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은 아직 학설로서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100퍼센트 사실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재미로 읽어주세요!
오늘도 돌아온 즐거운 오싹오싹 택견 시리즈입니다.
오늘의 이 편은 택견은 왜 주먹이 아니라 발차기부터 배웠을까? 편에서 어떤 분께서 주셨던 의견에서 반짝 하고 떠오른 영감 덕분에 올라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두 이 분께 감사하십시오 휴먼)
먼저 말씀드리자면, 실제로 상당수의 대한택견회의 영향을 받은 택견꾼들이 저 분과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택견은 놀이(경기)로 시작이 되었고 씨름과 동일하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우리의 역사 속에서 민중들과 함께 한 민속 경기였다는, 소위 택견=민속놀이 사관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저런 관점을 가지신 분들은 애초에 택견은 민속놀이였으므로 누군가 특별한 기예를 전수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스승과 제자 사이 같은 것도 없었을 것이기에 기술의 도입과 축출에 굉장히 자유로웠을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좋으면 하는 거지 눈치 볼 것 없는 거죠.
실제로 위의 이론에 따라 가장 강경하게 택견의 근본은 무술이 아닌 경기라고 주장하는 대한택견회는 택견의 스포츠화에 가장 열심인 협회이기도 합니다.
(멋진 대한택견회의 경기들. 특히 아래 영상은 대한택견협회의 전성기의 기량을 보여주기에
길긴 하지만 시간 나면 한 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택견에 대해 남은 사료(史料)들은 택견의 기원에 대해 조금 다르게 말하고 있습니다.
수박(手搏)은 변(卞)이라고 하고 각력(角力)은 무(武)라고 하는데 지금에는 이것을 탁견(托肩)이라 한다. |
요컨대 고려조의 수박과 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각력(씨름)이 합쳐진 것이 택견의 기원이라는 설명입니다. 최소한 저 재물보가 쓰여졌을 당시의 사람들은 그렇게 택견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사실 택견에 가라데나 중국 권법들과는 다르게 소위 개파조사(開派祖師)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념이 뿌리내린 이유도 이와 크게 무관하지 않습니다.
(영춘권의 개파조사 엄영춘과 팔괘장의 개파조사 동해천 노사)
실제로 사서에서도 고려조부터 전해져 내려온 수박과 씨름이 함께 합쳐진 것이 탁견(택견)이라 하니, 당대에 이미 널리 퍼진 두 가지 무술이 자연스럽게 교잡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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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수박은 현재 전승이 되고 있지 않으므로 그 형태가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무려 사서에 몇 번이고 나올 정도로 매우 성행했었고(심지어 천민들까지 수박을 익혔다고 합니다.), 무신들의 공공연한 출세의 수단으로 취급 받았던 기예입니다. 당연히 굉장히 실전적인 무술(격투기)이었다고 봐야겠지요.
(놀랍게도 이 유명한 짤의 트리거가 된 사건도 바로 왕 앞에서 수박의 실력을 겨루는 과정에서 생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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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사실 택견을 한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택견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 분들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보았거나 아니면 알고 있었을 내용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후의 구한말 택견꾼 송덕기 옹께선 제자들에게 조금 다른 이야기를 알려주신 모양입니다.
"박양박수 박양서각.
박양의 손기술. 그리고 박양의 발기술. 이것이 스승님께 내가 들은 택견의 다른 이름입니다."
송덕기 옹께 약 16년 동안 택견을 사사하였던 위대태껸회의 고용우 선생이 前 서울대학교 스포츠 과학 연구소 연구원, 무예 연구가 김영만 선생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증언입니다.
그러니까 저 증언 대로라면 지금 우리가 아는 택견의 기원은 조선시대에 박양이라는 인물이 수박과 씨름을 함께 조합하여 만들어낸 무술이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제자들의 제자들로부터 알음알음 구한말까지 전해진 택견의 또 다른 명칭이 택견의 개파조사 박양의 손질과 발질을 의미하는 박양박수 박양서각이었다는 것이고 말입니다.
즉 택견에 개파조사가 없던 것이 아니라 그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 뿐이었습니다.
(와!!! 택견에도 개파조사가 있었어!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
그렇다면 이 박양이란 사람은 대체 누구였던 걸까요?
사실 팔괘장과 같이 정말 근대에 만들어진 무술이 아닌 다음에야 대다수의 무술들의 개파조사는 그 진위를 확인하기 힘든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태극권 같은 경우엔 장삼봉이라는 전설적 인물(...)을 개파조사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내가 태극권의 개파조사?!)
