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멸망했다.
그것까진 예상한 바다. SCP-2000이 있는 이유가 뭐겠나.
이런 멸망 시나리오쯤은 수도 없이 있어왔다는 거지.
하지만, 인류가 멸망할 만한 중대사라면, 최소한 폼이라도 나면 좋지 않나.
원자폭탄으로 인한 핵 전쟁, 좀비, 바이러스, 재단의 배반…하다못해 원숭이들의 반란 정도만 되도 폼나게 죽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딴 건 내 자존심이,
자존심 이전에 더 근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이 용납 못한다.
"ㅆㅂ! 여기도 오염되었어요! ↗같은 닥터페퍼!"
"일단…일단…참자. 미국으로 가면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시작은 한 알약이었다.
어떤 멍청한 새끼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단 요원 한 명이 태평양을 건너면서 닥터페퍼를 먹고 싶었나 보다.
근데 김빠진 건 먹기 싫었고, 보존할 수 있는 알약형 scp를 하나 빼돌린 거다.
그래, SCP-439-KO. 알약 하나로 물을 음료수로 바꿔버리는 최고의 알약.
그게 태평양에 퐁당 빠졌다.
웃긴 건 그 막대한 용량 때문인지,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기상현상과 순환계도 그 영향을 받았다.
모든 구름은 전부 닥터페퍼가 되었고, 세상에는 닥터페퍼 비가 내렸다.
일본과 한국 지부를 관리하고 있던 나는 이 긴급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지부로 연락하려 했다. 그러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수백개가 넘는 중국의 기지가 한순간에 먹통이 된 것이다.
소름이 돋았다.
위험하단 걸 알지만 난 당장 제트기를 타고 중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중국 전역의 기온이 60도 이상으로 올라 있었고,
막대한 수증기 때문에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간신히 적외선 카메라로 상황을 식별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중국의 모든 생명체가 셀 수 없을 만큼의 따뜻한 춘권에 압사당했다.
"SCP-CN-756."
(숫자의 책, 여는 페이지에 써있는 물건이 10배씩 출현한다)
난 한가지 scp가 퍼뜩 떠올랐다.
충격적인 일이었다. 대체 어떤 ㅂㅅ이 그 책을 연 걸까.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두 사태가 동시에 벌어지자, 아시아는 지옥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떠나기로 했다. 미국으로.
미국에는 SCP-2000이 있다.
SCP-055와 579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란 말이다.
"도착했습니다! 도착…이어야 하는데."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배가 흔들렸다. 닥터페퍼로 이루어진 바다를 헤쳐나가느라 몇번이고 고장나긴 했지만, 어쨌든 미국에 도착하긴 한 모양이다.
나는 배를 열었다.
"ㅆㅂ."
내가 춘권이 뒤덮은 중국을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광경이라고 했었나?
정정하겠다. 춘권 정도면 봐줄 만 하다.
미국은 똥덩어리다.
제목 : 세상이 이렇게 맛있게 멸망할줄은 몰랐어
작가 : Phys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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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리셋장치를 켜러 미국으로 갔더니 케이크 똥덩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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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저 푸른 평야위에 있는 세계리셋 장치 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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