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인원 모두가 모인 아침 식사 시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목사는 낙랑도 금천 고등학교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낙랑이도 여기로 보낼 거라고요?”
“그래.”
식사 도중 나목사의 이야기에 남해는 자기가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젓가락질도 멈추고 눈만 깜빡거렸다.
여전히 잠이 덜 깼는지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몇 번이나 집다가 미끄러트린 낙랑은 느릿느릿 숟가락으로 계란을 퍼서 입에 넣었다.
“왜 우리 학교에요?”
“인간적으로 가족도 없는 애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학교에 보내기엔 너무 걱정되잖니.”
“그건 그렇죠.”
금선도 그 이야기에 고갤 끄덕였다.
낙랑이 교회에 오게 된 후 이 근방의 실종신고 및 가출신고 등등 확인할 수 있는 이력은 모조리 목사가 확인해봤지만 낙랑의 흔적이나 과거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친구는커녕 혈육하나 없고, 아는 사람이래도 이 교회 인원들 몇 명이 전부인 아이를 그냥 보내기엔 많이 불안했다.
하다못해 옆에서 같이 있어줄 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낙랑이가 직접 말했거든. 자기도 남해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남해가 옆을 돌아보자, 눈이 마주친 낙랑은 괜히 잠이 덜 깬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거기에 대고 화를 낼 순 없었고, 지금부터라도 낙랑을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해야 했다.
“근데 낙랑이 쟤 듀얼 해본 적 없잖아요?”
“그러니 너희한테 이야기 하는 거지. 너희가 낙랑이 좀 가르쳐주렴.”
“우리가 개학까지 얼마나 남았지?”
“3월 초니까…”
금선의 말을 듣고 남해가 날짜를 역산하는 사이 금선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낙랑은 느릿느릿 계란말이를 깨작거렸고.
“준비물도 많지 않아요?”
“아직 원미가 쓰던 물건들도 남아있으니 창고 찾으면 거의 다 나올 거야. 교과서 같은 건 은월이한테 이야기 해뒀고.”
아직은 개학 전의 겨울방학 기간. 남해와 금선에겐 남는 것이 시간이었다.
걱정섞인 대화와 아침 식사가 끝나고 목사가 먼저 외출한 사이 남해와 금선은 낙랑의 방으로 가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했다.
“카드!”
“여기!”
“룰은 알아?”
“몰라!”
낙랑의 너무 당차고 해맑은 대답에 금선은 풉,하고 웃었고 남해는 할 말을 잃고 입가로 손을 가져간 채 거의 10초 가까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금선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방에서 룰북을 꺼냈다. 꽤 자주 열어봤는지 룰북은 낡은 책이라는 흔적이 역력했다.
“엄청 오래된 거 아냐?”
“나 중학생 때 쓰던 거니까.”
“인어공주 동화책보다 커…”
금천고교는 어쨌든 듀얼 아카데미다. 다른 성적은 검정고시를 치든 입학고사를 보든 뭔가 어떻게 우회한다고 쳐도 듀얼 실력만큼은 확실하게 필요하다.
초심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된 룰북이지만 낙랑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내용에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이… 이거 꼭 외워야 해…?”
“입학할 때 실기 뿐 아니라 필기도 필요하니까. 나랑 남해도 보긴 봤어.”
-“그랬나?”
-“그랬습니까?”
확실히 그때는 용연은커녕 가이저와도 소통하기 전이었으니 둘 다 모를 만도 하구나. 남해는 어깨만 한번 으쓱하곤 굳이 답하진 않았다.
“아니, 근데 카드는 있는데 룰을 모르는 게 말이 돼?”
“그럼 여기는 말이 되고?”
“듣고 보니 그렇구만 기래.”
유희왕의 룰은 명료한 듯 복잡하고, 복잡한 듯 명료하다.
언뜻 쉬운 것 같아도 배틀 페이즈로 들어가면 미칠 거 같고, 타이밍이란 개념이 끼면 룰 모르는 초짜는 아니라고 자부하는 사람도 갑자기 머리가 굳을 때가 있다.
“여기서 이러면…”
“무효가 안 돼.”
“하지만 얘넨 무효가 되잖아.”
곳곳에 널려있는 특수 재정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우선권 개념도 종종 귀찮게 끼어들기도 한다.
