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만치 큰 프로레슬링 단체들은 자신들만의 대빵 챔피언쉽, 즉 월드 챔피언쉽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한 단체에 월드 챔피언쉽은 하나씩인데, 모종의 이유로 한 단체에 월드 챔피언쉽이 2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면 통합 챔피언쉽을 만드는 이벤트도 생겨나게 마련이고 그 경기의 승자는 동시에 2개의 월드 챔피언쉽을 보유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물론 한 챔피언쉽이 다른 챔피언쉽에 흡수되는 형식인 경우 중복 월드 챔피언에 등극하는 순간은 경기 승리 순간뿐이고
이후에는 단일 월드 챔피언쉽만을 보유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챔피언이 당분간 두개의 벨트를 들고 다니는 형식이 유지되다가
아예 새로운 벨트 하나를 만들어 사용하든지 기존 벨트 둘 중 하나만 들고다니게 되든지 하는 이벤트가 일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챔피언쉽 흡수 없이 온전히 살아있는 두개의 월드 챔피언쉽을 동시에 보유하는 선수도 왕왕 존재한다
이럴 땐 나중에 각각의 월드 챔피언쉽이 걸린 경기가 따로 일어나 챔피언쉽 분리가 다시 발생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두개의 벨트를 들고 다니게 되는게 보통이다
이렇게 사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어떠한 경로로든 두 가지 월드 챔피언쉽 벨트를 들고 다닌 선수들을 정리해보자
북미 프로레슬링 역사에서 메이저했던 단체만 다루었다(WWE, WCW, ECW, AEW, TNA). 일본까지 따지면 너무 방대해져서..
1. 월드 챔피언쉽 흡수로 인한 두개의 벨트 보유
릭 플레어
(WCW 월드 챔피언쉽, WCW 인터내셔널 월드 챔피언쉽)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WCW에는 두개의 월드 챔피언이 존재한적이 있다. WCW 월드 챔피언쉽과 WCW 인터내셔널 월드 챔피언쉽
WCW 인터내셔널 월드 챔피언쉽의 탄생과정은 좀 복잡하다. 그냥 NWA랑 릭 플레어의 관계가 꼬였다고 생각하자
WCW 인터내셔널 월드 챔피언쉽은 릭 플레어, 스팅 등의 굵직한 선수들이 챔피언으로 등극하다 곧 WCW 월드 챔피언쉽에 통합되는데
WCW 월드 챔피언 릭 플레어가 WCW 인터내셔널 월드 챔피언 스팅을 꺾고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다
그러나 통합되자마자 WCW 인터내셔널 월드 챔피언쉽에 사용되던 빅 골드 벨트만 사용하게 되어
릭 플레어가 두개의 벨트를 든 일은 경기 승리 직후밖에 없었다
이 목록의 선수들 중 월드 챔피언쉽 벨트 두개를 상시 들고다니지 못한 유일한 경우다
크리스 제리코
(WWE 챔피언쉽, WCW 월드 챔피언쉽)
아마 통합 챔피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크리스 제리코일 것이다
WWE가 WCW를 인수해 그곳의 벨트를 모조리 들여오게 되고 곧 WWE의 챔피언쉽들과 통합 과정을 진행하게 되는데
크리스 제리코는 락을 꺾고 WCW 월드 챔피언에 등극하자마자
연이어 진행된 WWE 챔피언 스티브 오스틴과의 경기에서도 승리해 하루만에 WWE와 WCW의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다
크리스 제리코는 재임기간 내내 두개의 벨트를 열심히 들고다니며 그것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트리플 H
