스 앙헬'로 '루푸스'를 공격!"
여전히 건방지게 노려보는 늑대남을 끝장내버리기로 하자. 그렇게 마지막 공격 대상이 정해졌다.
홀로 남은 '카오스 앙헬'은 또다시 양손에 빛과 어둠을 합친다. 끓는 기름에 물을 부은 듯 사방에 격한 균열을 일으키며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갔다.
이미 끼얹은 그 공격을 한 번 더 날림으로서 '루푸스'의 육체는 또다시 증발한다.
이젠 다시 돌아올 일은 없다. 이누카이의 남은 LP도 같이 완전히 증발해버렸으니까.
그 직후 더이상 기댈 것이 없어진 그녀의 몸이 주저앉는다.
[이누카이 히토하: LP 1800 → 0]
듀얼은 이렇게 끝났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또 다른 추적자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이 틈에 캔필드는 바로 심문에 들어간다.
"이 참에 나도 하나 물어보면 안 될까?"
"……."
"서문유진이라는 애, 지금 뭐하고 있어? 카이바 코퍼레이션에 도착했다고 들었는데."
"…몰라. 네놈만 찾아다녔으니까."
"그렇단 말이지. 아는 게 없을 수밖에."
그러나 그조차도 완전히 시간낭비였을 뿐임을 깨닫고는 가볍게 혀를 찼다.
"적어도 네놈이 여유부릴 시간 따윈 없을 거다. 다음 사람이 오거든 그런 개소리 더는 못 떠들게 되겠지."
"글쎄.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닐까?"
여태까지 들은 말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모욕을 줘서 갚아야 마땅할까. 그러나 그런 감정적이고 천박한 조치는 삼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승자든 패자든 행복하게 끝날 수 있는 절차를 따르기로 했다.
"어쨌든 운이 좋은줄 알아. 난 잔인한 건 별로거든."
"무슨 짓을…."
"당신한테 딱 어울리는 곳으로 보내줄게. 말로만 듣던 이세계라고."
그는 주머니에서 자신만의 디젠을 꺼내든다. 동화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조형에 고풍스럽게 도금되어 있는 열쇠 한 자루였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그녀를 향해 잠긴 문을 여는 동작을 취하자, 어디선가 들리는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열쇠는 빛을 발한다.
"벌칙, 'Welcome to Wonderland'!"
이름 그대로 제 노릇을 한 것인지 그것은 어떤 공간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정확히는, 문 만한 크기로 구멍이 뚫린 것에 가까워 보였다.
상대의 이미지를 주관으로 관찰하고 계산한 끝에 심상 속에 갖춰진 풍경. 그것과 유사한 세계를 디젠의 에너지가 인식해서 찾아낸 것이다.
어둠 사이에 생긴 문구멍 너머로는 빗물 소리, 비명인지 기계음인지 모를 기이한 소리 등이 희미하게 들린다. 네온 사인 같은 희미한 조명 아래에는 실루엣으로밖에 판별할 수 없는 것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여긴, 뭐야…?"
"글쎄. 사실 나도 잘 몰라. 진짜로 있는 세계인지도 모르겠고, 무의식이 대충 만들어낸 허깨비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당신이 무의식 중에 바랐을지도."
"그럴리가……."
모든 것이 어렴풋해서 제대로 분간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저 너머에도 문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단 말인가. 소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있는가. 자신이 아는 것이 그곳에 있는가.
그런 익숙한 듯 아닌 듯한 광경을 들여다보면서, 그녀에게는 여전히 당황의 기색이 아른거린다.
죽일 기세로 노려보던 인간이라도 저렇게까지 바뀌면 캔필드로서는 내심 미안한 마음이 생겨나고는 했다.
"뭐 어때, 그렇게 나빠보이지도 않네. 적어도 저기서까지 본성을 억누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녀의 애매한 표정을 보건대 납득을 했을지는 알 수 없다. 들리기나 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거기서 한 마디를 더 던지기로 했다.
"혹시 알아? 그 애가 저기 있을지."
그 말 만큼은 확실히 들린 것인지, 이누카이는 정신을 번뜩 차린 듯 구멍을 향해 뛰어든다.
저렇게 수상한 곳을 자진해서 들어간 사례는 많지 않을 텐데. 그것은 캔필드한테조차 신기한 일이었다.
한 번 꺼내본 소리를 정말로 믿은 것인지, 아니면 저 너머의 무언가에 이끌린 것인지 그가 알 도리는 없다.
그녀를 들여보낸 문은 즉시 닫히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정확히 어떤 곳일까. 이 자가 거기서 어떻게 보내게 될 것인가.
어쩌면 방금 본 것이 전부인 공허하기 짝이 없는 세계일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갈망하듯이 쫓을 가치가 있었을까.
의문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기에 낭비할 시간 따윈 없다.
"바이바이, 이누카이 히토하 씨."
방금 전에 떠난 이누카이의 생명력이 열쇠를 통해 몸속으로 전해져 온다.
이 시점에서 그녀의 의지가 어디에 어떻게 남아있던, 분명 이 세상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얻은 것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나쁠 것은 없는 싸움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일말의 동정과 기도를 바치며 캔필드는 이번 상대를 떠나보내기로 했다.
이 또한 나약한 육체가 현세를 조금이라도 버텨나갈 힘이 되어주겠지.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그리고 수고했어."
무사히 듀얼을 마친 캔필드는 열쇠를 주머니를 집어넣은 후 덱 케이스를 D-패드에서 빼낸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준 덱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이들이 자신을 배신해주지 않았기에 자신은 여전히 세상에 발을 붙일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운명은 이 순간에도 꿈을 좇으라고 등을 떠미는 셈이겠지. 적어도 이런 캄캄한 곳에서 멈춰있을 때가 아니었다.
