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제목도 붙지 않은 메일에 담겨 있는 내용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똑바로 처다볼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건 너무하잖아!"
브레이크가 가장 먼저 본 것은 괴인의 모습으로 변이된 애프터라이프의 신도들이 거칠게 묶여있는 마카리아를 범하는 사진들이었다. 그 끔찍함에 바로 스크롤을 내려버렸지만, 한 때는 자신들을 적대하고 가로막았던 마카리아였지만 끔찍한 모습을 한 신도들에게 범해진 채 고통에 울부짖는 그녀의 표정과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일그러진 얼굴을 지닌 신도들이 무력하게 묶여있는 그녀를 범하는 모습에서 브레이크는 역겨움마저 들고 있었다.
"한 때는 우리의 적이었다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끔찍한 모습이 되어버리다니..."
에스트렐라도 스트도 같은 여자로서 수많은 괴물들에게 붙잡힌 채 무기력하게 범해지는 마카리아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애프터라이프의 간부진 중에서도 의식만이 남아 우주를 영원히 떠돌게 된 페르세포네와 함께 가장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만큼 죄의 대가로서는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글을..."
"아직 확실한 건 없는데, 애프터라이프의 누군가가 보낸 건 뻔해."
브레이크를 급히 호출한 에스트렐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사진의 내용에 학을 뗀 브레이크가 스크롤을 내려버린 자리에는 이하의 글귀가 담겨 있었다.
어둠의 신은 자비롭지만 그 분의 인내에도 한계는 있다.
그녀는 어둠의 신의 축복을 받은 성모로서 다시 태어났음에도 불경하게도 너희에게 구원을 바란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리고 너희에게는 그녀를 도울 아무런 힘도 없다.
너희가 믿고 있을 희망과 구원은 모두 거짓이다.
곧 너희에게도 어둠의 신의 분노가 들이닥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너희가 바라는 거짓 구원을 내던지고 그 분에게 자비를 구하라.
더 늦는다면 그 분은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전철을 밟지 않고 싶다면 신중히 생각하라.
*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위치를 알 수 없는 어느 지하 공간, 플루토스는 알레이스터와 함께 특수 처리된 유리창 너머에서 애프터라이프의 신도들이 마카리아를 범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두 발로 걷고 자유로이 움직이는 두 팔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괴인들이 무력하게 묶여있는 여성을 겁탈하는 장면은 썩 즐거운 장면은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애초에 의도한 거니까요."
하지만 알레이스터는 도대체 뭐가 즐거운 건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녀를 의도적으로 자유롭게 풀어준 후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우리를 배신할 조짐이 있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고요."
어둠의 성모로서 선택받은 마카리아였지만 이미 자신의 간절한 부름에도 아무 반응이 없던 어둠의 신에게 질려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던만큼 알레이스터는 그녀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고, 그의 예상대로 한 때 자신의 적수였던 스트에게 구원 요청을 하는 것을 발견하자 신도들을 풀어 마카리아를 사로잡은 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고 있었다.
"뭐, 하는 김에 도발도 좀 하고 말이죠. 그런 사진들을 보란듯이 보냈으니 놈들도 그걸 보고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건 어려울 겁니다."
알레이스터의 말에 플루토스는 한 때 중간 간부진이었던 일곱 눈의 일원인 마카리아가 무력하게 당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를 향한 신앙의 말로를 알고서도 그를 따르는 광신도로서 알레이스터와 같은 공범이 된 이상 이제와서 마카리아가 범해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알레이스터에게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무의미했다.
"그 도발이 역효과를 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 세상에 정말로 천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페르세포네가 의식만이 남아 무력하게 우주를 떠도는 것도, 시큐리티 포스가 자신들의 우주 본부를 제물삼아 간부진들을 포함한 애프터라이프의 전력들을 우주에서 장사보낸 것도, 과격할지언정 죽었다가 어둠의 신의 손에서 강제로 되살아나 나중에는 애프터라이프의 신도들에게 범해지는 것도 천벌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과 알레이스터에게는 어떤 천벌이 내려질까. 플루토스는 한 때의 동지가 당하고 있는 비참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애프터라이프의 도발은 시큐리티 포스의 최종 방어 거점으로 선택된 리나 시티에도 이어졌다. 브레이크 일행 등에게 전해진 도발보다는 수위가 다소 낮았을지언정, 그 잔혹함은 비슷비슷했다. 애프터라이프의 공격을 받은 여러 도시들이 폐허가 되어가고 저항하던 시민들에게 무자비한 보복을 가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을 리나 시티의 사람들에게 광범위하게 퍼트리고, 리나 시티가 자신들이 퍼트린 동영상 속 도시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영상 속의 인간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도시의 문을 열고 자신들에게 투항하라는 도발 겸 협박이었다.
"지독한 놈들 아닌가. 이런 식으로 시민들을 겁주고 협박하겠다니."
시큐리티 포스의 수장, 글레이브도 리나 시티의 사람들을 향해 퍼트린 동영상들과 도발 문구들을 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애프터라이프의 진상을 모르는 리나 시티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는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이 동영상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에 시큐리티 포스 측의 혼신을 다한 노력을 헛되이 만들 수도 있었기에 그는 시큐리티 포스가 정보 검열에 실패한 것에 깊은 원통함을 느끼고 있었다.
