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취재진들이
카라카스 외곽 부촌에 한 저택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생방송을 준비하는 기자들은
초초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고 입을 풀거나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흥분해 있었다.
최근 3주 동안 일어난 일들이
그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베네수엘라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변화의 시작은
연방 정부 앞에서 발생한 저격 사건이었다.
기자들은
그 저격 사건이 이렇게까지 확대될 줄은 알지 못했다.
그저 흔한 정치 암투라고 생각했다.
차량 습격도
그저 흔한 차량 강도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후 사건이 계속되었다.
카라카스-라 과이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교통사고와 차량 화재 사건,
라 과이라항 정문 앞에 있는
푸에르토 카르텔 본부에서 발생한
의문의 총격 사건
그리고
까티오 농장에서 발견된 여성부장관의 시신.
짧은 기간 동안
연속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각각의 개별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인 결합을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유기적인 결합이 무엇인지도 채 파악하기 전에
베네수엘라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베네수엘라의 심장 카라카스와
그 주변 지역을 지배하는
범죄 카르텔의 멸망.
라 과이라 항만을 지배하던 푸에르토가
시체로 발견됐다.
거기에 조직에 간부들이 다수 사망했다는 소문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방위군 등
정부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 충격이 다 가시기 전에
더블 티와 그 부하들이 폭사하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 되었다.
삼두사 중 마지막 머리라는 엘 오로는
모습을 감췄다.
엘 오로의 회사들은
갑작스럽게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
믿을 수 없는 소문이 있었다.
라 만차 네그라.
베네수엘라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삼두사를
지옥으로 끌고 갔다는
라 만차 네그라의 전설이
시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언론들은
당연히 허무맹랑한 그 소문을 무시했다.
현실은 영화가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히어로가
범죄 조직을 처단한다는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인으로서 자격 미달이었다.
라 만차 네그라는
방위군의 비밀 작전이
민중들의 시각에 왜곡된 허구라고
그들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민중들은
여전히 그 이름을 입에 담고 있었다.
그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저기 온다!”
모여 있던 기자 중 한명이 소리쳤다.
그 말에
저택 앞을 가득 매운
카메라들의 렌즈가 그쪽으로 향했다.
기자들은
생중계 리포트를 위해 자세를 잡았고,
카메라 보조는
조명을 켜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도밍게즈가 탄 군용차량은
저택에 접근할수록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었다.
결국 저택까지 도달하지 못한
차량은
정문 10여 m 앞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앞문이 열리고
대위가 모습을 드러내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도밍게즈와 더불어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얼굴이 알려진 대위는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내렸다.
곧이어 뒷문이 열리고
도밍게즈가 내렸다.
의회에 의해
부패감찰특별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도밍게즈는
체포 영장이 든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가 내리자
플래쉬가 더 많이 터졌다.
셔터 소리도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중령님!”
기자 하나가
빠르게
도밍게즈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다른 기자들도
빠르게
도밍게즈에게 접근했다.
당초 약속했던
취재 라인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도밍게즈 중령님!
크리스탈 카스티요 산타나 차관이
장관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자가 직접적으로 물었다.
도밍게즈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사실이었으니까.
더블 티가 폭사하면서
카바렐라 카르텔은
한때 서부 카라카스를 지배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흩어졌다.
살아남은 조직원들은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방위군에
제보 전화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그중
더블 티가 은신처로 사용하던
몇몇 장소가 밝혀졌고,
그 장소에서
더블 티와 차관이 대화를 나눈
녹음 파일이 발견되었다.
아주 더러운 대화를 담고 있는
녹음 파일이었다.
“중령님,
차관과 더블 티가
내연 관계에 있다는 소문은 사실입니까?”
다른 기자가
취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외쳤다.
도밍게즈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벌레들.
더블 티가 살아 있을 때는
감히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벌레들이,
더블 티가 죽자
진실을 파헤치는 참 언론인 행세를 하고 있다.
도밍게즈의 눈에는
그저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벌레들처럼 보였다.
“중령님,
라 만차 네그라에 대한
방위군의 공식 입장을 말씀 해 주십시오!”
다른 기자가 물었다.
그 질문에
도밍게즈는 발걸음을 멈추고
질문한 기자를 돌아보았다.
기자는
도밍게즈가 자신을 돌아보자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치열한 보도 전쟁에서
그가 우위를 차지한 것이다.
“중령님,
현재도
전직 카르텔 조직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사적 제재를 당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라 만차 네그라라고,
정의의 이름으로 카르텔을 정화했다고 발표하는 괴집단이
벌써 다섯 개가 넘었습니다.
시민들은
카르텔 조직원들이 죗값을 받는 것에 대해서
통쾌하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증오 범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령님,
소위 푸에르토 카르텔을 전멸시켰다는
라 만차 네그라가
방위군의 일원입니까?
방위군 비밀 작전 중 하나였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도밍게즈는 속으로 웃었다.
인간 같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라 만차 네그라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생각 외로 머리가 좋고
이상한 농담을 가끔 한다고 설명하면
기자들이 믿어 줄까?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아이를 구하고,
카르텔 하나를 날려 버리고,
그럴 필요 없음에도
자청해서 청소까지 하고 다니는 멍청이라고 설명하면
기자들이 믿어 줄까?
무엇보다
담배를 싫어하지만
어떤 때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담배도 내 거지 하고
그냥
자신의 담뱃갑에서
지 것마냥 막 뽑아서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아주 기본이 안 된 인간이라고 설명하면
기자들이 무슨 표정을 지을까?
거기에
결졍적으로
그 존재가
일본 애니나 만화
아니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일본의 평범한 중학교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검은 색 중학교 교복을 입은
중학생 정도의 소년이라고 하면
저들이 과연 믿어 줄까?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237)
2023.04.22 (07:46: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