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녀석들에게 똑같은 기분을 맛보게해주고 싶었다. 과거를 재현한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막지도, 말리지도 않았던, 아니 못했던인가? 어찌됐든든 내버려뒀던 그 녀석들에게 똑같은 식으로의 파멸을 맛보게해주고 싶어서.
그런데, 그렇지만. 과거처럼 속수무책으로 진행될 것이라 믿어왔던 상황은 반향을 맞았다.
세이자의 육체는 감당못할 폭력을 맞고 잔인하게도 공중을 날았다. 휘침성의 벽에 부딪히고서야 커억! 하며 피를 토하는 그녀의 앞에는 이변해결사인 키리사메 마리사와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후타츠이와 마미조가 있었다. 어쩐지 찜찜한 투를 보이는 마리사에 비해 마미조는 의기양양히도 웃으며 여유있게 구는 채였다. 마리사는 모자 챙을 정비하면서 마미조의 태도를 지적했다.
"후타츠이와랬나? 유카리가 부탁했다니까 협력하긴 하는데. 이렇게 무작정 때려패는 걸로 해결해도 되는 거야?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만."
"괜찮네. 이들은 뭐, 대화 한두마디나 탄막놀이로 해결할 만한 일을 벌인 녀석들이 아니니까."
"그래도 말이지. 일단은 대화부터라구? 탄막놀이야 계획한 녀석 몇몇들과 하는 거라지만, 그런 녀석들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폭력만 행사하면 말이 안통하게 되버리니까. 그 레이무도 일단 이유없이 폭력을 휘두르진 않았는데. 이변을 벌인 녀석들인지 아닌지 판별부터 했지."
"푸흐흐… 그 무녀가? 전혀라고 말하겠네. 뭐, 그리고 걱정은 말게. 이 녀석들이 진범인 게 맞으니까. 확신할 수 있네."
폐에 아릿하게 남은 고통탓에 숨쉬는 것조차 괴로워하는 세이자의 앞에 마미조는 쪼그려앉았다. 또 비아냥대는 웃음을 하며 낄낄 웃는다.
"뭐 지금까지는 어중이떠중이였고. 이제야 진범에게 조금 다가왔군. 아마도 자네일 터니 말하겠네. 노력은 가상했노라고. 그렇지만 방법이 잘못됐어. 들키지 않고 시간을 끌려고 요기를 숨기는 게 오히려 티가 풀풀 났으니까 말이지."
분을 삭이려고 고개숙인 채로 말을 않는 세이자에게 마미조는 코웃음쳤다.
"자, 이제 끝났네. 그러니 이유를 말하게. 아무래도 환상향의 현자님께서는 요즘 자비에 대한 감상이 짙으신지 누군가 죽지 않는 것을 원해서 말이야. 아무래도 정상적인 이유라면 참작해주고 이 정도로 끝낼 수 있네."
"환상향을 멸망시킬 건데, 뭐. 알아서 뭐하게?"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드는구만."
일체 주저도 없이 나온 폭탄발언에 마리사는 엑,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독기를 품으며 시선을 쳐든 세이자를 마미조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았다. 실패하는 순간 여한따위는 없이 생을 마감할 생각이었던 세이자는 목숨 구걸따윈 사치라 생각해 사실 그대로만을 말했을 뿐이었다.
"어째서지?"
"너희들이 내 모든 걸 잃게 했으니까."
"복수군."
"그래."
마미조는 이를 가는 세이자에게서 레이무와 비슷한 성질의 분노를 눈치챘다. 진짜로 죽이려고? 라고 묻는듯한 게슴츠레한 눈으로 당혹을 표하는 마리사를 뒤로하고, 마미조와 세이자간의 소리없는 기싸움은 계속됐다. 팽팽한 긴장의 상황에서 어느 순간, 세이자가 부서진 나무파편을 들어 제 목을 찌르려들었다. 마미조는 꼬리로 팔을 차 파편을 멀리 떨어뜨렸다.
"하지만 자네 혼자 하는 건 아니야. 배후에 누군가 있겠지?"
"있을까보냐. 독단이다."
"이만한 재해를 혼자?"