사실 개파조사는 '우리 무술이 이렇게 정통성 있다!'라고 하기 위해 무술의 탄생신화를 좀 더 아름답게 포장해 주는 인물에 가까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하필 이름조차 생소한 박양이란 인물이 택견의 개파조사라니요? 의문이 들었으면 확인해 보는 게 올바른 탐구자의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가장 먼저 조선왕조 실록을 뒤져보았습니다.
그곳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문헌을 확인할 수 있었죠.
바로 중종대에 있었던 역모 사건에서 역모의 주동자의 아들 중 하나로 박양이란 인물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 인물 이외에 박양의 이름을 가진 인물들은 전부 다 문신들이었기에 적절한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되므로 제외하였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다음 문헌입니다.
(출처 : https://sillok.history.go.kr/id/kka_10810024_004)
박양의 아버지 박영문과 형제들 박공, 박검이 사형을 당해 죽습니다. 그런데 박양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이후 조선왕조실록 어디에도 그 이름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무려 역모죄로 인해 의금부가 나서 추적하였음에도 다른 형제들과 같이 끌려오지 않고 살아 도망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존나 능력자네;;;
(이런 사람들이 잡아 죽이려고 찾아다닌 건데 그걸 런 한 겁니다. 세상에.)
위키에는 아들이 다들 잡혀서 죽었다고 나와 있는데 정작 실록에서 그 기록을 찾을 수 없습니다.
참고로 이 박양이란 인물은 역모로 인해 처형된 박영문의 둘째 아들로 정실 소생이 아닌 얼자였다고 하며, 천한 출신 때문에 문관이 되지 못하였으나 지닌 바 무예실력이 뛰어나 선전관 직위에 있었다고 합니다.
(무술실력 특채로 선전관에 올랐다고 하니 ㄹㅇ로 이런 류의 사람이었던 것)
이 인물과 택견의 개파조사 박양간의 상관관계는 사실 미지수에 가깝지만, 택견이 양반이 아닌 중인들 사이에서 수련되었으며 양지이기보단 음지적 면모를 상당히 강하게 띄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정말로 저 조선의 반역자 박양이 택견의 개파조사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른바 역적, 반골의 무술 택견인 것이죠(웃음)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 택견의 개파조사가 박양이라는 사실 이외에 조선왕조 실록의 택견의 개파조사 박양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전부 제 추측일 뿐입니다.
하지만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택견 같은 경우 창작물의 소재로 다루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개파조사 썰과 같이 컨텐츠로써 써먹을 만한 정보들이 없거나, 있는 정보들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택견의 이런 흥미로운 일면들이 좀 더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편을 써 보았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부디 즐겁게 읽어주셨길 바라면서 다음엔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추천과 애정어린 댓글은 글쓴이의 힘이 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추천!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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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작성자 분께선... 지금 택견은 역적놈 밑에서 나온 못돼쳐먹은 반역자들의 피를 이은 무술이라 주장하고 계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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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 읽어볼까 하니까 내용이 끝나네 평소엔 길게 잘쓰시더니 특히 어제건 무지길었는데 추천 줄테니 얼른 더 써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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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자라고 하면 쪼끔 거시기하니까 혁명가의 무술이라고 합시다(대충 미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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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외전이 이 시간에... 그나저나 택견에 저런 이름이 있었던 건 처음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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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렇게 쉬어가는 글도 올라와야죠! 저도 사람입니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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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조사하다가 놀랐습니다!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무술이라뇨. 이건 참 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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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궁 문신 ㅎㄷㄷ 개파조사 박양 어르신 수박과 씨름도 전통이긴 하군요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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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외전이 이 시간에... 그나저나 택견에 저런 이름이 있었던 건 처음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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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조사하다가 놀랐습니다!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무술이라뇨. 이건 참 귀하네요. | 23.09.22 12:3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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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작성자 분께선... 지금 택견은 역적놈 밑에서 나온 못돼쳐먹은 반역자들의 피를 이은 무술이라 주장하고 계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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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자라고 하면 쪼끔 거시기하니까 혁명가의 무술이라고 합시다(대충 미친소리) | 23.09.22 14:0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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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 읽어볼까 하니까 내용이 끝나네 평소엔 길게 잘쓰시더니 특히 어제건 무지길었는데 추천 줄테니 얼른 더 써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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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렇게 쉬어가는 글도 올라와야죠! 저도 사람입니다 사람!!! | 23.09.22 14:0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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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궁 문신 ㅎㄷㄷ 개파조사 박양 어르신 수박과 씨름도 전통이긴 하군요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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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과 씨름의 후계자 택견! 그야말로 한국 전통 격투기의 황금씨족?입니다 ㅋㅋ | 23.09.25 08:05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