영역이 사라져도 여전히 그늘이 서려있는 골목에서, 그는 잽싸게 발을 옮긴다.
오후에 니카가 현관문에서 맞이한 것은 평소와는 확연히 달라보이는 캔필드의 모습이었다.
그는 들어서자 마자 그는 부리나케 여분의 가방을 꺼내든다. 그리고는 카드와 노트북, 그밖에 수상한 전자기기 같은 물건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평소 행동 하나하나가 의문일 때는 많았지만, 어딘가 급해 보이는 지금 모습에 니카는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
캔필드는 대답 대신 잠시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 마치 뭔 대답을 꺼낼지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미리 전화해 둔 대로 아지트에 사람 없는 척 하고 넘어가준 데에서 그녀는 오늘 할 일을 다 해줬다고 보면 되겠지.
그녀까지 휘말릴 뻔한 위기를 어떻게든 수습해놓은 것이다.
그는 한숨을 내쉰다. 한심하다는 뜻인지, 뭔가 안심이라도 한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있었지. 그래서 조만간 여기 못 있을 것 같아."
"뭔데?"
"그 유진이란 놈을 해치우는 데에 실패했거든. 불똥이 나한테 튀었다고."
"그거 쌤통…, 아, 아니, 그럼 나는 어떡해?"
"당신은…, 어쩌면 희소식일지도 몰라. 여긴 한동안 당신만의 세상이니까."
"ㅁ, 뭐?"
"걱정 마. 월세, 가스비, 수도비 전부 자동 납부되고 있어. 나머지 자잘한 요금은 당신 돈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할 거고. 몸만 잘 챙기면 돼."
갑자기 혼자 남겨두고 떠나겠다는 전제부터가 당황스럽다.
"무슨 소리야? 말도 안해주고 그냥 갈 거야?"
"뭘?"
"그 놈이 누구인지 알려준다며? 알고 있는 것 아니었냐고?"
급한 와중에 이렇게 시간 끌기냐, 라고 따지려던 캔필드는 또다시 침묵한다. 그리고는 생각에 빠졌다.
애초에 그 답을 구실로 그녀를 여기에 묶어두고 있는 것 아니었던가.
"아, 그거…."
당장 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갈 곳이 딱히 없는 그녀가 바로 나서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다면, 복수의 칼을 갈면서 그냥 얌전히 여길 지키고 있어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을 경우다. 빠른 시일 내로 그 자를 찾아가겠다고 결심이라도 해버린다면.
분명 직접 찾아가는 것조차 그녀에겐 쉬운 일이 아닐 것이고, 성공해도 정보가 충분히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죽음으로 끝날 것이 뻔하다.
앞뒤가 없는 그녀가 용의주도하게 움직여주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일회용 용역이었다면 얼마든지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그녀는 조금 다르다.
잠깐 부려먹고 끝날 관계였다면 애초에 이렇게 식객으로 눌러지내는 것을 허용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
"걱정 마. 곧 돌아오면 알려줄 날도 오겠지."
"당장 말 못하는 이유라도 있어?"
"말했다간 여기 남을 사람이 없어지잖아."
결국 이 불안덩어리에게 그만한 신뢰를 보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 편으로는 이것 역시 나름의 신뢰일 터.
일방적으로 내친다는 선택을 아직 할 수 없었기에 이렇게라도 두려는 생각이었다.
비록 앞으로 닥칠 위험에서 완전히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대우해 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스스로의 의문에 그는 답해보았다.
떠올리기만 해도 화딱지가 나는 것에 엮여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그녀일 뿐이다. 개인으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그녀에게는 있을 테니까.
그래. 그 정도 이유 뿐일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추가로 계약하자. 지금부터 당신이 할 일은 이 보금자리를 안전하게 사수해놓는 거야."
"얼마나…?"
"글쎄. 확실한 건 내가 당장 안전하지 않다는 거지. 내가 빨리 여기서 뜨지 않으면 당신까지 세트로 위험해질 우려가 있어."
"나 혼자 남아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잖아?"
"당신 혼자 있는 것하고 이 캔필드의 관련 인물로서 엮이는 데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으니까. 무엇보다,"
걱정스럽게 묻는 니카의 얼굴을 캔필드는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당신, 클 만큼 다 컸지?"
뭘 어떻게 알아들은 것인지 니카는 당황.
"뭐, 뭔 소리야?"
"적어도 면허 정도는 딸 수 있는 나이잖아? 그러니까 자기 앞가림 정도는 알아서 할 때 아니냐는 말이지."
"그건 그렇지만."
"아니, 잠깐. 이미 당신은 그래왔어. 아까도 그랬고. 내가 찾아오기 전까지 그 거리에서 혼자 있었잖아?"
"그거야, 갈 데도 받아주는 데도 없으니까."
"지금은 있는걸."
단순한 생색인가. 아니면 또다시 사탕발린 발언의 시작인가.
그런 식으로 다시 미심쩍은 듯 쳐다보는 표정을 두고 캔필드는 계속해서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사람도, 재산도, 살아갈 의미라고는 아무것도 안 남았는데, 이런 지금이 오기 전까지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남았다는 거야. 당신한테는 그만한 힘이 있는 거라고."
"무슨 말 같잖은 소릴…."
"그래서야, 당신한테 듀얼을 알려줘도 되겠다고 생각한 게."
