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들은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악질적인 괴롭힘을 하는 게 일상이었고,
수업 방해도 심해서 교육위원회에서 감사가 올 정도로 행실이 나쁜 녀석들이었다.
나야 집중적으로 표적이 된 건 아니었지만, 얽히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놈들을 싫어했다.
어느 날, 공원에 놀러 갔더니 놈들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떠들썩하게 즐거워하고 있었다.
무얼 하고 있나 궁금해 몰래 들여봤다, 말문이 막혔다.
놈들은 근처 슈퍼에서 훔쳐온 듯한 드라이아이스로 원형 진지를 만들고
그 안에 잡아온 곤충이나 개구리 등을 넣어 괴롭히며 놀고 있었던 것이다.
추위에 약한 변온동물인들이 그걸 버틸 리가 없었다.
놈들은 그걸 ‘코큐토스’라고 불렀다.
초등학생의 어휘에서 나올 만한 단어가 아니니, 아마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 배워온 거겠지.
코큐토스란 지옥의 최하층으로, 죄인을 얼려 가두는 얼음 감옥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얼음 속성을 표현하는 말로도 자주 쓰인다고 들었다.
놈들이 만들어낸 코큐토스는 규모는 작아도 정말이지 지옥 그 자체였다.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얼려진 것이 죄인이 아니라 아무 죄도 없는 생명체들이었다는 점이다.
그 흉측한 광경과, 최악의 녀석들이 모두 모여 있는 그 공원은
내게도 지옥이나 다름없었고, 나는 전력으로 달아났다.
그날 밤,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 일진들에게 위협을 느끼며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시간이 지나 겨울방학이 되었다.
놈들을 보지 않아도 되는 날들을 즐기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일진 무리가 스키 여행을 갔다가 설산에서 조난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겨울방학이 끝난 뒤, 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모아 조회가 열렸다.
일진 무리는 결국 전원 동사했다고 한다.
놈들은 조난되기 전에 설산에서 다람쥐인지 토끼인지 작은 동물을 발견하고
그걸 괴롭히고 있었다고 한다.
그걸 쫓아다니다가 조난된 모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설산이 놈들의 코큐토스가 된 것이다.
놈들이 죽은 것이 괴롭힘당한 생물들의 원한 때문이라고도,
조난의 원인이 된 작은 동물이 응징을 위해 나타난 것이라고도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일은 오컬트 같은 게 아니라,
무심코 생명을 빼앗는 잔혹함이 결국 설산에서의 경솔한 행동을 부르고
사고로 이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놈들이 마음대로 설치고 다닐 때는
이 세상에 권선징악 같은 편리한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악인은 더 쉽게 지옥에 떨어지는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지옥이란, 생전에 지은 죄를 죽어서 심판받는 그런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사실은 바로 여기저기에 입구가 있어서
악인이 발을 헛디뎌 떨어져 내려오기를 입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나는 그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