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렴. 운명의 장난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테니까.
닝기르수라 불린 남자의 마음 속에서는 순수하지만, 순수하기에 너무나도 뒤틀려버린 하나의 바람이 담겨있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란 것도 자신이 품은 단 하나의 소중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사명은 무엇을 위해 주어진 건가? 그까짓 것을 위해 이런 대가를 치러야만 했었나?
"흐음, 바깥 공기가 이래저래 좋긴 좋군요. 조금만 더 참으시면 됩니다."
"안다."
모든 것이 망가졌다. 운명은 누구의 편도 아니었고, 다만 모두가 서있던 무대를 무너트리며 우격다짐으로 막을 내리고 등장 인물들 모두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그렇기에 누가 이기고 졌는지도 이제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어. 모든 것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 운명을 부수고자, 그는 '알레이스터'라고 스스로를 밝힌 정체불명의 존재와 손을 잡았다. 믿을 수 없는 자였으나, 이미 모든 것이 뒤틀리고 잘못된 상황에서 이제와서 무슨 선택을 하든지 간에 더 잘 못될 수도 없고, 뒤틀릴 수도 없었다. 설령 밑바닥에 깔린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옳고 그름도, 좋고 나쁘고도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바람은 너무나도 강렬했기에 그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일도 없었다. 알레이스터는 자신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닝기르수의 무서운 집념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기회였기에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든, 지옥으로 만들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유감없이 쏟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그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저와 손을 잡은 거 아니겠습니까. 뭐, 제가 임시로 자리잡은 거처가 다소 엉망이 되어버린 건 유감입니다만..."
자신이 현재 자리잡은 거처의 꼴을 보며 알레이스터는 혀를 한 번 찼다. 시큐리티 포스의 급습으로 인해 거처 안에 있던 것들은 모조리 쓸려나간 상황이었다. 그들이 압수해간 것들의 대다수야 자신의 천재성으로 커버할 수 있는 사안이니 아무래도 좋았지만 마카리아의 협조 하에 따로 모아둔 육신들을 모두 잃어버린 것은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너무 걱정마시지요. 이런 일이 언젠가는 벌어지리라고 생각해서, 따로 준비해둔 것이 있으니 말입니다."
잠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던 알레이스터였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 어느 방의 바닥에 대고서 몇 개의 점을 찍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바닥의 중앙이 두 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지하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 갑시다. 할 일이 많지 않습니까?"
알레이스터는 지하 공간으로 통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고, 잠시 후 그 방의 바닥은 다시 딱 알맞게 맞물리며 문이 있었던 흔적을 없애고 있었다.
기다리렴, 너만큼은 꼭...
......
*
SEM 컵 사흘 전.
"아니, 대형 스타디움을 통채로 빌린 것도 모자라서, 도시 하나를 통째로 대여할 수 있는 인간들이 굳이 현장 접수를 해야했나?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는 어디 엿바꿔먹기라도 했나."
SEM 컵의 접수 방식이 현장 당일 접수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케르나는 왜 굳이 사람들이 바글바글할 상황에서 현장 당일 접수로 일을 진행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어 투덜대고 있었다.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여러 메이저급 듀얼 리그의 헤드 헌터들이 지켜볼 정도로 위상이 높았던데다 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만 주어지는 전세계에서 단 1장뿐인 초희귀 카드와 많은 상금까지 걸려있어 아마추어, 세미프로, 프로를 막론하고 눈독을 들이는 거대한 대회였다. 그런 거대한 대회의 주최자들이 이번 대회에서는 인터넷 접수라는 편리한 방식을 쓰지 않고 현장 당일 접수로만 일을 처리한다는 기이한 방침을 내린 것에 대해 말들이 오가는 상황이었다.
"알 거 다 알면서 왜 그래, 누나."
"그 누나라는 말 들을 때마다 진짜 적응 안 되네..."
그런 아케르나 옆에는 알파드가 꼬옥 붙어있었다. 분명 귀여운 미소년이었지만, 그 알맹이는 자신보다 훨씬 오래되고 단련된 영혼이었기에 현재의 육신으로 남매 사이를 연기해야하는 아케르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그레우스와 카론으로서 영감이네 뭐네 하며 티격대던 둘의 사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감이네 뭐네 하면서 투닥댔잖아. 그런데 나는 그 몸에 담긴 알맹이가 뭔지 다 아는데도 동생 대접을 해야한다는게 진짜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 때 해둬.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 할걸?"
"참 위로가 되어주네."
그러거나 말거나 알파드는 그런 아케르나의 옆에 붙어있었고 그녀는 함께 애프터라이프의 여러 기밀들을 털어놓았던 그 날부터 같은 배를 탄 '영감'의 머리를 살짝 쓰담아주며 그에게서 어느 정도는 동지애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도 지시는 받았으니 참가 신청을 해야할텐데, 애프터라이프가 우리를 또 눈치채면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글쌔, 이번에는 몸도 바꿨고 그릇을 마주하지만 않는다면야 왠만해선 들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시큐리티 포스의 실력을 믿어도 좋을지는 모르겠으니 일단은 우리 몸은 우리가 알아서 간수한다는 걸로."
