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타고 들어와서 고민글을 보고 루리웹에 처음 글 쓰네요.
긴 글을 보니 고민과 아픔이 그만큼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원글은 지워졌지만 답글을 적어요.
먼저 고민글을 쓰신 님이 해외 시장에 팔릴 만한 이야기를 짓고 싶다고 했어요. 하신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장르와 업계를 불문하고 다들 진지하게 해 보는 고민이라고 따뜻하게 말해주고 싶어요. 최근 컨텐츠 사업하는 곳은 번역 욕심이 많아요. 조금이라도 잘만 되면 번역에 손대겠다는 의욕이 있는데 좋은 욕심이지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데 시장 문제는 기실 흔해요. 예를 들어 남미처럼 한 쪽으로 치우친 문화 시장에선 어떤 이야기를 쓰더라도 어느정도 해외를 의식하고 써야 살아남아요. 남미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짙은 책이 조금 팔리고. 한국은 동화와 학습서 위주죠. 유럽도 전에는 각자 자국말로 책을 쓰기보다는 프랑스같이 큰 시장에 의존해야 문화를 겨우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다지 옛날 일도 아녜요.
조금 덧붙이면 기성 문단도 해외 시장에 힘써왔어요. 다만 아무래도 예전 걸작은 민족문학에 치중했다 보니 하얀 전쟁 같은 걸 빼면 신통치 않았지만요. 그런것도 이유가 있어요. 한국어가 어휘가 는 게 정말 최근이에요. 원래 한국말은 농경 사회를 묘사하던 소박한 말이었었는데요. 아주 세세한 높임말이라든지 가부장적이고 좀 옛스런 생각을 담고 있었지요. 이 말로 현대 사회나 다양한 것을 그려내기가 막막했어요. 작가들이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분투해서 많은 일을 해냈어요. 요즘은 한국어로 얼마든지 재미있고 쉽게 쓰는 사람이 많아요. 종이책, 웹소설, 무협 가리지 않고요. 그러기까지는 쉬워 보이는 말도 자꾸 써봐야 늘어요. 고민글을 쓴 님도 너무 국내 시장에 좌절감을 느끼지 말고, 하나하나 배울 만한 것들을 가려 배우는 눈을 길러보세요. 글쓰기라고 뭔가 별로 특별한 건 없는 일이에요. 기성 글들에 못마땅한 점이 있거나 하루라도 살아남으려고 써내는 펄프물에 모멸감을 느낄 수도 있겠고 현실에 얼마든지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요. 자신이 기본기가 없거나 조금 약한데 남들 쓰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는 생각부터 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마음을 꾹 누르고 기본부터 배워야 살아남아요. 프로그래밍을 배우거나 직업으로 요리를 배울때하고 전혀 다르지 않아요. 남이 하는 게 싫다면 우선 더 배워야 해요. 다른 사람들이 이룬 좋은 것들을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해요.
앞으로 자기가 어떻게 작가로 커나가겠다는 계획은 실제로 글을 써보고 겪으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전 글쓴님 계획이 무엇이든지 걱정은 안 들어요. 한 장이라도 써나가면 실제로 부닥치게 될 거고 거기에서 뭐가 가능하고 뭐가 안 될 지 스스로 깨달을 테니까요. 괜찮아요. 하고 싶은 방향대로 해보세요. 경험을 통해서 생각을 바꾸고 자기의 좋은 점을 살려 나가면 돼요. 그러다 한탄도 푸념도 할 수 있고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어요. 사람인데 하죠. 다만 절망, 조급함에 빠져 어떤 절박함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짓거나 음악을 한다고 출발하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에 많이 앞서 일하는데 방해가 되어요. 힘차게 나아갈 힘을 얻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거예요.
아 글쓴 님이 나이를 밝히셨으니 저도 늦게 밝히면 삽십대 중반이 넘어가요. 나는 외국에서도 먹힐 이야기를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은데.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 막막하다. 하면 실은 쉽게 생각하는데서 용기를 낼 수 있어요. 토로하신 것처럼 완벽하게 준비해서 완벽하게 하자보다는요. 불완전하게라도 준비해 시작하세요. 완벽해지고 싶은 사람은요, 불안해서 쓰질 못해요. 일단 완벽하자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은 불완전하지만 해보자는 데서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이상적인 자기의 완벽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을거예요.
