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은 날,
문득 산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산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등반할 산은 안양에 있는 삼성산입니다.
네. 옛날에 LG에서 삼성을 꺾겠다고 퍼포먼스 벌였던 산이죠.

사실 제가 이 산을 선택한 건 한 가지였습니다.
무릎이 좋지 않아서 일반적인 등산은 어려워,
좀 쉬운 산을 찾아보다가
어릴 때 가본 삼성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코스마다 다르긴 하지만
제가 간 코스에는 도로가 있습니다.
마치, 남산처럼 말이죠.

콘크리트 가드레일입니다.
어릴 때는 자주 보였는데
요즘은 옛날 시골길에서나 가끔 보이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개인적으로 콘크리트 가드레일은 좀 낭만적이라고 생각듭니다.
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요.

오르막이 한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실제 등산에 비하면 괜찮았습니다.
특히, 무릎에 부담도 없었고요.
아, 그리고 산에 도로가 있어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종종 보였습니다.
올라가는 건 정말 힘들어 보였는데
내려갈 땐 분명 신나겠죠?
그런데 타고 내려가는 사람은 한 명도 못 했네요.

지그재그 구간입니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이 지그재그 구간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냥 가로질러갔습니다.
낭만의 시대였죠.
지금은 사람이 다니지 않은지 풀이 무성하네요.

구도가 마음에 들어 찰칵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이 있는지
10분마다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갑니다.
게다가 착륙 직전의 비행기와
산의 고도가 합쳐져서 비행기가 정말 가깝게 보입니다.
어느 항공사의 비행기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날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때가 막 더위가 풀리고 선선해지기 시작했을 때라
등산을 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습니다.

삼막사에 도착했습니다.
삼성산에 있는 절입니다.
도로가 깔려있었던 건 바로 이 절 때문입니다.
절까지 도로가 이어져 있거든요.

이왕 온 거 절도 구경했습니다.
작은 절은 아니었지만
아주 큰 절도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훨씬 더 크게 느껴졌었는데 말이죠.
나름 역사가 있는 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신라시대에 지어진 절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된 절이었네요.

사실 삼막사까지만 와도 산에 정상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전에는 나무 때문에 시야가 가렸지만
삼막사에서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요.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목적지인 안양예술공원에 가기 위해
다른 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평범한 산길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길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이런 길이 저한테는 걷기 편하죠.

좀 더 가니 남녀근석이 있는 곳에 왔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한 때 안양 8경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남녀근석은 절이 생기기 이전부터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이대로 이 길을 따라가면 연불암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안양예술공원이 나옵니다.
이렇게 말한 건 제가 이 길로 가지 않았다는 거죠.
왜냐하면 여기 오기 전에 본 이정표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정표에 국기봉까지 500m라고 쓰여 있었죠.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물론 산이라 500m가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먼 거리도 아니었습니다.
고민하다가 결국 가기로 했습니다.
이왕 온 거 봉우리 하나는 가봐야 하지 않겠냐 하면서 말이죠.

국기봉 정상 직전의 넓은 바위입니다.

방금 전까지 있던 삼막사가 보이네요.

멀리 등산의 시작한 곳인 경인교대도 보이네요.

관악산 쪽입니다.
삼성산은 관악산과 붙어있어 하나의 산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왜 삼성산과 관악산으로 구분되어 있는지 모르겠네요.

석수 방면입니다.

이쪽은 평촌 방면이네요.

산 때문에 가려졌지만 만안구 쪽이고
뒤에 수리산이 보이네요.

하늘에 까마귀가 정말 많았습니다.
사진에는 일부만 찍혔고 십수 마리가 하늘을 비행하고 있었죠.
원래 까마귀가 많은 산이었던가?

이 사진을 찍고
'아, 내가 실수를 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등산에 등반으로 바뀌었거든요.
저 아래 조그맣게 보이는 바위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바위입니다.
사진을 보면 지금 있는 곳이 절벽처럼 보이는데 절벽이 맞습니다.
갑자기 이 절벽을 올라가야 하는 길이 펼쳐졌습니다.
처음엔 갈 수 없는 길인가 싶었는데
바위에 시멘트로 만든 하찮은 계단과 허술한 밧줄을 보고 길인 걸 알았습니다.
갈까말까 고민하다고 올라가기로 했는데 금방 후회했습니다.
문제는 내려갈 수 없어서 그냥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돌아가긴 너무 늦었습니다.
솔직히 그 절벽을 다시 내려갈 자신이 없었죠.
한 번만 삐끗하면 그대로 게임 오버였습니다.
인생에 컨티뉴가 없었기에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국기봉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두 발로 걷는 등산이
네 발로 기는 등산으로 바뀌었습니다.

길도 제대로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과연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 하는 의문마저 들었죠.

멀리 안양예술공원이 보이는데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사진으로는 심하게 보이진 않은데
경사에 자비심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 보니 확실히 실수를 했습니다.
노란색 코스로 갔으면 훨씬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생각하여 빨간색 코스로 갔더니
그 길은 너무 안 평범했습니다.


간신히 다른 길로 들어섰습니다.
여기에 오니 다리가 너무 후들거렸습니다.
가벼운 산으로 생각해서 신발도 단화로 신고 왔거든요.

드디어 안양예술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숨도 돌리며 오랜만에 온 예술공원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막 가을로 접어 들어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주변에 스며든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늦은 오후 시간대라 풍경이 정말 좋았습니다.

여름에는 이 계곡에 수영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오순도순 얘기하는 사람들만 삼삼오오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사진을 햇빛 때문인지
너무 AI로 만든 사진처럼 보이네요.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있는 전망대있습니다.

되게 부실하게 보인 건물 치곤 나름 높이가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는 있습니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지하철역까지 하천을 따라 걷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삼성산과 안양예술공원에서의 일정이 끝이 났습니다.
정말 좋은 가을 날씨라 그런지
바깥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국기봉까지 가는 길은 꽤나 험했지만
의외로 스릴이 넘쳤습니다.
다음에 제대로 준비하고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