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 안다
산골짝에서 이름 없는돌맹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 없이
낮은 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인 줄 안다
물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소읍의변두리를 흐린 낯빛으로 지나가거나
어떤 때는 살아 있음의 의미조차 잊은채
떠밀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는 줄로 안다
쏘가라나 피라미를 키우는 산골짝 물인지 안다
그러나 가슴 속 그 물빛으로 마침내
수천 수만 바닷고기를 자라게 하고
어선만한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이미 닿아 있다는 걸
살아 움직이며 쉼이 흐른다면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늘 깨어 흐른다면
* 도종환『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어디 있으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