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온천 여관에 가는 것이 독신 시절의 취미였다.
결혼하고 나서는 오래된 여관은 무섭다며 아내가 완강히 버텨서 갈 기회가 없었는데, 어느 날 TV에서 산속 온천 특집을 하는 걸 보고 아이 둘이 가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갈 마음이 충만했지만 아내는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의 육아 피로를 친정에 가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해서 잡아달라고 전해 5살의 큰 딸, 3살의 작은 아들을 데리고 셋이서 가기로 했다.
행선지는 기타칸토. 과거에 갔던 유명한 장소가 아니라, 온천 애호가들이 「여기는 가르쳐 주고 싶지 않다」라고 하는 생각할 느낌의 은신처적인 숙소로 결정했다.
출발해서 2시간 반, 낮 지난 시간쯤에 여관에 도착했다.
내 예상이 맞았다.
3연휴 첫날인데도 손님이 드문드문했다.
조용한 장소라 새소리가 울려 퍼졌다.
초록빛 향기를 심호흡하며 실컷 느꼈다.
아이들도 완전히 마음에 들어 했고, 경치를 구경하거나 여관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았다.
온천도 일품이었고, 노천탕은 거의 대절한 것 같은 느낌이라 나는 진심으로 행복을 느꼈다.
여관 안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저녁때 목욕과 식사를 끝내버려서, 우리는 이동 피로도 있어 셋 다 금방 잠들어버렸다.
2, 3시간 정도 잤을까, 시계를 보니 밤 9시였다.
아이들도 자고 있으니 혼자 술이나 한잔할까 싶어 방 냉장고에서 차게 해둔 맥주를 꺼내려는데 아이들도 깨어나버렸고, 방 안에서 둘 다 놀기 시작해버렸다.
나는 누워서 빨리 이불로 돌아가라고 둘에게 말하는데, 커튼 사이로 뭔가 밖을 들여다보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내가 다시 한번 이불로 돌아가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킥킥거리며 양손을 뒤로 깍지 끼고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야생동물이라도 발견한 건가 싶어 뭐가 보였냐고 물었다.
그러자 큰딸이 신나게 "폴짝폴짝 뛰는 사람이 있어"라고 말했다.
사람?
무슨 소린가 싶어 나도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열고 밖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주변에 뛰어다니는 것 같은 사람은 없었다.
뭘 잘못 본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방 안에서 또다시 폴짝폴짝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래층에 소리가 울릴 테니 그만두게 하려던 순간, 뭔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창문에서 보면 바로 아래, 여관 입구 근처에 검은 천을 뒤집어쓴? 아니 전신 검은 옷으로 뒤덮인 사람인지 뭔지가 입구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닫힌 문에 부딪히고, 다시 걸어가서 부딪히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기이한 광경에 섬뜩함을 느꼈다.
눈이 안 보이는 건가?
천을 뒤집어써서 그런 건가, 원래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인가, 애초에 사람인지조차 모르겠다.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아까와 똑같이 걸어가서는 부딪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부딪히고 있으면 아무리 한산한 온천 여관이라지만 누군가 직원이 눈치챌 텐데 아무도 대응하지 않는다.
참을 수 없었던 나는 방에서 프런트로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직원이 바로 밖으로 나가서 확인하겠다고 말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커튼 사이로 다시 한번 아래를 들여다보니, 아까와 똑같이 그 검은 무언가는 입구에 부딪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직원은 나오지 않는다.
다시 한번 프런트에 전화하니 아까와 같은 직원이 나왔다.
직원은 입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난처한 반응을 보였다.
산속 시골이라 오소리 같은 동물이 배회할 수는 있다고 말했지만 그런 귀여운 게 아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검은 탈인형을 입은 것 같은 무언가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창문으로 가서 커튼 사이로 아래를 들여다봤다.
아까와 풍경은 똑같이 부딪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 속도도 약간 빨라진 것 같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 움직임이 멈췄다.
멈춘 후, 그 검은 무언가는 천천히 나를 올려다봤다.
아니, 얼굴도 몸도 모르겠지만 감각적으로 그 동작이 이쪽을 올려다보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위험해, 눈이 마주쳤다.
