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다 선배 : "전원 경례!!
영화 연구회 일동 : "안녕하십니까!!"
부장 : "오늘 너희들을 이렇게 불러 모은 건 다름이 아니라... 올 학원제에 내놓아야 하는 영화 기획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부장 : "하나조노. 그거 꺼내 와."
영화 연구회 일동 : "오오오...!?"
(뭐야..? 영화 시나리오인가..?)
고우다 선배 : "..! 카, 카코이메의 침실..! 부장님, 이거 설마...!?"
영화 연구회 일원 : "실제로 존재했었구나..."
고우다 선배 : "진짜로 이 시나리오를 하는 겁니까..!?"
부장 : "그래, 맞아."
(카코이메의 침실. 이 학교에선 아주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사람은 이 대학 출신이며, 지금은 쿠라 나츠키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데...)
(그 사람이 학생 시절에 이곳, 영화 연구회 동아리를 위해서 써내려갔던 시나리오가 바로 카코이메의 침실이라는 것이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간추려 본다면...)
(어느 남자가 정부(情婦)를 얻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부, 라는 말은 다른 의미로 첩을 일컫는 말이며..)
(그런 첩이 되는 여성은 처음엔 낡은 다리 아래서 작은 판자 하나를 이부자리로 삼고 있었으나...)
(자신을 첩으로 둔 남자와 좋은 관계가 되면서부터, 조금씩 들어오는 돈이 늘고)
(그것에 따라 자신이 몸을 뉘이는 잠자리 역시 호화스러워진다는 것을 깨닫기에 이른다.)
(첩은 점차 남자에게로 향하는 욕구가 커져만 갔고.. 욕구가 커질 수록 남자는 첩에게 매료되어갔다.)
(결국 남자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탕진하는 것 뿐만이 아닌 정신과 육체까지, 첩인 -카코이메(囲い女 속박하는 여인)-
(에게 갇혀 버린다는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이곳 영화 연구회에서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일도 없이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서 가장 먼저 여주인공에게 변화의 징조가 보였다.)
(시나리오에 너무 심취하여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고, 다른 스탭들이나 출연자들이)
(그런 여주인공의 모습에 공포를 느껴 나머지 촬영을 만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단 한사람, 작품의 감독인 동시에 카메라맨을 역임하고 있던 그 사람만은 여주인공의 의견에 찬성을 했다.)
(시간이 흘러갈 수록 조금씩, 동아리 부원들은 한 명 두 명 줄어들기 시작했고,)
(최후에는 카메라맨과 여주인공만이 남아서 촬영을 이어가게 된다.)
(그런 두 사람을, 동아리를 떠난 부원들이 냉랭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비웃음과 비난 어린 시선을 보내면서.)
(그럴지라도 남은 두 사람이 촬영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어느덧 영화의 마지막 씬까지 도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여주인공은...)
(시나리오에 적혀 있는 그대로, 대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
(뛰어내리는 연기가 아닌 진짜로 뛰어내린 것이다.)
(카메라맨 역시 마찬가지로 여주인공이 뛰어내리는 모습을 카메라 속에 담은 이후에)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뛰어내려 사망한다.)
(이런 이야기의 내용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괴담이나 소문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땅바닥으로 두 사람의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후 찾아낸 카메라 속에는 필름이 없었다.)
(필름 같은 건 처음부터 들어있지 않았던 게 아닐까? 혹은, 다른 이가 제거해버렸을까?)
(이유는 어찌되었던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었다.)
(처음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찍었던 영화의 초반부 필름은 전부 증거품으로 회수되어 행방이 묘연해졌으며)
(그렇게, 영화는 미완성인채 막을 내린다.)
(이 사건이 일어났을 시기에는 잡지는 물론, TV에서도 크게 떠들어 댈 만큼 파장이 컸다고 하는데...)
부장 : "시나리오 작가인 쿠라 씨의 허락은 이미 받았어. 단, 라스트 씬을 해피 엔딩으로 바꾼다는 조건으로.
