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카야나 유흥업소를 돌며 술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였는데, 연말연시 성수기가 되면 시간적 여유도 없어집니다.
원래 배가 약한 데다 1월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역시나 배달 도중에 화장실이 급해졌습니다. 평소라면 일단 가게로 돌아가서 해결하는데 그럴 시간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는 편의점 화장실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점원에게 한마디 하고 화장실로 향하니, 문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듯한 사람이 두 명 서 있었습니다. 한 명은 중년의 샐러리맨 풍의 남자, 또 한 명은 영락없이 밤거리가 어울릴 것 같은 화려한 재킷을 입은 금발의 남자였습니다.
급한데 말이야, 하고 생각하면서도 근처에 다른 편의점도 없고, 마지못해 그 줄에 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조급한 마음을 무시하듯이, 지금 들어간 사람이 아무리 기다려도 전혀 나오질 않는 겁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요. 금발 남자가 참다못해 문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야! 자는 거야!? 기다리고 있거든!"
그러자 문 저쪽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킥킥 웃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취객이 자고 있었나 보다, 이제야 나오겠구나, 하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또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고... 여전히 나올 기미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귀를 기울이니, 문 저쪽의 인물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격렬하게 뒹굴며 웃는 것처럼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우스워서 못 참겠다는 듯이 화장실 바닥을 쿵쿵 크게 구르기까지 했습니다.
깔깔깔깔깔깔 바스락바스락 히히히히히
쿵! 쿵! 쿵!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쿵! 쿵! 쿵! 크크크크
심상치 않은 소리에 저는 속으로 섬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취객이든 이상한 사람이든, 문 안의 인물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옆에 있던 중년 샐러리맨도 노려보듯 문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배가 아픈 것도 잊고 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금발 남자도 저와 같은 심정이었는지, 한동안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듯했지만, 이윽고 눈앞의 섬뜩한 소리를 지우려는 듯 점원에게 거칠게 소리쳤습니다.
"야! 이 사람 약이라도 한 거 아냐!? 벌써 30분 다 됐어!"
점원이 급히 달려와 우리 셋에게서 상황을 듣더니, 안쪽에서 마스터키로 보이는 열쇠 다발을 가져왔습니다. 그때쯤엔 이미 가게 안의 모든 손님들이 무슨 소동인가 하고 이쪽을 주목했습니다.
"손님? 몸이 안 좋으신 건가요? 열겠습니다."
점원이 말을 건네며 자물쇠를 철컥 열었습니다. 미닫이문을 스르륵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닫힌 변기 뚜껑 위에 더러운 작은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약간 낡은, 한 시대 전의 캐릭터 인형이었습니다.
물론 창문 같은 것도 없었쬬.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할 말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