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20대 중반 남성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혼자 고민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일에 봉착했습니다.
나이 많으신 분도, 경험 많으신 분도 계실테니 고견 구하고자 합니다.
우선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며 대입에 실패하여 빠른 입대 경로로 향했습니다.
상병장 시절 전역 후의 삶을 준비할 시절에
전역하면 무얼 하냐, 대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졸업하면 무엇이 기다리는가를 고민해보았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하여 생각해본 결과,
결국 모든 길은 취업으로 향하며 이후 연애와 결혼 육아와 내집마련으로 흘러간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당시엔 제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정권이라면 고졸 할당공채가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공부도 제대로 못 하던(가끔1등급) 인문계 고졸이던 저는
실업계(특성화고)가 아닌 공공기관(공기업) 고졸공채의 문을 두드려서
14년 상반기에 정규직으로 합격했습니다. (세후 201만원)
첫 부서(서울 강남)는 일거리가 많이 적고, 그만큼 책임도 없고, 돌봐줄 선배는 적당히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문서 정리와 경리 사무업무를 담당했으며,
제가 있던 부서의 1년 예산은 2천만원(야근식대 1500만원, 사업비 500만원)으로 매우 한가하고 즐거웠습니다.
입사 초기부터 첫 부서 떠날 때까지 언제나 마음의 여유가 있었고 워라밸은 보장되었습니다.
2019년 상반기에 부서이동이 발생하여서 본사 경영지원단 총무과로 발령받게 되었고(무작위 순환, 지방깡촌배치)
역시 본사 엘리트 모아놓은 곳이라 그런지 선배들 모두 대단한 인텔리들이었습니다.
부서 사람들은 모두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인격적으로 존중받는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회사일.... 노력의 과정보다 성공적인 결과가 중요하잖아요? ㅎㅎ...
제가 맡은 일에 대해서 어떻게든 기한 내에 끝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고
능력이 부족하면 노력으로 메우자는 생각에 10개월동안 15일 정도 쉬었던 것 같네요 ㅎㅎ...
(구정이랑 추석은 가족이랑 보냈습니다. ㅎㅎ..)
그런데 오히려 저 스스로 이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업무배분 상 명백히 제가 일이 가장 적은데도 불구하고 처리속도가 배로 늦어지고 있었고,
새벽출근과 야근, 주말 자진반납 출근까지 감내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해도
아무런 결과도 성과도 내지 못 한 채 시간만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일에 대한 모든 흥미가 떨어지고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출근이 괴롭고, 동료 직원과 선배의 얼굴을 보는것이 고통스럽고 죄스럽기만 합니다.
일 못하는 후배 때문에 고생을 삼키며 감내하는 선배님 옆자리에 앉아있는것도 너무 힘들고
근본적인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힘든 내색 하기도 어렵기만 하네요.
다른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나는 성공의 열망이 있다." "시키는건 해야지" "안되는 건 없다, 해내자 해내자!" 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직장에서의 성공과 커리어의 단련보다는,
개인의 삶과 여유로움을 찾고싶고, 퇴근 후의 개인 시간을 갖고싶습니다.
나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미래의 가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살고싶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맡은 바 업무와, 개인에게 내려진 소임을 외면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능력의 한계 체감과,
타 직원대비 1/3 수준의 일로 갑절의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겹친 탓인지 힘들기만 하네요.
위에서 적었다시피, 직장동료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인간관계엔 문제가 없습니다.
언제나 생긋생긋 웃고, 제가 힘들면 도와주려고 하고, 매일 몇 번씩이나 말 걸어주고,
생일이면 서프라이즈 파티 해주고, 상사한테 털릴 때엔 나중에 살짝 와서 응원하고 사탕 쥐어주고...
이렇게 인격적으로 · 능력적으로 훌륭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제가 정말 한심한 등신새끼처럼 느껴집니다.
직장생활 내내 단 한번의 모욕도, 부조리도 발생한 적 없었고
어찌보면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생활 했다고 말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힘들어요.. 출근하기 너무나 싫고 휴직이라도 내고 도피하고 회피하고만 싶습니다.
벌써 몇개월째 지금 눈 감고 잠들면 다시 눈뜨지 않길 바라고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구글 비밀창을 실행해서 죽음방법을 검색하고 번개탄과 소주, 높은 아파트를 계속 찾아보곤 합니다.
결과적으론 고층건물 옥상 몇 개나 올라가보았는데 전부 문을 잠그어버렸고,
번개탄은 천장의 화재경보기 때문에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죽음을 떠올리는 날이 아니라면 잠들기 전 퇴사나 이직 생각을 떠올려보곤 합니다.
현실을 생각해보면 지금 제가 퇴사할 경우 뒷일이 전혀 보장되지 않음에 있습니다.
저는 6직급 공기업 재직 중 진급을 한 번 해서 5급이며, 연 총소득은 세전 4050입니다.