룰북과 함께 금선이 준비한 카드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연출한 상황에 대답하던 낙랑은 대답을 들을수록 더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어지간하면 패드가 대신 해주니까 그냥 외우는 수밖에 없지 뭐.”
“너흰 이걸 다 외우는 거야?”
“얘도 하다가 막히면 재정 찾아보고 그래.”
“자… 잘 모르겠어… 잠깐 쉬자…”
낙랑이 핑핑 도는 눈으로 벽에 기대자 금선도 의자에 쭉 기대며 기지개를 폈다.
눈치껏 쉬는 타임이라고 파악한 남해 또한 긴장을 풀고 몸을 축 늘어트렸다.
남해가 들고 온 가방이 슥 열리더니 가이저가 꼬리로 안에서 과자 하나를 꺼내 침대로 휙 던졌다.
“어…?”
그걸 지켜본 낙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고 남해가 과자를 뜯자 금선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안에서 낱개 포장된 과자 한 개를 꺼냈다.
“뭐, 뭐야! 뭔데 그거?!”
“인사해. 가이저야.”
남해가 자신의 그림자를 손바닥으로 가리키자 낙랑은 한참동안 동공이 흔들리던 끝에 어색하게 그 방향으로 손을 흔들었다.
“안녕, 하. 세요.”
“솔직히 나도 안 믿겼는데 뭐. 저런 게 보이면 믿어야지.”
“하지만 그… 어떻게 하는 거야…?”
“정령 몰라? 애니에서 맨날 나왔잖아. 아냐 틀려 크리보가 멋대로!”
“그런 거 몰라…”
“그럼 진짜로 낙랑이 너는 여기 떨어지기 전엔 뭐 했는지를 하나도 몰라? 우리끼리만 있으니까 뭐라도 말해봐. 응?”
카드가 있긴 한데 유희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과거를 추측할만한 것들도 없고 입고 있던 옷에 짐작이 가는 브랜드나 태그도 붙어있지 않았다.
금선의 물음에도 낙랑은 기운 없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초에 낙랑이 남해나 금선과 같은 세계에서 온 지도 확실하지 않다.
낙랑이 갖고 있던 카드 중에는 남해나 금선은 처음 보는 카드들도 잔뜩 있었고 신분증 닮은 그 카드도 진짜 고등학교 2학년은 맞는지, 설雪이라는 글씨가 성씨를 가리키는 건 맞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그럼 왜 듀얼 아카데미에 가고 싶은 거야?”
금선의 그 질문에 낙랑은 잠시 생각하다가 남해를 쳐다봤다.
“뭐.”
“남해가 듀얼을 하는 걸 몇 번 옆에서 지켜봤는데… 지금 남해는 되게 칙칙하잖아?”
“그거 욕 아니지?”
“그렇지만 듀얼할 때의 남해는 막 밝게 빛나. 방이 어두운데 혼자 불 켠 것처럼 환해.”
생각 못한 낙랑의 말에 남해는 괜히 쑥쓰러워선 눈을 피했다. 금선은 재밌겠다는 미소를 짓고 눈썹만 위아래로 씰룩거렸다.
“목사님도 한번밖에 못 봤지만 듀얼할 때는 사람이 달라졌어. 평소엔 막 조용한 물웅덩이 같았는데 승부할 때의 목사님은 물이 막 솟아오르는 분수 같이 활기차셨어.”
냠, 하고 낱개 포장된 과자를 먹어치운 금선은 슬쩍 시계를 봤다. 시간도 꽤 지났고 어색해진 분위기도 한번 환기시키려면 역시-
“그럼, 이야기 나온 김에 낙랑이 너도 한번 듀얼 해볼래?”
…
딱히 미사도 없고 일정도 없는 시간대. 교회 강당은 텅텅 비어서 개미 한 마리 없었다.
셋은 강당 무대로 올라갔고, 금선은 손짓으로 남해와 낙랑을 양 끝단으로 보냈다.
“룰은 [링크]. 라이프는 8000. 그러면 룰을 지켜서, 즐겁게 듀얼!”
짝! 금선의 박수 소리와 함께 양쪽의 D-패드가 웅웅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작동했다.
남해는 능숙하게 덱 맨 위에서 뽑힌 카드 다섯 장을 쥐었고 낙랑도 머뭇거리다 카드들을 뽑았다.