니카는 잠시 들고 있던 D-패드에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는 그 올곧은 시선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그럼. 그리고 지금도 빠르게 실력을 쌓는 중이지. 그건 곧 당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야. 그 힘으로 지금의 삶을 지키기만 해도 당신은 충분히 내 신뢰에 보답해 주는 거라고."
듀얼을 잘 해주는 것이 신뢰에 대한 보답이라니. 과연 정말로 자기 자신을 지키라는 의미에서 이런 걸 가르쳤을지 의문이었다.
이 자가 그 정도로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인물이었는가 하는 점을 니카는 충분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으니까.
처음 듀얼을 시작한 순간에 예상한 대로, 자신 대신 몸빵으로 어둠의 듀얼을 해낼 역할이 필요했겠지.
"신뢰 같은 소리 하네. 지 목숨 아까우니까 버려놓고 가는 거면서."
아주 최근에 거리에서 봤던 한 남자의 말로가 니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이 남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D-패드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이 꾹 들어간다.
분명 충분히 각오하고 받아들인 줄 알았는데도, 여전히 의문은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었다.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럼에도 두려움은 좀처럼 가시지를 않았다.
그런 식으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과연 받아들이는 것이 맞았을까?
애초에 지금에 이른 자신에게 그걸 거부할 권리가 있기는 했을까?
아니, 더 원초적인 의문을 가져야 했다.
"이러려고 나 데려왔어?"
또다시 시선만이 교차한다.
그 사이에 캔필드는 깨달았다. 누굴 닮았는지 묘하게 예리한 이 녀석한테 거짓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여느 때 이상으로 경멸어린 표정을 내비치려는 니카에게 캔필드는 몇 마디 덧붙이기로 했다.
"근데 어쩔 수 없어. 지금 당신이 택한 길은 알아서 살아남는 거니까. 그건 내 길이기도 하거든."
"무슨 뜻이야?"
"목숨 거는 듀얼이야 나도 진즉에 하고 있다고. 이런 걸로 아득바득 벌어먹는 사람인데, 당신한테 알려줄 만한 게 또 뭐가 있겠어?"
감언이나 늘어놓던 언변으로 지금은 같잖은 변명이나 내뱉는 꼴이라니.
니카가 여전한 표정으로 또다시 묻는다.
"그럼 어쩌다 그런 길을 택한 건데?"
거기에 캔필드는 다시 최대한 진솔한 답변을 들려주기로 했다. 아까도 해냈던 일이니 어려울 것은 없으리라 하며.
"이거야말로 세상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단이니까."
"뭐?"
"말 그대로야. 하나만 있어도 사람 운명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데, 그런 걸 모으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 그러니까 사회나 세상이라는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런 힘 모아서 뭐하려는 건데?"
"대단한 건 아냐. 주관적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거든."
"보기 좋은 세상?"
"그래. 추하고 불편한 것은 최대한 덜어서, 남은 사람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지낼 수 있는 세상. 그게 이뤄지면 서로 싸울 이유도 없어지겠지."
그 대답에 니카가 보이는 것은 황당해하는 표정이었다.
"지금 장난쳐?"
"안 됐지만 진심이야. 이건 양보 못해."
똑바로 쳐다보며 하는 소리를 믿어주지 않는 지경까지 왔다는 말인가.
자고로 타인의 진심을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녀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속해서 꿈을 무시당하는 것은 아무래도 심기가 거슬릴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려고 이딴 짓을 해?"
"어쩌겠어? 여러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건 어지간한 정치가도 못하는 위업이라고."
하지만 그녀까지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기에, 이번에는 싸움이 아닌 다른 수를 택하기로 한다. 설득.
지금 자신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능력이 없으면 주어진 수단을 택할 수밖에. 온갖 리스크에 부딪히는 한이 있어도, 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거거든."
그럼에도 의심을 완전히 거둔 눈치는 아니다. 이것의 타인과의 벽이라는 것일까.
이래서야 아까 상대했던 그녀와 다를 바가 없다.
실망스러우면서도 캔필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의 타인은 이런 법이니까.
초능력이라도 없는 이상 타인의 사고를 대사창의 독백처럼 읽어들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 자신을 판단하고, 어떤 식으로 자신을 대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나아질까?
캔필드의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애초부터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할 마음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소통도 소용없을 테니까. 그런 건 본인 쪽에서 사절이었다.
그럼 애초부터 서로 볼 일이 없도록 조치하면 그만이 아닌가. 불안요소들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는 소망이 무시받을 것까지는 없다고 캔필드는 생각했다.
"당신 같은 인간이 그런 게 되겠냐고?"
"될지 말지는 알 수 없는 거야. 애초에 사람의 꿈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것도 아냐. 그런데도 기회가 주어졌으면 움직이는 게 사람이지."
이렇게까지 진심을 털어놓은 것이 얼마만이었을까.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한테.
스스로가 자초한 시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이런 낯부끄러운 일을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같은 놈도 이런 목표라는 게 있어. 당신은 어때?"
"뭐?"
"저번에 대답 안 하고 넘어갔지? 만약에 그런 힘이 생긴다면 당신은 뭘 해보고 싶냐고?"
"뭘, 해보고 싶냐니…?"
그렇게 시간을 줬는데 아직도 생각을 안 했다니. 그 나태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우리 계약 내용은 따지고 보면 시작에 불과하잖아. 그걸 이뤄도 삶은 더 이어질 거야. 내가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상 싸움도 계속되겠지. 그럼 당신한테도 다음 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음 길?"
"그래. 이런 싸움을 거치고 힘을 얻어서까지 이룰 가치가 있는 목표."
뭘 대답해야 좋을지 생각에 빠지려는 것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있다.
