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본 여자가 너무 내 취향이다.
인연이라는 걸 믿는가?
남자들은 자기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여자를 만나면 멍청하게도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나 역시도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이 동네에 산지도 15년. 초등학생 때 이사 온 이곳은 베드타운으로 나름 시내는 있으나 규모가 크지 않아 그다지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늘은 어린이날. 정작 신나야 할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나는 날이 되어버려 어른이날이라고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자취방을 나선다.
오후쯤 되니 안 그래도 작은 시내가 꽉꽉 찼다. 대부분 커플이다.
'부럽구먼.'
3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연애를 못 해본 나로서는 그저 부러운 광경일 뿐이다.
나는 쓸데없이 맑은 하늘을 쳐다본다.
'아, 여자친구 생겼으면 좋겠다.'
누가 그랬지 여자친구란 용과 같은 존재라고. 실존하는 건지 의심스러운 것.
어쨌든 나는 오늘도 일을 한다. 사실 일이라기보단 일하는 척에 가깝다. 당장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작가는 매 시간 작품을 만들고 있지 않으면 그냥 백수니까.
안타까운 현실은 이제 아무도 나와 작품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다. 저번 웹툰을 연재하던 도중 건강이 나빠져 잦은 휴재 끝에 중도하차했다.
꽤 인기가 있던 작품이라 여파가 좀 컸다. 덕분에 이 바닥 스토리작가들 사이에서 같이 일하기 불안한 그림작가로 낙인찍혀버렸다.
'젠장...'
그래서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직접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글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나는 일하는 기분이라도 내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다.
그나마 이 동네에서 죽치고 앉아있을 수 있는 동네 유일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왔다. 하지만 그런 나를 비웃으려는 듯 이곳은 꽁냥꽁냥한 커플들로 꽉꽉 차있다.
'이런..'
자리가 없는 것보다 이곳에 커플들 밖에 없다는 것에 먼저 화가 나는 내가 싫어진다. 이렇게 커플들이 많은데 왜 출산율은 이 모양인 거냐..
나는 애꿎은 곳에다 화풀이를 해 본다.
어쨌든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다. 제길, 커플들 다 죽었으면. 먹을 디저트도 예약해 뒀는데.
그냥 집에 가서 작업을 할까 싶었지만 답답하고 좁은 집에 있으면 작품이 나오긴커녕 우울해지기만 할 뿐이다.
혹시 작은 자리라도 있을까 두리번거려 본다. 자리라곤 어떤 여자가 혼자 쓰고 있는 2인용 테이블의 앞자리뿐이었다.
이런 날 운도 좋게 딱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차지하다니. 그녀는 노트북을 펼치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한 번 물어는 볼까..?
나는 남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힘들어하는 소심한 성격이라 여자에게 말을 거는 것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무의미하게 사는 것보단 낫다..
'저기 죄송한데요..'
'네?'
나를 보며 고개를 드는 여자. 순간 내 주변시에 꽃이 피어오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이 찰랑인다. 체구는 작아도 단정한 세미정장 위에 적잖이 볼륨감이 느껴진다. 조그만 얼굴과 대조되게 커다랗고 둥그런 안경을 써
안 그래도 작은 얼굴이 더 작아 보인다. 거의 화장기가 없는 모습이었지만 오밀조밀하게 구성된 이목구비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귀뒤로 넘기는 몸짓에 여자력이 묻어난다. 한마디로 더럽게 예쁜 여자다. 아니, 내가 그리던 이상형 그 자체였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초딩 때 첫사랑이었던 옆자리 짝꿍을 봤을 때와 똑같은 감각. 설마 나이 먹고 이런 감각을 느끼게 될 줄이야.
'저기 말씀을 하셔야..'
얼마나 내가 얼을 타고 있었을까.
'아, 아..! 그.. 그게 혹시 이 자리 앉을 수 있을까 해서요!'
'네?? 왜요..?'
표정으로 한껏 의문을 쏟아내는 여자.
멋대로 흥분해 대는 모솔의 찌질함을 최대한 눌러본다.
'아.. 그게.. 그나마 있는 자리가 여기뿐이라서요.. 오늘 제가 꼭 작업을 해야 하는데.. 보다시피 노는 날이다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네요.'
