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괴담이나 소문 같은 게 한창 유행할 시기가 있지 않나.
A씨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무렵, 학교에서도
여러 가지 소문이나 주술이 유행했었다고 한다.
'코쿠리상'이나 '화장실의 하나코상'처럼
고전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이질적이었던 게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우로코우츠시(うろこうつし)’.
강이나 바다에서 나쁜 짓을 하면
팔이나 손에 비늘이 생긴다는 소문이었다.
그걸 없애려면, 나쁜 짓을 저지른 장소로 다시 가서
「우로코님, 우로코님, 제 공물입니다」라고 외치고
쌀 몇 톨과 자신의 소중한 물건 하나를 바치면
다음 날에는 비늘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외에,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게 바로 ‘우로코우츠시’.
몸에 생긴 비늘을 참아내며 한 장 억지로 벗겨내
다른 사람의 옷이나 소지품에 몰래 숨기면,
자신의 비늘은 사라지고 그 비늘이 상대에게 옮겨간다는,
조금은 저주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처음엔 장난처럼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지만,
어느 날 A씨의 반 친구 한 명이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꽤 친했고, 자주 함께 놀던 여자아이였던 만큼
A씨는 걱정되어 선생님께 물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어딘가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듯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게 마음에 걸린 A씨는 결국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현관문을 열고 나온 건 그 아이의 어머니였다.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지금 우리 애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돌려 말하긴 했지만, 더 이상 머물지 말라는 분위기였다.
A씨는 뭔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이 이상 있어봤자 소용없겠다 싶어
어머니께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A씨는 방금 본 어머니의 복장을 떠올렸다.
한여름의 더운 날씨였는데도
장갑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었고,
현관문을 닫을 때
그 손목에 뭔가 이상한 혹 같은 게 보였던 것이다.
다음 날, A씨는 다시 그 집을 찾아가
몰래 뒷담장을 넘어 마당으로 침입했다.
그리고 창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봤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대였지만,
집 안엔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다.
숨을 죽이며 다른 창문으로 이동하던 중,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A씨는 창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안쪽에 제법 큰 수조가 보였다.
예전에 그 아이가 기른다고 했던 열대어 수조였다.
화려한 무늬의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A씨가 넋을 놓고 들여다보고 있을 때,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수조 바로 옆을 보자,
누군가가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A씨는 가위에 눌린것마냥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불쾌한 식은땀이 온몸에 흘렀다.
그 두 눈은 창문 너머에서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A씨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그 존재가,
A씨가 알던 바로 그 반 친구라는 걸 깨달은 건 그 순간이었다.
핏발 선 눈, 초점을 잃고 흐느적거리는 시선,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얼굴과 팔에는 수많은 비늘이 나 있었다.
A씨는 그 광경에 겁에 질려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고
무릎이 꺾여 그대로 쓰러졌다.
기어가듯 뒷문으로 달아나 밖으로 빠져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울며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화장실에 틀어박혔다.
방금 본 일이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이 컸고,
친구의 끔찍하게 변해버린 모습을 떠올리며
몸을 떨며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몇 주가 지나
그 아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큰 병원에 입원했다고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A씨는 결국 다시는 그 아이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A씨에게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분명 그 아이가
‘우로코우츠시’의 희생양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A씨 말로는,
‘우로코우츠시’라는 말을 처음 꺼낸 게 바로 그 아이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