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게이머가 있었고, 그들은 <선불>이라는 미덕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게임계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니.....
사람들은 이를 출시일에 게임 사면 호구의 시대라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 순수한 영혼의 PC 게이머들에게는
재앙 그 자체였다.
이 시대의 개발사들은 마치 미슐랭 3스타를 약속하고 손님 앞에 꽁꽁 언 냉동 삼겹살을 던져주는 주방장과 같았다.
개발자 1: 손님, 시간이... 돈이... 저희의 열정이 부족하여 고기가 아직 덜 익었습니다.
게이머: 아니, 이보시오! 돈은 다 받아 놓고 이게 무슨 소리요?
개발자 2: 아, 일단 드셔보시죠. 식중독 걸려서 난리 치시면 그때 가서 토치로 살짝 그을려 드리겠습니다.
물론, 추가 요금은 없으니 저희의 자비로움에 감사하십시오.
이 얼마나 끔찍하고 혼란스러운가! 그들은 최적화라는 단어를 고대 유물처럼 취급하며, 무대포 정신과 개깡이라는
새로운 교리를 받들었다.
일단 출시 버튼부터 누르고, 게이머들의 비명 소리를 BGM 삼아 유유자적 커피를 마시며 여론을 살핀다.
욕설이 대기권을 뚫고 성층권까지 도달할 기미가 보이면, 그제야 마지못해 엉덩이를 떼고 패치를 내놓는다.
근데 그 패치란 것이 무엇인가? 구멍 난 항아리에 껌 씹다 뱉은 걸로 대충 땜질하는 수준! 20% 부족한 패치?
동지여, 그건 너무 후한 평가다.
80%가 부족하고 20%는 새로운 버그를 창조하는 창조경제 패치가 아니던가!
콘솔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암, 그렇고말고. 그들은 족쇄 찬 무용수다. 정해진 무대에서만 춤을 춰야 하니
최소한의 예의는 차린다.
하지만 우리 PC 게이머들은 어떤가? 드넓은 광야에 던져진 야생마와 같다. 개발자들은 이 야생마들이
각자 알아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4090을 타든 5090을 타든, 그들의 눈에는 그저, 알아서 할 놈일 뿐이다.
그래픽 대비 터무니없는 사양? 그것은 기본 교양이다.
롤러코스터 뺨치는 프레임 드랍? 다이나믹한 체험을 위한 제작사의 배려다.
프리징과 튕김 현상? 잠시 쉬었다 하세요, 고객님... 이라는 개발자의 따뜻한 마음이다.
이쯤 되면 욕이 안 나오는 자, 성인군자거나 해탈한 부처일지니.
그리고 대망의 언리얼 엔진5! 우리는 그 이름을 들으며 차세대의 영광을 꿈꿨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무엇이 있었나?
조명빨, 광원빨에 속아 넘어간 비운의 소개팅남이 우리였다. 겉모습은 번지르르한데, 막상 겪어보니
최적화라는 기본 인성은 역대급으로 파탄 나 있었다.
이 엔진은 마치 슈퍼카의 심장을 가졌지만, 연비는 우주선이고 시동은 100번 걸어야 한 번 걸리는
애물단지와 같았다.
이것은 이제 유행이다, 전염병이다!
<최적화는 대충, 출시는 일단, 패치는 간보며>
라는 3대 강령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얼마나 잣같은... 아니, 끔찍한 현실인가!
이 모든 피해는 누구의 몫인가? 바로 우리다. 비싸지는 게임 값, 영혼 없는 서비스, 찍어내는 듯한 게임들,
본편보다 비싼 DLC.. 그리고 이 모든 불행의 화룡점정, 개 떡 같 은 최! 적! 화!
자, 이제 역사에 두 명의 게이머를 세워보자.
[원고] 김호구 (남자, 32세, 2077년 12월 10일 참전 용사)
<저는.. 6만 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사이버펑크 2077>의 출시일을 지켰습니다. 나이트 시티의 영광을
가장 먼저 보리라 믿었지만,
제가 본 것은 공중부양하는 자동차와 T자로 굳어버린 시민,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사라지는
제 소중한 바지였습니다.
저는 게임을 한 것이 아닙니다.
돈 내고 QA 테스터 알바를 뛴 것입니다.
저의 숭고한 희생으로 지금의 '갓겜'이 탄생했으니, 후세 사람들은 저를 사펑의 순교자로 기억해주십시오...>
(눈물)
[피고] 박현자 (남자, 31세, 스팀 할인 존버단)
<저는 인내했습니다. 동지들의 처절한 버그 리포트를 읽으며 명상했고, 개발자들의 사과문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흘러 마침내, 갓겜이라는 광명이 저를 비추더군요. 거기에 55% 할인으로 3만원에
완벽해진 나이트 시티를 경험했습니다.
버그는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었고, 최적화는 부드러운 비단결 같았습니다. 김호구 동지의 희생에 심심한
의를 표합니다.
덕분에 꿀 빨았습니다.>
(흐뭇)
판단은 누구의 몫인가? 이미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기억하라, 동지여.....
<내가 이 게임을 발매일에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 는 임종 직전의 심정이 아니라면, 그대의 지갑을
굳게 닫고 기다려라.
최적화라는 이름의 구원자가 강림하고, 할인이라는 이름의 축복이 내릴 때까지...
그것이 바로 이 혼란한 시대에 우리 PC 게이머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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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게임기 하나 샀다고 아주 못봐주겠네. 이딴 글에 추천박은 것들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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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글도 아닌데 왜 내가 부끄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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