보고 있을 시간 없는 캔필드는 그냥 한숨으로 이 문답을 끊기로 했다.
"됐어. 뭐가 됐든 간에, 그걸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달라는 거야."
한 박자 늦은 대답이 그제서야 돌아온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당신 같은 사람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가 생겨도 상관없는 거야?"
제발. 이렇게 시간을 끌지 말란 말이다.
그런 바람을 담아 캔필드는 대답했다.
"이미 익숙한 느낌이지만, 솔직히 안 그랬으면 좋겠네."
"전에도 물었던 것 같은데. 그 어둠의 듀얼이라는 거, 진짜로 내가 하는 날이 올까?"
"그걸 대비하는 중이잖아."
"이런 건 실전이 아니지. 만약 진짜로 하게 되면, 나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야지. 아니면 다음은 없을 거야."
어쩌면 더 시간이 있었어도 이런 대답이 나왔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남이 대신 듀얼을 해준다는 상황은 아무한테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자신처럼 가진 것조차 없는 그녀에게는 더더욱 바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미 무료로, 아니, 오히려 이쪽이 꼬박꼬박 급료를 줘가면서 이런 말을 해주는 것 자체가 최대의 특혜나 다름없었다.
"그럼, 더 강해져서 보자."
챙겨든 짐은 수트케이스 두 개 분량. 그 다음으로 현관 너머를 살핀다. 뚜렷한 인기척은 없다. 최대한 여행객처럼 행세하면 그나마 눈에 덜 띄일지도 모르는 일.
문제는 자신이 떠나고 나서 여기가 어떻게 되느냐다.
필시 태스크 포스 같은 추적자들이 이곳을 들쑤실 테니 난장판이 될 각오 정도는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서 망가진 컬렉션들을 볼 때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은 심정을 느껴야 했다.
이것도 어쩔 수 없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 누군가에게 찍힌 시점에서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라고 좋아서 이곳저곳을 도망다니다가 이별해버리는 선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아 참, 너도 될 수 있으면 오늘 내일 정도는 어디 다른 데에 가 있어."
"어디로?"
"만화방이든 넷카페든 시간 떼울 만한 데면 되겠지. 너무 눈에 띄지만 마."
"그건 알아."
언제쯤 여기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그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번 주 안으로 가능할지, 아니면 몇 년 동안 불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하다못해 놓고 간 짐들을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않기를 바랄 뿐.
니카도 그렇다. 자유를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어디서 변을 당하거나 다시 만날 때 적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가족도 친구도 뭣도 아닌 그녀에게 나름의 정이 있다면 그녀에게 한 마디라도 더 얹어주는 것이 예의겠지.
덱은 대답해주었다. 이번에도 승리는 그의 차지라는 것을.
"'로리스' 쨩을 묘지로 보내고, '루푸스'의 효과를 무효로. 덤으로 공격력도 반으로 다운!"
[K9-ØØ호 루푸스: ATK 2300 → 1150]
불길한 분위기의 성배로부터 떨어진 물 한 방울이 바닥에 잔잔히 퍼지면서, 그 파문 위에 서있던 '루푸스'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력화된다.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가 물건너간 것이다.
"참 아슬아슬했네."
십년감수한 심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캔필드는, 긴장을 낮추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패색이 바로 코앞임에도 저놈의 시선은 그대로였다. 눈으로 온 힘을 다해 욕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안됐어요. 제 쪽이 쬐끔 더 운이 따라줘서."
그럼에도 그녀는 될 수 있는대로 가슴을 억누른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잠깐 묻자."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러시죠."
"이런 짓을 해서까지 원하는 게 뭐야?"
"글쎄. 그냥 세상을 보기 좋게 바꾸고 싶은 것 뿐이랄까."
친절하게 대답을 해줬을 뿐인데 저렇게 더 얼굴을 뒤틀다니.
확실한 것은 그의 대답이 그녀에게 믿기지는 않아보인다는 것이었다.
"뭐가 어째?"
"말 그대로에요. 보기 싫고 끔찍한 건 될 수 있는대로 치우고, 그 자리에 아름다운 것을 조금이라도 채운다. 그러다 보면 세상은 사랑받을 가치가 생기는 법이겠죠."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물론."
그녀는 기가 찬 듯 간헐적으로 헛웃음을 짓는다. 이번이 그에게 내보이는 두번째 웃음이었다.
"되겠냐?"
"왜 그렇게 단언을 하시지? 적어도 당신이 대의로 내걸던 것보다는 훨씬 진정성 있고 비전도 보이지 않나?"
그 웃음조차 오래 가지 못한 채 이누카이는 바로 정색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독기는 어쩐지 방금 전보다 줄어있는 듯 했지만.
"그동안 많은 개소리를 들어왔다만, 이번 건 정말 역대급이야."
"무슨 뜻이죠?"
"떨어질 지옥마저 아까운 놈이 뭐? 아름다운 세상? 사랑받을 가치? 주제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주제라.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주제에 남의 꿈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사람보다야 낫겠지."
"그래, 인정해야지. 대의니 뭐니 다 집어치우고, 너 같은 애들 때려잡는 게 내 소원이라는 거."
잠시 손에 쥔 것을 내려놓듯 그녀의 표정이 한 결 풀린다. 무언가를 포기했기에 나올 수 있는 태도이리라.
"나같은 녀석이 계속 따라붙는데도, 넌 뭐가 잘못된 건지 앞으로도 생각 안 할 거야. 그런 놈이 가꾸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승산이 없어졌으니 기분이라도 잡치게 만드시겠다.