*
"후후,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 미안합니다만 전 그 분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열린 사고가 특히 존경스럽습니다."
시큐리티 포스의 노력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그들의 최종 방위 거점인 리나 시티의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도발을 가하는 알레이스터는 리나 시티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크큭... 이걸 좀 보시지요. 벌써부터 겁에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잖습니까."
"겁을 주는 건 좋은데, 궁지에 몰리다 어차피 죽는 건 똑같다면서 우리에게 대들 수도 있지 않겠나?"
"저를 너무 바보취급하는 거 아닙니까."
커뮤니티 상의 반응을 보며 우려를 표하던 플루토스에게 알레이스터는 그를 타이르듯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었다.
"저는 그들에게 공포를 선보이면서 약간의 희망을 집어넣었습니다. 우리에게 투항하면 애프터라이프가 짓밟았던 수많은 도시들과 생명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궁지에 몰리는 쥐라도 희망이 있어야 도망을 치지요."
"그리고 그 희망에 속아 도시의 문을 열게 되면, 그 때 체크메이트를 넣는 것인가."
"그렇지요. 결사항전을 택한다면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면 될 뿐이고요."
알레이스터는 자신의 광범위한 도발로 공포에 휩싸여 패닉에 빠진 리나 시티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마카리아가 낳은 여덟 사도들을 떠올린 알레이스터는 그들의 근황을 묻고 있었다.
"아, 그건 그렇고 여덟 사도들의 훈련은 잘 되어갑니까?"
"저번과 같은 어이없는 결말은 피해야지. 우리의 신도 저번의 일로 우리를 향해 약간의 불신을 드러냈었다."
'불신'이라는 말에 알레이스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저런 선을 거침없이 넘어서며 온갖 위험한 실험들을 벌여오던 알레이스터였지만 결국 '정령'에 불과한 자신으로서는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와의 격의 차이를 넘어설 수 없었기에 그가 자신을 불신하는 순간 어떻게 자신을 응징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번의 일은 사고에 가까웠잖습니까."
"그 분도 알고 계신다. 그래서 저번의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여덟 사도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알레이스터에게 어둠의 신의 지시를 알린 플루토스는 뒤이어 어떤 사진을 꺼내고서 그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는대로 실전 투입에 들어갈 것이지만, 이번에는 실전 경험을 쌓기에 적합한 상대들을 붙여줄 계획이다."
그 사진에 담긴 것은 브레이크가 다니는 고등학교가 있었다. 그곳의 학생들을 여덟 사도들의 실전용 모르모트로 삼아 그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해줄 요량이었다.
"좀 더 미숙하고 만만한 대상들도 생각해봤지만 실전 테스트에는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서 제일 적당한 곳이라 할 수 있는 이 곳, '리나 고등학교'를 선택했다. 만약 네 계획을 통해 탄생한 여덟 사도들이 이 곳의 학생들에게도 쩔쩔맨다면 우리 모두 그 분에게 크나큰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겁주는 겁니까?"
"같은 배를 탔으면서 다른 궁리를 하는 건가? 그 여덟 사도를 생각해낸 건 자네 아닌가?"
"끙..."
탐탁치는 않았지만 플루토스의 말은 정론이었고, 알레이스터도 자신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는 손놓고 구경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여차할 때의 게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
한 참의 시간이 지나고, 마카리아는 홀로 남겨진 채 구원없는 자신의 삶에 절망하고 있었다. 차라리 목숨을 끊지 않고 시큐리티 포스의 특제 감옥에 남아있었다면 다른 동지들과 함께 우주에서 죽었을지언정 이런 꼴은 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신에게도, 악마에게도 버림받은 것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에 마카리아는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다못해 난 지옥에도 못 가는 거야...?
하지만 마카리아는 죽을 수 없었다. 하다못해 지옥에 끌려가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어둠의 신이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한, 그가 자신을 팽하고서 내치지 않는 한 마카리아는 앞으로도 애프터라이프의 씨받이 신세가 되어 하루하루 애프터라이프의 신도들을 낳는 생체 기계로서 살아갈 것이 뻔했다. 엉망이 되어버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마카리아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하며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이내 그 쓰레기같은 아비에 의해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영혼은 이미 어둠의 신의 양식이 되어 분해된지 오래였겠지만 그럼에도 말 한 마디없는 그의 조소 비슷한 것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구원은... 어디로 가야 구원이 있는 거야...
죽음으로도 자신의 구원을 찾을 수 없었던 마카리아는 자신의 뱃속을 채우고 있는 애프터라이프의 새끼 신도들이 당장이라도 자신의 배를 찢어버릴 것처럼 요동치며 자라나는 것을 느끼며 언제라도 신도들에게 범해질 수 있는 자세로서 고정당한 채 비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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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에 의해 글삭 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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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성 행위등이 묘사되거나, 신체노출이 묘사되지 않는 이상은 제가 개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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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조절 조심히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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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되면 책임지고 다시 쓰던지 해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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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되면 책임지고 다시 쓰던지 해야죠 뭐; | 22.07.11 2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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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성 행위등이 묘사되거나, 신체노출이 묘사되지 않는 이상은 제가 개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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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조절 조심히 하겠읍니다 | 22.07.12 17: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