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들어가면 안 되는지 물어봐도, 부모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면 오히려 들어가 보고 싶어지는 게 아이들이라는 존재다.
그래서 나와, 절친한 친구였던 케이타, 코이치, 아키라 — 이렇게 넷이서 대나무숲에 가 보기로 했다.
잊을 수 없는,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었다.
대나무숲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전체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주변은 늘 조용해서, 차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도 누가 볼 일은 없었다.
우리는 대나무숲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말을 꺼낸 장본인 케이타를 선두로 울타리를 기어올라 숲 안으로 들어갔다.
대나무숲 안은 여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서늘했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대단한데,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안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었구나.”
카메라를 가져온 코이치가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대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쳐 들어오고, 마치 카구야 공주의 세계 같은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가고 있을 때, 아키라가
“야, 저거 봐!” 하고 소리쳤다.
아키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작은 건물이 있었다.
아키라: “저기 한번 가보자.”
나: “사람 있으면 어떻게 해?”
아키라: “있을 리가 없잖아. 폐가겠지.”
조심스럽게 건물에 다가가 보니, 확실히 너덜너덜하게 오래된 폐가 같았다.
2층짜리 일본식 건물이었고, 출입문의 문은 부서져 반쯤 열린 상태였다.
“이거 안에 들어갈 수 있겠는데?”
케이타가 그렇게 말하며 문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야… 그만둬라니까…”
나와 코이치는 겁이 나서 말리려 했지만, 케이타를 따라 아키라도 들어가 버렸다.
“하아~ 저 녀석들 진짜 무서울 게 없네.”
코이치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나도 동감이었다.
어른에게 들켜 혼날까 봐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컸던 건… 어쩐지 싫은 느낌이었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왠지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케이타와 아키라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건물에서 나왔다.
“오, 다녀왔냐. 어땠어?”
내가 묻자, 케이타는 땀 범벅이 된 이마를 티셔츠로 훔치며
“가자.” 하고 한마디만 했다.
아키라도 말없이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두 사람의 얼굴빛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 이후 우리 둘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자전거를 죽어라 밟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코이치에게 전화로 불린 나는 코이치의 집으로 향했다.
“저 둘… 뭔가 이상했지?”
코이치도 역시 뭔가 꺼림칙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 생각해보면… 그 집 안에서 뭔가 본 거 아닐까…”
코이치는 그 후 케이타와 아키라에게 전화를 걸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둘 다 피곤해서 자고 있다는 말만 듣고 통화는 못 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도 전화해봤는데, 둘 다 열 나서 누워 있다더라.
이상하지 않아? 둘이 동시에? 분명 뭔가 있어.”
코이치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코이치는 그 건물 안에 ‘뭔가’가 있었고,
케이타와 아키라가 그것에게 저주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코이치네 집에서 돌아오자, 할아버지가 집에 와 계셨다.
생각해보니 할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이 마을에 살았다.
혹시 그 대나무숲에 대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대나무숲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숨긴 채, 슬쩍 물어보았다.
“아, 거긴 말이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한 건 예전부터 유괴 사건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야.
그쪽은 사람도 잘 안 다니고, 해 지면 가로등도 거의 없어서 깜깜해지잖아?
게다가 대나무가 빽빽해서 안이 잘 안 보이고.
그래서 애들한테 ‘거기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 거지.”
아, 그런 거였구나.
저주니 뭐니 상상하고 쫄았던 게 바보 같았다.
결국은 수상한 사람에게 잡혀갈 위험이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는, 단순한 주의였던 거다.
“그럼… 거기서 귀신이 나온다거나 그런 건 아니구나?”
내가 웃으며 말하자, 할아버지가 갑자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유괴가 많았다는 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내세운 이유다.
거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 그 대나무숲 한가운데에 작은 집이 하나 있었고,
그곳에는 어느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 부부는 사이도 아주 좋고 이웃과의 관계도 원만했지만,
어느 날 아내가 유산을 하게 되었다.
아내는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듯 망가져 버렸고,
주민들에게 “네가 내 아이를 죽였어!”라며 공격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그 일을 계기로 남편은 자살하고,
아내는 한동안 대나무숲을 방황하다가
어느 날 근처 강에서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
그 후, 대나무숲 근처에서 놀던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끝내 발견되지 못했는데,
어느 날 실종되었던 아이 하나가
텅 비어버린 부부의 집 안에서 발견되었다.
그 아이는 너무나 끔찍한 일을 겪었는지
머리가 노인처럼 하얗게 새어 있었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던 그 집의 아줌마가
아이들을 잡아서 먹고 있었어.”
당연히 누구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아이의 몸에는 분명
누군가에게 물린 듯한 치명적인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때부터였나. 대나무숲을 울타리로 둘러쳐서,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지.
지금도 정기적으로 높은 지위의 신주님을 불러서 제령을 한 것 같지만……
아마 이제 저곳은 이미 끝난 장소일 거야.”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대나무숲에 들어간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케이타와 아키라가 몸 상태를 망치긴 했지만,
우리 넷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기적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
“부부가 살던 집도 아이가 발견되고 곧바로 철거됐어.
지금은 대나무숲 안에 더 이상 집이 없지만,
부부의 원념은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
……집이 철거됐다고? 지금은 집이 없다고?
“……그 부부가 살던 집 말고 다른 건물은 없었던 거야?”
“없었지. 내가 예전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건물은 그 집 하나뿐이었어.”
