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나이 스물삼의 대학생입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후 올해 복학하여 이제 졸업까지 한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저희 아버지께서 약 한달 전부터 집에 들어오는 횟수가 적어지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 하시길래.. 감이 오더군요. 사실 청소년 때부터 짐작은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젯밤 새벽 두시에 어머니께서 제 방에 들어와서 펑펑 우셨습니다. 이혼하자고 하시네요.
아버지는 어머니께 합의 이혼을 요구하고 계시고, 잘 되지 않으면 재판으로 넘어갈 거라며 이미 변호사와 상담도 마치셨더군요.
어머니는 이혼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계십니다만, 아버지도 꽤나 오랜 기간 고심하고 결정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이혼이 성사되던, 되지 않던간에, 지금 현 상황보다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질것 같진 않네요.
아버지는 직장인으로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계시고, 어머니는 결혼생활 28년째 전업주부셔서 이제와서 일자리를 구하기 매우 두려워하십니다.
코로나가 극성인 시국이기도 하구요. 결혼 초반에 어머니도 돈을 벌까라며 제안한 것을 아버지께서 그럴 필요 없다고 말리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게 이혼 사유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네요.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기생충이니, 역겹다느니, 별의 별 쌍욕을 다 하셨더라구요. 아들로써 보기 힘들 정도로.
그냥 어머니가 싫으시답니다. 애들 핑계로 뒤에 숨지 말고, 너가 일해서 돈벌어 살라고. 너랑 노후 보낸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자식이 둘인데, 제가 막내이고 위로 형이 하나 있습니다. 아버지께선 이제 저희들도 본인 앞가림 할 나이가 되었다고 하시네요.
맞는 말입니다. 부모님 밑에서 언제까지나 보호받기엔 스물삼이란 나이는 너무 많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에 자식으로써 섭섭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혼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저는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해야겠죠.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 두분께 별다른 악감정 없이 살아왔는걸요. 이대로라면 어머니가 망가질 것만 같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써 도저히 현 어머니의 상태를 차마 못 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몇번이나 어머니가 무사하신지 확인하러 왔다갔다 하는질 모르겠네요.
28년간 전업주부로 사시며, 분명히 가계에 도움이, 보탬이 되셨을 어머니신데. 지금의 가정을 함께 만드신 분인데. 저는 도저히 무시 못하겠습니다.
아버지는 재판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변호사를 선임한다고 하셨으나, 어머니는 그런 것 잘 모르겠다고 하셔서. 제가 도우려 합니다.
대학 다니겠다고 전역하고 약 6개월간 바짝 일해서 모은 돈.. 등록금을 내고 이제 남은 500만원 가량을 어머니의 변호사 선임 및 재판에 쓰려고 합니다.
앞전에 부모님께서는 노후를 위해 집을 팔고 전세집을 구한 후, 대출을 받아 상가에 2층의 두 자리를 매매하셨습니다. 상가 명의는 어머니 이름이네요.
아버지께서 저희 친형님께 상가에서 뭐라도 해보는게 어떻겠냐 하셨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던 형님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죠.
결국 형님은 상가의 한 자리에 중화요리 가맹점을 오픈했습니다. 채무까지 내면서요.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저와 어머니에게는 알리지 않고, 아버지와 형님 둘이서 상의하고 계약까지 하고 온 후, 통보를 하셨어요. 어머니는 당연히 이를 알고 반대했지만
어떡합니까, 이미 계약금을 주고 왔는데. 어머니는 결국 가족의 일을 돕기 위해 28년만에 그 힘든 중화요리 주방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일은 주로 제가 했네요.
그런데 코로나 시국에, 거리두기에, 장사는 안 되고... 악재가 쌓이는 와중에 아버지의 이혼 요구가 터진 겁니다.
제가 어머니의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재산 분배도, 채무 분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어머니는 원해서 일하는 게 아닌데,
갑자기 중국집을 한다고 하고, 갑자기 이혼을 요구당하고, 장사도 안 되는데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나고, 다른 일을 구하자니 또 두렵고, 그냥.. 답답합니다.
