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유저가 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전쟁에서 발생한 인도공군의 추태에 대해 모 회원이 '회피기동도 안하고 들어간 인도 잘못'이라 평하자
이 유저는 중국산 PL-15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최대사거리가 200km에 이르므로, 회피기동은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또한 회피기동에 대해 장거리와 NEZ(*1) 내에서의 기동, 한계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장거리에서의 기동 : PL-15가 최대 사거리에서 발사되면, 터미널 페이즈(*2)에서 속도와 에너지가 감소합니다(마하 5에서 점차 감소. 이 경우 라팔의 급격한 방향 전환, 고G 기동 또는 저고도 비행(지형 마스킹)이 미사일의 추적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NEZ 내에서의 기동 : NEZ 내에서는 회피기동만으로 PL-15를 피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PL-15는 높은 기동성과 터미널 호밍(*2)으로 민첩한 전투기를 추적하도록 설계되었다().
한계 : 라팔의 최대 기동성은 약 9G로, PL-15의 기동성(최대 20~30G 추정)을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근접 폭발 신관으로 인해 완벽한 회피가 아니라도 파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므로 80km 이내에서는 절대 회피 불가능하다고 나온다"
고 말이죠.
정말일까요? 언뜻 보면 전문적인 용어가 마구 들어있어 한없이 사실처럼 보입니다.
물론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대 사거리에서 발사되면 종말단계에서 (발사체의) 속도와 에너지가 감소한다" 는 부분이나 NEZ 내에서는 피하기 어렵다"
는 부분이요.
하지만 나머지는... 현실과 많이 다릅니다.
1. "200km 거리에서 회피기동이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은 BVR 교전(*3)의 기본 원리를 오해한 겁니다. BVR 교전의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2. '레이더 조준'
3. '유효사거리(레이더가 계산해서 알려줌) 안쪽에서 중거리 미사일 발사'
4. '상대의 회피 혹은 대응'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최대 사거리(200km)에서 이뤄진다면?
표적기(라팔)가 레이더 조준,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고 대응(회피 기동, 채프/ECM 등등) 행동을 취할 시간이 아주 많습니다.
게다가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란 이상적인 조건(고고도, 맞대응 비행 상황)에서의, 말 그대로 '최대 도달 거리'죠.
표적이 회피 기동에 들어가도 명중이 보장되는 '회피 불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해당 유저는 "라팔의 9G vs PL-15의 20~30G"를 단순 비교하여 미사일은 20~30G 기동이 가능하나 현대 전투기는 9G밖에 기동할 수 없으므로 회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흔히 발생하는 착각이며, 아래에 쓸 '현대 공중전의 발전상'과 비교하면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현대 공중전의 발전상 (1) RWR :
(소련-로씨야제 항공기의 구형 RWR)
아이고 파일럿 양반 우리 조준당하고 있소 깽깽깽
하고~ 경보음을 내뿜는 장비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이를 RWR(Radar Warning Receiver), 길게는 레이더 경보 수신기라 부릅니다.
위의 사진에 나온 구 소련의 것처럼 간?략? 한 RWR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신예의 강-력한 RWR들은 상대 측이 발산하는 레이더 신호를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그렇게 얻어진 분석 결과로 상대의 정보, 대략적인 방위 및 거리, 탐색 중인지, 유도 병기를 발사하기 위해 본 기체를 '추적'(흔히 락 온이라 부르는 그것)하는지, 실제로 유도병기를 발사했는지의 여부까지 전부 알려줍니다.
이렇듯 최첨단 전투기들의 싸움이라면 최대 사거리에서 발사된 중거리 미사일은 충분히 회피가 가능합니다.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전부 아는 상태일테니 말이죠.
-현대 공중전의 발전상 : (2) 미사일의 고성능화와 착각
여러분, 이거 아시나요? 서구권 열추적 미사일의 대명사인 B형 사이드와인더(AIM-9B)는 1956년에 등장했는데요.
등장 시점에서 이미 최대속도 마하 1.7에, 최대 기동한계 10G를 찍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만약 이 유저의 말대로 최신예 전투기들의 기동 한계가 고작 9G라서 회피기동이 쓸모 없다면...
탐색기의 성능은 올라간다고 해도, 미사일의 기동 성능 만큼은 그대로여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럼 이것들은 대체 왜 있는 거죠?