"몇 년에 걸쳐 준비했지.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을 생각이었으니까. 가능하면 더 크게 벌여주고 싶었다만 킥."
"……키리사메."
"응? 왜?"
"더 들어가보게. 누군가가 더 있어."
"거긴 아무도…!"
몸을 불쑥 일으키려는 세이자가 마미조에게 짓눌렸다. 힘에 눌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세이자는 이를 악 물고 분해했다. 그것으로 의심을 더한 마미조는 얼른 마리사를 재촉했다. 마리사는 얼떨떨해하면서도 일단 말을 따랐다. 그렇게 안에 들어간 마리사가 빠져나올 때까지 마미조는 세이자를 제압하고 있었다. 시간은 꽤나 충분했기에 세이자가 어떤 의도로 이 이변을 일으켰는지를 추측해나갔다. 곧 마리사가 손아귀 정도의 크기인 꼬마아이 한 명을 데리고 나올때까지 그것은 계속되었다.
"찾긴 했는데, 아무래도 이 녀석이 흑막이라기엔…."
"소인족?"
신묘마루를 본 마미조는 순간적으로 의문의 퍼즐을 완벽히 맞췄다. 어떻게 이런 연약한 요괴가 오니의 힘을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완벽히 해결했다.
마리사는 의문이 해결되었다며 피식 웃어대는 마미조를 보며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리사의 손가락에 집혀져있는 신묘마루는 제압되어있는 세이자를 보고 땀을 뻘뻘대며 실패를 자책하고 있었다. 또 이변을 벌인 건 자신인데 애꿎은 그녀가 다쳤다며 덤터기씌워진 그녀를 측은하게 봤다.
"…세이자."
"…젠장. 끝났나. 하……. 하하."
웃고있는 입꼬리 위로 서글프게 구는 눈동자를 보다못한 신묘마루는 아직 자신의 소매에 숨겨져있는 요술망치를 몰래 사용했다. 아직 잔존되어있던 그것의 힘이 천천히 세이자에게로 흘러들었다. 무력감에 정말로 포기하고 있던 세이자의 태도가 그것으로 뒤바뀌었다.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는 힘을 숨기고 있다가 단번에 내지른 세이자는 마미조에게서 탈출을 성공해 뛰쳐나갔다.
"…윽!"
하지만 세이자가 택한 것은 도주가 아니었다. 그녀가 헐떡이는 숨을 쉬면서 처절하게 한 행위는, 마리사가 쥐고있는 신묘마루를 빼앗아 자신의 손아귀에 짓눌릴 정도로 강하게 쥐어잡는 것이었다. 신묘마루는 고통을 느꼈지만 자신을 구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서 잠시 억센 신음을 참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힘에 잠시간 당혹하며 세이자를 올려다봤다.
"…세이자?"
"모두… 가만히 있어."
세이자는 헐떡이는 숨을 쉬며 미친듯한 집착을 내보였다.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이 녀석을 죽인다."
"……무, 뭐?"
"이 이변은 이녀석의 요술망치로 벌인 거야. 이 녀석이 죽는다면, 요술망치는 더 이상 부릴 사람이 없지. 아니, 요술망치 째로 부셔버릴 수도 있어. 그러니 가만히 있어."
"세이자? 그게, 무슨 소리……."
엑, 하며 입을 벌린 마리사나 하도 놀라 눈을 껌뻑거리기만 하는 신묘마루는 세이자에게 이제 안중 밖의 사항이었다. 힘을 얻자 다시 복수로의 집착에 눈이 멀어버린 세이자는 떠는 몸짓 하나에만이라도 유난을 떨며 조용히하라는 의미의 괴성을 연달아했다. 마미조가 발을 한발자국 움직였다. 세이자는 손아귀에 힘을 악 주었다. 신묘마루는 정말로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버렸다.
"아, 으……. 으…."
"가만히 있으라 했지!"
"인질극으로 뭐가 될 거라고 생각하나?"
"닥쳐!"
처절하게 뜬 눈은 절망이나 이하의 부정적인 감정을 품은 채로 벌벌 떨린다. 세이자는 뒷걸음을 주춤이며 해 점점 멀어져갔다. 마리사는 정말로 인질을 걱정하는 얼굴을 하며 안위를 살펴봤으나 마미조는 찡그린 눈으로 세이자가 어디로 향할지를 유심히 바라볼 뿐이다.
