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이야기입니다.
잊을 수 없는,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9월의 일입니다.
그날은 5교시 수업이 있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저와 친구 준은 함께 하교하고 있었습니다.
"나 오늘 사토 속옷 봤다니까~"
"진짜?! 무슨 색이야!?"
이때 준이 무슨 색이라고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연한 색이었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앞에서 어떤 여자가 걸어왔습니다.
푸석푸석한 긴 머리, 묘하게 큰 키, 누렇게 바랜 누더기 같은 원피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섬뜩한 모습으로, 그 마른 나무 같은 가는 팔에는 늘 거무튀튀한 곰 인형이 안겨 있었습니다.
"야, 또 그 할머니다."
준이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항상 이 시간에 이곳을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5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면 매번 마주쳤습니다.
"야 히로시, 너 가서 인사 좀 하고 와봐."
"싫어! 쟤 구린내 나잖아."
오줌 지린내 같은 냄새를 풍기는 그 여자를, 저희는 재미있어했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이상한 사람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럼 내가 갔다 올게!"
"어..."
준은 여자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안고 있던 인형을 휙 가로채서 돌아왔습니다.
"헤헤. 득템했지롱. 아, 근데 구려."
"야, 너 뭐 하는 거야!"
의기양양하게 웃는 준과는 달리, 저는 아무래도 좀 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마른 여자라고 해도, 화나면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요.
그러나 여자는 그 자리에서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끝없이 섬뜩한 여자였습니다.
"이 인형도 구린내 나! 얘가 이 냄새의 원인인가!?"
곰 인형의 귀를 잡고 들어 올리며 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히로시 너도 냄새 맡아봐, 자!"
저에게 인형을 던졌습니다.
"으악! 뭐야, 던지지 마..."
"......"
".........응?"
던진 충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형의 등 쪽 봉제선이 크게 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안에 든 것이 아주 조금 보였습니다.
"야 준, 안에 뭐 들어있어..."
준이 들여다보려고 다가왔습니다.
"팥 아니야? 할머니가 팥 주머니에 넣으시던데."
아니, 팥이 아닙니다. 촉감상 뭔가 울퉁불퉁한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잠깐 줘봐!"
준이 인형을 낚아채더니, 터진 틈에 엄지손가락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등을 '쫙' 하고 찢어 열었습니다.
"윽... 구린내......"
"......근데 이거......"
그 안에 들어있던 것은,
말라 비틀어진 작은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검은색으로, 딱딱하게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마치 마른 오징어 같았습니다. 주변에는 10마리 정도의 작은 벌레들이 부산하게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히로시... 이거......" "뭐... 뭐야 대체......"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우리.
문득 고개를 들자, 바로 눈앞에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갈라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마저... 내 아이를 빼앗아가는 거니...?""
"꺄아아아아아!!!"
인형을 내던지고, 저희는 정신없이 뛰어서 도망쳤습니다.
이날 이후로 그 여자를 만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말라 비틀어진 아이와 여자의 모습은 눈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