‘드라코넷, 백업 자매, 사이바넷 백도어에 패러렐 포트 아머… 무난하네.’
남해가 선택한 덱은 [사이버스]. 다른 두 덱에 비하면 훨씬 덱 파워가 낮으니 낙랑이랑도 어느정도 티키타카가 오갈 것이다.
낙랑이 어느 덱을 선택했을지 모르니 일단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패에서 [드라코넷]을 일반 소환하고, 드라코넷의 효과로 덱에서 레벨 1 일반몬스터 [프로트론]을 특수소환할게. 필드에 사이버스족 몬스터가 있으므로 패에선 [백업 세크레터리]를 특수소환.”
[백업 세크레터리/Lv3/1200/800]
솔리드 비전으로 재현된 몬스터들의 모습을 보던 낙랑은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몬스터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남해의 필드에 링크 게이트가 열렸고 세 몬스터는 게이트의 마커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백업 세크레터리와 드라코넷을 링크 마커에 세트! 소환 조건은 몬스터 둘! 링크 소환, [스페이스 인슐레이터]! 그 다음 인슐레이터와 세크레터리를 링크 마커에 세트! 소환 조건은 효과 몬스터 둘 이상!
링크 3, [디코드 토커]!”
[디코드 토커/Lnk-3/2300/↙↑↘]
“오오…”
그동안은 남해의 옆이나 뒤에서 소환되는 것을 지켜봤지만, 이렇게 정면의 남해를 상대하는 자리에서 몬스터가 나오는 모습을 보자 낙랑은 눈을 반짝이며 링크 게이트가 사라질 때까지 유심히 지켜봤다.
왠지 자신이 처음으로 솔리드 비전을 마주했던 그 순간이 떠올라서 남해는 괜히 머쓱해졌다.
“그런데 소환할 때 굳이 뭘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뭐야?”
“뭐, 자기소개 같은 거지. 나는 이런 덱을 쓰며 이 카드는 이런 카드입니다. 듀얼리스트라는 건 운동선수면서 엔터테이너 같은 부분도 있으니까.”
남해 대신 둘의 옆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던 금선이 낙랑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렇구나.”
낙랑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몬스터의 공격력이었다. 2300. 자신의 덱에 들어있던 몬스터 중에도 저것보다 강한 몬스터라면 몇장 있었다.
‘생각보다 약하네.’
“카드를 두장 엎어두고 턴 종료야.”
-강남해/LP 8000/패 1장
“아, 응. 그럼 난 후공 플레이어니까 드로우를 한 다음-”
낙랑은 패를 유심히 살피다가 그중 한 장의 카드를 뽑아들고 룰 북에서 읽은 문구들을 열심히 떠올렸다.
‘융합 소환은 융합 마법과 정해진 소재를 묘지로 보내고, 싱크로 소환은 튜너와 아닌 카드로 레벨을 맞춰서, 엑시즈 소환은 같은 레벨의 몬스터를 모아서, 그리고…'
“왼쪽에 스… 케일 1의 [별을 읽는 마술사]를, 오른쪽에 스케일… 2. [시간을 읽는 마술사]를 놓겠어!”
금선은 안됐다는 듯 눈썹 꼬리가 내려앉는 미소로 남해를 슥 돌아봤다. 지금 벌집을 건드렸구나.
“마술사…”
남해가 기억하는 원래 세상의 OCG는 9기로 끝이었고, 남해가 기억하던 마술사는 그 시기 최고의 덱 중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룡성은 메테오버스트 탓에 자기 뜻대로 이끌고 가는 것조차 벅찼고, 해황도 진짜 진심으로 들이받아 초반에 치명타를 넣어야 이길까 말까.
그래프? 그 이야긴 꺼내지도 말자, 지금 떠올려도 무시무시한 파워 카드들이다.
“그러니까, 스케일 1과 8이면 2부터 7까지 맘대로 낼 수 있는 거지? 그럼 패에서 [강룡의 마술사], [곡예의 마술사], [법안의 마술사]를 펜듈럼 소환!”
남해는 소환된 몬스터들의 이름을 들으며 아직은 그렇게 무시무시한 상황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럼 간다! 강룡의 마술사로 디코드 토커를 공격!”
파항!! 공격력 2400의 강룡이 디코드 토커를 향해 마탄을 발사했다. 하지만-
팡!!
