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게임은 순수하게 노잼 게임만 만드는,
하지만 한글화 자주 해주고 뭔가 열심히 하긴 해서 응원 하고 싶어지는,
그렇지만 생각하면 할 수록 개빡치는 유비소프트에서 만든 이모탈 피닉스 라이징이다.
줄여서 피닉스라고 부르겠다.
* 피닉스의 경우 흔히 젤다 야생의 숨결의 영향이 크다고는 하는데,
야숨을 안 해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을 못 하겠다.
근데 뭐 영향을 받았다고는 해도 딱히 뭐 유비식 오픈월드에 혁신적인 변화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유비소프트 게임이기에 굳이 언급 안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애초에 위쳐에서 많은 부분을 따온 어크 오리진이나 오디세이가 재미는 있어도
그렇게 각별한 게임이 아니었던 걸 돌이켜 본다면 당연한 수순이다.
유비 게임은 특유의 공장식 공정 특성상 한계가 뚜렷하니까.
* 그나마 피닉스가 여타의 유비 게임과 차별점을 가진 게 있다면 점프와 퍼즐일 것이다.
퍼즐이 지나칠 정도로 많긴 한데, 생각해 보면 기존의 유비 게임에는 늘 퍼즐이 있었다.
디비전2에서는 SHD 상자를 먹기 위해 베베 꼬인 길을 가야 했으며
어크 시리즈도 오리진을 기점으로 퍼즐이 존재했다
그 외에도 와치독2와 파크라이5에서도 보상을 퍼즐 안에 숨기는 방식을 썼다.
그런 고로 피닉스의 퍼즐은 유비의 평소 행보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특별한 행보는 아니다.
그나마 툼레이더가 된 어크 발할라보다는 오히려 신화의 과업을 연상케 하는 피닉스 쪽의 맥락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긴 한다.
기존에 존재하던 리얼리스틱한(?) 퍼즐을 보다 재밌고 다채롭게 꾸며보고자 만든 시험작의 느낌이 강하다.
* 다만 피닉스의 경우에는 '기-승-전-퍼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거의 모든 부분에 퍼즐이 쓰였다.
전투보다 퍼즐 푸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
잡템 먹기 위해 퍼즐 풀고, 성장하기 위해 퍼즐 풀고, 보스전을 치르기 위해, 시나리오 전개를 위해 등등.
모든 것이 다 퍼즐로 통한다.
가끔 퍼즐이 막혀서 짜증이 날 때도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자.
필드 퍼즐의 경우 옵션이 존재하는지라 쾌적한 진행을 원한다면 입맛대로 옵션을 조정해 보자.
* 또 하나의 핵심인 점프.
피닉스는 플랫포머 게임이다.
퍼즐을 풀 때나 필드를 돌아다닐 때면 쉴 새 없이 점프하고 활강하고 다닌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이 점프는 게임을 보다 재밌게 만들어준다.
기존의 유비식 오픈월드는 사실적 배경에 입각하여 점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맵도 크고 싸돌아댕길 곳도 많고 벽에 철썩 달라붙어 파쿠르도 가능함에도 묘한 갑갑함이 존재했다.
얼핏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유롭지 않은 플레이 감각,
그런 감각이 피닉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 게임에 점프가 있고 없고는 굉장히 큰 차이다.
점프를 '발명'한 슈퍼 마리오가 괜히 아직까지도 사랑 받는 게 아니다.
점프가 있어야 조작이 자유로워지고 공간감을 느낄 수 있으며, 게임에 보다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점프 덕분에 유비 겜 특유의 그지 같은 무빙 딜레이나 캐릭터의 회전 속도 같은 개념도 없다.
와우가 괜히 할 일 없을 때 점프하고 던전에 입장하면서 점프하는 게 아니다.
잔뜩 준비된 퍼즐과 자유로운 이동만으로 피닉스는 중간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 전투도 보기보다 찰지고 화끈하다.
전투만 따지면 어크 오디세이의 정신적 후속작 같은 느낌.
회피와 패링 위주로 전투를 치르기 때문에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해서 쫄깃한 맛이 있다.
타격감도 좋다.
다만 적마다 타이밍이 다 달라서 보기보다 전투 난이도가 있다.
계속 타이밍 놓쳐서 리듬을 잃으면 전투에서 이겨도 맞을 건 다 쳐맞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약 전사가 된다.
*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기반에 깔고 가는데 유머가 딱히 효과적이진 않았다.
제우스의 헛소리는 적어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 애초에 큰 기대도 안 했지만 이야기도 그저 그랬다.
딱히 감정적인 교류도 없이 지들 할 말만 하고 평소에는 얼굴 보여주지도 않고 퀘스트나 따박따박 주던 NPC들이
후반에 가니 갑자기 혈맹처럼 도와주는데... 아니 뭐, 좋게 봐줘서 고맙긴 한데 솔직히 우리가 그 정도 사이는 아니지 않나...?
