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여행에 한 달이 짧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항상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행선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어차피 살면서 모든 곳을 갈 수는 없고, 남이 좋다는 곳을 갔을 때 나에겐 의외로 별로인 경우도 흔하니까요.
그러다가 재작년에 문득 시작한 여행 컨셉이 하나 있습니다.
전국 지방도 번호를 싹 넣어두고, 제비뽑기로 하나를 골라 그 길을 따라 여행을 하는 거죠.
지난번에 경북에 다녀오고, 이제 슬슬 다시 시동을 걸어도 되겠다 싶어 냉큼 뽑기를 돌려 봤습니다.
결과는, 345번.
네, 그래서 345번 지방도에 다녀왔습니다.
345번 지방도는 경기도 여주에서 출발해 강원도 홍천까지 이어지는 지방도입니다.
저는 인천에서 출발했으니, 여주로 행선지를 찍고 달려왔네요.
원래는 조금 더 일찍 도착하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만…
초입은 여느 지방도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경기도라고 다를 건 없네요.
처음엔 좁다란 차선도 없는 길이었는데, 조금 지나고 나니 국도스러운 길로 바뀌었습니다.
역시… 경기도인가… 지방도도 느낌이 다르네요.
지방도를 따라가는, 오늘 같은 여행에 행선지는 없습니다.
그냥 차를 타고 달리다가, 눈앞으로, 백미러로, 사이드미러로 뭔가 재밌어 보이면 멈출 곳을 찾고.
멈출 곳이 있으면 멈추고, 없으면 ‘쓰읍…’ 하고 그냥 달리는 겁니다.
그래도 출발하기 전에 지도 앱 하나 켜놓고 졸졸 따라가면서 근처에 뭐가 있나 보긴 하지만요.
여기는 지도로 찾아본 곳이네요, 선사유적지가 있다고 해서 흔암리로 쏙 들어가 봅니다.
뭔가, 전력으로 입장을 막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나무네요.
출입 금지라는 팻말은 없었으니 일단 들어가 봅니다.
선사유적지라고 화장실도 움집처럼 해놓은 게 재밌네요.
다만, 어지간히 사람들이 안 찾아오는지 관광지로서 별다른 시설이나 안내는 없습니다. 화장실도 쓸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래도 왔으니, 움집 안이라도 한 번 기웃거려 봐야겠습니다.
안에는 화덕자리를 비롯해 청동기 시절의 모습을 재현한 느낌입니다.
솔직히, 재미는 없네요.
큰 걸 기대한 건 아니니, 준비운동했다 치고 슬슬 차로 돌아가 봅니다.
차 밑 그늘에서 쉬던 녀석이 귀여워서 찍어 보려고 했더니 냅다 도망갑니다.
그래도 찍어야지. 개는 역시 시골개…
선사유적지 핑계 삼아 들러 본 흔암리, 아쉽게도 유적지 자체는 별로 재미가 없었네요.
뭐 어떻습니까, 이런 핑계 덕분에 살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거죠.
다시 나가는 길, 농번기가 다가오나 봅니다. 길에 트랙터 자국 따라 흙덩이가 잔뜩이군요.
요리조리 피하며 가다가, 이게 뭔 짓인가 싶어서 그냥 꾹꾹 밟고 지나가 버립니다.
돌아가서 세차하죠 뭐, 밤에 비도 온다는데.
다시 지방도를 타고 달리는데 저 멀리 강천보가 보입니다.
한 번 들러 봐야죠?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의 결과물이지만, 어찌 됐던 지금은 지역분들이 즐겁게 이용하는 공원이 됐네요.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참 듣기 좋습니다.
자전거들도 줄지어 지나가고요~.
갈수기인데도 한강은 넓기만 하네요.
예전에 자전거 스탬프를 모으러 다닐 때, 충주댐에서 아라뱃길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강천보를 처음으로 지났습니다.
그때도 보를 넘으면서 와, 길다 생각했는데 지금 봐도 어마어마하네요.