디코드는 검을 휘둘러 평평한 부분으로 마탄을 받아치고 오히려 역으로 강룡에게 마탄을 맞췄다.
“어?”
“디코드 토커는 마커 앞의 몬스터 하나당 공격력이 500씩 올라가. 그리고…
…지금 곡예가 디코드의 마커 앞에 있으니, 디코드 토커의 공격력은…”
[디코드 토커/A 2300 → 2800]
뭔가 기묘한 비명을 지르며 강룡의 마술사는 폭발해버렸다. 마탄을 얼굴에 맞았는데 마치 연막탄 터지듯 펑 터지는 그 모습은 꽤나 웃겼다.
-설낙랑/LP 8000 → 7600
“앗.”
“그래서 몬스터를 소환할 때는 자리에도 신경을 써야해.”
금선은 낙랑의 듀얼을 지켜보며 초보가 맞긴 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공격력이 낮은 곡예를 굳이 소환하는데다 표시형식마저 공격 표시.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네] 만 누르는 전형적인 초보의 플레이였다.
“그러면… 할 게 없네 턴 마칠게.”
-설낙랑/LP 7600/패 1장
이번에 드로우한 카드는 [레이디 디버거]. 적당히 좋은 카드다. 남해는 고갤 끄덕이고 그대로 디버거를 패에서 냈다.
“[레이디 디버거]를 일반소환, 디버거의 효과로 덱의 사이버스족 몬스터 [사이버스 가제트]를 패에 넣고… 패의 [백업 오퍼레이터]의 효과 발동! 내 필드 위 링크 몬스터의 링크 앞의 몬스터를 패로 돌려보내고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한다!”
곡예의 마술사의 발 밑에 링크 게이트가 열리며 그 안으로 곡예의 마술사가 빠져버렸고, 디코드 토커의 등 뒤에 다른 링크 게이트가 열리며 백업 세크레터리와는 비슷한 듯 다른 전자 비서가 나타났다.
“뭐야, 뭔데?”
생각지 못한 상황에 낙랑이 허둥대며 D-패드를 확인했다. 백업 오퍼레이터의 해당 텍스트가 푸른색 볼드체로 강조되어 출력됐다.
-…자신의 링크 몬스터의 링크 앞의 앞면 표시 몬스터 1장을 대상으로 하고 발동할 수 있다. 이 카드를 패에서 특수 소환하고…
“자신의 링크 몬스터?”
“…의 링크 앞의 앞면 표시 몬스터. 자신 필드라는 말이 없어서 상대 필드의 몬스터도 돌릴 수 있어.”
“그게 뭐야.”
“그리고 레이디 디버거와 백업 오퍼레이터를 링크 마커에 세트! 소환 조건을 사이버스족 몬스터 두장! 링크 2 [프레임 어드미니스터]를 링크 소환!”
[프레임 어드미니스터/Lnk-2/1200/←↘]
“어드미니스터의 효과로 필드의 링크 몬스터들의 공격력은 800이 올라. 먼저 디코드 토커로 법안을 공격하고 어드미니스터로 직접 공격!”
법안의 마술사를 디코드 토커가 베고 지나갔고 디코드 토커는 그 직후 다시 링크 게이트를 열어 남해의 필드로 되돌아갔다.
그 다음엔 자신의 자리에서 프레임 어드미니스터가 화염구를 낙랑을 향해 토했다.
“윽!”
처음에는 자신을 향해 날아온 화염구에 당황한 낙랑은 폭발의 화려함에 비해 거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가짜 불이란 걸 깨닫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설낙랑/LP 7600 → 4500
“턴 종료야.”
“드로.”
이렇다할 공격 없이 계속 당하던 낙랑은 입을 비죽 내밀고 카드를 뽑았다가, 패에 들어온 몬스터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이 카드라면 강한 카드라도 상대할 수 있다!
[각검의 마술사/Lv3/1400/0]
“먼저 [각검의 마술사]를 소환!”
째깍거리는 시곗바늘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키작은 소년 마술사가 낙랑의 필드에 등장했다. 각검은 이윽고 손에 든 검으로 디코드를 가리켰다.
“그 다음 디코드 토커와 각검을 게임에서 제외!”
각검과 디코드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었다. 그리고 둘의 모습이 스스스 필드에서 사라져갔다.