남정네였다면 진작에 욕을 쏟아붓고도 남을 지경이었지만, 그녀인 이상 그는 끝까지 나름대로의 배려를 해야만 했다.
"그건 모르는 일이고. 잘못된 게 어느 쪽인지 방금 답이 나오지 않았나? 승리의 여신님께서 내 손을 들어줬는데."
그럼에도 승리가 눈앞에 생기니 더이상 기분은 더러워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에게도 다행일지 모르는 일.
"정말 안타깝지만, 당신은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하고 거리가 좀 있는 사람 같아."
"너같은 ㄸㄹㅇ한테 인정 안 받아서 참 다행이군."
"그러시구나."
이 상황까지 내몰린 그녀는 동정 받을 가치가 있다. 억울함을 토로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을 하러 왔을 뿐이니까. 그에게 때마침 필요한 카드가 떠주지 않았다면 비로소 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직도 없어져야 마땅한 쓰레기로 보인다면야, 백날 떠들어봤자 귀에 들리는 게 없겠지. 여기서 왈가왈부해봤자 시간 낭비네."
그러나 이것은 누구 운명이 존속될지를 겨루는 결투. 즉, 이긴 자가 뜻을 주장할 권리를 가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도 좋다.
아무리 떠들어봤자 패자의 말에 귀담아들을 가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끝내는 수밖에. 배틀, '카오스 앙헬'로 '루푸스'를 공격!"
여전히 건방지게 노려보는 늑대남을 끝장내버리기로 하자. 그렇게 마지막 공격 대상이 정해졌다.
홀로 남은 '카오스 앙헬'은 또다시 양손에 빛과 어둠을 합친다. 끓는 기름에 물을 부은 듯 사방에 격한 균열을 일으키며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갔다.
이미 끼얹은 그 공격을 한 번 더 날림으로서 '루푸스'의 육체는 또다시 증발한다.
이젠 다시 돌아올 일은 없다. 이누카이의 남은 LP도 같이 완전히 증발해버렸으니까.
그 직후 더이상 기댈 것이 없어진 그녀의 몸이 주저앉는다.
[이누카이 히토하: LP 1800 → 0]
듀얼은 이렇게 끝났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또 다른 추적자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이 틈에 캔필드는 바로 심문에 들어간다.
"이 참에 나도 하나 물어보면 안 될까?"
"……."
"서문유진이라는 애, 지금 뭐하고 있어? 카이바 코퍼레이션에 도착했다고 들었는데."
"…몰라. 네놈만 찾아다녔으니까."
"그렇단 말이지. 아는 게 없을 수밖에."
그러나 그조차도 완전히 시간낭비였을 뿐임을 깨닫고는 가볍게 혀를 찼다.
"적어도 네놈이 여유부릴 시간 따윈 없을 거다. 다음 사람이 오거든 그런 개소리 더는 못 떠들게 되겠지."
"글쎄.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닐까?"
여태까지 들은 말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모욕을 줘서 갚아야 마땅할까. 그러나 그런 감정적이고 천박한 조치는 삼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승자든 패자든 행복하게 끝날 수 있는 절차를 따르기로 했다.
"어쨌든 운이 좋은줄 알아. 난 잔인한 건 별로거든."
"무슨 짓을…."
"당신한테 딱 어울리는 곳으로 보내줄게. 말로만 듣던 이세계라고."
그는 주머니에서 자신만의 디젠을 꺼내든다. 동화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조형에 고풍스럽게 도금되어 있는 열쇠 한 자루였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그녀를 향해 잠긴 문을 여는 동작을 취하자, 어디선가 들리는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열쇠는 빛을 발한다.
"벌칙, 'Welcome to Wonderland'!"
이름 그대로 제 노릇을 한 것인지 그것은 어떤 공간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정확히는, 문 만한 크기로 구멍이 뚫린 것에 가까워 보였다.
상대의 이미지를 주관으로 관찰하고 계산한 끝에 심상 속에 갖춰진 풍경. 그것과 유사한 세계를 디젠의 에너지가 인식해서 찾아낸 것이다.
어둠 사이에 생긴 문구멍 너머로는 빗물 소리, 비명인지 기계음인지 모를 기이한 소리 등이 희미하게 들린다. 네온 사인 같은 희미한 조명 아래에는 실루엣으로밖에 판별할 수 없는 것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여긴, 뭐야…?"
"글쎄. 사실 나도 잘 몰라. 진짜로 있는 세계인지도 모르겠고, 무의식이 대충 만들어낸 허깨비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당신이 무의식 중에 바랐을지도."
"그럴리가……."
모든 것이 어렴풋해서 제대로 분간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저 너머에도 문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단 말인가. 소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있는가. 자신이 아는 것이 그곳에 있는가.
그런 익숙한 듯 아닌 듯한 광경을 들여다보면서, 그녀에게는 여전히 당황의 기색이 아른거린다.
죽일 기세로 노려보던 인간이라도 저렇게까지 바뀌면 캔필드로서는 내심 미안한 마음이 생겨나고는 했다.
"뭐 어때, 그렇게 나빠보이지도 않네. 적어도 저기서까지 본성을 억누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녀의 애매한 표정을 보건대 납득을 했을지는 알 수 없다. 들리기나 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거기서 한 마디를 더 던지기로 했다.
"혹시 알아? 그 애가 저기 있을지."
그 말 만큼은 확실히 들린 것인지, 이누카이는 정신을 번뜩 차린 듯 구멍을 향해 뛰어든다.
저렇게 수상한 곳을 자진해서 들어간 사례는 많지 않을 텐데. 그것은 캔필드한테조차 신기한 일이었다.
