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말이 없어서 그 대신으로 내 뱃살이나
살 찌우던 천고마비의 계절.
그리고 내 살집맹키로 한창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나는 논산에 현역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음.
당시 논산훈련소에서는 비만 소대 대신 건강 소대를 운영했는데(풍문에 의하면 비만 소대란 말 자체가 인격적 모독 어쩌고 저쩌고라 카더라.)
과체중 장병과 저체중 장병을 한 소대에 몰아넣는 부대였음.
몸무게 세 자릿수를 자랑하던 나 역시 당당하게 그 위용을 뽐내며 건강 소대의 일원으로 함께하게 되었음.
민간인 시절 군필자들에게 귀에 딱지가 나도록 들은 공포의 비만 소대 썰과는 달리
내가 소속된 건강 소대는 식단 조절도 없고 따로 운동도 안 시키고 명목상 관리만 하는 방치형 소대였음. 그나마 매주 일요일마다 몸무게를 재면서 스스로 경각심이 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언가를 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효과는 그닥 없었던 것 같음.
그나마 한 가지 가장 많이 살을 뺀 훈련병한테는 상을 주기로 했는데 무려 1박 2일 휴가증이었음.(사실 이때는 몰랐지만 자대 가는 순간 그냥 아무런 효용 없어지는 종이쪼가리였음...)
아무튼 이렇게 우리 건강 소대의 눈물 서린? 훈련소 생활이 시작되었음
까까머리 살덩이 친구와 군데군데 껴 있는 호리호리한 슬랜더 덕일까 이게 건강 소대인지 티몬과 품바인지 웃지 못할 모습이 연출되긴 했으나 우리는 이러한 핍박???과 모진??? 시선을 이겨내고 살을 빼리라 다짐했음
훈련소에서 처음 맞이하는 주말. 조교가 건강 소대원들의 체중을 체크했음. 한 명씩 한 명씩 체중계 위로 올라갈 때마다 분대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몇 번 훈련병 xxx kg!라 소리 쳤음. 90, 95, 99, 100...최고 기록이 변할 때마다 소대원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고 어느덧 우리의 관심사는 자기 체중이 아니라 누가 제일 몸무게가 많이 나가느냐로 쏠려 있었음
당시 최고 기록은 모 훈련병의 124kg. 다만 이 친구는 키가 워낙 훤칠했고 고교 때까지 야구를 했던 운동 선수라 살보다는 그뉵그뉵이 더 많은 사람이었음...
나? 말하면 말할 수 있지만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관계로 그냥 몸무게 상위권이란 말로 대신하겠음...
그렇게 0주차를 보내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
난생 처음 겪는 문화와 환경 탓인지 매일매일 긴장과 고난의 연속이었음. 무엇보다 대가리 커진 이후론 운동하곤 척을 져서 몸 쓰는 곳인 군생활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음. 그래도 어떻게든 적응은 한다고 나름 잘 견디며 시간을 보냈음.
그렇게 1주차가 끝나고
다시 주말. 저녁 점호 이후 살덩이들이 모여 체중을 재는 시간이 돌아옴. 대부분 소대원들이 얼마나 빠졌을까 그래도 몸도 움직이고 땀도 뺐으니 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소리로 웅성웅성거리며 자기 차례를 기다렸음. 체중을 재면서 조교가 지난주의 기록과 비교를 해주었고 자연스레 누가 몇 킬로를 뺐는지에 대해 모두의 이목이 쏠렸음. 적게는 1킬로 많게는 2킬로. 몇몇 친구는 다시 재보면 안 되냐며 조교 바짓가랑이를 붙잡다가 꿀밤 몇 대 맞고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했음. 특이하게도 한 놈은 되려 지난 주보다 쪘는데 조교가 얼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더라..