여자는 안경을 슬쩍 고쳐 쓰곤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봤다. 북적대는 카페 안. 여자는 그럴 만도 하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당연한 반응이겠지. 처음 보는 남자랑 마주 보고 앉아 작업을 하고 싶지는 않을 거다. 것도 이 조그만 테이블에서.
약간 경계하는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내 두근거리는 마음이 온몸으로 표시가 나 다른 의도가 있는 걸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충분히 다른 의도로 보였겠지.
제기랄.. 모솔은 역시 어쩔 수가 없다. 찌질한 태도가 주체가 안된다.
'이런.. 방해해서 죄송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돌아선다. 자석이 붙었는지 자꾸만 여자에게로 눈이 돌아간다. 이미 그녀는 노트북화면에 빠져 나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내가 진정 안타까워하는 건 자리인 건가 여자인 건가.. 내가 연예인처럼 잘 생겼다면 같은 반응이었을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주머니 속 폰에 손이 가는 걸 애써 떼냈다.
정신 차려라 저런 여자가 나한테 번호를 줄리가 없다.
그나마 이곳에서 한산한 카운터 근처로 간다. 알바가 주문 안 하냐는 눈빛을 보내길래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멋대로 대꾸했다.
누구든 나오는 게 보이면 후딱 자리를 차지해야겠다. 미리 예약한 케이크는 그때 가져가도록 하자.
하지만 다들 뭐가 그리 밀린 말들이 많은 걸까? 15분을 기다렸지만 한 명도 나오질 않는다. 그렇게 커플끼리 할 일이 없나?
아니지.. 그저 이 동네에선 별로 할 게 없는 것뿐이다. 비난은 이 동네에서 정을 못 떼는 나에게 하자.
또각또각.
대리석 계단을 밟는 맑은 하이힐소리. 한 사람이 내려온다. 그 여자다.
키가 보기보다 작았다. 154? 155? 비율이 좋아서 그런지 그렇게 작아 보이지 않는다. 힐을 신고 있는 게 억지로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것 같아 되려 더 귀여움이 느껴진다.
흠... 7등신.. 좀 안 되는 건가? 젠장. 예쁜 여자를 보고 비율이나 재고 있는 내 변태스러움을 직업병이라고 둘러댄다.
여자는 카운터로 간다.
'이거 주세요.'
가녀린 손으로 쇼케이스의 어딘가를 가리키는 그녀.
'죄송합니다. 손님, 이 치즈케이크는 예약된 거라서요. 다른 케이크는 어떠세요?'
'네? 예약이요?? 어쩌지.. 이거 아니면 안 되는데..'
치즈케이크?
어딘지 안절부절못하는 여자의 옆으로 딱 하나 남은 케이크가 보인다.
이런.. 그 치즈케이크를 예약한 건 바로 나다.
'저기, '
점원과 여자가 나를 동시에 쳐다본다.
'그 치즈케이크 제가 예약한 건데요.'
'아 예약자 분이세요?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그림나무입니다.'
'아, 맞으시네요.'
머리 두세 개쯤 아래에서 커다랗고 동그란 눈을 하고 여자가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가 떠오른다.
점원이 카드를 내놓으라고 하는 눈빛을 무시한다.
'음.. 저기..'
'네..?'
'이 치즈케이크 그쪽한테 양보할게요.'
'네? 왜요??'
목소리에 기대와 기쁨이 묻어나고 있다.
'그 대신에 자리.. 같이 쓸 수 있을까요..?'
약간의 정적.
하지만 여자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곧 파하하 하고 웃었다.
'네, 좋아요. 같이 쓰죠.'
'아, 감사합니다.'
'예에... 6500원.. 결제하겠습니다...'
점원은 최대한 올라오는 짜증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다. 프로알바다.
'그럼 커피는 제가 사드릴게요.'
'어.. 안 그려서도 되는데..'
'제가 죄송해서 안 돼요.'
아무거나 고르라는 여자의 말을 흘려듣고 가장 싼 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를 골랐다.
'라지로 하세요.'
괜찮다는 듯이 사이즈를 늘리는 그녀.
여자는 핑크색 지갑에서 귀여운 핑크색 카O오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를 꺼냈다. 성숙해 보이려는 것치곤 가진 취향자체는 속일 수 없나 보다.
어쩐지 카드리더기에서 나오는 결제소리가 청아하게 느껴진다.
'두 분 주문 같이 드리면 되죠?'
'네.'
'네.'
