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와 비교해 무대에서의 AKB의 안무나 노래의 특징을 간략화해보면
1.쉬운 안무, 2, 단독파트가 거의 없는 노래, 3. 센터의 중요성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AKB가 K-POP과 경쟁하려면 버려야 할 게 이 3가지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3번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쉬울 것 같으니 3번을 먼저 이야기해 보죠.
우리나라에서는 센터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물론 센터에 서면 주목을 받기야 하지만, 안무중에 포메이션을 자주 바꾸고, 자기 파트를 노래할 사람이 시각적으로 주목받게 하는, 말 그대로 '기술적인 위치'입니다.
하지만 AKB에서의 센터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주목받는다'는 개념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총선싱글은 선발총선거로 상위 16명이 결정되고 1위가 타이틀곡의 센터자리를 맡게 됩니다. 나머지도 순위에 따라 포지션이 결정됩니다.
AKB 뮤직비디오만 봐도 센터가 거의 태반을 먹어버립니다.
방송출연의 비중도 순위대로이고, 그만큼 미디어에 자기 자신을 알리는 것도 센터가 압도적으로 유리하지요.
이 '자리'를 결정하는 데에 수십억이 오갑니다.
AKB에서의 센터는 인기의 척도이자 자신을 세상에 가장 많이 노출할 수 있는 기회, 모두가 갖고 싶어하지만 단 한 명만 가질 수 있는 '권력'입니다.
이는 총선싱글이 아닌 운영이 정하는 선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영은 소위 '팔릴'애들을 뽑고,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려줄 것 같은' 아이를 센터에 세웁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팬들도 누가 선발인지, 누가 센터인지에 관심이 몰리게 되구요.
이쯤 되면 '센터니까 가장 카메라도 잘받고 분량도 많은' 게 아니라 센터를 강제로라도 가장 '주목받게 만들어야하는' 입장이 되어버리죠.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센터가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지만 AKB는 '센터'라는 개념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결국 '센터'의 중요성을 날려버리기 위해서는 '총선거'를 버려야 하거든요. 과연 AKB가 이걸 버릴 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AKB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무대에서의 포메이션 전환'을 많이 할 수가 없습니다. 기껏 운영이 중요한 '자리'를 몰아주고, 팬들도 그 '자리'를 위해서 돈을 쓰고 관심을 가지는데, 잠깐 세우고 다른 애로 바꾼다? 난리가 날 일이죠.
반면 우리나라는 저런 구속적인 부분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무가는 주목도를 올리기 위해 노래하는 사람을 그때그때 포메이션 전환을 해가며 센터에 세웁니다.
요즘은 안무도 더 발달해서 굳이 센터에 세우지 않아도 여러가지 기법으로 주목받게 하더라구요. 아예 잠깐 무대 도중에 나머지 인원이 잠깐 '퇴장'한다든가, 주목받을 사람 1명을 제외하고 다른 멤버들은 다른 안무를 하거나 멈추고, 멤버가 카메라를 주시하는지 아닌지에서도 시청자의 초점을 옮기는 기법 등등 다양합니다.
그러면 이제 2번을 설명해보죠. 위에서 설명한 포메이션 전환이 힘들다는 점을 빼고서라도, K-POP에 비해 AKB의 안무는 단순합니다. 동일한 안무를 반복하는 시간에 있어서도 K-POP보다는 AKB가 월등히 길고, 안무 자체도 난이도가 낮습니다.
단순히 일본 문화가 그렇기 때문에?, 아니면 아이들이 트레이닝을 받지 못해서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저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AKB의 사정, 어른의 사정'이죠.
여기서 또 하나 집어넣을 전제가 'AKB에는 선발 외 인원이 많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많다'를 넘어 선발인원보다 선발이 아닌 인원이 훨씬 많습니다.