"나, 난 절대 포기 안 해. 너희들을 죽이고야 말 거다. 이번이야 분명 실패겠지. 하지만 다음은 달라. 난 칼을 갈고서 돌아올 거다. 그건 환상향을 멸망시킬 때까지 계속될 거다. 너희들에게 복수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아. 그렇다고!"
멀어졌다고 생각한 순간, 세이자는 단숨에 박차 휘침성에서 도망쳤다. 신묘마루를 쥐고있는 것조차 잊고있던 세이자는 무성한 풀숲에서 숨을 고를 때서야 걱정하는 말소리를 듣고 신묘마루를 알아챘다. 신묘마루에겐, 세이자의 모습이 무위로 돌아가버린 현재의 이변을 분해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순진하기 짝이없는 생각으로 신묘마루가 할 수 있던 추정은, 인질극을 통해 자신을 피해자로 보이게 하려는 심산이다 라는 것밖에 없었다.
"…세이자."
"하아, 하아…. 하."
숨에 헐떡이다가도 세이자는 한탄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정말로 분해하는 얼굴은 신묘마루가 지금껏 가장 보기 싫어해왔던 처절함어린 것이었다. 그것을 자신의 소중한 친구가 짓는다는 게 너무나도 슬퍼서 그녀는 무심코 사과를 했다.
"…미안해."
"뭐가?"
신묘마루의 의도를 모르는 세이자는 그 말에 코웃음칠 뿐이었다.
"실패해서, 날 인질로. …같이 일으킨 일인데. 나라도, 구하려고."
"…뭐? 하, 하하…. 착각도 유분수지. 뭐?"
"……응?"
역변한 세이자의 태도는 신묘마루마저도 자신의 가정이 틀렸던건가…? 하는 의문을 자아냈다. 그렇지만 아직은 신뢰가 불신보다 컸기에 신묘마루는 아니라고 고개젓고 다시 답을 구했다. 다소 주늑들어서.
"…아니야?"
"아닌데. 내가 왜? 굳이, 널?"
"그, 그치만…. 그러면, 날… 왜 인질로?"
"그야 도망치려고지."
세이자는 설명하다가도 자신이 아직까지도 속셈을 밝히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낄낄 웃었다. 어차피 이변이 파토난 순간 더 이상 숨길 건 없다 생각한 세이자는 본심을 밝혔다.
"하, 킥킥…. 야, 난 누군가를 돕는다는 막연한 목표 따위를 위해 이변을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어. 난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살고있는데, 누가 누굴 챙겨?"
"노, 농담하는 거지 세이자…?"
"아니."
세이자는 인상을 최대한 찡그리며 신묘마루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다행이 풀숲이라서 어딘가가 깨지거나 부서지는 등의 피해는 입지않은 신묘마루였지만, 지금 그녀는 육체보다 마음이 시큰거렸다. 자신의 철없는 어리광을 여태껏 받아주던 친구가 짓는 표정이라기엔 세이자의 얼굴은 너무나도 음산했다.
"왜, 지금까지 상냥하게 대해주니까 방금까지도 그런 줄 알았나."
"……."
확대된 동공을 저릿저릿 떠는 신묘마루에겐 그 한마디로는 부족한지.
"난 널 이용할 생각 뿐이었는데. 강약을 뒤바꿔서 약자들의 처지를 알게 한다고? 기득권층이 그딴 걸로 바뀔리가. 난 그딴 걸로 만족 못 해. 그딴 미지근한 반란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걸 아니까. 그들에게 배려따위 바랐던 지는 한참 먼 일이지. 지금 내 진짜 목표는, 환상향을 멸망시키는 거다. 모두를, 전체를, 전부를, 자체를, 모두 다! 싸그리!"
도무지 듣지 못할 것을 들은것처럼 신묘마루는 경악한 채로 아무런 말을 못했다. 다소곳이 모은 손을 떨며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신묘마루에게서 고개를 돌린 세이자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막연한 발걸음을 하려 했다. 거기에 망설임따위는 없었다. 그러므로 멈추는 일이라곤 결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세이자는 멈춰서졌다. 발목을 잡고 애처로운 듯이 위를 보고있는 신묘마루에 의해서.