눈 같은 게 달려있지도 않은데 눈이 마주친 감각이 든다. 오싹해서 나 자신도 그 물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글로 옮겨보니 다 전달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평소 상상하는 하얀 천을 뒤집어쓴 느낌의 유령이 검은 버전, 게다가 얼굴이 없는 밋밋한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그 섬뜩한 몸체가 이쪽을 향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눈도 없는데 이쪽을 향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얼어붙은 나를 정신 차리게 해준 건 차남이었다. 아빠도 같이 놀자며 다리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폴짝폴짝 노래하며 붙어왔고, 나는 화들짝 놀라 커튼을 닫고 놀고 있던 아이들을 껴안았다.
이불에 눕히고 세 명이 몸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붙어서 잤다. 보면 안 된다. 아이들에게 저 물체를 정면으로 보여줘서는 절대 안 된다.
왜냐고 물어도 답할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위험한 기분이 든다.
불안과 긴장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이불 속에서도 떠들려는 아이 둘을 진정시키고, 나는 오로지 눈을 감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한 마음에 시달리면서 오로지 눈을 감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눈을 떴을 때 휴대폰을 보니 새벽 4시였다.
아이 둘은 자고 있었지만 나는 아까 일이 신경 쓰여 다시 창문으로 향했다.
커튼을 살짝 열고 아래를 봤지만 아까의 광경은 없고 어스름한 바깥 풍경이었다.
안심한 나는 이불로 돌아가 다시 한번 자려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마 프런트에서겠지. 비상식적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아까 그렇게 필사적으로 호소했으니까.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무음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수화기를 들고 귀에 대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여보세요, 라고 세 번째 응답을 했을 때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라고 굵고 낮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나는 수화기를 내려놨다. 찰칵하고.
다행히 아이 둘은 잠든 채다.
이른 아침에 이 여관을 나가자.
분명 밤중에 본 그것에 틀림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여관을 나가고 싶지만
출구나 프런트에서 저 정체불명의 것과 마주치는 건 절대 피하고 싶다.
나는 아이 둘을 껴안듯이 해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제 잠들 수 없다.
2, 3시간 지났을까. 깨어보니 나도 조금 잔 것 같다.
아이들도 일어나기 시작해 돌아갈 준비를 마친다.
리조트 호텔에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손님도 드문 여관이라 너무 조용해서 불안에 박차를 가한다.
방을 나갈 무렵 시계는 7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프런트에 누군가는 있을 것이고 조식장에도 손님은 있겠지.
프런트에 도착해서 나는 서둘러 퇴실 수속을 하려고 했다. 그때였다.
프런트의 여주인 같은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는 프런트 더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어제는 정말 폐를 끼쳐드렸습니다.
요금은 받지 않겠으니 그냥 가주십시오"라며 머리를 깊숙이 숙이고 있다.
여주인은 어제 내가 본 그것을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순간적으로 어제 일어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주인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할 뿐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나를 보고 사과하고 있었기에 아마 나 말고도 이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뭐, 얘기하는 것보다는 하루빨리 이 여관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정산을 마치고 그대로 돌아가려 했다.
돌아가는 길에 여주인이 봉투를 가져와서 "이걸로 그..." 같은 얘기를 하려고 해서 실해는 없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다. 그대로 나는 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도대체 저 기분 나쁜 놈은 뭐였을까.
결국 알 수 없었지만, 산 기슭에 도착하기 전에 동생 입에서 "오오오오오오오오"라고
새벽에 들은 전화 소리가 들려왔다.
급브레이크를 밟고 나는 동생 쪽을 봤다.
특별히 아무 이상 없어 보였지만 나는 말문이 막혔다.
뒷좌석 뒤쪽 창문에 비친 건, 언덕을 오른 곳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저 검은 물체였다.
나는 액셀을 밟아 질주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 이후로는 아이들에게 이상은 없었고 그것을 보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있다.
프런트에서 여주인이 건네려던 건 돈이 아니라 부적이나 부적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고.
만약 그렇다면 또다시 그것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