“세트 카드 발동! [사이바넷 백도어]!”
디코드 토커는 대신 데이터 파편으로 변해 붉은 링크 게이트 안으로 육각형 조각이 되어 사라졌고 각검만 혼자 그대로 필드에서 사라졌다.
“디코드 토커를 게임에서 제외시키고, 디코드보다 공격력이 낮은 사이버스족 몬스터인 [링크 인플라이어]를 패에 넣겠어.”
“그럼 이제 펜듈럼 소환! 강룡과 법안과 곡예를… …어?”
D-패드로 강룡을 먼저 소환한 다음 법안을 내려던 낙랑은 그게 되지 않자 한참을 패드를 조작하다 결국 곡예만 필드에 내놓고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법안은 왜 안나와?”
“엑스트라 덱에서 펜듈럼 소환은 [엑스트라 존]에 된다고. 기본 엑스트라 존은 한칸뿐이라서 강룡만 등장한거야.”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낙랑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낙랑은 서로의 필드를 살폈다.
어드미니스터의 공격력은 자체효과로 올라가 2000이지만 강룡은 깡타점으로 2400. 이번에야말로 돌파할 기회였다.
“그럼 이제 세트카드 발동, [패러렐 포트 아머]!”
“강룡으로 어드미니스터를 공격!”
강룡이 마탄을 발사한 직후 어드미니스터에게 단자 하나가 연결되었고 어드미니스터의 몸이 얇은 막으로 코팅되었다.
마탄의 폭발로 인한 연기 속에서 어드미니스터는 건재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뭐야!”
“패러렐 포트 아머는 장착 몬스터에게 전투내성을 주고, 효과 대상이 되지 않게 해준다고.”
“장착 카드면 마법 카드인데, 그 카드는 함정 카드 아냐?”
“발동 시에 선택한 몬스터를 선택하고 장착카드로 취급시키는 거야. 쓴 다음부터는 함정이 아닌 셈이지.”
“복잡해…”
“그렇지만 파괴는 되지 않아도 데미지는 받아.”
-강남해/LP 8000 → 7600
“뭐 어쩔 수 없지. 턴 종료야.”
-설낙랑/LP 4500/패 1장
“드로우.”
[밸런서로드]. 괜찮은 카드지만 자원을 함부로 쓰기보단 패에 쥐고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굳이 초짜인 낙랑을 이런 상황에서 전력으로 상대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고.
“디코드 토커가 이제 내 필드로 복귀해. 그리고 어드미니스터의 좌측에 [링크 인플라이어]를 특수소환하고 패의 [사이버스 가제트]를 일반소환. 가제트의 효과로 묘지의 [프로트론]을 부활시키겠어.”
남해의 필드에 푸른 전자연이 미끄러지듯 날아왔다. 그리고 전자연은 그대로 열린 링크 게이트의 마커 안으로 가제트, 프로트론과 함께 빨려 들어갔다.
“링크 인플라이어, 사이버스 가제트, 프로트론을 링크 마커에 세트! 소환 조건은 몬스터 세장! 링크 3 [파워코드 토커]를 링크 소환!”
[파워코드 토커/Lnk-3/2300/←↙→]
링크 게이트 안에서 붉은 갑옷을 두른 토커가 등장했다.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필드에 착지한 파워코드 토커는 기합을 넣으며 자세를 잡았다.
‘같은 코드 토커라 그런지 디코드 토커랑 은근히 닮았네’
“묘지로 간 가제트의 효과로 가제트 토큰을 소환하고… 배틀! 파워코드 토커로 강룡의 마술사를 공격!”
파워코드 토커가 등 뒤에서 불꽃을 뿜으며 강룡의 마술사를 향해 날아갔다. 낙랑은 그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며 다시 공격력을 확인했다.
“공격력이 더 낮은데?”
“파워코드 토커의 효과 발동, 링크 마커 앞의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하고 데미지 계산 동안만 원래 공격력의 두배로 전투할 수 있어! 가제트 토큰을 릴리스하고 공격력을 두배로! 파워드 스매시!”
[파워코드 토커/A 3100 → 4600]
콰아앙-!! 파워코드 토커와 충돌한 강룡은 또다시 기묘한 비명을 지르며 저 멀리로 튕겨날아갔고, 그 직후 디코드 토커가 달려와 곡예의 마술사를 베고 지나갔다. 그렇게 두 몬스터가 파괴된 이후 어드미니스터는 다시 팔을 뻗어 화염탄을 낙랑에게 쏘아댔다.