우리들이 지금 몸 담고 있는 이 영화 연구회는 크게 알려질 만한 상 같은 건 받아 본 적도 없고..
큰 활동으로 뚜렷하게 눈에 띈 일도 없기 때문에,
교내의 중앙 집행부에서 이 교실을 비워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부장 : "그렇기에!! 지금 이 문제작으로 올해의 대학 영화상을 노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영화 연구회 일동 : "오오옷!!!"
부장 : "그런데.... 이 영화를 촬영하기에 앞서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 그것은 바로...!!"
부장 : "여주인공!!"
부장 : "일전에 큰 소동이 되었던 시나리오인 만큼,
우리 학교내의 여학생들은 이름만 꺼내도 도망가는터라 희망자가 없다!!
이렇게 되었다면..!! 학교 밖에서라도 상관없어!!
여름방학, 지금 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꼼짝 없이 헌납해줄 여성을 한 시라도 빨리 찾아오도록!!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 뿐이다, 이상!!"
선배들 : "자, 모두 해산!!"
안경을 낀 사내 : "후우.. 갑자기 벼락이 떨어진 것만 같네..."
안경을 낀 사내 : "그래도 이건 정말 굉장한 일이야!! 아니 설마 우리들이 직접 카코이메의 침실을 만들게 될 줄이야...!!"
(이녀석의 이름은 후타무라 히데키. 나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연구회의 신입이다.)
(나와 후타무라는 시나리오의 카피를 받아 즉시 읽어보았다.)
후타무라 : "이야.. 이렇게 시간이 지난 다음에 보는데도 완성도 높은 작품이네.
그래, 문제는 역시... 이제부터인 여름방학이란 자유의 시간을 몽땅 날려줄 여자애를 어디서 찾냐는 말이지."
(그래, 그건 분명 힘들....)
(아, 있구나..!)
미츠키 : "헤~ 영화 연구회에 들어가 있었어?"
주인공 : "응. 그런데 이번에 맡은 영화 시나리오가 꽤 복잡해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게 생겼어."
주인공 : "미츠키는 혹시 알아? 쿠라 나츠키, 라는 작가. 그 사람이 오래전에 썼다는 시나리오로 영화를 하게 됐는데..."
주인공 : "그게 말이지.. 일전에 그 영화를 촬영했을 땐 여주인공하고 감독이 옥상에서 뛰어내렸다지 뭐야."
주인공 : "그래서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말야, 미츠키..."
주인공 : "미츠키...?"
주인공 : "....??"
주인공 : "저기...."
주인공 : "미츠키.. 씨...?"
미츠키 : "....................................."
미츠키 : ".....아. 미안. 지금, 뭐라고 했어?"
미츠키 : "잘 부탁드립니다앗-!"
영화연구회 일동 : "오오오오옷---!!!"
부장 : "이름은?"
미츠키 : "미츠키. 아카사카 미츠키, 입니다."
부장 : "미츠키 씨..."
미츠키 : "넵!"
부장 : "미츠키.. 씨. 란 말이지..??"
미츠키 : "에, 그러니까... 네, 미츠키요;;"
부장 : "좋아, 합격."
영화연구회 일동 : "아싸아아----!!!!"
부장 : "내가 안 된다고 해봤자, 이녀석들은 이미 결정해버린 것 같네."
부장 : "단!!!! 너희들 영화 연구회 불문의 법칙 제 1 조!!
모든 스탭은 선의의 출연자에게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잘 알고 있겠지...!?"
영화연구회 일동 : "우우우----....."
미츠키 : "그치만, 이 영화의 촬영이 모두 끝난 다음에는 연애를 해도 괜찮은거죠?"
영화연구회 일동 : "우오오오오오---!!!!"
부장 : "시끄러웟--!!! 촬영 개시일인 내일부터 모든 촬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빡세게 굴릴테니 각오 단단히 해!!!"
미츠키 : "상대 배역을 맡게 된 아카사카, 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쿠마 : "아, 네. 잘 부탁해요."
부장 : "자, 이쪽의 훈남은 남주인공 배역인 사쿠마 요시키.
