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온 나를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퍼붓던 다른 아이들과 달리, 레이는 교실 한쪽 구석에서 혼자,
마치 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듯한 얼굴로 턱을 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레이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이 아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온 걸까.
그 뒤로 친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이는 반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존재였다.
정확히 말하면, 심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모두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책상에 국화꽃이 놓여 있고,
책상이 멋대로 치워져 있는 것,
같은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말 심하다. 진짜로.
하지만 나도 레이와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아이들에게 차갑게 쳐다보이기 시작했고,
점점 기피당하게 되었으며 어느새 나도 무시당하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급히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다른 아이들과도 말해보려고 했지만,
레이가 극도로 싫어했다.
“너는 나만 있으면 되잖아?”라고.
그때 흐릿하게 가라앉은 레이의 눈이 너무 무서워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점점 레이는 나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멀리서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것이다.
결국 레이 말고는 친구가 생기지 않았다.
그 흐릿한 눈으로 무언가를 말하면,
저항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레이가 말했다. “우리 집에 와 줘.”
“앞으로 계속 우리 집에 있어도 돼” 같은 말을 꺼내길래,
하하하… 하고 억지웃음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덜덜 떨고 있었다.
그래서 방과 후, 알려준 주소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처음 레이의 집을 봤는데—
음, 보기 좋게 말해도 예쁜 집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초인종을 눌러 봤지만 고장 났는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두드리며
“레이! 왔어!” 하고 외치자,
“문 열려 있으니까 들어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공허하고, 이상하리만큼 억양이 없는 목소리였다.
“실례합니다~” 하고 말하며 문을 열었다.
집 안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왜냐하면, 명백히 폐허였기 때문이다.
바닥의 장판 같은 건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고, 먼지가 잔뜩 뒤집어쓴 신발이며 생활용품, 인형들 같은 것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게다가 목구멍을 찌르는 듯한, 곰팡이와 먼지의 엄청난 냄새가 났습니다.
조금 숨이 막혀 기침이 났다.
하지만 레이가 안에 있다.
여기서 그냥 안 들어가면 또 무서운 얼굴로 노려볼 것 같아서,
“레이? 어디에 있어?” 하고 큰소리로 부르며 레이를 찾았다.
어느 방을 들어가도 엄청나게 황폐해져 있었고, 생활 흔적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전기조차 켜지지 않았다.그리고 냄새는 더욱 심했다.
곰팡이나 먼지만이 아니라, 다른 냄새도 가득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작은 동물들이 여러 마리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 사체 냄새가 정말 끔찍했다.
계속 부르며 찾고 있는데,
“여기 있어” 하고 아까처럼 억양 없는 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빠진 바닥을 조심해가며 계속 찾아다녔다.
정말 열심히 찾아봤지만, 레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까 들린 그 목소리는 도대체 뭐였을까.
슬슬 무서워져서 그 집을 나왔버렸다.
집을 나올 때,
“벌써 가는 거야?”
라는 목소리가 들려서, 정신없이 달려 도망쳤다.
바보 같죠.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뛰어서 돌아가다니.
하지만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 엄마가
“벌써 돌아왔어?”라고 물었지만,
“그냥… 이것저것 있어서”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에게 전화도 해봤지만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고객께서 전화를 거신 번호는 현재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라는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레이 말고 유일하게 대화가 가능한 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받아주었습니다.
그게 좋았던 건지, 아니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미안, 갑자기 전화해서.”
“아니, 괜찮은데… 무슨 일이야?”
“저기… 레이 집 말이야…”
“레이? 아아… 병원 뒤쪽에 있는 곳 말이지? 어떻게 알아?”
“가르쳐줘서 알지… 근데, 거기에 아직 레이 살고 있어?”
“아직 살고 있어? 너 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거야?”
“레이는 재작년에 그 집에서 자살했어.”
“가족 동반 자살이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몰라.”
그 뒤의 기억은 흐릿하다.
아마 멍한 상태로 밥도 먹고 목욕도 했던 것 같다.
도무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날, 당연히 잠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새벽 1시쯤 집의 유선전화가 울렸다.
그런 시간에 말이다.
엄마가 비몽사몽한 발걸음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하고, 일부러 높은 목소리를 내시며 전화를 받았다.
“아, 우리 아이가 항상 신세를…… 네. 그러세요? 네? 굳이 그렇게까지?
죄송해요, 그렇게까지…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괜찮아요.
나중에 가지러 가게 할 테니까요…… 아뇨 아뇨, 정말로……
정말 죄송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에에……
어떻게든 꼭 오시겠다고 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정말.”
대략 이런 대화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엄마가 내 방 문을 열었다.
“리에, 네 친구 부모님이라는데.”
“뭔가 두고 갔다고 하면서…… 전혀 말이 안 통하고 난감하더라.”
“그래서,”
“지금부터 다 같이 온대.”
레이…
나, 이제 너를 만나고 싶지 않아.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