한 번 꺼내본 소리를 정말로 믿은 것인지, 아니면 저 너머의 무언가에 이끌린 것인지 그가 알 도리는 없다.
그녀를 들여보낸 문은 즉시 닫히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정확히 어떤 곳일까. 이 자가 거기서 어떻게 보내게 될 것인가.
어쩌면 방금 본 것이 전부인 공허하기 짝이 없는 세계일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갈망하듯이 쫓을 가치가 있었을까.
의문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기에 낭비할 시간 따윈 없다.
"바이바이, 이누카이 히토하 씨."
방금 전에 떠난 이누카이의 생명력이 열쇠를 통해 몸속으로 전해져 온다.
이 시점에서 그녀의 의지가 어디에 어떻게 남아있던, 분명 이 세상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얻은 것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나쁠 것은 없는 싸움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일말의 동정과 기도를 바치며 캔필드는 이번 상대를 떠나보내기로 했다.
이 또한 나약한 육체가 현세를 조금이라도 버텨나갈 힘이 되어주겠지.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그리고 수고했어."
무사히 듀얼을 마친 캔필드는 열쇠를 주머니를 집어넣은 후 덱 케이스를 D-패드에서 빼낸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준 덱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이들이 자신을 배신해주지 않았기에 자신은 여전히 세상에 발을 붙일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운명은 이 순간에도 꿈을 좇으라고 등을 떠미는 셈이겠지. 적어도 이런 캄캄한 곳에서 멈춰있을 때가 아니었다.
영역이 사라져도 여전히 그늘이 서려있는 골목에서, 그는 잽싸게 발을 옮긴다.
오후에 니카가 현관문에서 맞이한 것은 평소와는 확연히 달라보이는 캔필드의 모습이었다.
그는 들어서자 마자 그는 부리나케 여분의 가방을 꺼내든다. 그리고는 카드와 노트북, 그밖에 수상한 전자기기 같은 물건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평소 행동 하나하나가 의문일 때는 많았지만, 어딘가 급해 보이는 지금 모습에 니카는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
캔필드는 대답 대신 잠시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 마치 뭔 대답을 꺼낼지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미리 전화해 둔 대로 아지트에 사람 없는 척 하고 넘어가준 데에서 그녀는 오늘 할 일을 다 해줬다고 보면 되겠지.
그녀까지 휘말릴 뻔한 위기를 어떻게든 수습해놓은 것이다.
그는 한숨을 내쉰다. 한심하다는 뜻인지, 뭔가 안심이라도 한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있었지. 그래서 조만간 여기 못 있을 것 같아."
"뭔데?"
"그 유진이란 놈을 해치우는 데에 실패했거든. 불똥이 나한테 튀었다고."
"그거 쌤통…, 아, 아니, 그럼 나는 어떡해?"
"당신은…, 어쩌면 희소식일지도 몰라. 여긴 한동안 당신만의 세상이니까."
"ㅁ, 뭐?"
"걱정 마. 월세, 가스비, 수도비 전부 자동 납부되고 있어. 나머지 자잘한 요금은 당신 돈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할 거고. 몸만 잘 챙기면 돼."
갑자기 혼자 남겨두고 떠나겠다는 전제부터가 당황스럽다.
"무슨 소리야? 말도 안해주고 그냥 갈 거야?"
"뭘?"
"그 놈이 누구인지 알려준다며? 알고 있는 것 아니었냐고?"
급한 와중에 이렇게 시간 끌기냐, 라고 따지려던 캔필드는 또다시 침묵한다. 그리고는 생각에 빠졌다.
애초에 그 답을 구실로 그녀를 여기에 묶어두고 있는 것 아니었던가.
"아, 그거…."
당장 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갈 곳이 딱히 없는 그녀가 바로 나서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다면, 복수의 칼을 갈면서 그냥 얌전히 여길 지키고 있어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을 경우다. 빠른 시일 내로 그 자를 찾아가겠다고 결심이라도 해버린다면.
분명 직접 찾아가는 것조차 그녀에겐 쉬운 일이 아닐 것이고, 성공해도 정보가 충분히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죽음으로 끝날 것이 뻔하다.
앞뒤가 없는 그녀가 용의주도하게 움직여주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일회용 용역이었다면 얼마든지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그녀는 조금 다르다.
잠깐 부려먹고 끝날 관계였다면 애초에 이렇게 식객으로 눌러지내는 것을 허용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
"걱정 마. 곧 돌아오면 알려줄 날도 오겠지."
"당장 말 못하는 이유라도 있어?"
"말했다간 여기 남을 사람이 없어지잖아."
결국 이 불안덩어리에게 그만한 신뢰를 보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 편으로는 이것 역시 나름의 신뢰일 터.
일방적으로 내친다는 선택을 아직 할 수 없었기에 이렇게라도 두려는 생각이었다.
비록 앞으로 닥칠 위험에서 완전히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대우해 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스스로의 의문에 그는 답해보았다.
떠올리기만 해도 화딱지가 나는 것에 엮여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그녀일 뿐이다. 개인으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그녀에게는 있을 테니까.
그래. 그 정도 이유 뿐일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추가로 계약하자. 지금부터 당신이 할 일은 이 보금자리를 안전하게 사수해놓는 거야."
"얼마나…?"
"글쎄. 확실한 건 내가 당장 안전하지 않다는 거지. 내가 빨리 여기서 뜨지 않으면 당신까지 세트로 위험해질 우려가 있어."
"나 혼자 남아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잖아?"