크레인은 안 쓴 지 꽤 됐는지, 참새들 놀이터가 됐네요.
보가 지어진 뒤로 물이 느려져서 그런가, 강 표면이 꼭 거울 같습니다.
유화 같은 느낌이 좋아서 한 장 담아봤네요.
이번엔 보 중앙까지 가서 셔터를 당겨봤습니다.
하류 방향도 한 번, 상류 방향도 한 번.
확실히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의 느낌은 같은 강인데도 이렇게 다르구나 싶습니다.
물은 다르지만, 그래도 바람은 똑같이 사방에서 시원하게 불어옵니다.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 주니 여기까지 오면서 쌓인 여독이 싹 가시는 느낌이네요.
오전에는 잔뜩 흐렸던 하늘도 낮이 다가오니까 점점 푸르게 변하기 시작하고, 느낌이 좋습니다.
여주 시내로 가던 중, 슬슬 허기가 지기 시작합니다.
가는 길에 중화요릿집이 하나 있다고 하길래 가려고 했더니, 가게를 이전했는지 해장국집이 있네요.
결국 굶주린 상태로 영월루부터 보고 가기로 합니다.
공원 초입에는 한국전쟁 때 참전한 그리스군을 위한 기념비, 무공 기념비가 멋들어지게 서 있고,
뒤로는 세종대왕과 관련된 기록들이 도자기 벽화로 세겨져 있습니다.
저 뒤로 영월루가 보이는데, 한 번 올라가 봐야 겠습니다.
올라오니 남한강이 시원하게 보이는데, 과연 경치를 즐길 만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어째 곧 찾아갈 신륵사가 공사판으로 보이는데…
신륵사 걱정은 나중으로 하고, 일단 영월루에 가까이 가봤습니다.
그런데, 문화재 복원 때문에 올라갈 수 없다고 현수막이 걸려있네요.
얼마 전에 뉴스에서 학생들이 문화재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해서 복구해야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영월루였군요.
참 아쉽습니다, 훼손된 문화재도, 훼손한 학생들도요.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남한강을 보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아쉬운 대로 뒤로 돌아 여주 시내라도 눈에 담고 내려가 봅니다.
이젠 진짜 뭐라도 먹어야겠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닌가 봅니다.
약간 지치기도 하고, 아까 찾아봤던 식당이 그리 먼 곳으로 옮기진 않았으니 한 번 쫓아가 봅시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여주를 오면 자꾸 중화요리를 먹게 되네요.
사실 좀 이따 지나갈 길에 묵밥집도 알아 뒀고, 그걸 점심으로 할 계획이었습니다만...
아침을 빵 한 조각 먹었더니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묵밥은 디저트로… 일단은 점심을 먹어보죠.
가게 안의 인테리어가, 남자 혼자 츄리닝 입고 혼밥 하기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뭐, 점심이니까… 괜찮겠죠?
메뉴는 삼선짬뽕.
뭐, 짬뽕 맛입니다. 특별하진 않아요. 조금 더 맵다 정도?
짬뽕을 먹으면서 재료 얘기를 하는 건 넌센스지만, 그래도 전복 하나가 통으로 들어 있는 건 신기했네요.
뭔가 고춧가루 잔뜩 들어간 국물에 입이 좀 꿉꿉했는데, 디저트로 옛날 과자가 나오는 점도 참 좋았습니다.
혼자 오기엔 좀 선택지가 좁은 메뉴 구성이네요, 뭐 이건 여느 중화요릿집이 다 비슷하지만요.
그래도 가게 안이 깔끔하고, 접객은 좋은 가게였으니 잘 먹었다 치고 다시 시동을 걸어 봅시다.
영월루에서 이미 공사판인걸 봤지만… 그래도 여주에 왔는데 안 들르기엔 좀 섭섭한 구석이 있습니다.
여느 여주 여행처럼, 신륵사에 들러 봅니다.