완벽이란 이름의 불안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어요. 사실 완벽주의는 벼랑 끝으로 자기를 몰아세워 하는 게 아니라 수학적인 사고로 냉철하게 하루 할 만큼을 차곡차곡 쌓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여기는 글쓴님이 궁금하실 부분이니 길게 쓸게요. 외과의사 선생님처럼 묵묵히 연습하고 실수를 줄여 어느 날 준비되면 환부를 도려내듯 일하는거죠. 그렇게 일하는 방식에서 감정적인 고조는 어울리지 않아요. 이야길 막상 옮겨 적는데 막 쿵쾅대고 흥분하고 그러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데 좋지 않은데요. 의사 선생님이 정해진 시간 프로답게 일에 임하고 수술실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감정적으로 일하지 않으려고 주의하듯이요. 감정을 고조시켜 일하거나 자기가 좋은 컨디션이 될 때를 기다려서 일하려고 하면 아예 일 못하고 망치기 쉽고 몸에 해롭다고 생각해요. 자기에게 맞는 일하는 순서가 있을거예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하는 절차를 익히라는 건데요. 어느 직업이든지 다 해요. 중장비를 운전하는 사람이 경력이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차에 타지 않잖아요. 들어간 현장도 봐야 하고 운전하는 자세에 몰입하고. 익숙해져서 남이 보기에는 별 생각 없이 하는듯 보이는거죠. 글쓰는 절차를 혼자서만 개발하기보다는요. 훌륭한 남들을 잘 보고 배워서 절차대로 하나하나 기계적으로, 절제된 마음으로 일하는 습관이 글쓴님을 크게 성장시키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민을 토로하면서 느끼셨던 흥분은 다 가라앉히고. 일을 할 때만은 클리니컬하게 해보잔 생각을 해보세요. 어디까지나 스스로 만족을 못해 글을 시작하기 힘들다는 예민하신 분을 위한 조언이에요. 예리하고 예민하게 생각하다간 부담에 지쳐 심신이 피폐해질 수 있어요. 미국의 기인 작가 코맥 맥카시나 한국의 가수 임재범님처럼 몇 년에 걸쳐서 자기를 갈고 닦아 드문드문 작품을 내고 살려고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그 분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성실하게 일해서 그리 할 수 있는 거예요. 그 점은 꼭 염두에 두어야지 싶어요.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라고 특별할 건 없어요. 다른 모든 직업이나 운동하는 것하고 똑같이 성실해야 하고요. 성실하게 몸만 키워서는 운동하다가 어느 순간 한계가 오듯이 자기만의 것을 발견해 감싸안고 키워야 해요. 거기에서 앞으로 잘 되느냐 마느냐가 갈린다고 봐요. 그게 안 되면 운동을 시작한 아이중에 많은 아이가 선수가 되지는 않는 거랑 비슷해요. 그렇다고 선수가 안 되었으니 실패한 인생일까요. 아니죠. 다른 걸 하면서 살아가죠. 실패할 것을 두려워해서 시작 못하지 마시고. 이야기를 써보시고. 이따금 힘들면 인터넷 커뮤니티처럼 공개적인 곳에 자기 마음을 서툴게 풀어내면 가슴아픈 말을 많이 당할 수 있으니까. 그보다는 자기 마음에 맞는 글친구를 꼭 사귀세요. 그러면 긴 연습기간을 버틸 힘을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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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도 걔는 별 관심없을꺼에요.... 오타쿠들이 그렇더라고요....지 잘난맛에 사는 애들이라 현실을 알려주면 외면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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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간격 좀 두배로 늘려주시면 안될까요? 가독성이 좀 떨어져서 읽기 힘든거 같아요.' 라고만 해도 비추는 안박혔을 껀디. 무슨 면접관이나 직장상사마냥 써놓고는 지가 뭔 잘못했는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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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글들이 상당수 올라오는데 거기에 부정적인 답글이 꽤나 쓰여있으면 지우고 도망가는게 좀 안타깝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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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멋지고 응원되는글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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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어봐도 글의 구성을 생각해본 사람이 적은 글이라는게 느껴지는 글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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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댓글 감사해요, 폰으로도 잘 보이나 나중에 봐야겠어요 | 17.12.23 22: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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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읽는 분들 글 좀 편하게 읽어라고 두 배해달라고 했더니 비추봐라.... | 17.12.24 10: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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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연금술
'줄 간격 좀 두배로 늘려주시면 안될까요? 가독성이 좀 떨어져서 읽기 힘든거 같아요.' 라고만 해도 비추는 안박혔을 껀디. 무슨 면접관이나 직장상사마냥 써놓고는 지가 뭔 잘못했는지도 모름; | 17.12.24 12: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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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제가 아래에 있어본적이 없어서 잘 몰랐습니다. 열심히 사세요. 파이팅 | 17.12.24 16: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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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17.12.24 16: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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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있어본적이 없는게 아니라 위를 올려 본적이 없는거겠죠 | 17.12.25 0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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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쎼요.. 전 관리직만 해서 잘 모르겠네요. 항상 뭔가 시키는 입장이라서요. | 17.12.25 16: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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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지적에 이런식으로 굴 테니까 앞으로도 진전이 없겠네요 | 17.12.26 17: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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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멋지고 응원되는글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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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도 걔는 별 관심없을꺼에요.... 오타쿠들이 그렇더라고요....지 잘난맛에 사는 애들이라 현실을 알려주면 외면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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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마리오지지
유사한 글들이 상당수 올라오는데 거기에 부정적인 답글이 꽤나 쓰여있으면 지우고 도망가는게 좀 안타깝더라고요... | 17.12.24 11: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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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어봐도 글의 구성을 생각해본 사람이 적은 글이라는게 느껴지는 글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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