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양의 심장 박동은
천천히 제 속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나타나고,
총구를 들이밀고,
상황을 통제하는 지금이
오히려
그에게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완벽한 날이었다.
행운이 가득한 날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치논에게서 데이빗 박의 이름을 들었다.
그리고
데이빗 박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모든 행운이
그를 향해 미소 짓는 그런 날이었다.
그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순식간.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에,
다섯 명이 쓰러져 버렸다.
눈 깜빡할 사이에,
데이빗 박이
건장한 남성 다섯 명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버렸다.
물리적으로 제압한 것만이 아니었다.
아직 전투력이 남아 있던 부하 두 명도,
그리고
그들에게
계속 싸울 것을 지시해야 할 대니얼 양 자신도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장 해제를 당해 버렸다.
순식간에
다섯 명을 처리한 다음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빗 박(사쿠라바 잇토키)에게서
사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드디어
그를 손아귀에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목줄을 잡혀 버린 것은 자신이었다.
어떻게 해도
그 손아귀를 빠져나갈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그때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사신의 손아귀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찾아온 것이다.
“부탁?”
야닌이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전화를 한 통 걸어도 되겠습니까?”
대니얼 양이 말했다.
야닌의 표정이 변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의심이 분노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전화?”
“지금 상황에서는
뭔가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 친구가
오해를 풀어 줄 것 같습니다만.”
대니얼 양이 말했다.
“안 되겠는데.”
야닌이 말했다.
“후회하실 텐데요.”
대니얼 양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여기 왔는지 알아?
파타야에 폭탄 테러를 일으키겠다는 협박 전화를 추적해 온 거야.
네놈이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지,
아니면
폭탄 기폭 장치를 가동하려는지 어떻게 알지?
얼마나 대단한 친구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 돼.
그리고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입을 놀리면
직접
그 입에다가 총알을 박아 주지.”
야닌이
대니얼 양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대니얼 양이
손을 들어 올렸다.
한마디만 더 해도 되겠냐는 의미였다.
야닌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을 허락으로 받아들인
대니얼 양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핏사눌록 맨션입니다.
기폭 장치가 걱정되신다면 직접 전화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핏사눌록 맨션(Phitsanulok Mansion).
태국 총리 공식 관저의 명칭이었다.
그러나
태국 총리는
그곳에 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역대 어느 총리도
그곳에 짐을 풀지 않았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귀신에게 도와 달라고 할 생각인가?”
야닌이 말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아실 텐데요.”
대니얼 양이 말했다.
“나중에.
나중에 변호사에게 이야기해 봐.
총리든,
국회의원이든
그때 전화하게 해 달라고.
이제부터는 닥쳐.
한 번만 더 입을 열면,
약속한 대로 총알을 박아 주지.”
거기까지 말한 야닌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데이빗 박(사쿠라바 잇토키)을 바라보았다.
“당신도 전화할 데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