시간이 애매한 덕이었을까요, 아니면 보수공사 중인 게 소문이 난 걸 까요.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꽉 차 있을 구룡루 근처가 한적하네요.
극락보전 근처에서 잠시 서서 머리도 비우고, 경내를 슬슬 돌아봅니다.
확실히 공사장 느낌이 절하고는 잘 안 어우러지는군요, 처음 신륵사를 왔을 때 받았던 좋은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적당히 전탑을 들러, 강이 보이는 정자에 앉아 조금 쉬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엔 여기서 내려갔던 것 같은데, 전탑에서 강 쪽으로 가는 계단도 사람이 다쳤는지 이제는 막혔군요.
저 아래로 돌아가는 길은 열려 있으니, 조금 돌아 가봅시다.
여주에선 강바람이 풍년이네요.
사람이 적은 덕에 잠깐 앉아서 여유를 즐겨 봅니다.
방금 저쪽으로 간 황포돛배가 돌아올 때까지 쉬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돌아옵니다.
딱히 관심 없어서 알아보진 않았는데, 돛배에서 왜인지 모터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네요.
지금 보니 돛은 장식인 것 같기도 하네요.
신륵사를 나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여행의 3요소인 당, 카페인, 수분을 보충합니다.
이제 여주를 떠나 양평으로 향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길은 여주를 빠져나와 금당천을 따라가기 시작합니다.
잠깐 넓어졌던 길도, 시내를 빠져나오니 다시 지방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네요.
원래 지나가는 길에 외룡리에서 묵밥을 하나 먹고 가려고 했는데, 오늘 영업을 안 하시는지 가게문은 열려있는데 인기척이 없습니다.
점심에 짬뽕이라도 먹은 게 이렇게 전화위복이 되네요. 하마터면 쫄쫄 굶어가며 다닐 뻔했습니다.
마지막이 조금 아쉬웠던 여주를 뒤로하고 양평에 들어섭니다.
오늘 여행의 1/2 지점을 통과한 셈이네요.
무왕리를 지나던 즘, 옆으로 프랑스 국기, 미국 국기가 걸린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뭔가 거슬리고 궁금하면 내려서 보는 게 지방도 여행의 묘미 아닐까요.
근처 마을 입구에서 차를 돌려 와 보니, 한국전쟁 당시 함께 싸운 UN군에 대한 감사비네요.
따라온 길을 되새겨보니, 온 사방이 산이고 사람이 다닐만한 길은 금당천 따라 뻗어있는 이 길 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여주도 그렇고 많은 곳에 전적 관련한 기념비들이 있네요.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 위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멀리서 와서 도와준 사람들을 잊어선 안 되겠죠.
석불역에 도착했습니다. 옛날 풍경은 이미 사라졌지만, 새로 만든 이 역사도 재밌는 모양을 하고 있네요.
석불 다음 역이 구둔역이었으니 오늘 목적지 중 하나인 구둔역도 이제 곧이겠네요~.
이제 지도를 보고 구둔역을 가려하는데, 아뿔싸…
석불 다음이 구둔인 건 청량리에서 출발할 때 얘기고, 저는 여주에서부터 올라왔으니 구둔역을 이미 지나친 뒤였습니다.
아까 전적비 근처에서 빠져서 일신리로 갔어야 했네요.
전적비에서 지도 한 번만 살펴볼 걸…
다시 왔던 길을 조금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구둔역에 왔습니다.
건축학개론 촬영지로 이름이 나서인지 근처엔 사람 한 명 없는데 여기만 관광객들이 잔뜩 있네요.
옛 구둔역의 모습을 잘 간직하면서도 관광지로 이름이 난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나저나 저 벤치는 어떻게 저렇게 꺾였는지... 찍고 나서 사진기가 이상해진 줄 알았네요.
언제적 시간표일까요,
죽령, 마사, 신기… 여기서 열차가 안 간지 꽤 된 법한 행선지들이 많이 보입니다.
낙서야 뭐, 이런 풍경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조금 아쉽지만 이미 다 같이 세기는 공간이 된 것 같네요.