(WWE 챔피언쉽)
트리플 H가 크리스 제리코를 꺾고 WWE 챔피언에 등극한다
WCW 월드 챔피언쉽은 제리코가 통합 챔피언에 등극할 때 소멸되었으니 트리플 H는 한개의 월드 챔피언쉽(WWE 챔피언쉽)만 얻었다
그래도 기존에 제리코가 벨트를 계속 두개 사용하던 상황이었던 덕에 트리플 H도 벨트 두개를 동시에 만져볼 수 있었다
이 두개의 벨트는 트리플 H 재임기간 중 새로운 디자인의 벨트 한개로 교체된다
저 벨트는 WWE 챔피언쉽 벨트 중 국내 레슬링 팬들에게 제일 친숙한 디자인일텐데, 보다시피 처음에는 벨트 크기가 좀 작았고 나중에 커진다
랜디 오턴
(WWE 챔피언쉽,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쉽)
위의 통합 챔피언쉽이 무색하게 WWE는 방송 두개를 굴리기 위해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쉽을 새로 신설한다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쉽은 WCW 월드 챔피언쉽으로 사용된 빅 골드 벨트에 WWE 로고를 박아 그대로 사용했음에도 그와 별개의 챔피언쉽으로 취급된다
어쨌든 오랜 시간동안 두개의 월드 챔피언쉽은 잘 굴러가다 또다시 통합 챔피언쉽 이벤트가 발생한다
WWE 챔피언 랜디 오턴이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 존 시나를 꺾고 오랜만의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다
크리스 제리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쉽은 통합 직후 소멸되었지만 벨트는 두개 들고다니는 상황이 연출된다
(WWE 챔피언쉽)
WWE에선 다니엘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브라이언 다니엘슨이 랜디 오턴, 바티스타와의 3자 대결에서 승리해 WWE 챔피언에 등극한다
물론 벨트는 두개지만 월드 챔피언쉽은 하나다
(WWE 챔피언쉽)
브라이언 다니엘슨이 부상으로 챔피언쉽을 반납해 8인 사다리 경기에서 승리한 존 시나가 공석인 WWE 챔피언에 등극한다
통합 챔피언쉽에서 랜디 오턴에게 막힌 벨트 두개의 미련을 늦게나마 풀게 된다
(WWE 챔피언쉽)
UFC에서 돌아온 브록 레스너가 존 시나를 꺾고 WWE 챔피언에 등극한다
브록 레스너 재임기간 중 벨트 두개 중 WWE 챔피언쉽 벨트만 들고 다니게 되는데
사실 WWE 로고가 조금 바뀌었으므로 새 벨트 제작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로서 NWA, WCW, WWE 모두에서 사용된 오랜 역사의 빅 골드 벨트는 프로레슬링 무대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되었다
TNA(당시 임팩트 레슬링)에서도 통합 챔피언쉽이 있었는데 릭 플레어의 통합 챔피언쉽과 비슷한 경우이다
기존 임팩트 월드 챔피언쉽과 별개로 무스가 옛 TNA 월드 챔피언쉽 벨트를 가져와 자신이 월드 챔피언이라 주장했고
1년가량 방어전을 승리해가며 버티자 TNA에서도 자신들의 또다른 월드 챔피언쉽으로 인정한다
이후 임팩트 월드 챔피언 리치 스완과 TNA 월드 챔피언 무스의 통합 챔피언쉽에서 리치 스완이 승리해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다
TNA 월드 챔피언쉽은 소멸했지만 벨트는 두개 가지고 다니게 된다
(임팩트 월드 챔피언쉽)
리치 스완과 크리스천 케이지 사이에 케니 오메가가 있지만, 케니 오메가는 아래 2번 문단에서 설명한다
WWE에서 크리스천으로 활동한 크리스천 케이지가 케니 오메가를 꺾고 임팩트 월드 챔피언에 등극한다
이후 크리스천 케이지는 두개의 벨트 중 TNA 월드 챔피언쉽 벨트는 버리고 임팩트 월드 챔피언쉽 벨트만 사용하게 된다