“턴 종료야.”
-설낙랑/LP 4500 → 300
-강남해/LP 7600/패 1장
“아이코.”
낙랑의 남은 라이프는 고작 300. 스치는 정도의 피해로도 게임이 터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낙랑은 오히려 눈빛이 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왜일까? 위기인데?
아니, 위기라서 더 타오른다. 라이프가 없어지기 전에는 진 게 아니니까.
“드로!”
“각검이 돌아왔어. 각검을 파워코드와 같이 제외하고, 강룡을 펜듈럼 소환하고 패에서 [성상의 펜듈럼 그래프]를 발동. 그리고 카드 한장을 세트하고 턴 종료야.”
남해는 그래프의 이름을 듣고서 그 시절의 듀얼들이 조금은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이었다.
혹시… 아냐, 아직 몰라…
“드로.”
뽑은 카드는 [SIMM 태블라스]. 지금 드는 의심대로라면 더 끌지 않는 것이 좋다. 남해는 바로 배틀 페이즈로 들어갔다.
“디코드로 강룡을 공격!”
“세트 카드 발동, [시공의 펜듈럼 그래프]! 펜듈럼 존의 별을 읽는 마술사를 파괴하고 디코드 토커를 파괴하겠어!”
별읽기가 어딘가로 사라진 직후, 디코드 토커의 위에서 시간읽기를 닮은 새로운 마술사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와 함께 수많은 검들이 포탈을 타고 디코드에게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워, 워어어…”
처음 한두번의 공격은 피해낸 디코드였지만 빗나간 검은 땅에 박히는 대신 다른 포탈을 타고 또다른 곳에서 끝없이 디코드를 향해 날아왔다. 이윽고 검 하나가 디코드에게 박혔고 그 충격으로 디코드가 잠시 움찔한 그 순간 사방에서 날아온 검들이…
“웁, 으으으웁…”
그동안 듀얼을 하며 온갖 못볼꼴을 다 본 남해였지만, 이번에는 간만에 매우 비위 상하는 장면이었다. 반면 낙랑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브이자를 그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아참, 여기서 성상으로는 [천룡의 마술사]를 가져온다?”
“아, 그래… 턴 마칠게…”
-강남해/LP 7600/패 2장
“좋아, 드로! 각검은 돌아왔으니 다시 파워코드와 각검을 제외하고 [천룡의 마술사]를 시간을 읽는이 있던 자리에 놓겠어. 그 다음 천룡과 패러렐 포트 아머를 파괴!”
이번엔 어드미니스터를 향해 검의 비가 쏟아졌다. 어드미니스터는 몸을 웅크리고 공격을 견뎌냈고 어드미니스터에게 쏟아지던 공격을 막아주던 보호막은 검의 연격에 결국 깨지고 말았다. 그제야 검의 비도 멎었다.
“성상의 효과로 [혜안의 마술사]를 서치해오고, 패의 [용맥의 마술사]를 새로 세팅! 그리고 용맥의 효과로 패의 혜안을 버리고 어드미니스터를 파괴!”
간신히 검의 연격을 버틴 어드미니스터도 바닥에서 솟아오른 용오름에 휩쓸려 산산이 박살났다. 그리고 낙랑의 필드에 서있던 강룡이 남해를 향해 마탄을 발사했다.
-강남해/LP 7600 → 5200
“자, 턴 종료야!”
-설낙랑/LP 300/패 0장
남해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두장의 펜듈럼 그래프가 등장하자 듀얼의 분위기가 무슨 카드 엎어버리듯 한순간에 바뀌었다. 매턴 충원되는 어드밴티지와 하나씩 잘려나가는 이쪽의 카드에 대처할 방도가 마땅히 없었다.
말 그대로 눈 뜨고 코 베이는 꼴이었다.
“드로.”
드로우한 카드를 보던 남해는 그 카드를 그대로 필드에 세트하고 패의 카드를 하나 더 뽑아들었다.
“몬스터와 카드를 하나씩 세트하고 턴 종료야.”
“엔드에 체인! 시공은 함정카드니까, 속도 2짜리라 상대 턴에도 쓸 수 있지? 시간읽는과 그 카드를 파괴하겠어!”