인문계 고졸, 공기업 경력 5년 6개월, 컴활 · 워드 2급, 토익 250
스펙이라고 할 것 하나 없는데 이직은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유사한 수준의 직장을 새로 구할 수 있을 리 만무하고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버티는게 낫겠죠...
제가 살면서 육제적 · 정신적 모욕 등으로 힘들어본 적 없이 귀하게 자라서 그런 걸까요?
제가 배부른 걸까요??
능력의 한계라는건 그저 핑계고 일 하기 싫어서 변명 하는 걸까요?
(IP보기클릭)222.121.***.***
이것저것 많이 적었다가 지웠는데(알림이 두번 갔을겁니다), 5년 정도 일하셨으면 어느정도 자신의 역량은 감이 잡히셨을 테고, 워라밸은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일하려고 하면 얻기 힘들다고 봅니다. 일단은 야근을 줄여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시고, 역량을 올리는건 야근 외의 다른 방법에서 찾으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IP보기클릭)116.46.***.***
그리고 하나 강조하고 싶은건 님은 주위 사람들이 인격적으로 훌륭해서 님을 도와주고 있고 님은 능력이 없다고 하시는데. 그건 님이 그만큼 같이 일하고 싶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싫은 사람이면 그렇게 해주겠어요? 님은 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을 잘하시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남이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 님이 훌륭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스트레스가 없는거라고 생각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안됐죠.
(IP보기클릭)27.117.***.***
분명 난 좋은 환경에 있는데 죽고싶은 기분이 계속 드시는 거죠? 저도 그런 기분이 수시로 들어서 고민중 입니다. 최대한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과 기분, 뭘하면 행복할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안 좋은 기억, 풀리지 않는 고민을 생각하다보면 자꾸 늪처럼 깊게 빠지더군요.
(IP보기클릭)210.104.***.***
맞아요 사회생활 힘들죠 그냥 시키는것만 잘하고 좀 야근해야될 삘이다 싶음 눈치것 남아서 하고 그랬네요 그냥 잘보이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게을러보이게 움직이는것도 싫어서 그랬는데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세요
(IP보기클릭)218.237.***.***
저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일 잘하고 싶은데 그건 안되고 뭔가 동료들에게도 미안하고 자꾸 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나 혼자 스트레스 받고... 주변에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란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천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엘리트도 아닌데 고작 한달도 안 지난 새로운 직장에서 뭔가 성과를 내는거 자체가 넌센스라는 걸 깨달았어요. (당연한 소리인 것이 그럼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바보라서 엄청난 성과를 못 내는 걸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님께서도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스스로를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마세요. 그러다 정말 혼자 무너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변 동료들이나 상사와도 본인의 생각을 나누시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정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글쓴님께서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그걸 빌미로 공격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조언을 많이 해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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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많이 적었다가 지웠는데(알림이 두번 갔을겁니다), 5년 정도 일하셨으면 어느정도 자신의 역량은 감이 잡히셨을 테고, 워라밸은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일하려고 하면 얻기 힘들다고 봅니다. 일단은 야근을 줄여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시고, 역량을 올리는건 야근 외의 다른 방법에서 찾으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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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트가따뜻
그리고 하나 강조하고 싶은건 님은 주위 사람들이 인격적으로 훌륭해서 님을 도와주고 있고 님은 능력이 없다고 하시는데. 그건 님이 그만큼 같이 일하고 싶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싫은 사람이면 그렇게 해주겠어요? 님은 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을 잘하시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남이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 님이 훌륭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스트레스가 없는거라고 생각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안됐죠. | 19.11.11 1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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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일 잘하고 싶은데 그건 안되고 뭔가 동료들에게도 미안하고 자꾸 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나 혼자 스트레스 받고... 주변에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란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천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엘리트도 아닌데 고작 한달도 안 지난 새로운 직장에서 뭔가 성과를 내는거 자체가 넌센스라는 걸 깨달았어요. (당연한 소리인 것이 그럼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바보라서 엄청난 성과를 못 내는 걸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님께서도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스스로를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마세요. 그러다 정말 혼자 무너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변 동료들이나 상사와도 본인의 생각을 나누시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정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글쓴님께서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그걸 빌미로 공격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조언을 많이 해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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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사회생활 힘들죠 그냥 시키는것만 잘하고 좀 야근해야될 삘이다 싶음 눈치것 남아서 하고 그랬네요 그냥 잘보이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게을러보이게 움직이는것도 싫어서 그랬는데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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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난 좋은 환경에 있는데 죽고싶은 기분이 계속 드시는 거죠? 저도 그런 기분이 수시로 들어서 고민중 입니다. 최대한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과 기분, 뭘하면 행복할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안 좋은 기억, 풀리지 않는 고민을 생각하다보면 자꾸 늪처럼 깊게 빠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