2. 흡수되지 않은 월드 챔피언쉽 두개 보유
RVD
(WWE 챔피언쉽, ECW 월드 챔피언쉽)
WWE 내의 ECW 부활 이벤트에서 WWE 챔피언 존 시나에게 도전한 RVD는
자신이 WWE 챔피언에 등극하면 WWE 챔피언쉽 이름을 ECW 월드 챔피언쉽으로 바꿀 것이라 선언한다
RVD는 존 시나를 꺾고 WWE 챔피언에 등극하지만
WWE 챔피언쉽은 그대로 놔두고 새로 ECW 월드 챔피언쉽을 수여받는 형식으로 어찌어찌 얼버무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월드 챔피언쉽 두개를 보유한 RVD는 두 챔피언쉽을 별개로 잘 방어해나가다가
WWE 챔피언쉽은 아담 코플랜드(에지)가 RVD, 존 시나와의 3자 경기에서 승리함으로
ECW 챔피언쉽은 폴 화이트(빅쇼)가 RVD를 꺾음으로 따로 넘겨주게 된다
이후 WWE 내의 ECW 월드 챔피언쉽 가치가 폭락해 더이상 월드 챔피언쉽으로 쳐주지 않게 돼 RVD의 기록에 빛이 바래는 경향이 있지만
RVD 재임 당시에는 WWE 챔피언쉽,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쉽과 대등한 가치로 인정받았으니 폄하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케니 오메가
(AEW 월드 챔피언쉽, 임팩트 월드 챔피언쉽)
AEW와 TNA(당시 임팩트 레슬링)는 협력관계에 있었고
위에서 설명한 임팩트 월드 챔피언 리치 스완은 AEW 챔피언 케니 오메가와 두 챔피언쉽이 모두 걸린 경기를 치르게 된다
케니 오메가가 승리해 AEW와 TNA의 두 월드 챔피언쉽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는데
당시 임팩트 월드 챔피언쉽은 두개의 벨트를 사용했으므로 졸지에 케니 오메가는 세개의 벨트를 들고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케니 오메가는 멕시코 단체 AAA의 월드 챔피언이기도 했기에
방송에서 종종 벨트 네개를 가지고 나오는 위엄 쩌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로만 레인즈
(WWE 챔피언쉽, WWE 유니버설 챔피언쉽)
랜디 오턴이 기껏 월드 챔피언쉽을 통합하고 난 후 시간이 지나 WWE는 또다시 새로운 월드 챔피언쉽을 만드는 짓을 진행한다
그렇게 탄생한 게 WWE 유니버설 챔피언쉽이다. WWE 유니버설 챔피언쉽은 골드버그, 브록 레스너 등 여러 챔피언을 배출해왔다
그러던 와중 WWE 유니버설 챔피언 로만 레인즈가 WWE 챔피언 브록 레스너를 꺾고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는데
요상하게도 이번엔 WWE 유니버설 챔피언쉽이 소멸되지 않고 WWE 챔피언쉽과 별개의 월드 챔피언쉽으로 여전히 살아있다고 인정되고 있다
덕분에 로만 레인즈의 WWE 유니버설 챔피언 재임기록은 현재 1300일을 넘어가는 뒷목잡는 상황이다
로만 레인즈는 이 목록의 통합 챔피언들 중 유일하게 현재진행형인 통합 챔피언이기도 하다
이후 로만 레인즈는 두개의 월드 챔피언쉽을 모두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벨트를 수여받았는데
로만 레인즈의 챔피언쉽 방어전은 계속해서 두개의 월드 챔피언쉽을 통째로 걸고 진행되고 있으므로
로만 레인즈 이후에 새 챔피언이 등극한다면 어떻게 교통정리가 진행될지 알 수 없다
새 챔피언은 일단 두개의 월드 챔피언쉽을 모두 얻는건 확실하지만, 그 후 바로 하나를 폐지할지? 다시 벨트를 두개로 분리해서 들고 다닐지?
일주일 후 레슬매니아 40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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