많은 연인들이 인증샷으로 바쁘지만... 전 혼자 왔으니 이제 떠나 볼까요?
여기서 혼자 인증샷 찍고 있으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여행을 가서 챙겨보는 게 있습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국보, 보물, 명승인데요. 어딘가로 가게 되면 그 동선에 있는 이 네 가지는 가급적 챙겨 보는 편입니다.
그런 명승이 경기도 양평에 하나 있는데, 바로 구질현입니다.
사실 찾아봐도 자료가 영 마땅치 않아 좀 뒤적거려야 했는데, 이 곳 구둔의 옛 이름이 바로 구질이었네요.
말 그대로 구질 고개, 이 근처에서 관동대로를 따라 고개를 넘으면 매월리로 가는데 그 중간의 고개가 바로 구질현입니다.
도저히 찾아봐도 안내란 보이지 않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꿈꾸는 숲에서 등산로 입구가 있다 해서 이렇게 찾아와 봤네요.
그러다 쭉 들어가 보니 단체의 숲 안내라는 안내판이 보이네요.
조금 더 들어가보니 드디어 찾던 이름, 구둔치가 나옵니다.
총거리는 3km 남짓, 고갯길이니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길이 안 좋습니다.
어지간히 찾는 사람이 없는 모양인지, 잔뜩 쌓인 낙엽에 길이 영 분간이 가지 않네요.
간간히 보이는 깔개가 그나마 여기가 맞는 길인지 알려주는 느낌입니다.
길도 생각보다 돌이 많고, 러닝화를 신고 오를 길은 아닌 것 같아 아쉽지만 중도에서 포기를 했습니다.
올라가는 길 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어려울 테니까요.
다음에 등산화라도 들고 찾아와야 할 것 같은 길이네요.
여러모로 안내나 관리가 명승이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부실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어느덧 잔뜩 흐려진 하늘.
산에서 조금 서둘러 내려온 것도, 저녁부터 비 예보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죠.
구둔을 떠난 뒤 도로는 342번 지방도와 공용구간에 들어섰고, 월산저수지를 지나며 한 컷 담아 봤습니다.
다들 낚시를 하고 계신데, 저도 나중에 낚시나 한 번 배워볼까 싶네요.
뭔가 지금 성격이나 취미에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요.
직장 동료가 민물낚시를 다니던데, 거기나 따라가 볼까…
생각을 잠깐 하며 잠도 깰 겸 한 마리 잡히나 구경해보는데, 별 소식이 없습니다.
자 갈 길 가야죠, 네비게이션 상에 이제 곧 지날 모라치고개가 보입니다.
티맵에서는 이 전의 월산3리로 빠지는 길을 345번 지방도로 안내하지만,
알아본 결과 공유 구간으로 모라치고개를 넘는 길이 맞으므로… 여길 넘기로 했습니다.
모라치고개는 월산리에서 고송리를 잇는 고갯길로 양동면과 지평면의 자연경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길, 비포장도로입니다…
그나마 시작 즈음에는 시멘트로 깔린 길에 산에서 굴러 들어온 흙, 자갈이 쌓인 느낌이었는데,
점점 길이 거칠어집니다.
힘내라 K3… 세단에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양동면 표지를 보고 조금 더 앞에 교차지점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뒤에는 지평면이 써져 있군요.
이런 경계가 되는 고갯길에서 경계점이 나왔다는 건, 이제 다 올라왔다는 얘기겠죠.
이런 인적 드물고 포장도 안 된 길인데도 할머니 두 분이 지나가시던데, 차로도 가기 버거운 길을 거뜬히 다니시는 모습이 참 대단하십니다.
운전에 집중을 해서 그런지 그다지 올라가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나무 사이로 보이는 풍경을 보니 꽤나 올라왔더군요.
이제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지평면에 들어서니 길이 훨씬 더 안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폐건물도 몇 채 있고, 어둡거나 기상 안 좋을 때에는 무서워서 도저히 못 지나갈 것 같습니다.
