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든 배를 처음 물에 띄울 때 하는 의식.
사실 진수식의 역사는 대단히 오래됐다. 왜냐하면 뱃사람들은 변덕스러운 자연한테 그야말로 모든 걸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별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배를 뒤집을만한 파도나, 심하면 태풍을 직접 마주쳐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기댈만한 건 선원과 배, 그리고 신(神)밖에 없기에 더욱 미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나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같이 종교와 아주 밀접한 문명에선 진수식을 할 때 소같은 제물을 바다의 신에게 바치는 진수식을 해 왔다. 그러나 기독교가 유럽에 퍼지면서 산제물을 바치는 의식은 점차 사라졌고, 대신 은으로 만든 성배에 포도주를 담은 뒤 이를 새로 만든 배애 끼얹어 축복을 기원하고 성배를 바다에 던지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대항해시대를 거치면서 축복해야 할 배가 너무 많아지자, 가뜩이나 비싼 은이 너무 소모된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 후로 포도주 병을 깨는 식으로 바뀌었다가, 볼거리를 위해 탄산이 든 샴페인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른다.
그런데 진수식을 할 때 이 샴페인 병이 안 깨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그 배는 앞으로 대단히 험하고 안 좋은 일을 겪을 것이라는 믿음이 선원들한테 있다. 그래서 진수식에 쓰이는 샴페인 병은 최대한 잘 깨지도록 여러 조치를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