소파에 앉아 빈둥거리던 아케르나와 알파드는 시큐리티 포스의 지시 하에 이번 SEM 컵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일곱 눈을 포함한 애프터라이프의 조직원들도 최대한 끌어모을 계획이었기에 자칫하면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둘은 참전은 하되 최대한 그들의 눈에 띠지 않게끔 움직일 생각이었다. 물론 과연 자신들의 정체를 숨겨가며 움직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그런데 말이야... 브레이크 그 녀석, 내 정체를 혹시 눈치챘을까? 눈치채기라도 하면 어지간히도 놀려먹을텐데."
"그럼 이렇게 말하면 돼. '꼬우면 시큐리티 포스한테 물어보'라고."
*
...바보같지만 가엾은 오라버니...
*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다지만...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세 눈들은 믿어도 좋은 건가?"
SEM 컵 하루 전, 신의 세 심장은 여러 가명으로 참전할 예정인 일곱 눈들과 여러 조직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바람의 그릇이 시큐리티 포스 측에 합류한 이상 섣부르게 움직일 수는 없었기에 일단은 그들의 뒤에서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둘은 나름대로의 검증을 거쳐서 합류했으니 그렇다고 쳐도... 세라피스의 빈 자리를 메꿔줄 녀석은 제대로 된 검증없이 빈 자리만 채우지 않았나?"
이번 SEM 컵에 참가한 조직원들의 리스트를 살펴보던 플루토스는 신의 일곱 눈이 기재된 자리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빅', '제이', '팔시오', '브릿', '플린트', '블루', 그리고 '델타'라는 가명을 사용할 일곱 명 중 비어있는 세 자리를 급히 채운 눈들, 특히 얼마 전에 체포되어 비어버린 세라피스의 자리를 거의 땜빵하듯이 들어온 인물의 실력에 대해 플루토스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글쌔. 오히려 네가 걱정할 그야말로 그의 빈 자리를 완벽히 채워줄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해."
그러나 페르세포네는 여유로웠다.
*
개최일 당일, 당일 현장 접수로만 참가자를 받기로 결정한 주최자 측의 결정으로 인한 반발도 상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채로운 특색을 지닌 여러 듀얼리스트들이 SEM 컵의 우승자가 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들고 있었다.
"우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
이번 대회를 노리고 모여든 듀얼리스트의 수는 약 700여명 가량이었지만 그 커다란 스타디움이 좁게만 느껴질 정도의 분위기에 압도당하지 않으려고 브레이크는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반면, 스트는 마치 자기 집으로 돌아온 것마냥 수많은 열기가 느껴지는 스타디움 안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 긴장한 거 아냐?"
"나는요, 너처럼 노련한 듀얼리스트가 아니거든..."
나도 너무 떨려...
스트가 몸을 빌린 에스트렐라 역시 이런 열기는 처음이었는지 몸만 빌려주는 입장임에도 너무나도 떨리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듀얼리스트의 열정 이외에도 느껴지는 여러 오욕칠정들도 느껴지고 있었다. 자신들이 속한 리그를 빛내줄 인재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헤드 헌터들의 눈빛부터, 막대한 상금을 노린 여러 가지 배경들, 오만방자함, 고양감, 자기 과시와 복수를 위해 이 자리에 숨어들어온 어둠 등등 온갖 사고들과 욕망들, 수많은 감정들이 소년과 소녀에게 날 것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이 스타디움에 모이신 신사숙녀 여러분들에게 먼저 이 자리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듀얼리스트들의 시선을 끄는 여성의 목소리가 스타디움을 채우고 있었다. 현 사장의 비서 중 한 명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여성은 무선 마이크를 쥔 채로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의 힘을 빌려 참가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 사람 이외에는 모두 패자가 되는 곳이지만, 단념치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 7회 SEM 컵의 개최를 선언하겠습니다!"
장황한 미사여구를 거의 모두 쳐내버린 짧고 굵은 개최 선언과 함께, 제 7회 SEM 컵은 그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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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자체가 달라 만날 일이 없는 닝기르수와 알레이스터가 손을 잡았다는 기묘한 상황이라 여기서의 성유물 스토리는 정체불명의 힘으로 인해 파국이 났다는 가정 하에 적당히 써내렸습니다 (여기서도 탑을 쌓는 것이다 닝기르수)
아케르나는 과연 브레이크 일행에게 자기 정체를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정령계까지 본격적으로 끼어버리다니 과연 이것이 릴레이 팬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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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계실 유저분들에게 부탁하는 바 자기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인 이번 릴레이 팬픽에 적극 참여해주셔요
스토리가 너무 엇나가지만 않으면 되니 저도 쓰기 싫은 듀얼로그를 꼭 무리해서까지 작성할 필요도 없고 저도 글은 참 못 쓰지만 이렇게 쓰고 있읍니다
글쓰는 솜씨가 꼭 프로 작가 수준이 아니어도 좋으니 본인의 상상의 나래를 이번 릴레이 팬픽에서 적극적으로 펼쳐보세요
참가자에게는 개최자가 약간의 보상도 준다고 하니 한 번 속는 셈 치고 참여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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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정령계는 어떻게 다뤄야 좋을지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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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양성이란 좋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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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쓰는 입장에선 피곤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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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월
저도 정령계는 어떻게 다뤄야 좋을지 막막합니다 | 22.06.08 00: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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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월
그래도 다양성이란 좋은 거지요 | 22.06.08 00: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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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월
그만큼 쓰는 입장에선 피곤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 22.06.08 08: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