어쨌건 무사히 고갯길을 넘었으니 이제 다시 길을 따라 쭉 달려 봅시다.
드디어 다시 만난 포장도로. 고송리에 도착했습니다.
고송로를 나와 티맵에 찍힌 345번 지방도 표시를 따라 우회전을 해서 쭉 나오는데, 어째서인지 349번 지방도가 나오네요?
뭔가 이상합니다. 원래는 6번 국도와 합류를 해야 되는데요.
그래도 6번 국도 방향이 보이기에, 잠깐 잘못 들었나 싶어 차를 돌려 국도를 향해 냅다 달려봅니다.
이 때… 지도를 한 번 봤어야 했는데…
몰운고갯길을 다 넘어 합류지점에 왔을 때, 이제야 뭔가 잘못됐음을 알았습니다.
345번 지방도는 단월면에서 다시 홍천으로 뻗어 나가는데, 아까 고송리에서 나왔을 때 좌회전을 했어야 했네요.
알고 보니 티맵 표시가, 342번 지방도 공용 구간을 345로 표기해버려서 그때부터 길이 틀려버렸습니다.
이제, 선택지는 둘.
그냥 단월면으로 가서 345번 도로와 합류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고송리로 돌아가서 제대로 가 볼 것인가.
345번 지방도, 여행이니까요.
돌아갑시다. 고송리로. 분교도 한 번 찍어볼 겸…
다시 돌아온 고송리, 양동초등학교 고송 분교입니다.
저도 도시에서 나고 자라 분교라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지방 여행을 다니다 보면 분교는커녕 분교(폐교)만 잔뜩 보게 되죠.
아담한 사이즈의 학교도 신기하지만, 요즘 놀이터에서 보기 힘든 흙바닥과 어릴 때 그대로인 놀이기구가 제일 신기합니다.
한번 미끄럼틀에 앉아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가...
이 시국에 외지인이 굳이 교내에 들어가서 좋을 건 없는지라, 멀찍이 사진만 찍고 나와 봅니다.
자, 다시 345번 지방도를 따라 움직여봅시다.
삼가리 즈음에 차를 잠깐 세울 곳이 보여 멈춰서 사진을 찍어 봅니다.
그냥 쭉 내달리기만 하면, 저야 눈에 담기지만 돌아와서 글을 쓸 거리가 없거든요.
사진을 찍던 중 이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모임이 있는지, 열댓 명이 우르르 지나가네요.
저도 자전거 참 좋아하는데... 같은 라이더로써 꽤 부러운 길입니다.
다음에는 차에 자전거도 하나 싣고 와볼까요?
잠깐 6번 국도에 합류했던 길은, 단월 교차로에서 70번 지방도로 갈라져 나옵니다.
계속 산길만 가다가 면사무소가 있는 곳을 만나니 도시도 이런 도시가 없네요.
카페도 있고, 중학교도 있고…
오랜만에 다시 보는 345번 지방도.
70번 지방도와 함께 가던 길은 덕수리에서 갈라져 각자 제 갈길로 갑니다.
저는 양평 끝, 홍천으로. 저 길은 춘천으로.
비솔고개를 넘기 시작합니다.
올라가면서 자꾸 귀가 먹먹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산세가 보통이 아니네요.
경기도에서 강원도 붙은 곳은 그냥 강원도랑 똑같다더니, 틀린 말은 아닌가 봅니다…
그렇다면 이제 창문 활짝 열고, 차 안의 공기나 싹 갈아 줍시다.
대관령만큼 높진 않지만, 거기보단 공기가 더 깨끗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차가 정말 없거든요.
정면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암벽이 보이기에 잠시 멈춘 소리산.
소금강이라고 써놨던데, 금강산을 가본 적 없어 허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참, 잠시 멈춰서 보게 만드는 풍경임은 틀림이 없네요.
계곡에는 사유지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주렁주렁.
그러거나 말거나 계곡물은 맑기만 합니다.
