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홍대 피규어 전시회, 애니메이션의 장대한 역사를 피규어로 담아내다.

[박유수]

JS GALLERY,

애니메이션의 장대한 역사를 피규어로 담아내다.

전시회나 박물관이라고 하면 하품부터 나오는 사람들이 꽤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별 흥미 없는 것들에 대한 전시는 아무리 희귀하고 의미 있는 것들이라 할지라도 관심 밖이라 그렇겠죠.

하지만 그 전시품들이 애니메이션 피규어라면? 그것도 애니메이션의 장대한 역사를 한 곳에 모은 전시라면?

오늘은 홍대 JS GALLERY의 아니코레에 대한 리뷰와 추천을 해볼까 합니다.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서 조금 걸어가면 있다.)

저는 홍대를 자주 가는 편입니다. 이런저런 굿즈샵이나 피규어샵이 많이 몰려있어서 슬슬 산책하면서 둘러보기 좋거든요.

언제나 처럼 피규어프레소를 구경하러 가던 어느 날, 처음 보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니코레:피규어로 말하다’ 피규어 전시회라는 말에 저는 홀린 듯 처음 보는 갤러리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들어가자 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건 아톰, 데빌맨 그리고 데즈카 오사무.)

솔직히 엄청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보기에 그리 커 보이지 않았기도 하고 피규어 전시회라는 게 도대체 어떤 걸 전시하는 건지도 감이 안 잡혔고요.

하지만 입장권을 끊고 처음 입구의 커튼을 거치는 순간 의문은 설렘으로 바뀌고 눈앞에 글과 영상으로만 접했던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현실에 펼쳐졌습니다.

(아톰, 건담을 넘어 에반게리온. 옆에는 왠지 3배 빠를 거 같은 대형 자쿠도 있다.)

여러분은 첫 애니메이션은 어떤 작품이었나요?

나루토? 강철의 연금술사? 아니면 에반게리온?

어쩌면 겟타로보나 데빌맨 같은 게 튀어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분이 보았던, 기억하던 그 애니메이션, 그리고 그 작품의 뿌리부터 반대로 그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후배 작품들까지 피규어로 펼쳐둔 곳이 바로 아니코레 입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디오라마 피규어들은 우리가 봤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전시회의 가장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오래된 피규어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아톰, 데빌맨, 겟타로보부터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까지 역사에 이름을 조금이라도 남긴 거의 모든 작품이 피규어로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지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질 정도의 구형 피규어는 보기 힘든 편입니다.

다시 말해 오랜 골동품들을 박물관처럼 모아둔 형태라기 보단 각 시대와 흐름에 맞는 캐릭터들을 피규어로 전시해 놓은 곳이라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그저 골동품이 아닌 선명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모든 시대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거죠.

(이 챕터에서 설레지 않았다면 사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시대에 따라 각각 챕터를 나누고 방영시기에 맞추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지만 중간 중간 같은 테마에서도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작품들끼리는 붙어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디지몬과 포켓몬 같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조합도 있고

세일러문을 시작으로 카드캡처 체리,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등의 마법소녀 단체전시나 페어리 테일, 강철의 연금술사, 일곱 개의 대죄처럼 같은 매거진의 최고 히트작들을 한 대 묶어놓기도 합니다.

역사의 흐름대로 쭉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들의 상관관계가 보인다면 당신도 어엿한 오타쿠)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관람하는데 도움을 줄 2가지 서포터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바로 에디터들의 설명과 전시장 위에 있는 영상들이죠. 사실 영상은 높이가 있는 지라 보기에 목이 좀 아픈 애로사항이 있지만 영상의 퀄리티도 수준급이고 길이도 엄청 길지 않아서 딱딱 보고 넘어가기 좋습니다.

이런 영상보다 더 깊은 설명을 원한다면 각 섹션의 대표작 혹은 시대에 대한 에디터들의 설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제에 대한 간단한 역사와 날카롭고 깊은 통찰들은 꼭 피규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가야할 이유가 될 정도의 수준이라 느꼈습니다.

(뭔가 뭔가인 녀석도 하나 껴있다. 역사를 쓰긴 했다만)

당신이 애니메이션을 사랑한다면,

당신이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당신이 피규어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오타쿠들의 성지인 홍대에 등장한 ‘우리들을 위한 전시회’에 한 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

(딱 만원 한 장이면 이 모든 걸 볼 수 있다. 이런 데는 오래오래 영업할 수 있게 열심히 가야 한다.)

[フトスト!]

카메하우스 덕분에 알게된 가게인데 홍대 피규어 투어 가면 들러보는 곳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못 갔는데 저런 행사를 하고 있었네요. 내일 꼭 들러봐야겠습니다.

[박유수]

듣기로는 일정 시기마다 테마를 바꾸어서 전시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주제들도 궁금하지만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다룬 이번 테마가 전 정말 인상 깊었어서 꼭 한 번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