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회사원의 이야기
아, 네. 그럼 말씀드릴게요.
저, 형이 있거든요. 네 살 차이 나는, 저랑은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형이.
운동도 잘하고, 사교성도 있고, 얼굴도 몸매도 좋고.
그리고 학생 때는 좀 까부는 스타일이 인기 있잖아요?
형은 그런 타입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중학생 때부터 여자애들한테 엄청 인기가 많았어요.
제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 형은 졸업하니까 시기가 겹치지는 않는데,
여자 선배들한테 "그 사람 동생이야?"라든가 이것저것 질문받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형한테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였나, 동아리 활동 없는 날이 있었어요.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게 됐거든요.
저희 집, 단독주택이었거든요. 대문 열고, 좀 걸어서 현관문까지 와서,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려고 했더니,
"○○ 군 동생이세요?"
하고 뒤에서 말을 걸어온 거예요.
뒤돌아보니까 예쁜 얼굴을 한 여고생이 대문 밖에 서 있길래,
한눈에 형 여자친구구나 하고 알았어요.
근데 그 시간에 집에는 형은커녕 가족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 "안에서 기다릴래요?" 같은 말을 했는데,
그 애는 미소 지은 채로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어요.
그렇게 말해도 계절이 겨울이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를 혼자 밖에 세워두고 놔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집 전화로 형 휴대폰에 전화했어요.
여자친구 왔으니까 집에 들여서 기다리게 할게, 라고 전하려고요.
그랬더니 뭐, 형이 전화를 받아서 여자친구 얘기를 했는데, 반응이 이상한 거예요.
엄청 당황하면서 "지금 당장 집 문단속 확인하고, 절대로 열지 마."
라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진지한 형, 그때까지 처음이었어요.
형이 그렇게 말하니까, 일단 현관으로 가서 문 잠그러 갔어요.
저희 집, 거실 창문에서 바깥 모습이 보이는 집이었는데,
그때 그 애는 아직 대문 앞에서 미소 지은 채로 서 있었어요.
그리고 그날 밤에 들었어요.
형 고등학교에서 상해 사건이 있었다고.
집까지 온 그 애, 실제로 형 여자친구였어요.
근데 뭐, 저희 형이 엄청 인기 많았으니까,
다른 여자애들한테 꽤 질투를 받았던 것 같아요.
형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음습한 괴롭힘을 당하는 날이 계속됐고,
지키려고 형도 친구들이나 선생님한테 부탁도 했던 것 같은데,
막을 수는 없었대요.
이대로 형이랑 계속 사귀면 그 애가 언젠가 망가질 거라고 생각해서,
서로 마음은 아직 있었지만 헤어지기로 했대요.
그래도 한번 타깃이 돼버린 탓인지,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어요.
결국 그 애는 등교 거부를 하게 됐고, 형도 만나지 않게 됐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 왔다 싶더니,
괴롭힘 가해자 여자 그룹 몇 명한테 다가가서
커터칼을 휘둘러서 크게 다치게 했대요.
그야말로 난리가 났고, 바로 제압당했다는데,
눈을 뗀 사이에 사라져 버렸대요.
그래서 그대로 집 앞에서 저한테 말을 건 거예요.
그래서 뭐, 그것도 무서웠는데, 곤란한 건 그 이후라고 할까.
그 애, 사건 일으키고 나서 어떻게 됐는지는 형을 포함해서 아무도 몰라요.
지금 어디 있는지, 뭘 하는지, 전혀 모르거든요.
근데요,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니까,
사건으로부터 5년 정도는 지났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이미 결혼한 형 아내가 있잖아요, 집에 오기 싫어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 물어봤어요. 혹시 뭔가 어색하다든가,
시댁에서 구박한다던가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랬더니 형수님이 말하더라고요.
"집에 들어가면 여고생이 밖에서 노려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