동시에 나오는 대답. 어쩐지 화음같이 들렸다.
여자는 어색함을 숨기려 한 건지 헛기침을 하며 추임새를 넣는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와 치즈케이크가 담긴 트레이.
나는 나오는 트레이를 여자가 받기 전에 후딱 들었다. 어딘가 불안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그녀. 몸짓 발짓 하나하나가 귀여움이 묻어 나온다.
설마 매번 치즈케이크를 예약하는 습관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글이 안 써진다.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아무리 만화나 영화 드라마를 많이 봐도 스토리를 쓴다는 건 완전 다른 일인걸 여실히 깨닫는다. 대체 스토리라는 건 어떻게 쓰는 거지?
앞에 이상형이 있으니 더 집중이 안 되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옆길로 새면서 사람들이 보기엔 우리도 커플로 보이지 않을까?라는 찌질스런 망상이 흘러나온다.
여자 쪽은 그런 나 따위 안중에도 없는지 눈도 안 깜빡이고 노트북을 쳐다본다. 키보드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되려 몇 글자 끄적여본 내 노트북쪽이 더 바빠 보인다. 다만 치즈 케이크는 벌써 반이 사라져 있다. 여자 혼자서 먹은 거다. 치즈케이크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인가 보다.
내가 오기 전에도 치즈케이크를 몇 개나 먹었는지 접시가 쌓여있다.
'죄송해요.. 제가 혼자 먹고 있었네요.'
치즈케이크를 보고 있는 나를 의식한 건지 대뜸 사과를 하는 여자.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노트북의 화면을 뚫어지듯 보며 말한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어차피 사드린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혼자 다 드셔도 돼요.'
'제가 이걸 먹어야 좀 머리가 돌아가더라고요.. 어릴 때 생긴 습관이라.'
'그래요? 하하, 저도 어릴 때 작업하면서 많이 먹었어요. 할머니가 치즈케이크를 많이 주셨거든요.'
여자는 살짝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보고 먹으라는 듯이 치즈케이크가 담긴 그릇을 내게로 밀어준다.
'그림나무라고 하셨죠..? 닉이.'
눈동자만 슬쩍 올려보며 나를 보는 여자.
'네에.. 맞습니다.'
'그림 그리세요?'
'아, 네.. 웹툰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든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녀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관심이라는 감정이 읽혀진다.
'진짜요? 혹시.. 어떤 작품을?'
'아.. 좀 여러 개긴 한데 나의 작은 이야기, 전학생 때문에 전학 갔다. 너의 엔진소리. 등등했어요.'
'정말요..? 저 나의 작은 이야기 봤어요!'
나의 작은 이야기는 나의 가장 최근작이었다. 그래, 내가 중도 하차했던 작품.
여태까지의 도도한 모습과는 다르게 꽤나 흥분하는 모습이다.
'재미.. 있으셨나요?'
'네, 재미있었어요! 내용보다는 그림이 제 취향이었거든요! 어딘가 따스한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캐릭터에 작가의 감정이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갑자기 그림이 바뀌어서 엄청 싫어져서 안 봤어요. 처음 그림이 좋았었는데.'
내 그림이 좋았다고 말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참여한 작품을 신나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작가로서 기쁘다.
'그랬군요. 제가 그 처음그림을 그렸었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하네요. 끝까지 못 그려서 죄송합니다.'
'정말, 진짜 아쉽더라고요. 그림 정말 잘 그리세요. 꼭 이따 사인해 주세요.'
진심으로 날 보며 웃어주는 여자. 활짝 웃는 얼굴이 심장에 안 좋다. 남자친구에겐 저런 미소를 항상 보내주겠지..
빛이 반사되는 안경알 뒤로 반달모양의 눈매가 가슴을 녹여온다.
'실례지만 혹시.. 그쪽은 어떤 일을 하세요?'
'아..'
살짝 경직되는 그녀의 얼굴.
'저도.. 작가예요. 웹소설을 쓰고 있어요.'
자꾸만 놀라움을 주는 사람이다.
'아아, 그러세요? 혹시 어떤 작품을 연재..'
'.. 아직 공모전에 도전 중이지만요..'
바닥으로 눈을 내리깔며 씁쓸하게 웃는다.
아까의 해맑음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급작스럽게 얼굴에 음영이 드리운다.
'도전 중이신 거잖아요.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낙심할 것 까지야..'