스토리는 초반부는 지나치게 난잡하고, 후반부는 지나치게 유치하며 급전개다.
제우스가 덤불 가지고 섹드립이나 치다가 갑자기 히히 감동 발사 해봐야 간극만 느껴질뿐이다.
스토리는 주인공의 걸스 캔 두 애니띵에
제우스를 가스라이팅하여 무해한 남자 만들기 대작전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 개인적으로 최악이었던 리라 퍼즐.
이리저리 줄을 튕기는 리라의 패턴을 암기하는 건데, 그냥 1 2 3 4를 무작위로 외우는 게 끝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도 아니고, 적당히 뇌를 자극하거나 공략 도움 없이 해볼만 하다고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것도 아니고,
쌩 암기를 퍼즐이랍시고 박아놓은 건 무성의해 보인다.
이걸 유저가 노트에 필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체신 기기에 익숙한 MZ세대 젊은이인 내가 왜 그래야 하지?
* 그림 맞추기 퍼즐은 할만 하지만 그림 조각을 움직이는 칸이 너무 좁아서 아쉬웠다.
마치 팔 다리가 다 묶인 것 같은 기분.
* 예전에 유비소프트 간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플레이 타임이 길 수록 소액 결제를 하는 비율이 많다고 했던가.
유비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맵 크기를 키우고 반복퀘와 수집품 뺑뺑이를 돌리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게임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재미를 상실해버렸고, 언제부턴가 그 잃어버린 재미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 중이다.
피닉스는 잃어버린 재미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유비의 기조를 지키면서도 나름 다채롭게 꾸미려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
* 문제는 유비 스타일이 꼭 그렇게 지켜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는 거다.
다채로운 경험과 재미를 선사하면서 유비스러움을 지킨다는 건 얼토당토 않는 모순이니까.
피닉스는 제법 괜찮은 게임이지만 기존 유비겜이 그러하듯 의외성이 너무 없다.
그나마 어크 오리진과 오디세이에서 쓰였던 추적자 시스템을 비슷하게 개량한 망령이라는 게 등장한다.
강한 적이 랜덤하게 등장해서 압박하는 건데, 이마저도 망령의 소굴을 소탕하면 어이없게 사라져버린다.
또한 오픈월드이니 만큼 그냥 쪼르르 달아나면 망령이 사라져 버린다.
* 망령이 게임에 존재하는 유일한 의외성인데 이걸 너무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그렇다고 가끔씩 등장하는 존나 센 전설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작위로 등장하는 보물 고블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없다.
결국 퍼즐을 풀고, 풀고, 가끔씩 전투하고, 퍼즐 풀고, 풀고, 풀다가 현타가 와서 접거나
아무런 감상 없는 엔딩을 보는 게 고작이다.
유비스러움을 지키는 이상 '그럭저럭'을 초과하는 재미를 뽑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어쩌면 유비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기업일지도 모르겠다.
일론 머스크(1971~2021) 게섯거라, 끊임없이 도전하는 유비 소프트 나가신다.
* 흔히들 유비 게임은 평작을 꾸준하게 뽑아낸다고 개 쌉 헛소리들을 지껄이는데.
진짜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 대가리를 예쁘게 별 모양으로 조사버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참는다.
하지만 피닉스는 진실된 의미에서 평작, 범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어크 발할라처럼 남자 주인공인 것처럼 페이크 치지 않은 것만 해도 양심적이다.
야심이 없어서 문제지... ...
* 충분히 재밌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만 너무 평범하게 재밌어서 엔딩을 보는 순간 머리에서 휑 날아가버린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게임 할 때는 꽤 중독성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엔딩 보고 나니 생각이 안 난다.
휘발성이 강하다.
재미로만 따지면 어크 시리즈보다 훨 배 낫지만... 그게 비극이다.
사람들은 결국 어크의 간지와 사실적인 그래픽, 모션을 더 숭배할 테니까.
유비가 큰 욕심 없이 그냥 이 정도의 재미로만 만족한다면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내심 가슴 안에 뜨거운 야심이 존재한다면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유비의 '재밌는 게임 만들기'라는,
너무 당연해서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도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모탈 피닉스 라이징은 그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고 초큼 아쉽지만, 소정의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겠다.
<특징>
유비식 퍼즐 플랫포머 게임
<장점>
적당히 재미지고 중독성 있는 퍼즐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유머러스한 분위기.
단순하지만 찰진 액션성.
파쿠르와 활강을 통한 자유로운 이동.
여캐가 이쁨(개인 취향).
<단점>
퍼즐이 많음. 많아도 너무 많음.
지랄 같이 찾기 어렵게 꿍쳐 놓은 상자들.
감흥 없는 스토리.
마지막 지역이 길찾기 어려움.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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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를 10개 이상 받기 힘든데 꽤나 많이 받았다.
나는 남자들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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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없드라고요 | 21.09.26 02: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