남해의 필드에 세트된 카드에게 검 한 자루가 내리꽂혔다. 맑게 쨍강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그 카드도 산산조각 나버렸다.
“와.”
“자, 드로우!”
판세가 뒤집히자 아까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낙랑은 즐거워보였다. 드로우한 카드를 보던 낙랑의 눈빛은 아까보다도 더 반짝였다. 꼭… 뭔가 중요한 카드를 뽑은 것처럼.
“어, 어?”
남해의 엑스트라 덱 안에 잠든 클리어윙이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냈다. 그림자 안의 가이저도 날카롭게 털을 곤두세우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보다, 클리어윙이 자신의 의지로 소릴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좋아, 각검으로 돌아온 파워코드를 다시 제외하겠어! 그리고 아까 패에 넣은 용혈을 반대편에 세팅하고…”
낙랑은 심호흡을 하고는 남해를 흉내내 손을 위로 쭉 뻗으며 소리쳤다. 잠시 후 펜듈럼이 흔들리며 거대한 그래프가 그려졌고 그 안에서 거대한 실루엣이 등장했다. 남해는 그 실루엣에 비춘 안광을 보고서 클리어윙이 낸 울음소리의 뜻을 깨달았다.
녹색 좌안, 붉은 우안의 오드아이. 그렇다면…
“펜듈럼 소환! 레벨 7 [오드아이즈 아크 펜듈럼 드래곤]!!”
귀를 찢는 큼직한 포효를 내뿜으며 양 눈의 색이 다른 흑룡이 낙랑의 필드에 나타났다. 낙랑은 이젠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 그래프의 효과로 용혈이랑 그 몬스터를 파괴하고, 오드아이즈와 강룡으로 공격이야!”
세트되어있던 밸런서로드는 등 뒤에서 날아온 검에 그대로 꿰이며 파괴되었고, 그 직후 거대한 폭풍이 남해를 휩쓸고 지나갔다.
-강남해/LP 5200 → 100
“턴 종료! 자자, 어서 와보라구!”
남해는 아크 펜듈럼을 보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처음 보는 형태의 오드아이즈 몬스터. 흑요석처럼 새카만 몸은 패왕흑룡이나 ‘그 몬스터’를 연상케 했다. 당장이라도 그림자 안에서 가이저나 클리어윙이 저걸 막아야 한다는 것처럼 으르릉거렸지만 둘을 낼 수단도 지금 자신에겐 없었다.
“긴장 풀고, 심호흡 하고…”
남해는 휴우, 하고 한번 심호흡을 했다. 여기까지 몰리자 남해도 이젠 승부욕이 발동돼버렸다. 사실 여기서 져준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저 카드를 보자 어떻게든 낙랑을 꺾고 싶었다.
낙랑의 라이프는 고작 300. 툭 치면 억 하고 쓰러질 라이프지만 자신의 필드는 비었고 마땅히 소환할 몬스터도 없었다.
그래도 이 게임은 지기 전에는 진 게 아니다.
“드로우. 그럼 두번째 [사이버스 가제트]를 소환! 가제트의 효과로 묘지의 프로트론을 소생!”
낙랑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자신만만한 얼굴로 남해의 플레이를 쭉 지켜봤다. 자신은 제일 중요한 순간에 펜듈럼 그래프로 그 몬스터를 파괴해주면 그만이다.
“프로트론과 가제트를 소재로 링크 2 [언더클락테이커]를 링크 소환하고, 묘지의 스페이스 인슐레이터를 소생시키겠어. 언더클락테이커의 효과로 인슐레이터의 공격력만큼 아크 펜듈럼의 공격력을 내린다!”
[오드아이즈 아크 펜듈럼 드래곤/A 2700 → 1500]
“응, 응.”
“가제트가 묘지로 가며 소환된 토큰과 언더클락테이커를 링크 마커에 세트! 소환 조건은 사이버스족 몬스터 둘 이상!! 링크 3, [인코드 토커]를 링크 소환!!”
[인코드 토커/Lnk-3/2300/↙↕]
“그리고 묘지의 [패러렐 포트 아머]의 효과로, 디코드 토커와 언더클락테이커를 제외하고 인코드 토커에게 두번의 공격기회를 주겠어! 배틀페이즈 돌입이야!”
