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 폴리 아 되를 보고 전작을 되새기면서 주제를 연결시켜 본 감상입니다. 전작의 스포도 있고, 본편의 스포도 있습니다.
범죄의 아이콘이 된 이후의 아서 플랙
아서 플랙(호아킨 피닉스 분)은 아캄 어사일럼에서 깡마른 몸으로 사는 둥 마는 둥 지내고 있습니다. 그의 변호사(캐서린 키너 분)는 아서 플랙의 형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아서의 범죄는 본인이 아니라 조커라는 다른 인격이 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려고 합니다. 원래는 농담 하나하고 담배 한 개비 얻어피우는 것이 낙이었던 것 같지만, 이 시점의 아서는 아무런 의욕이 없습니다.
그런 그와는 다르게 어사일럼 바깥에서는 그를 둘러 싼 소동이 생기고 있습니다. 얼마 안 가 그의 재판이 있을 예정이고, 검사인 하비 덴트(해리 로티 분)는 그에게 사형을 내리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의 이미지는 아직도 바깥에서는 슈퍼스타와 연쇄살인마로서 흥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까지 나왔을 정도로요. 그러다가 본인을 담당하는 교도관(브렌던 글리슨 분)이 노래를 하고 싶다는 사심을 담은 변덕 덕분에 노래 치료 수업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은 아서와 처지가 비슷하고 그를 주인공으로한 영화를 20번 넘게 봤다며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리(레이디 가가 분)를 만나면서 그야말로 이야기에 불이 붙습니다.
아서는 리와 얘기한 이후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뿜어내면 그곳이 바로 무대 위가 됩니다.
무대 위의 조커
아서는 리와 교감하면서 본인이 무대 위에 있다는 심상을 반복해서 마주합니다. 그녀와 함께 있는 이 모든 상황들은 뮤지컬의 세트장 위이고, 본인은 조커라는 배역으로 낭만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이지요. 어째서 레이디 가가가 캐스팅 됐는지 납득이 가는 연출들이 나옵니다.
재판이 시작되고 검사는 아서는 단일 인격이다, 변호사는 다중 인격이다라는 주제로 법정공방이 계속됩니다. 리는 이 상황이 싫습니다. 왜냐면 아서는 아서라는 단일 인격도, 아서와 조커의 다중 인격도 아니에요. 그녀에게 아서는 조커라는 범죄계의 왕자여야만 합니다. 그래서 리는 재판 중의 아서에게 조커가 되라며 자극합니다.
그리고 점차 아서는 조커가 되어갑니다. 리가 얘기해줬던 모든 것들이 거짓말임이 탄로났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는 아서가 아니라 조커고, 리는 부유한 의사의 딸이 아니라 무대 위의 할리퀸이니까요.
결국 아서는 이중 인격을 증명하기 위해 그의 치부를 꺼내며 증인심문을 하는 변호사를 해고하고 본인이 직접 변호하기로 합니다.
무대를 내려온 아서 플랙
아서는 조커가 되어 재판에 응합니다. 그리고 증인으로 서게 된 소인증 전 직장동료, 개리 퍼들스(리 길 분)를 심문하게 됩니다. 조커의 말과 질문들은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저 광대 범죄자가 할 법한 농담 ㄸㅁ기와 위악스러운 질문 만을 반복하다가 개리 퍼들스의 진심과 마주하게 됩니다.
'너의 살인은 당연히 충격이었다. 왜냐면 모든 사람들 중 너만이, 너만이 나를 비하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니까'
연기는 끝이 납니다. 그는 더이상 조커일 수 없게 됐어요. 영원할 것 같았던 뮤지컬은 끝났고, 그는 자신의 배역인 조커가 아니라 개리 퍼들스와 일하던 무대 밖의 아서 플랙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최후 변론에서 고백합니다.
'나는 내 안의 자기파괴적인 심상을 외부에 폭력적으로 투사했을 뿐이다. 조커라는 인격은 없다.'