"당신 혼자 있는 것하고 이 캔필드의 관련 인물로서 엮이는 데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으니까. 무엇보다,"
걱정스럽게 묻는 니카의 얼굴을 캔필드는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당신, 클 만큼 다 컸지?"
뭘 어떻게 알아들은 것인지 니카는 당황.
"뭐, 뭔 소리야?"
"적어도 면허 정도는 딸 수 있는 나이잖아? 그러니까 자기 앞가림 정도는 알아서 할 때 아니냐는 말이지."
"그건 그렇지만."
"아니, 잠깐. 이미 당신은 그래왔어. 아까도 그랬고. 내가 찾아오기 전까지 그 거리에서 혼자 있었잖아?"
"그거야, 갈 데도 받아주는 데도 없으니까."
"지금은 있는걸."
단순한 생색인가. 아니면 또다시 사탕발린 발언의 시작인가.
그런 식으로 다시 미심쩍은 듯 쳐다보는 표정을 두고 캔필드는 계속해서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사람도, 재산도, 살아갈 의미라고는 아무것도 안 남았는데, 이런 지금이 오기 전까지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남았다는 거야. 당신한테는 그만한 힘이 있는 거라고."
"무슨 말 같잖은 소릴…."
"그래서야, 당신한테 듀얼을 알려줘도 되겠다고 생각한 게."
니카는 잠시 들고 있던 D-패드에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는 그 올곧은 시선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그럼. 그리고 지금도 빠르게 실력을 쌓는 중이지. 그건 곧 당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야. 그 힘으로 지금의 삶을 지키기만 해도 당신은 충분히 내 신뢰에 보답해 주는 거라고."
듀얼을 잘 해주는 것이 신뢰에 대한 보답이라니. 과연 정말로 자기 자신을 지키라는 의미에서 이런 걸 가르쳤을지 의문이었다.
이 자가 그 정도로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인물이었는가 하는 점을 니카는 충분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으니까.
처음 듀얼을 시작한 순간에 예상한 대로, 자신 대신 몸빵으로 어둠의 듀얼을 해낼 역할이 필요했겠지.
"신뢰 같은 소리 하네. 지 목숨 아까우니까 버려놓고 가는 거면서."
아주 최근에 거리에서 봤던 한 남자의 말로가 니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이 남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D-패드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이 꾹 들어간다.
분명 충분히 각오하고 받아들인 줄 알았는데도, 여전히 의문은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었다.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럼에도 두려움은 좀처럼 가시지를 않았다.
그런 식으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과연 받아들이는 것이 맞았을까?
애초에 지금에 이른 자신에게 그걸 거부할 권리가 있기는 했을까?
아니, 더 원초적인 의문을 가져야 했다.
"이러려고 나 데려왔어?"
또다시 시선만이 교차한다.
그 사이에 캔필드는 깨달았다. 누굴 닮았는지 묘하게 예리한 이 녀석한테 거짓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여느 때 이상으로 경멸어린 표정을 내비치려는 니카에게 캔필드는 몇 마디 덧붙이기로 했다.
"근데 어쩔 수 없어. 지금 당신이 택한 길은 알아서 살아남는 거니까. 그건 내 길이기도 하거든."
"무슨 뜻이야?"
"목숨 거는 듀얼이야 나도 진즉에 하고 있다고. 이런 걸로 아득바득 벌어먹는 사람인데, 당신한테 알려줄 만한 게 또 뭐가 있겠어?"
감언이나 늘어놓던 언변으로 지금은 같잖은 변명이나 내뱉는 꼴이라니.
니카가 여전한 표정으로 또다시 묻는다.
"그럼 어쩌다 그런 길을 택한 건데?"
거기에 캔필드는 다시 최대한 진솔한 답변을 들려주기로 했다. 아까도 해냈던 일이니 어려울 것은 없으리라 하며.
"이거야말로 세상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단이니까."
"뭐?"
"말 그대로야. 하나만 있어도 사람 운명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데, 그런 걸 모으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 그러니까 사회나 세상이라는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런 힘 모아서 뭐하려는 건데?"
"대단한 건 아냐. 주관적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거든."
"보기 좋은 세상?"
"그래. 추하고 불편한 것은 최대한 덜어서, 남은 사람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지낼 수 있는 세상. 그게 이뤄지면 서로 싸울 이유도 없어지겠지."
그 대답에 니카가 보이는 것은 황당해하는 표정이었다.
"지금 장난쳐?"
"안 됐지만 진심이야. 이건 양보 못해."
똑바로 쳐다보며 하는 소리를 믿어주지 않는 지경까지 왔다는 말인가.
자고로 타인의 진심을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녀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속해서 꿈을 무시당하는 것은 아무래도 심기가 거슬릴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려고 이딴 짓을 해?"
"어쩌겠어? 여러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건 어지간한 정치가도 못하는 위업이라고."
하지만 그녀까지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기에, 이번에는 싸움이 아닌 다른 수를 택하기로 한다. 설득.
지금 자신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능력이 없으면 주어진 수단을 택할 수밖에. 온갖 리스크에 부딪히는 한이 있어도, 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거거든."
그럼에도 의심을 완전히 거둔 눈치는 아니다. 이것의 타인과의 벽이라는 것일까.
이래서야 아까 상대했던 그녀와 다를 바가 없다.
실망스러우면서도 캔필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의 타인은 이런 법이니까.
초능력이라도 없는 이상 타인의 사고를 대사창의 독백처럼 읽어들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 자신을 판단하고, 어떤 식으로 자신을 대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나아질까?
캔필드의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애초부터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할 마음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소통도 소용없을 테니까. 그런 건 본인 쪽에서 사절이었다.