“여기서 시공의 효과 발동, 인코드 토커를 파괴하겠어!”
쨍-!! 인코드 토커가 방패에서 검을 뽑아들려는 그때, 인코드 토커의 오른쪽 어깨를 날려버렸다. 이어서 또다른 검이 인코드 토커의 오른쪽 종아리를 궤뚫고 지나갔다.
“흐흥, 내 승리지롱.”
“아직이야.”
인코드 토커는 어째선지 파괴되지 않고 버티고 서있었다. 그리고 파괴되었음이 분명한 우반신은… 검게 물들며 재생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가고 있었다.
“묘지의 [리코디드 얼라이브]를 게임에서 제외하고, 게임에서 제외된 [코드 토커] 몬스터 하나를 필드에 특수소환하겠어.”
그리고 인코드 토커의 모습은 어느새 완전히 [디코드 토커]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어? 그 카드… 쓴 적 없지 않아?”
“아까 네가 파괴했잖아.”
낙랑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해하며 기억을 더듬어봤다.
…아까, 펜듈럼 그래프로 발동도 못 시키고 파괴한 그 카드, 바로 그 카드다.
“아, 아하…”
낙랑은 식은땀이 한줄기 흐르는 것을 느꼈다.
“디코드 토커로 아크 펜듈럼을 공격!”
디코드 토커가 대검을 들고 아크 펜듈럼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검으로 아크 펜듈럼의 이마를 내리쳤다. 이를 악물고 공격을 버텨내던 오드아이즈 아크 펜듈럼 드래곤의 이마에 금이 쩌적, 쩌저적하고 가며 갈라지기 시작했고…
…끝내 아크 펜듈럼 드래곤은 푸른 데이터 조각으로 변해 박살났다.
콰아아아아앙-!!
-설낙랑/LP 300 → 0
무대 위의 솔리드 비전이 걷혀갔다.
남해는 승부욕에 불이 붙어 너무 진심으로 나온 건 아닌지, 낙랑이 이 패배로 흥미를 잃은 건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괜찮아?”
“와아~!! 또 하자!”
낙랑은 남해의 걱정과 달리, 듀얼이 즐거웠는지 양 팔을 번쩍 올리고 웃는 얼굴로 환호했다. 잠시 남해가 눈치를 보는 사이 낙랑은 싱글벙글 금선에게 시선을 옮겼다.
“금선아! 이번엔 너랑도 해보자!”
“덱 안 가지고 왔는데. 알았어.”
…
결국 낙랑은 강당에서 세 시간을 넘게 듀얼만 했고, 간만에 장시간 듀얼을 연달아 치룬 남해는 진이 다 빠져선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와, 허으으으… 그렇게 재밌었어?”
“응! 나 역시 듀얼 아카데미에 꼭 갈 거야!”
“그래… 그렇구나…”
낙랑이 듀얼에 재미를 얼마나 붙이고 재능이 얼마나 있느냐와 별개로, 낙랑의 덱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내일은… 그렇지, 지민이네 가게라도 가서 쓸만한 카드라도 좀 찾아보자. 남해는 지금 자금사정이 어떻게 되나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한번 더 하자!”
“넌 지치지도 않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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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설정에 대해.
1시즌이 막 시작될 참에는, 제가 목사님을 원형탈모가 온 그런 주름진 아조시를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가장 가까운 이미지를 찾아보자면 영화 전우치의 김상호씨가 연기한 신부님 배역이랑 비슷한 외모였네요.
근데, 설정을 다시 정리하고 역산해보니까… 너무 많게 잡아버린 겁니다…
결국 지금은 40대 중반~50대 초반 사이의 어딘가로 나이를 잡고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금선의 경우도, 처음 글을 투고할 당시에는 남해를 2학년에 그대로 꽂을 생각이었는데 역시 꼬이면서 오류가 생겨버렸습니다.
그 외의 설정오류나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라도 질문해주세요.
(IP보기클릭)121.171.***.***
강룡: "데스앗! 데에엥 데에엥!"(대충 소환하는 위치 제대로 고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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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룡: "데스앗! 데에엥 데에엥!"(대충 소환하는 위치 제대로 고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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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영열 잭나 아니마 코디네랄... 다 맞아보는 것이 최고의 학습법이니까요 | 23.02.14 16: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