드디어 내 차례. 내심 좀 빠졌을까 기대 반 초조 반인 심정으로 체중계 위로 올라갔음. 디지털 숫자가 빠르게 요동 치더니 어느 한 순간 기록이 띡 하고 나왔음.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지난주와 크게 변함이 없었음. 아니, 빠지긴 빠졌는데... 겨우 600g이 빠진 게 아닌가. 다른 소대원에 비하면 사실상 빠진 것도 아니었음.
뭐가 문제일까?
하는 순간 뇌리에 스친 것이 바로 먹는 것이었음.
돌이켜보면 몸 좀 썼다고 마구잡이로 먹지 않았나..
이대로는 안 된다.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휘감았음.
입대하던 날 했던 결심.
홀로 입소연대를 들어가며 마지막 통화로 엄마랑 나눴던 말들
이번엔 기어코 살을 빼리라.
그날부터 나는 독기를 품은 독사처럼 먹는 걸 자제했음
밥은 물론
종종 나오는 부식과 종교 활동에서 주는 가나파이와 탄산음료는 전부 소대원들이나 같은 중대원에게 뿌렸음.
어느 순간 나는 중대 내에서 부식 뿌리는 ㅁㅊㄴ(?)으로 알려짐.
이게 몇 주 지속되니까 애들이 예약을 걸 거나 이걸로 싸움까지 난 적도 있었음.
그렇게 극단적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몸을 쓰니 자연스레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음
2주차 내 체중은 전에 비해 4키로가 빠졌고
3주차는 3.5였나 3.6
4주차 4.2
마지막에 4.8
토탈 4주 동안 약 17킬로가 빠짐.
이 소식을 들은 교관은 마지막 주에 니 몸에서 얼마나 빠진 줄 아냐고 너 같은 놈은 첨 봤다며 경이롭게 얘기해줫음
그리고 당당히 교육대장 표창을 받고 자대로 떠남.
참고로 이 표창은 원래 그냥 종이쪼가리였으나
중대장님이 얘가 개고생하며 받은 건데 휴가는 줘야지 하곤
4박 5일로 바꿔주심...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는
요요 와서 댇지임
끗
살 찌우던 천고마비의 계절.
그리고 내 살집맹키로 한창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나는 논산에 현역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음.
당시 논산훈련소에서는 비만 소대 대신 건강 소대를 운영했는데(풍문에 의하면 비만 소대란 말 자체가 인격적 모독 어쩌고 저쩌고라 카더라.)
과체중 장병과 저체중 장병을 한 소대에 몰아넣는 부대였음.
몸무게 세 자릿수를 자랑하던 나 역시 당당하게 그 위용을 뽐내며 건강 소대의 일원으로 함께하게 되었음.
민간인 시절 군필자들에게 귀에 딱지가 나도록 들은 공포의 비만 소대 썰과는 달리
내가 소속된 건강 소대는 식단 조절도 없고 따로 운동도 안 시키고 명목상 관리만 하는 방치형 소대였음. 그나마 매주 일요일마다 몸무게를 재면서 스스로 경각심이 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언가를 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효과는 그닥 없었던 것 같음.
그나마 한 가지 가장 많이 살을 뺀 훈련병한테는 상을 주기로 했는데 무려 1박 2일 휴가증이었음.(사실 이때는 몰랐지만 자대 가는 순간 그냥 아무런 효용 없어지는 종이쪼가리였음...)
아무튼 이렇게 우리 건강 소대의 눈물 서린? 훈련소 생활이 시작되었음
까까머리 살덩이 친구와 군데군데 껴 있는 호리호리한 슬랜더 덕일까 이게 건강 소대인지 티몬과 품바인지 웃지 못할 모습이 연출되긴 했으나 우리는 이러한 핍박???과 모진??? 시선을 이겨내고 살을 빼리라 다짐했음
훈련소에서 처음 맞이하는 주말. 조교가 건강 소대원들의 체중을 체크했음. 한 명씩 한 명씩 체중계 위로 올라갈 때마다 분대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몇 번 훈련병 xxx kg!라 소리 쳤음. 90, 95, 99, 100...최고 기록이 변할 때마다 소대원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고 어느덧 우리의 관심사는 자기 체중이 아니라 누가 제일 몸무게가 많이 나가느냐로 쏠려 있었음
당시 최고 기록은 모 훈련병의 124kg. 다만 이 친구는 키가 워낙 훤칠했고 고교 때까지 야구를 했던 운동 선수라 살보다는 그뉵그뉵이 더 많은 사람이었음...