'5년째예요.. 무명.'
그녀의 손이 키보드에서 내려간다.
저 얼굴은 내가 알고 있는 얼굴이다. 예전 내 거울 속 모습. 저런 아름다운 얼굴조차 끝도 없는 어둠으로 망가뜨리는 무명작가라는 이름의 심연.
노트북 액정에서 나오는 빛이 살짝 맺힌 눈물에 반사된다.
'아직 괜찮아요.'
흘러내린 안경 위로 나를 올려보는 눈동자.
'저도 그랬어요. 조금은 이해해요. 저도 3년은 무명이었거든요. 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보니 되더라고요.'
손수건이 있었으면 좋았을걸이라 생각한다. 이미 흘러내린 눈물. 멋없지만 트레이에 걸친 티슈라도 넘겨준다. 고맙게도 순순히 받는 여자.
'작가님은 데뷔를 하셨으니까 그런 이야길 할 수 있는 거예요..!'
나름 나를 노려보겠다고 한 표정이 그저 뾰루퉁해 보일 뿐이다. 이럴 상황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조차 귀여워 보인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도 버텼던 사람은 다 데뷔를 하긴 하더라고요. 10년도 넘게 걸린 사람도 많으니까.'
'그렇긴 하겠지만..'
'의외로 이 바닥에 5년 무명은 흔해요. 평범한 거니까 너무 낙심 마세요. 울지 말고요.'
어디 부분에서 위로가 되었을까?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는지 입가에 미소가 돌아온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내가 겪어본 이야기라 그런 걸까. 내 찐따력은 어디로 갔는지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언제부턴가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나는 반개남은 치즈케이크를 다시 여자 쪽으로 밀어줬다.
순순히 치즈케이크를 조금 베어 입에 넣는 여자. 맛있는 게 들어가자 해맑게 얼굴이 돌아오는 것 같다.
'잠깐 바람 좀 쐴까요? 혹시 담배 피워요?'
'네에?? 아뇨? 저 담배 안 펴요! 혹시 그래 보여요??'
'아뇨.. 그냥 저 피우러 가려는데 혹시 같이 가실 생각이 있나 해서. 전자담배라 냄새는 안 날 거예요.'
그녀는 고민하는가 싶었지만 내가 일어서니 나와 함께 밖으로 따라 나왔다.
카페뒤에 있는 건물 주차장. 딱히 흡연구역이라고 정해진 것도 아니었지만 흡연자들 생각은 다 똑같은 건지 바닥엔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뿌려져 있다.
비흡연자 여성이랑 같이 있기에 좋은 곳은 아닌 것 같아서 후회했다.
'혹시 저 본 적 없으세요?'
뜬금없는 질문
'네? 아뇨, 전혀 기억에 없는데요..'
확실하다. 내가 이런 이상형의 여자를 잊어버릴 리가 없다. 어떤 의미가 있는 질문인가?라고 속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려니
'저 TV에 나온 적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런 미인이라면 혹시 연예인이나 모델 같은 게 아니었을까.
'진짜요? 어떤.. 혹시 미인대회라던가..?'
'아하하 설마요. 예능프로그램이었어요. 유준석 씨가 MC였던'
'아, 정말요? 그 국민예능? 미안요. 제가 TV를 잘 ㅂㅈ 않아 몰랐네요..'
뒷짐을 지고 부끄러운지 다리를 베베 꼰다.
'6년 전에 유준석 씨가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인터뷰를 했었어요. 당시 저는 문예창작과 졸업반이었고요. 수업 가다가 붙잡혔거든요.'
'아아.. 그 예능이라면.. 그럴 수 있겠네요..'
'앞으로 뭘 할 건지 물어보시길래 소설가라고 했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다고.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제 외모를 엄청 띄워주시는 바람에 미인작가니 뭐니 해서..'
'좋은 거 아니에요?'
'설마요. 길가는 사람마다 미인작가라면서 다 알아보고 학교에서도 유명인이 되어버려서.. 남자들이 저를 정말 많이 괴롭혔어요. 전화번호를 몇 번이나 바꿨는지..'
'그..럴.. 수.. 있겠네요..'
아까 번호를 물어보지 않아 다행이다.
