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해졌습니다.
저희 부부는 좀처럼 아이를 갖지 못했어요.
겨우겨우 생긴 아이도 유산하고 말았죠.
지금도 꿈에 나옵니다. 배도 제법 불러 왔는데, 어찌나 밖에 마시러 나가고 싶던지……
무리해서 나간 탓에 배가 아파졌고…… 그러다가 이동 중이던 역의 화장실에서 흘러나와 버렸습니다.
그때는 정말 엉엉 울기만 했고, 목숨을 끊는 것까지 생각했지만, 남편의 지지도 있어서 어떻게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일을 겪고서야, 비로소 태어나 준 아이가 하루였어요.
하루는 저를 닮아 내성적인 아이였고,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습니다.
유치원에서도 늘 혼자 모래놀이만 하고, 집에 와서도 계속 침울해 있었어요.
남편과 둘이 많이 걱정했습니다.
이 아이가 제대로 훌륭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 하고.
그 걱정은 우리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루가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 겁니다.
“미이짱은 말이야, 엄청 착해!”라고.
처음엔 친구가 생긴 줄 알고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유치원을 몰래 보러 갔더니, 하루는 평소처럼 혼자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달라진 점은 딱 하나, ‘아무도 없는 허공’과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죠.
이른바 상상 친구라는 거겠죠.
하루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어버리고, 그 존재에 ‘미이짱’이라는 이름을 붙인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뭐,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까, 억지로 그만두게 하지 않고 적당히 맞춰 주었습니다.
문제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미이짱이 나타난 지 조금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유치원 안에서만 존재하던 미이짱이, ‘집에 오기’ 시작한 겁니다.
“엄마, 미이짱 왔어!” 하고 하루가 웃으면서 말했어요.
미이짱이 진짜로 거기에 있는 것처럼 대해주지 않으면, 아이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러니까 미이짱이 실제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했고, 그게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오던 미이짱이, 점점 더 자주 오기 시작했고, 저도 남편도 완전히 지쳐 갔습니다.
그 시절 저도 남편도, 아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미이짱, 제발 빨리 사라져 줘……’
그리고 그렇게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날은 미이짱이 오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그날따라 유난히 외로워하며, 도무지 잠을 자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만큼 졸렸지만, 하루가 자야 저희도 잘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든 재우려고 필사적으로 달래봤지만, 시간만 계속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쯤이었을까요.
하루가 갑자기,
“아! 미이짱 왔다!” 라고 말한 겁니다.
저희 부부는 절망했습니다.
왜냐면…… 또 못 자게 되잖아요.
난처한 표정을 짓는 저희와는 달리, 하루는 벌떡 일어나 현관까지 달려갔고, 문을 열었습니다.
물론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무도 없는 현관’을 본 하루가 울기 시작한 겁니다.
“미이짱이 아니야!! 누구야!? 무서워!”
“미이짱이 아니야! 미이짱이 아니야!”
“싫어! 오지 마! 그만해!”
하고 울부짖는 겁니다.
저희도 정말 무서웠습니다.
서둘러 현관문을 닫고, 셋이서 이불 속에 파고들어 어떻게든 잠을 청했습니다.
하는 그렇게 울고 난 뒤였는데, 신기하게도 금세 차분해져 순순히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미이짱은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하루 역시 미이짱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게 되었고, 사람이 달라진 듯 밝아졌습니다.
그날 일은 무서웠지만, 솔직히 안도했습니다.
이제 하루는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겠구나.
분명 친구도 생길 거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그렇게 어려워하던 친구도 금방 생겼고, 유치원도 즐겁게 다녔습니다.
싫어하던 채소도 먹게 되었고,
읽기·쓰기 공부도 예전엔 싫어하더니 이제는 순순히 열심히 공부하고,
쉬는 날 전날 제가 늦게까지 술 마시고 돌아다녀도 집에서 얌전히 기다려주고,
저희 부부가 매일 밤 늦게까지 싸워도,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까지 해줍니다.
제가 집안일을 귀찮아하며 하지 않으면,
하루가 대신 전부 해줍니다.
정말, 이상적일 만큼 완벽한 딸이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루가 이런 말을 묻는 겁니다.
“나, 좋아해?”
물론 너무 좋아하지.
하이볼을 든 채로, 바로 대답해 줬습니다.
그러자 하루(…일까요?)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왜?’
*
*
*
‘왜 나를… 화장실에 흘려버렸어?’
‘그 애보다 내가 더 귀여운데, 왜 그 애만 사랑해?’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
。
*
*
*
미안해…
유산해 버려서……
[完]
(IP보기클릭)39.7.***.***
그러니까... 하루라는 딸 이전에 임신했던 애는 임신 중에 술 먹었다가 유산됐다..는거죠...? 그리고 지금 유치원 다니는 딸이 미이짱인지 뭔지에 씌여서 성격이 바뀌고 엄마 대신 집안일을 다 해주니까 "완벽한 딸이 됐다" 면서 엄마는 즐겁게 술 까고 있고? ㅎㅎㅎㅎㅎ 저 글의 화자가 진짜 호러네
(IP보기클릭)39.7.***.***
그러니까... 하루라는 딸 이전에 임신했던 애는 임신 중에 술 먹었다가 유산됐다..는거죠...? 그리고 지금 유치원 다니는 딸이 미이짱인지 뭔지에 씌여서 성격이 바뀌고 엄마 대신 집안일을 다 해주니까 "완벽한 딸이 됐다" 면서 엄마는 즐겁게 술 까고 있고? ㅎㅎㅎㅎㅎ 저 글의 화자가 진짜 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