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제가 골때리는 게, 손권군이 처한 현 상황과 하제가 벌이는 행위의 괴리 때문임.
지금 손권군의 주력(主力)은 격전을 대비해 치중과 양초를 싣고 유수구(濡須口)로 이동 중이다. 환성의 조조군 병력이 철퇴했다는, 조위의 내부 첩자 말에 따라 손권군은 그쪽을 경유해서 가는 삼산(三山)방면을 행군루트로 삼았다.
그러나 이 삼산(三山)루트는 순유(荀攸)의 노림수였다. 환성에는 삼산 쪽을 가로질러 유수구로 바로 향하는 산길(山路)이 있었기에, 일부 부대를 잔류시켜 산에 매복시켜 놓았던 것이다.(지휘관은 장료)
기타 부대(감녕, 주태)의 이동경로까지 꼼꼼히 파악해둔 순유는, 손권군 주군(主軍)이 지나는 길목에 낙석을 배치해두고, 이들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낙석계(落石計)로 타격을 입히고, 본대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장료가 기병(奇兵)을 이끌고 총사령관(손권)의 목을 따기로 계획했다.
조조군이 이런 계책을 꾸몄다는 사실은 여몽 정도나 알고 있을 뿐이다. 조조군의 칼날이 손권 목젖아래까지 당도한 상황, 적들의 매복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한시바삐 움직여야 할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급박한 사태에서 하제(賀齊)는 무엇을 하는가? 조조군 기병(奇兵)의 목을 일일이 썰어 장대에 꽂아가며 여유롭게 등산하고 있다. 조금만 늦는다면 주군(主君)의 신변은 돌이킬 수 없게 될지 모름에도, 하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태도인양 꾸역꾸역 장대에 수급을 꽂아넣는다.
그렇다고 장료를 압도적인 위세로 제압하는 것도 아니다. 몇 합 주고받더니 자기가 장료 밑임을 바로 깨닫고 꼬리를 만다. 산월족한테 했던 것처럼 나한테도 해보던가란 장료의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전형적인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사이코패스.
그렇다고 또 순순히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주태, 감녕이 올테니까 기다려봐라’란 블러핑을 하는 잔대가리까지...
뭔가 그간 보여줬던 화봉요원 속 ‘잔인한 인물’과는 궤를 달리하는 진정한 의미의 싸이코패스같음. 화봉요원에서 잔혹한 면모를 보여준 인물을 보여주자면 사마가(司馬家) 복수에 혈안이 되어 있는 허정(許定)이 있는데...그 허정(許定)도 이런 면모는 보여준 적 없었다.
하제가 처음 등장할 때만해도 여몽이 ‘산월 족을 씨몰살 시켜서 여기 올 여유가 났냐?’라는 비아냥을 가볍게 봤는데..최신화를 보고나니 많은 생각이 든다.
사람 1만명의 머리를 베어서 장대에 꽂는 ㅁㅊㄴ이라..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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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목해 보자면 기존 삼국지 매체에서 보여준 유수구 전투 속 '장료'의 모습과는 다른 부분도 있다. 유수구 전투와 장료하면 정정당당, 단신으로 돌격하여 손권군을 휘저어놓고 여유롭게 물러나는 모습이 많이 생각날 것이다(대표적으로 창천항로) 그런데 화봉요원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온다. (역사에 기록된, 우리가 흔히 아는) 유수구 전투가 정식으로 개시되기 전에 암습하고, 총사령관의 목을 따버려 아예 전투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암살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특수부대를 이끌고 산길에 매복하고 낙석계를 준비하는 등..우리가 생각하는 장료와는 180도 다른 모습. 그리고 이런 음험한 궤계를 꾸미는 장료가 상대하는 인물은...정정당당함과는 한참 거리가 먼, 사이코패스 하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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