'그런 것보다.. 더 힘든 건 다른 친했던 같은 과 친구들도 저를 따돌리기 시작한 거예요. 싫었겠죠. 같은 꿈을 가진 사람으로서.. 작품도 안 썼는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유명작가대우를 해주고 심지어 만나는 남자들마다 제 번호만 물어봤다고 하고.. 사람들은 볼 때마다 작품 언제 나오냐고 따지듯이 물어보면서..
저는 실상 실력도 없는 지망생일 뿐인데.'
힐로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짓누른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부담감만 커졌죠. 무조건 잘 써야 했으니까. 정작 글을 시작하면 이 정도로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고쳐쓰기만 반복.
이야기를 끝까지 쓰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벌써 5년이나 지나버렸네요.'
여자는 갑자기 나를 휙 노려본다. 아니. 내 손에 들려있는 전자담배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숨을 쉬곤 곧 고개를 다시 떨궜다.
'이번 공모전이 마지막이에요.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이번에도 안되면 포기하려고요. 부모님 보기도 미안하고.'
예쁜 미소를 지어보지만 저 미소는 웃는 게 아니라 우는 것이다.
'그렇군요.'
나는 담배를 최대한 빨아들인 뒤 한숨대신 뱉어내었다.
'나의 작은 이야기 보셨다고 했죠? 그거 왜 그림이 바뀌었는지 알아요?'
여자는 대답대신 눈을 동그랗게 뜨곤 나를 올려다본다.
'연재도중에 절 키워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교통사고였죠, 즉사하셨어요. 음주운전자가 잘 걸어가시던 할머니를 깔아뭉갰어요. 전 그걸 눈앞에서 봤고요...
형체가 사라지더군요. 특히 머리 쪽은 바퀴에 깔려버려서.'
어쩐지 담배맛이 쓰게 느껴진다.
'트라우마가 됐나 봐요. 시도 때도 없이 공황장애가와 도저히 연재를 못하겠더라고요. 계속되는 휴재에 스토리작가는 협업을 포기했고 다른 그림작가와 일을 하게 됐어요.
당연히 그림체가 바뀌면 보던 사람들 반응이 좋을 리도 없었죠. 그쪽이 그러셨던 것처럼.'
내가 너무 끔찍한 이야기를 했을까. 여자의 얼어붙은 기운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아직도 가끔 발작이 생겨요. 스토리작가들 사이에서 제가 안정적으로 연재를 할 수 없는 불안한 그림작가라는 인식이 생겨버려서 도저히 저랑은 일을 안 하려고 하더군요.
웹툰제작업체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작가생활을 못할지도 모르죠. 억지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는데 제가 스토리를 써봤어야죠. 하하, 저도 이 참에 작가짓 포기해 버릴까요?'
'미안해요. 제가 주제도 모르고 온갖 힘든 척을 했네요.'
'무슨 소리예요. 누구든 자기 일이 제일 힘든 거예요. 충분히 고생하고 있으세요.'
나도 그녀에게 미소를 보내며 울어본다. 나와 함께 똑같이 웃어주는 여자.
어디선가 담배연기대신 루저들의 유대감 같은 게 피어오르는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전자담배의 전원을 껐다.
'우리 둘 다 끝에 몰려있네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힘내보죠.'
'네, 좋아요!'
'혹시 공모전 언제까지에요? 저도 스토리작가랑 협업해본 적이 있으니까..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요.'
약간 우물쭈물하는 여자.
'오늘 12시까지 제출이에요.'
갑자기 피익. 하고 머리에 피가 몰린다. 오랜만에 느끼는 그리운 감각. 마감직전의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작가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
'으으.. 마지막 편만 쓰면 되는데 도저히 써지질 않아요.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어요.'
8시간.. 촉박하다. 아니... 괜찮다. 작가는 마감 막바지에 불꽃이 피어오르니까.
'저도 한번 읽어볼 수 있을까요?'
'알았어요.'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남은 치즈케이크가 있는 작업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메일을 통해 나의 노트북으로 여태까진 쓴 작업물을 보내줬다. 로맨스 장르. 내 취향의 장르가 아니라 한 번도 본 적 없다. 하지만 읽어본다.
공모전 제출분량은 5000자 분량 열 편. 지금 아홉 편까지는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용? 재미있었다. 장르를 떠나 기본적인 구성이 좋았다.