이쪽의 여주인공 씨는 연기 경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사쿠마가 잘 이끌어주도록 해."
사쿠마 : "..저기, 나머지 이름은 어떻게 되죠?"
미츠키 : "네..? 그러니까.. 미츠키, 라고 해요. 아름다울 미(美)에 달 월(月)을 쓰고요."
사쿠마 : "미츠..키.. 씨.."
부장 : "이게 지금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사쿠마아~?? 내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작업 중이니??"
사쿠마 : "아뇨, 설마요."
부장 : "전에도 분명 이야기 했지만, 촬영중에 연애는 절대로 금지야."
사쿠마 : "예, 물론이죠. 알고 있습니다."
미츠키 : "그렇게 갑자기 내 이름을 물어보는거 있지~??"
주인공 : "뭐, 뭐라고..!?"
미츠키 : "에헤~"
주인공 : "..................."
미츠키 : "하아.. 또 다시 한 남자의 마음을 빼앗아버리고 말았어.. 죄 많은 여인이여.."
주인공 : "또 다시, 라니...;;"
미츠키 : "마음을 빼앗긴 첫 번째 남자잖아, 네가."
주인공 : "아이구, 아이구 그러셔요?? 말은 누구나 못하겠어요."
주인공 : "아얏!!"
미츠키 : "아하하하핫-"
주인공 : "대사 외우는 건 어때?"
미츠키 : "응, 대충은 외워지더라구."
주인공 : "정말로?"
미츠키 : "기억상실인만큼 대사 외우는 게 빨랐으면 좋겠는데..."
미츠키 : "꺄아아아앗----!!!!"
미츠키 : "방금 그 오토바이... 오토바이...."
미츠키 :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어... 나를 치려고 했어...."
미츠키 : "진짜라니깐-! 아까 그건 작정하고 치려고 달려든거야-!!"
주인공 : "조심해야겠다. 내가 항상 옆에 있으면 좋을텐데..."
미츠키 : "...그러긴 힘들잖아."
주인공 : "미안.."
미츠키 : "아냐. 그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햇. 지금은."
(저 불빛은... 음성 메세지가 들어 있는데...?)
메세지 : 암호를 입력해 주세요.
'삑, 삑, 삑...'
메세지 : 설정을 해제 합니다. 부재 중 음성 녹음은 1 건 있습니다.
메세지 : 현재 부재중이오니 발신음 이후에 메세지를 남겨 주시길 바랍니다
메세지 : 아, 나야. 후타무라. 내일 촬영 집합장소가 변경되었거든. 그러니까 어디보자....
메세지 : 교실로 오는 게 아니라, 직접 역 앞까지 오래. 시간은 변경 사항 없고. 그럼 내일 봐.
메세지 : "8월 7일 오후 6시 23분 입니다.
(아까 그 오토바이가 미츠키를 노리고 있었다...? 에이, 설마. 기분 탓이겠지.)
(하지만... 미츠키의 기억상실에 대한 원인은 뭘까..? 정말로 어떤 사건에 휘말려 기억이 없어진거라면....)
주인공 : "..................."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미츠키 : "누구 전화야?"
주인공 : "아, 전화가 아니라 메세지. 후타무라가 집합 장소 바뀌었대."
미츠키 : "아, 그랬구나."
주인공 : "어? 벌써 씻으려고?"
미츠키 : "그냥 좀 샤워나 해서 기분전환 하려고."
주인공 : "그래. 그게 좋겠다, 알았어."
미츠키 : "훔쳐보기 없~기."
주인공 : "빨랑 들어갓!!"
'띠리리리----'
주인공 : "이 시간에 무슨 전화지..?"
주인공 : "네, 여보세요? ....네?? 누구시죠??"
의문의 남자 : "그 여자에게서 떨어져."
주인공 : "뭐..? 여보세요? 누구야, 당신??"
의문의 남자 : "그 여자에게서 당장 떨어져라."
의문의 남자 : "그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마."
'뚜- 뚜- 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