그럼 애초부터 서로 볼 일이 없도록 조치하면 그만이 아닌가. 불안요소들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는 소망이 무시받을 것까지는 없다고 캔필드는 생각했다.
"당신 같은 인간이 그런 게 되겠냐고?"
"될지 말지는 알 수 없는 거야. 애초에 사람의 꿈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것도 아냐. 그런데도 기회가 주어졌으면 움직이는 게 사람이지."
이렇게까지 진심을 털어놓은 것이 얼마만이었을까.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한테.
스스로가 자초한 시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이런 낯부끄러운 일을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같은 놈도 이런 목표라는 게 있어. 당신은 어때?"
"뭐?"
"저번에 대답 안 하고 넘어갔지? 만약에 그런 힘이 생긴다면 당신은 뭘 해보고 싶냐고?"
"뭘, 해보고 싶냐니…?"
그렇게 시간을 줬는데 아직도 생각을 안 했다니. 그 나태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우리 계약 내용은 따지고 보면 시작에 불과하잖아. 그걸 이뤄도 삶은 더 이어질 거야. 내가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상 싸움도 계속되겠지. 그럼 당신한테도 다음 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음 길?"
"그래. 이런 싸움을 거치고 힘을 얻어서까지 이룰 가치가 있는 목표."
뭘 대답해야 좋을지 생각에 빠지려는 것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있다.
보고 있을 시간 없는 캔필드는 그냥 한숨으로 이 문답을 끊기로 했다.
"됐어. 뭐가 됐든 간에, 그걸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달라는 거야."
한 박자 늦은 대답이 그제서야 돌아온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당신 같은 사람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가 생겨도 상관없는 거야?"
제발. 이렇게 시간을 끌지 말란 말이다.
그런 바람을 담아 캔필드는 대답했다.
"이미 익숙한 느낌이지만, 솔직히 안 그랬으면 좋겠네."
"전에도 물었던 것 같은데. 그 어둠의 듀얼이라는 거, 진짜로 내가 하는 날이 올까?"
"그걸 대비하는 중이잖아."
"이런 건 실전이 아니지. 만약 진짜로 하게 되면, 나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야지. 아니면 다음은 없을 거야."
어쩌면 더 시간이 있었어도 이런 대답이 나왔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남이 대신 듀얼을 해준다는 상황은 아무한테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자신처럼 가진 것조차 없는 그녀에게는 더더욱 바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미 무료로, 아니, 오히려 이쪽이 꼬박꼬박 급료를 줘가면서 이런 말을 해주는 것 자체가 최대의 특혜나 다름없었다.
"그럼, 더 강해져서 보자."
챙겨든 짐은 수트케이스 두 개 분량. 그 다음으로 현관 너머를 살핀다. 뚜렷한 인기척은 없다. 최대한 여행객처럼 행세하면 그나마 눈에 덜 띄일지도 모르는 일.
문제는 자신이 떠나고 나서 여기가 어떻게 되느냐다.
필시 태스크 포스 같은 추적자들이 이곳을 들쑤실 테니 난장판이 될 각오 정도는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서 망가진 컬렉션들을 볼 때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은 심정을 느껴야 했다.
이것도 어쩔 수 없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 누군가에게 찍힌 시점에서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라고 좋아서 이곳저곳을 도망다니다가 이별해버리는 선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아 참, 너도 될 수 있으면 오늘 내일 정도는 어디 다른 데에 가 있어."
"어디로?"
"만화방이든 넷카페든 시간 떼울 만한 데면 되겠지. 너무 눈에 띄지만 마."
"그건 알아."
언제쯤 여기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그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번 주 안으로 가능할지, 아니면 몇 년 동안 불가능할지 알 수 없다.
하다못해 놓고 간 짐들을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않기를 바랄 뿐.
니카도 그렇다. 자유를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어디서 변을 당하거나 다시 만날 때 적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가족도 친구도 뭣도 아닌 그녀에게 나름의 정이 있다면 그녀에게 한 마디라도 더 얹어주는 것이 예의겠지.
"근데 도미노 쪽은 얼씬도 하지 마."
"왜?"
"큰 게 좀 터질 것 같으니까."
"왜?"
"큰 게 좀 터질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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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기도 전에 이즈나가 준제라니
쓸 때는 아니었으니 세이프인 걸로 칩시다
올해 가기 전에 다음 화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완성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로그 지적은 환영입니다
※지적하신 대로 바로 수정했습니다 매우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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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보기클릭)59.25.***.***
자체 특소된 배틀 페이더를 코스트로 일적 거는 건 안되서... 일단 루푸스만 때리면 되는 거긴 하니 크게 수정할 부분은 없는 거 같네요
(IP보기클릭)121.173.***.***
퍼리괴인에게 습격당하는 백은성동 거주민 라 모양(29)
(IP보기클릭)21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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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리괴인에게 습격당하는 백은성동 거주민 라 모양(29)
(IP보기클릭)118.176.***.***
| 25.12.22 19:20 | |
(IP보기클릭)211.194.***.***
KC인증의 수행사제
| 25.12.22 21:15 | |
(IP보기클릭)211.106.***.***
(IP보기클릭)118.176.***.***
이럴 수가 이런 찐빠를 어쨌든 감사합니다 | 25.12.22 22:34 | |
(IP보기클릭)59.25.***.***
자체 특소된 배틀 페이더를 코스트로 일적 거는 건 안되서... 일단 루푸스만 때리면 되는 거긴 하니 크게 수정할 부분은 없는 거 같네요
(IP보기클릭)118.176.***.***
으아앜 아무튼 감사합니다 | 25.12.22 22: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