나? 말하면 말할 수 있지만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관계로 그냥 몸무게 상위권이란 말로 대신하겠음...
그렇게 0주차를 보내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
난생 처음 겪는 문화와 환경 탓인지 매일매일 긴장과 고난의 연속이었음. 무엇보다 대가리 커진 이후론 운동하곤 척을 져서 몸 쓰는 곳인 군생활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음. 그래도 어떻게든 적응은 한다고 나름 잘 견디며 시간을 보냈음.
그렇게 1주차가 끝나고
다시 주말. 저녁 점호 이후 살덩이들이 모여 체중을 재는 시간이 돌아옴. 대부분 소대원들이 얼마나 빠졌을까 그래도 몸도 움직이고 땀도 뺐으니 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소리로 웅성웅성거리며 자기 차례를 기다렸음. 체중을 재면서 조교가 지난주의 기록과 비교를 해주었고 자연스레 누가 몇 킬로를 뺐는지에 대해 모두의 이목이 쏠렸음. 적게는 1킬로 많게는 2킬로. 몇몇 친구는 다시 재보면 안 되냐며 조교 바짓가랑이를 붙잡다가 꿀밤 몇 대 맞고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했음. 특이하게도 한 놈은 되려 지난 주보다 쪘는데 조교가 얼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더라..
드디어 내 차례. 내심 좀 빠졌을까 기대 반 초조 반인 심정으로 체중계 위로 올라갔음. 디지털 숫자가 빠르게 요동 치더니 어느 한 순간 기록이 띡 하고 나왔음.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지난주와 크게 변함이 없었음. 아니, 빠지긴 빠졌는데... 겨우 600g이 빠진 게 아닌가. 다른 소대원에 비하면 사실상 빠진 것도 아니었음.
뭐가 문제일까?
하는 순간 뇌리에 스친 것이 바로 먹는 것이었음.
돌이켜보면 몸 좀 썼다고 마구잡이로 먹지 않았나..
이대로는 안 된다.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휘감았음.
입대하던 날 했던 결심.
홀로 입소연대를 들어가며 마지막 통화로 엄마랑 나눴던 말들
이번엔 기어코 살을 빼리라.
그날부터 나는 독기를 품은 독사처럼 먹는 걸 자제했음
밥은 물론
종종 나오는 부식과 종교 활동에서 주는 가나파이와 탄산음료는 전부 소대원들이나 같은 중대원에게 뿌렸음.
어느 순간 나는 중대 내에서 부식 뿌리는 ㅁㅊㄴ(?)으로 알려짐.
이게 몇 주 지속되니까 애들이 예약을 걸 거나 이걸로 싸움까지 난 적도 있었음.
그렇게 극단적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몸을 쓰니 자연스레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음
2주차 내 체중은 전에 비해 4키로가 빠졌고
3주차는 3.5였나 3.6
4주차 4.2
마지막에 4.8
토탈 4주 동안 약 17킬로가 빠짐.
이 소식을 들은 교관은 마지막 주에 니 몸에서 얼마나 빠진 줄 아냐고 너 같은 놈은 첨 봤다며 경이롭게 얘기해줫음
그리고 당당히 교육대장 표창을 받고 자대로 떠남.
참고로 이 표창은 원래 그냥 종이쪼가리였으나
중대장님이 얘가 개고생하며 받은 건데 휴가는 줘야지 하곤
4박 5일로 바꿔주심...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는
요요 와서 댇지임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