B형 정도면, 아니... G형 사이드와인더(1970년대)의 18G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런데 왜. 미사일의 기동성은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올라가는 걸까요?
영국이 왜 기동에 몰빵한 미사일(SRAAM, ASRAAM)을 만들려고 했는지.
기동한계가 무려 40G!!! 대 단 하 다 ! ! !
소련-러시아는 여태껏 잘 쓰던 R13M1, R60M 놔두고 왜 R-73을 만들었는지.
기동한계가 무려 60G!!!
미국은 그 좋은 L/M형 사이드와인더(40G)에 추력 편향 노즐(*4)까지 넣은 X형 사이드와인더를 (60G)를
왜 만들었는지 설명이 전혀 안 되지 않나요?
간단합니다 : 이 유저는 미사일의 기동 한계와 기체의 기동 한계의 관계성을 착각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미사일은 발사 직후 최대 추진력을 발휘하고(*5), 이후에는 발휘된 최대 추진력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표적의 예측된 미래 위치를 향해 날아갑니다.
이 때, 충분한 거리가 있다면 표적은 9G나 이것에 살짝 못 미치는 급기동으로도 미사일의 예측을 크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미사일에 부여되는 30G~60G의 '엄청난 기동력'은 표적의 '급격한 기동'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미사일의 기동한계가 30G라고 해서 전투기도 30G로 기동해야 피할 수 있다'는 말이 절대 아니에요!
만약 해당 유저의 논리대로 최대 사거리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절대로 회피할 수 없었다면?
미사일 발전사도 기동성 분야는 멈추고 추적성능과 사거리를 극도로 늘리는 방향으로 갔겠죠.
추력 편향 노즐이니 IRCCM(*6)이니 HMS/HMD(*7)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집어치웠겠고요.
??? : 글이 존내 길어지네? 그래서 이 사람이 챗지피티를 썼다고 말하는 이유가 뭔데?
1. 급격한 문체와 수준 변화 : 해당 유저는 처음에 "의미가 있을까?" 라는 문장의, 전문성을 파악하기 힘든 질문을 던졌죠. 그리고 직후 갑자기 터미널 페이즈, NEZ, 고 G 기동 등등 전문 용어를 나열하는 구조화된 장문의 글을 작성했습니다. 한 사람이 동일한 주제에 대해 이 정도로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아요.
2. 그럴싸하지만 틀린 내용 : 장문의 댓글은 생성형 AI가 자주 산출하는 답변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관련 밀리터리 키워드(NEZ, G, 터미널 페이즈)등등을 가져와 그럴싸한 문장을 구사하지만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정확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앞서 밝힌 '9G vs 30G'의 단순한 비교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3. '했다고 나오네' : 자기가 아는 지식을 밝히는데 '했다고 나오네' 라는 식으로 누군가가 설명한 내용을 옮기는 어투는... 뭐 결정적이죠. 자신의 논리에 필요한 레퍼런스를 밝히는 게 아니니까요.
이제 아시겠죠? 챗지피티에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LLM은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아무 말이나 하는 덩어리에 불과해요.
PS . 당신이 DCS를 지금 시작한다면 겪게 될 경험
4컷 요약
-각주-
(*1) NEZ: Non Escape Zone, 회피불능 구역.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비행할 때, 조준당한 표적이 회피 기동을 수행해도 회피가 불가능한 거리 혹은 구역을 뜻함.
(*2) 터미널 페이즈(Terminal Phase)/ 터미널 호밍(Terminal Homing) : 미사일이 내장된 레이더를 켜고 '직접 추적'에 들어가는 단계.
밀덕계에서는 이를 종말 유도 단계(Terminal Guidance Phase, 터미널 가이던스)라 통틀어 부름.
(*3) BVR 교전(Beyond Visual Range) : 시계 외 교전/가시 외 교전.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뜻함.
(*4) 추력 편향 노즐(Thrust Vectoring Nozzle, TVN) : 흔히 TVC라고도 함.
로켓 엔진의 분사구 방향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추진 방향을 급격히 바꾸어 '상식을 벗어난 급기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줌.
(*5) 손실되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서스테인 모터니 로프트 기동 이니 뭐니 등등 여러 기술이 있으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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