적어도 여태까지 함께 작업했던 작가들보다 훨씬 낫다. 그도 그럴 것이 글만 읽었는데 그림콘티가 머리에 명확히 그려진다. 이런 건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글작가의 문장력과 더불어 나와의 합이 맞아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피는 그녀. 자신의 글에 대한 내 반응이 궁금한 것이리라. 거진 스토리작가들은 자기 글을 보여줄 때 곧 잘 저런 표정이 된다.
이야기는 이랬다. 한 여자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남자상을 찾기 위해 자신을 좋아해 주는 여러 매력을 가진 남자들을 한 명씩 만나보는 이야기.
매 화마다 남자들을 만나보며 진정으로 마음이 가는 남자를 찾는다. 아홉 번째 남자가 매우 마음에 든다.
하지만 어쩐지 여자의 마음속에 더 좋은 남자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여전히 고민하는 그녀.
'재미있어요.'
'정말요??'
손을 마주 잡으며 좋아하는 그녀
'어디가 문제인 것 같아요? 안 써지는 게.'
여자는 살짝 미간을 찡그린다.
'열 번째 남자의 이미지가 안 잡혀요. 대충 스토리는 잡아뒀지만..'
'이미지라.. 전혀 레퍼런스가 없어요? 연예인이라던가..'
'레퍼런스.. 라면 있어요.. 제가 예전에 좋아했던 남자..'
마음속에 잠깐 질투가 일어났다. 저런 여자가 좋아하던 남자는 대체 얼마나 멋진 인간일까? 하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작가다. 쉽게 사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린다.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시간이 없으니 제가 그리는 동안 할 수 있는 만큼은 어떻게든 작품을 써보세요.'
'네.'
'그리고 치즈케이크 남은 거 반만.'
치즈케이크는 내가 전투모드에 돌입하는 습관이다. 나는 여자가 잘라준 케이크를 한 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여자 역시 비장한 표정으로 남은 치즈케이크를 한 입에 넣는다.
설정을 보곤 여자들의 이상형이란 굉장히 비현실적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림으로 옮겨본다.
잘생긴 남자.. 눈썹이 진하고 이목구비는 뚜렷하나 과하지 않은 미소년 스타일의 쾌남. 키는 대충 185 정도.. 데뷔와 동시에 드라마화까지 진행된 인기 웹툰작가.
평소 딱딱하고 예민하게 굴지만 정작 작업모드가 끝나면 한없이 여자에게 상냥한 로맨틱가이. 힘들 땐 여자를 끌어안고 어리광을 피우기도 한다.
혼자 오래 살아 음식을 할 줄 알지만 맛은 없는 편. 집을 꾸밀 줄 몰라 삭막하여 여자가 꾸며줘야 함. 사는 곳은 차고가 딸린 작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으며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비해 소박한 편. 작업을 위한 집과 스트레스를 풀 드림카 이외엔 돈을 거의 쓰지 않으며 다른 스포츠는 일절 관심 없고
오직 스포츠카를 타고 동네를 달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 작품만 하느라 거의 여자를 만나본적이 없어 연애에 관해 서투르다.
그래도 작품을 하기 위한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은 하는 터라 여자하나쯤은 한 손으로 들 수 있다. 옷도 대충 입는 편이지만 체형이 좋아 옷빨을 잘 받는다.
이런 식으로 요약한 설정을 토대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 그녀에게 보여줬다.
여자는 이미지를 한참이나 지그시 보더니 몇 번인가 긍정적인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러면 안 돼요.. 너무 화려하고 멋있어요..'
'예??'
'이런 남자는 로맨스소설엔 너무 많아요. 저도 머릿속에 이런 이미지만 그려져서 어려웠던 거예요. 특색 있는 좀 더 저만 알고 있는 왕자님 이어어야.. 해요.'
어렵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정말 멋있는 남자인데.. 내가 챙겨줘야만 하는 남자.. 지적인데.. 소박하고.. 어딘가 나약한데.. 하지만 정말로 듬직한 아우라가 풍겨 나오는 남자예요.
분명 그 애는 그런 남자가 되었을 거야.'
'....'
알 수없다. 도무지 이미지가 안 잡힌다. 개인의 일률성이 없는 취향이 겹겹이 쌓여 뭉쳐진 하나의 신기루 같은 존재..
그럼 내 방식을 써보자.
'당신의 과거로 가보죠.'
'네?'
'그 남자애가 어떤 애였는지 그 애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당신의 감정을 그림에 담아볼게요.'