그럼 그때 우리가 본 건 도대체……
며칠 뒤, 코이치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지금 우리 집에 올 수 있어? 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집에 가 보니, 코이치가 사진 뭉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무슨 사진이야?”
“그날 대나무숲에서 찍은 거.”
그러고 보니, 코이치는 카메라를 챙겨 왔었지.
“현상해도 될까 고민했는데…….”
코이치가 찍은 사진들을 한 장씩 넘겨 보았다.
대나무숲의 사진은 빛이 들어오는 모습도 예쁘고 매우 잘 찍혀 있었다.
하지만 몇 장을 보고 나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거…… 이런 거 있었나?”
대나무 사이에서, 작은 아이 같은 얼굴이 여러 개 힐끗힐끗 보이고 있었다.
빛 때문에 그렇게 보인 건가 싶었지만,
코이치 말로는 “현상한 뒤 시간이 지나니까 얼굴이 떠올라서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코이치에게도 모두 전했다.
코이치는 우리가 본 그 집이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말을 잃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대나무숲 안에 건물이 있다든가 하는 얘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지……”
코이치는 뭔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코이치, 너…… 혼자서 또 거기 가볼 생각 하는 건 아니지?”
내 질문에, 코이치는 마치 찔린 듯 가볍게 웃었다. “하핫……”
길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여름방학이 끝났다.
케이타와 아키라가 걱정됐지만, 둘 다 완전히 회복되어 등교해 왔다.
다만 이상하게도 둘 다, 대나무숲에 들어갔던 기억을 잃은 듯했다.
(뭐… 억지로 떠올리게 할 건 아니니까.)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코이치가 오지 않았다.
나: “어? 코이치는 결석?”
케이타: “글쎄…… 못 들었는데.”
아키라: “여름방학 끝난 거 잊은 거 아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실 그 후로 나는 매일 코이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제도 “내일 학교에서 보자!”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몸이 안 좋았다면 연락이 왔을 텐데, 학교에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방과 후에 코이치의 집에 가 보기로 했다.
코이치의 집은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저기요! 아무도 계세요!”
아키라가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때 옆집의 문이 덜컥 열렸다.
“거기 사람들, 이사 갔어. 이제 아무도 없어.”
40대쯤 되어 보이는 옆집 여자가 귀찮다는 듯 말했다.
“네? 이사했다고요? 에? ……?”
“그래. 며칠 전쯤이었나. 갑자기 이사 트럭 같은 게 오더니,
가족이 전부 도망치듯이 어디론가 가버렸어.
소문엔 아들이 아팠다나 뭐라나, 그런 얘기도 있어.”
그 여자의 말로는, 축 늘어진 코이치를
어머니가 안고 택시에 타는 걸 본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럴 리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된다.
어제도 통화했는데.
학교에서 보자고 했는데.
당연히 코이치 가족이 갑자기 사라진 일은 학교에서도 큰 문제로 번졌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교장의 단독 결정으로
“코이치는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는 식으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한동안 반에서는 코이치에 대한 온갖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지만,
겨울방학이 다가올 무렵에는 그런 이야기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 후로는 별다른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케이타와 아키라는 여전히 대나무숲에서의 기억을 잃은 상태였고,
굳이 다시 떠올리게 할 생각도 없었다.
무엇보다, 코이치가 사라진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그곳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흐르고, 나는 사회인이 되어 고향을 떠났다.
대나무숲에서의 일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는 그곳에서 무서운 일을 직접 겪은 적이 없었다.
존재하지 않을 집을 보았고,
케이타와 아키라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고,
코이치가 심령사진을 찍은 것뿐.
그렇게 생각하니, 할아버지 말만 믿고 두려워했던 자신이 우습기까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물게도 어머니로부터 우편물이 왔다.
“코이치 군에게서 왔다. 전해줄게.”
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코이치……!?)
손이 저절로 떨렸다. 안에는 소박한 갈색 봉투가 들어 있었다.
보낸 사람 이름은 “코이치”. 주소는 적혀 있지 않았다.
겁이 나서 조심조심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몇 장의 사진과 한 장의 편지지가 있었다.
사진은 모두, 그 대나무숲 안에서 발견한 그 집의 사진이었다.
네 방향에서 찍은 외관 사진 4장,
그리고 나머지는 실내 사진이었다.
역시 코이치는 그 후 혼자서 다시 대나무숲에 들어갔던 것이다.
“왜 이런 사진을 이제 와서……?”
실내 사진에는
신체 곳곳이 뜯긴 채 죽어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잔뜩 찍혀 있었다.
물론,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닌— 형체만 남아 있는 시체였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에는
입 주위가 피로 범벅된, 물에 흠뻑 젖은 여자가 찍혀 있었다.
편지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 집에 다녀온 뒤로,
그 여자에게 먹히는 꿈을 꾼다.
지금도 여전히 그 꿈을 꾼다.
아마 평생 계속 보게 될 것이다.
너는 이제 절대 그 대나무숲에 가지 마라.
케이타와 아키라도 마찬가지.
아마 그 둘이 어떻게든 무사했던 건
그 여자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케이타와 아키라가 본 건 아이들의 영혼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여자와 눈을 마주쳤으니 끝……』
그 이후로, 코이치에게서 편지가 다시 온 적은 없다.
케이타와 아키라와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지만,
대나무숲 이야기나 코이치 이야기만큼은
이야기한 적이 없다. 왠지 모르게 피하고 있다.
그 대나무숲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느냐 하면,
지금은 신흥 주택 단지가 되어 있다.
불길한 기운이 남아 있는지 어떤지—
확인할 방법은 이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