그리고 자신과 리, 둘만의 비밀이었던 어머니의 살인도 고백합니다. 뭐, 그 이후 법원이 폭파되어 리와 도망가려는 시도도 하지만, 배역인 조커의 덕후이지 배우인 아서 플랙의 덕후는 아니었던 리는 그를 거부하고 떠납니다.
이후 아서 플랙은 아캄 어사일럼에서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사형을 받았을까요? 하지만 사형을 받았는지 종신형을 받았는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일상 속에 존재하는 진짜 혼돈과 마주쳐 죽게 되니까요.
얘기 할 수 밖에 없는 전편
전편을 보고 저는 놀라면서 의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 인셀 범죄를 꽤 명확하게 녹여낸 영화로 보여졌거든요.
지금은 양상과 주장이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전편이 나왔을 당시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의 범죄들이 처음 대두되는 상황이었고, 그때 그들의 주장 몇 가지를 본 적이 있었는데 국가에서 성관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여성을 공급해달라는 요구가 공통적으로 눈에 띄었습니다. 그걸 보고 '그걸...왜 국가가 보장해야 돼...?'라는 것이 저의 감상이었습니다. 여기서 의문의 핵심은 '본인의 권리가 아닌 것을 권리라고 생각한다'라는 점이었죠.
전편의 아서 플랙이 영화 내내 모진 폭력과 멸시에 노출되면서도 일상의 끈을 잡고 있다가 완벽하게 돌아버리는 타이밍은
1. 공공복지시스템을 통해 나오던 약의 중단
2. 브루스 웨인의 장자가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아님
이 두 요소의 콜라보였습니다.
그래서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요. '본인이 권리(영화에선 브루스 웨인의 장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고 부정당함'이라는 부분이 당시의 인셀 범죄를 완벽하게 비유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아했던 점은 이렇게까지 현실 범죄의 메타포를 명확하게 녹였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메시지 자체는 갈팡질팡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조커는 그래서 뭐 어떤 얘길 하고 싶었던 것인가?
마지막까지 하고 싶었던 말은 사회적 약자가 제대로된 삶을 살 수 있게 공공복지를 탄탄하게 해야한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비해서 조커의 범죄나 정신분열적인 면모를 굉장히 탐미적이고 자극적으로 찍어내지 않았나요? 심지어 엔딩도 그런 감성으로 끝내잖아요.
그렇다고 조커에게 완벽하게 몰입을 시킨 것도 아닙니다. 마치 풍선에서 바람을 빼듯이 메마른 연출로 도망가던 월스트리트 가이를 확인사살하거나, 어떤 부분이 망상이었나를 가차없이 짚어주는 식으로 몰입을 막으려고 시도한 장면들도 있어요. 그러나 몰입을 위한 연출과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그냥 이상하게 메마른 장면들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폴리 아 되"로 마지막 퍼즐을 맞추며
이번 조커 : 폴리 아 되를 보고 왜 그랬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거 같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아서 플랙의 비루한 내면을 폭로하고 끝낼 생각이 전편을 제작할 때에도 있었다면 범죄와 혼돈의 아이콘으로서 조커를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왜냐면 조커를 완벽히 지운 아서 플랙만 남는 그 순간, 몰입이 알아서 빠질테니까요.
단지 전편은 범죄의 아이돌로서의 조커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빡빡한 러닝타임이 됐기 때문에, 일단 공공복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무방어전 같은 몰입을 빼기 위한 장면들도 그 부산물이 아니었을까요?
아예 1, 2편이 한 영화였다면 도망가던 월스트리트 놈을 쏴죽이는 장면도 비장하게 표현하고, 망상이 탄로나는 장면을 비극적으로 표현해서 관객이 완벽하게 조커가 되게 만들었어도 상관 없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더욱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을 것 같군요.
그 모든 판타지를 박살내는 단 한 장면이 준비돼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