다른 곳보다 바람도 냉한 게, 여름엔 인기가 많을 법도 한 동네입니다.
뭔가 근처에서 편히 쉬기엔 현수막 덕인지 을씨년스러워서, 산세와 계곡만 즐겁게 감상하고 떠나 봅니다.
소리산을 나와 석산리를 거쳐 드디어 도착한 345번 지방도의 종점.
홍천군과 양평군의 경계이니, 여기를 넘으면 강원도입니다.
여행은 여기서 방점을 찍고, 이제 짤막하게 글과 사진도 정리하고 잠도 깰 겸 카페를 찾아볼까요?
뭔가 휴게소 느낌 물씬 나던 강촌IC 인근의 카페보다는 그래도 다른 곳을 가보고 싶어서 돌아본 게 화근이었네요.
한 세 곳 정도 찾아가 봤지만, 전부 폐업하거나 휴업 중...
결국 강촌IC 근처의 카페에서 겨우겨우 당을 채워줍니다.
여태 다닌 여행지 중에 가장 카페를 찾기 힘든 곳이었네요.
조금만 정리하고 출발해야겠습니다, 대충 보아하니 근처에 밥 먹을 곳도 없을 것 같아요.
직업이 외근직이고, 예전에는 춘천도 담당 지역이어서 간간히 들렀던 적이 있는 가평휴게소입니다.
다만 앉아서 밥 먹을 생각은 못해봤네요.
이번에 밥집도 못 찾았으니 휴게소에서 유명하다는 가평잣소고기국밥을 사 먹어봤는데,
이거 육개장느낌 물씬 나는 게 맛있네요…
점심보다 더 나은 것 같아서 나 오늘 뭐 먹고 다녔지 하는 회의감이 살짝 왔을 정도입니다
집에 가져다 드릴 잣 조그만 거 하나랑, 가는 길에 먹을 잣과자 한 봉.
자, 이제 돌아갑시다~. 가평을 나서니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차에 붙은 흙먼지들 좀 떨어지려나~. 그러고 보니 새똥도 하나 묻었어요...
비야 쏟아져라...
도착하고 나니 오늘 하루 350Km 가량을 운전했네요, 몇 번 길을 잘못 들어서 뱅뱅 돈 덕에 좀 뻥튀기된 느낌입니다.
그래도, 요즘처럼 기름값이 비쌀 때 참 고마운 연비가 찍혔습니다. 이 정도면 아직 여행 다닐 만하네요.
이제 내일 카페에서 마저 글을 정리하고, 집 가서 사진을 싹 만지다 보면 이번 주말도 끝입니다.
그럼 한 달 뒤에, 다음 여행기로 뵙겠습니다.
그 사이에 짤막하게 다녀온 곳이 생기면, 짧은 여행기로 뵙고요~.
다시 일하러 가 봅시다, 그래야 가끔 다녀오는 여행이 더 재밌어지니까요.
2022.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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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한지 조금 된 글에 자꾸 알람이 떠서 봤더니 오른쪽에 갔군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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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먹었던 것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ㅠ | 22.03.25 15: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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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2.03.25 15: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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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22.03.25 15: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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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멀리 나가서 할 필요가 없죠 ㅎㅎ. 다만 다음 뽑기가 수도권순환지방도가 나와서... 다시 지방 뽑기로 갈 것 같습니다 ㅠ. | 22.03.25 16: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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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지방도만 되도 꽤 다닐만 한데, 330번 이런거 걸리면 막막합니다 ㅎㅎ | 22.03.25 16: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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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행기 쓰고 연비 찍어보는 건 처음이네요 ㅋㅋ | 22.03.25 16: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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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케삼입니다 ㅠㅠ | 22.03.25 16: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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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2.03.25 16: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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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느냐 보다는 어디에 서느냐가 중요한 여행이지요~ | 22.03.25 16: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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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영월루에 못 올라간 것도 참 아쉽습니다. 그냥 두면 되는 것을 ㅠ... | 22.03.25 16: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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