우선 변호사와 상담해야 하는데, 어머니가 가게 일을 해야 해서 시간을 낼 수 있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옆에 있어드리고 싶은데. 재판 때도 혼자 있게하기 싫은데.
모든것이 진행되고 부모님이 남남이 되었을 때, 앞으로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소소하게 살고 싶어요. 빚더미부터 시작하겠지만 악착같이 발버둥치고 살아봐야죠.
사실 지금 이 상황이 꿈 같습니다. 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근데 현실이네요, 너무 차갑고 암울한.
원양어선이라도 타고 싶지만, 어머니를 남겨두고 멀리 떠날 수 없네요. 집값은 계속 폭등하고 코로나는 심해지고.. 앞날이 밝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이번 일이 터지고, 여러모로 많이 찾아봤어요. 저희 가족 같은 사례라던가, 변호사 선임비용, 이사비용, 재판과정... 모르는 것 투성이라 덜컥 겁부터 나긴 합니다.
전문대이긴 하지만, 일단 졸업은 하고 싶은데.. 등록금은 이미 벌어서 납부했고 다니기만 하면 되는데 집이 사라지게 생겼네요. 그나마 비대면이라. 이게 다행인 걸까요?
졸업하고 나면 부모님은 이제 남남이 되겠죠. 어떠한 결과가 되었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죠? 원망스럽지 않다고 하면 그건 분명 거짓말이겠지만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일단 방을 구해야겠죠. 길바닥에서 잘 순 없으니까요. 통신사 결합도 해지되려나요? 이참에 바꾸는 것도 좋겠네요.
차량 유지비, 보험료, 통신비, 월세, 관리비, 식비, 생필품 등... 이제는 다 제가 감당해야겠죠. 주 6일 12시간 일도 하고, 남는 시간에 상하차라도 뛰고 해야겠어요.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서 억대의 채무를 갚으려면. 적어도 7~8년은 훌쩍 넘어가려나요?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새출발이겠네요. 어떻게든 살아볼겁니다.
......사실 모두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왜 하필 우리 가족인걸까요?
다 내팽개치고 어디 산에 틀어박혀서 살고 싶기도 해요. 죽고 싶기도 하고. 너무 우울합니다. 술 안마신지 2년이 넘어가는데, 새벽에 편의점 달려가서 깡소주 한병 들이켰어요,
너무 주저리주저리 정리도 안하고 글을 쓴 것 같아요. 인생을 돌이켜 보니 친구라 부를 만한 친구도 없고, 전부 껍데기뿐이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여기에 써 봐요. 죄송합니다.
(IP보기클릭)124.80.***.***
28년 살고 이혼하시는 와중에 부부 관계 중 귀책사유(입증 가능한 심각한 정서적 학대, 폭력, 외도, 도박, 불륜 및 중대범죄행위 등) 없으면 이혼재판 신청하여도 불허됩니다. 20년 넘게 사셨으면 합의이혼시 전재산(부부합산) 반씩 분할할 겁니다. 20세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없고요... 이미 저런 상황이시면 정상적 부부관계로 회복불능이실 겁니다. 합의 또는 이혼재판 시 귀책여부를 따져 위자료 더 받는 식으로 나가는게 좋을 것 같네요. 감정적보다는 이성적으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받아 경제적 버팀목을 만드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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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살고 이혼하시는 와중에 부부 관계 중 귀책사유(입증 가능한 심각한 정서적 학대, 폭력, 외도, 도박, 불륜 및 중대범죄행위 등) 없으면 이혼재판 신청하여도 불허됩니다. 20년 넘게 사셨으면 합의이혼시 전재산(부부합산) 반씩 분할할 겁니다. 20세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없고요... 이미 저런 상황이시면 정상적 부부관계로 회복불능이실 겁니다. 합의 또는 이혼재판 시 귀책여부를 따져 위자료 더 받는 식으로 나가는게 좋을 것 같네요. 감정적보다는 이성적으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받아 경제적 버팀목을 만드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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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어제 일이라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가네요..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는걸까요? 말씀하신 대로 좀더 이성적으로 충분히 고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 21.09.05 02: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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