그 애들은 선발이 아니면 놀까요? 아니지요. 나머지 인원들도 행사에 참여하거나 미디어에 출연해서 AKB노래를 부르고 안무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런 행사나 미디어 무대마다 각자 서는 사람이 다르고, 인원수도 다르고(6, 12, 16, 23인 등등...), 포지션이 다르다는(지역 행사때는 해당 지역 출신이 센터에 선다고 하죠.) 겁니다. 심지어 옛날 곡을 한다고 하면 아예 곡을 부른 멤버가 졸업해버려서 더이상 원곡을 재현할 수 없는 경우도 있구요. 어떤 노래와 안무의 무대에 기준이 되는 인원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여러가지 스케쥴이나 사정으로 정해진 곡에 항상 같은 사람이 같은 위치에 있을 수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곡이 아니라 그때그때 올라가는 그 '무대'를 기준으로 연습을 하는 변칙적인 경우가 많아집니다. 만약 여기에 안무마저도 어렵고, 포지션마다 다른 춤을 춰야 한다면, 현재의 K-POP 아이돌을 뛰어넘는 연습량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K-POP은 정확하고 난이도 높은 군무를 보여주지만 '트레이닝'으로 해결되는 이유는 연습으로 반복해서 하는 내용이 어떤 무대에서나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서는 무대의 크기가 다르다거나 노래를 숏버전을 하게 된다 한들, 어쨌든 자기가 배운 안무와 노래파트는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AKB는 그 '고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인원은 많고, 그 애들이 전부 무대에 올라설 수도 없을 뿐더러, 일부 인원이 무대에 올라가서도 포지션마저 무대에 따라 바뀌니까요. 그러니까 안무를 쉽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빨리 배우고 무대에서 바뀐 위치에 금방 적응하니까요.
이제 1번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좀 자신이 없는데 그 이유는 AKB, 노기자카 계열 아이돌들의 팬들이 그냥 합창을 좋아하는 성향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설명으로 넘어가서,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아이돌 그룹이 있으면, 그 아이돌들이 부른 곡은 그냥 '걔네들 노래'입니다. 그룹과 멤버가 분리되지 않아요. 거기에 요즘 K-POP는 후렴부분에서도 단독파트를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창파트 찾기가 오히려 더 힘듭니다. 후렴부분에서 다같이 노래부르며 같은 안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독파트를 배정하고 안무 자체에 힘을 쏟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반해 AKB는 싱글에 자기가 참여했다 한들, 그건 '걔네노래'가 아닙니다. 그냥 'AKB'의 노래에 자기가 시연자로서 목소리를 '보탠' 거죠. AKB는 '졸업', '선발'시스템을 통해 '멤버'와 '그룹 브랜드'를 분리시켰습니다. 물론 원곡 녹음에 참여했다면 당연히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만, AKB는 얼마든지 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인원들이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KB가 랩하는 애 데려와서 랩파트 넣고, 메인보컬급 구해와서 고음 단독파트 넣고 이게 가능할까요? 안되는 겁니다. 그러면 무대에 세울 애들이 극히 제한되거든요. 메인보컬, 래퍼인 '걔'가 없으면 노래 자체를 못 부르게 됩니다. 노는 애들이 태반인데도요. 거기에 인기를 기준으로 뽑던 '선발'의 중요성이 기술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써 퇴색되지요. 인기로 선발에 들었는데 고음이 안 올라가네? 랩이 안 되네? 그렇다고 뺄 수도 없죠. 그러다보니 노래 자체도 한계를 가집니다.
하지만 '합창'으로 떼우면 얘기가 달라지죠. 솔직히 같은파트 합창을 서너명 이상이 하게 되면 그걸 '자기 목소리'라고 할 수 있을지부터가 애매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이렇게 합창으로 개개인의 목소리를 '뭉게'버리고 평준화시켜버리면, 정말 목소리가 이상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든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합창이라는 기법을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합창도 좋은 노래방법이지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AKB는 합창파트가 너무 많아요.)
결국 AKB는 추구하는 성향이나 아이돌 문화를 빼더라도, 자기네들의 사정상 누구라도 부를 수 있는 노래,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안무가 아니면 안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AKB가 자기네 시스템을 다 갈아엎고 K-POP를 모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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