과거를 떠올리는 그녀. 그저 떠올렸을 뿐인데 얼굴에 홍조를 띠며 행복한 표정이 된다.
나는 작업프로그램에 새로운 레이어를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으며 캐릭터의 실루엣을 잡아갔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네.'
'저는 전학을 왔거든요. 어릴 때부터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저는 소심하고 그래서 친구도 하나도 못 사귀고.. 매일 혼자 학교에서 소설을 썼어요. 그냥 공기 같은 존재였죠.'
'그랬군요.'
'그런데 한 남자아이가 제 글을 보여달라며 왔어요. 자긴 만화가가 꿈이라면서 제 작품도 읽고 싶다고.'
'흐음..'
'키가 컸어요. 초등학생인데도 키가 168은 되었었거든요. 어른스러웠죠. 지금은 엄청 컸겠죠?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는 건 엄청 부끄러웠지만 압도되어서 보여줬었어요.
듬직한 애가 상냥하게 웃어주니까 안심되고 빠져든달까..'
'네에..'
'그 이후 친해져서 학교에서 매일 서로 작품을 보여줬어요. 그림을 참 잘 그렸어요. 나중에는 그 친구집에 가서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그 친구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키워주고 계셨거든요? 교회를 다니셨는지 십자가가 있던 게 기억나네요. 집은 좀 어려워 보였어요.
그래서 그런가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배려심 있게 하나하나 잘 챙겨줬어요. 그런데 되게 웃기게도 그런 주제에 그림 말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헤헤, 아마 할머니가 다 챙겨줘서 그랬겠죠?'
'.....'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긴 만화가로 꼭 돈 많이 벌어서 자길 버린 부모님한테 보란 듯이 잘살거라고요. 키워주신 두 분은 호강시켜 드리고요. 자신감이 굉장했어요.
분명히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저도 나중에 소설가가 돼서 돕겠다고 했어요. 그런 우리가 이쁘셨는지 할머니는 제가 갈 때마다 며늘아기 왔다면서 치즈케이크를 주셨었어요.
당시 꽤 비쌌던 것 같은데.. 우리는 그걸 항상 나눠먹었죠. 작업할 때 치즈케이크를 먹는 건 그때부터 생긴 버릇이에요.'
순간 시야가 핑글 하고 돈다.
'..... 윽!'
'괜찮아요?! 혹시..?!'
'그런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휴, 다행이에요.'
얼음이 다 녹아 거의 물처럼 느껴지는 아메리카노를 전부 들이킨다.
'계속해도 될까요?'
'.... 네.'
'저는 그 아이가 너무 좋았어요. 안타깝게도 제가 또 전학을 가게 되어버려서.. 반년정도밖에 함께 있지 못했어요.. 그때는 핸드폰도 없어서 연락처도 못 나눴어요. 좋아한다고 이야기도 못했는데..
사실 여긴 그 애가 살던 동네예요. 혹시 여기로 오면 그 아이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 와봤어요.'
나는 그림을 그리던 펜을 놓았다.
'벌써 다 그리신 거예요?'
'네..'
그리기가 너무 쉬웠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보여주세요.'
'...'
'왜 그래요? 보여줘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 그림은 형편없었으니까.
그녀의 마지막 도전에 찬물을 뿌리고 싶지 않았다.
여자는 내 태블릿에 손을 가져댄다.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차피 여자의 힘이다. 뺏길 리가 없다. 슬슬 짜증을 내려는 여자.
믿으려고 하지 않던 하나님을 찾아본다. 부디 이 여자가 상처받지 않게 해 주시기를.
나는 포기하고 태블릿을 잡고 있는 손의 힘을 풀었다.
'뭐예요..? 이게?'
가슴을 찌르는 살기돋힌 목소리.
'장난쳐요?! 이건 그냥 그쪽이잖..!'
십만 년 같은 잠시간의 침묵 뒤
시끄러운 카페 안을 조용하게 만든 건 목놓아 우는 유정이의 울음소리였다.
'미안해, 이런 모습이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알바 아니었지만 우리는 점원이 제제로 카페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정이의 울음은 겨우 멈췄다. 눈가는 부어서 아직도 빨갛지만.
'아니야, 내가 미안해. 알아봐 주지 못했어.'
'알아보는 게 이상하지.'
우는 여자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결국 내 자취방에 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평소 청소는 깨끗이 하고 다니는 편이라 부끄럽진 않았다.
