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을 꿈꾸었던 있던 S. 지금이야 연예계에서 사고물건에 사는 것이 하나의 개그 소재가 되곤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화제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S는 대학 졸업 후 취직하지 않고, 개그맨 양성소에 다니고 있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그맨을 꿈꾸게 된 것이다. 물론 부모의 지원 같은 것도 없다. 아버지는 S를 불효자라며 욕하고, 거의 강제로 집에서 쫓아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할 장소를 정해야 했다.
운 좋게도, 우연히 들어간 부동산에서 엄청 싼 방을 소개받았다. 낡은 아파트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원룸이었다.
욕실도 변기도 있다. 개그맨 지망생 같은 가난뱅이가 살기엔 과분한 곳이었다. 왜 이렇게 싸냐고 묻자, 부동산 직원은 “개그맨 지망생이라면 이야기 소재가 될거에요”라며 씨익 웃는다.
S는 그 말만 듣고 자세한 설명도 듣지 않은 채 입주를 결정했다. 그것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이삿날 첫날부터 시작됐다.
피곤해서 짐 정리도 대충 하고, 이불을 펴고 누웠다. 불을 끄고 잠들려던 순간이었다.
S의 등 뒤에는 창문이 있었다. 창밖에서는 차가 달리는 소리만 들린다. 점점 의식이 흐려지던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창문을 “쾅!” 하고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S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소리가 났던 창문을 봤지만 아무도 없다. 게다가 창문에는 작은 금이 가 있었다. 부동산에서 막 갈아 끼워준 유리였다.
S는 ‘누가 장난치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곧 부동산 직원이 말한 것이 이거였다는 걸 깨달았다. 방은 2층이다. 창밖에는 아무 건물도 없다. 밖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건 불가능하다. S는 무섭기보다 이런 신기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에, 개그 소재가 생겼다는 사실에 들떴다.
다음 날 친구를 불러 이야기하자, 친구는 “뭐야 재밌겠는데? 오늘 그냥 여기서 자고 가도 돼?”라고 말했다.
둘이서 술을 마시며 떠들던 어느 시각, 둘 다 술기운에 눕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제와 똑같이 “쾅!” 하는 소리가 창문에서 났다.
둘은 벌떡 일어나 창을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다. 전등을 켜고 창문을 확인하니, 어제보다 금이 더 크게 퍼져 있었다.
친구는 “진짜로 일어났네…”라며 아까까지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기운이 빠져 있었다. 그리고 “여기 좀 위험한 거 아니냐…”라고도 했다. 하지만 S는 “그래도 이야기거리 되잖아”라며 강한 척했다.
그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혼자 생활이 시작됐다.
알바를 마치고 이불 속에 들어간다. 깊은 밤, 역시나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창유리의 금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불안해진 S는 유리에 테이프를 붙여 금이 더 퍼지지 않게 했다. 하지만 매일 밤, 창은 계속 두드려졌고 금은 점점 크게 번져갔다. 조금만 더 하면 유리가 깨져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두려움보다도 호기심, 아니 ‘이거면 엄청난 개그 소재가 되겠다’는 기대감이 앞섰다.
“창문을 두드리는 게 누군지 직접 봐야겠다. 범인을 잡아내고 말겠어.”
S는 마음을 굳혔다. 밤 중, 어두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창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커튼을 열고, 가로등 불빛이 어슴푸레 들어오는 창문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니, 시야 한쪽에 무언가가 스쳤다. 그 순간—
“쾅!”
엄청나게 큰 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보통 성인의 몇 배는 되는 크기의 ‘손바닥’이었다. 손바닥이 유리를 덮어버려 방 안이 한순간 새까매졌다. 그러고는 유리가 일부 깨져 바닥에 흩어졌다.
다음 날, S는 방을 나갔다.
나는 왜 나간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포가 호기심을 이겼어요. 그 손 크기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유리가 깨지고, 그 틈 사이로 커다란 남자의 얼굴이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만약 유리가 전부 깨졌다면… 분명 안으로 들어왔을 겁니다.”
유리를 다시 붙여도, 분명 또 나타날 것이다.
그 거대한 남자의 얼굴은 마치 우리가 벌레를 들여다볼 때처럼, 넘치는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고 한다. 들어오게 되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분명 벌레처럼 취급되었을 것이다.
S는 그렇게 생각해 방을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S는 이야깃거릴 얻었지만, 자신에게 개그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지금은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다.
가끔 손님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조금은 무서워해 준다. 무서워해 준다면 그 경험도 헛되지는 않았다며 그는 웃으며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