"…뭐야?"
"아냐. …세이자가 그럴 리가 없어."
"아직도 착각하는 거냐? 하."
"네가 날 버릴리가 없어. 여태껏, 여태껏 그랬잖아…. 넌, …넌 항상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잖아. 이번도, 이번도 그런 거지? 반역이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네가… 모든 걸 덮어쓸려고……. 아냐, 난 내버려두지 못해. 난 너에게 빚진 게 너무 많아. 이대로는, 은혜를 갚을 수가 없어…. 떠나지 마. 제발."
"……."
아직까지도 자신을 철썩같이 믿고있는 신묘마루의 얼굴을 보며 세이자는 경멸의 일별을 내보였다. 헛웃는 것 정도로는 이 불쾌감을 표현하기 무리일 지경이라 있는힘껏 인상을 찌그리며 이를 갈았다. 발에 철썩 달라붙은 신묘마루를 있는 힘껏 뻥 찬 세이자는 혀를 차며 다시 제 갈길을 가려했다. 하지만, 폐가 피격되어 힘빠진 숨을 내뱉는 것밖에 못하는 신묘마루는 그래도 그녀를 따라와 붙잡았다. 발목을 다시 붙잡았지만 금방이라도 풀릴 정도로 힘은 약했다. 그러나 끈질겼다. 착 달라붙은 채인 신묘마루는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꺼져, 꺼지라고!"
"끄… 으, 콜록! 못, 놔! 안 내버려둬!"
신묘마루에게 있어 세이자는 암흑투성이인 자신의 미래에서 한 줄기의 광휘를 찾게 해준 은인이었다. 겨우 은인에게 보답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신묘마루에게 현재의 이별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뜬금없었다. 그래서 놓지 못했고 내버려두질 못했다. 심지어는 세이자의 배신이 사실이더라도 놓을 생각이 없었다. 만약에, 만에 하나이지만 지금까지의 행동이 위선이었다 한들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준 것은 명확한 사실로서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또 혼자가 될 거잖아! 네가 혼자가 되는 건 싫어! 외로울 거라고…! 도무지 못 내버려두겠어! 네가 모든 걸 혼자 짊어지고 가는 걸 더이상 보긴 싫단 말야!"
"난 널 이용해왔을 뿐이라고 ㅂㅅ아! 왜 말길을 못알아쳐먹는 건데!"
"그러든 말든 상관없어! 네가 날 이용했든 말든, 넌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친구야! 은인이야! 삶의 의지를 잃고 있던 나에게서 목표를 만들어 준 건 너야! 그러니까, 만약…. 만에 하나 네가 날 배신한 게 사실이라 한들, 여태까지의 친절이 위선이었다 해도 세이자는 여전히 나한테 소중해! 그러니까, 가지 마! 제발……."
참다못한 눈물을 흘리는 신묘마루의 뺨은 진흙으로 엉망이었다. 아무리 떼어내고 떼어내도 거머리같이 달라붙는 신묘마루의 발은 부르터져서 피까지 흘러대고 있었다. 하지만 신묘마루는 설령 따라가는 길이 가시밭길이라 해도 따라갈 용의가 있었다. 집착을 넘어선 집념은 설령 무슨 일을 당하든 계속되었다. 신묘마루는 참다못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가…지마! 콜록! 갈 거라면…!"
"……."
"날, 데리고 가줘!"
어린아이의 구슬픈 울음이 말 사이사이를 스며들었다. 진심을 담아 하는 호소는 절박했고, 그것은 세이자에게 두려움의 감정까지 품게했다. 어딘가 한쪽으로 극렬히 미쳐버린 정신병자를 보는 듯한 감정까지 들게했다. 그것이 화룡정점을 찍을 때는.
"이용해도, 좋으니까! 날, 사용해도 좋으니까!"
"…ㅁㅁ새끼."
"혼자, 가지 말아줘! 세이자! 흐윽!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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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결말이 지어져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