'미안하다.. 네가 아는 김도형과 닮은 거라곤 꾸미지 못한 집과 못 입는 옷 밖에 없어서..'
'혹시 나 비꼬는 거야?'
'그럴 리가.'
'키 큰 것도 닮았어.'
'그건 그러네..'
'작가인 것도 닮았고.'
유정이가 내 손을 잡아준다. 솔직히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솔직히 나 같은 건 못 봤다 치고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아팠지..? 내가 너에 대해 설명할 때.'
내 손을 꽉 잡는 유정이.
'아팠다기 보단.. 미안했지.'
'나도 울어서 미안해.'
사실 난 유정이의 울음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자신의 작품이 망가져서일까. 이상형이 망가져서일까. 아님 내가 그저 불쌍해서였을까.
'그거 전부하고 나 자신이 한심해서 울었어.'
순간 유정이의 눈에 독기가 서린다.
'나 글 다시 쓸래.'
시간은 아직 5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처음부터?'
'아니, 결말 바꿀 거야.'
유정이는 진행하던 10화를 지워버렸다.
그 뒤 내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독기서린눈이 깜빡이지도 않고 화면을 노려본다. 작가의 눈이었다.
'글이 왜 안 써지는지 알았어.'
유정이는 겨우 2시간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
한 달 뒤 결과가 나왔다. 둘이 카페에서 만나 공모전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럴 줄 알았어.'
유정이는 기분 좋게 웃었다. 거짓하나 없는 맑디맑은 모습이었다.
'결말을 일부러 망쳐버렸거든.'
유정이는 자신의 이상형이었던 김도형이 아니라 현실의 김도형을 열 번째 남자로 정하고 주인공과 결혼시켜 버렸다. 로맨스소설로서는 최악의 결말이었을 거다.
'후회 없어. 그게 내 글이야. 진실된 사랑이 무엇인지 의미는 확실히 전했고.'
'정말 괜찮은 거야?'
'물론, 앞으로 내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알게 됐어.'
우리는 카페를 나서 납골당으로 걸어갔다. 유정이가 먼저 가자고 했다.
유골함에 담긴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나란히 있다. 분향소 관리인이 관리를 잘해주고 계셨다.
두 분의 유골함에 있는 십자가가 가지런하다.
'오랜만에 봬요. 치즈케이크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도형이 잘 키워주셔서요.'
납골당을 나오며 유정이가 내 손을 잡는다.
'진짜 나로 괜찮은 거야?'
'내가 별로야?'
'설마.'
'네가 좋아. 남자들 지겹거든.'
'나도 남잔데..'
유정이가 대답대신 팔짱을 낀다.
우리는 유정이의 자취방으로 향하는 버스에 탔다. 우리는 둘이 앉을 수 있는 뒷좌석에 앉았다.
유정이는 팔짱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는 이제 그림 그려, 나는 글 쓸게.'
'같이 웹툰 하자는 거야?'
'싫어?'
'설마.'
'치즈케이크 사가자.'
나는 내 자취방을 정리하고 유정이의 자취방 근처에 집을 얻었다. 자취방이 더 작아졌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작업은 유정이의 자취방에서 하니까.
유정이와 작업한 뒤로 내 발작은 멈췄다. 몇 번의 도전 끝에 우리 웹툰은 대형 플랫폼에서 연재하게 되었다. 글, 그림작가가 커플이라는 게 좀 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지 작품외적으로도
홍보가 되어 인기를 더 끌 수 있었다. 아니지.. 유정이 때문일 것이다. 예능에 출연했던 과거가 재조명되었기 때문에.
오늘은 드라마제작팀과 미팅이 있는 날이다. 우리는 싸게 구입한 오래된 중고 스포츠카를 타고 미팅장소로 향했다.
'키가 있으니 옷빨을 잘 받네.'
'네가 입혀줬으니까 그렇지.'
'이리 와.'
유정이는 좁은 조수석에 앉아 내 머리를 힘겹게 쓰다듬는다.
어쩐지 창밖을 바라보는 유정이의 눈은 함께 살아갈 조그만 단독주택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본문
[자작기타] 카페에서 본 여자가 너무 내 취향이다.(소설 단편 연습중인데..함 봐주세요) [1]
猫Valentie[K]
(389962)
출석일수 : 758일 LV.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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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18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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