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을 때는 양을 센다.
이것은 그걸 거꾸로 한 친구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연일 업무의 피로와 스트레스로 한계였던 친구 A는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우면 옷도 안갈아 입고 그대로 이불에 쓰러졌어요.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눈이 맑아진다.
사람은 한계까지 오면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것 같네요, 친구 A는 어느 순간 천장도 보며
양을 세기 시작했어요. 10마리가 넘어 20, 30으로 세는 동안에 그럼에도 잠 못 이루는 것에 조바심이 난건지
뭔 생각인지 글쎄 많은 양을 한 마리씩 거꾸로 세기 시작했어요.
머릿속에 가득했던 양들이 서서히 사라진다.
또 한 마리 한 마리 사라져 간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1마리가 되었을 때
친구 A는 그 양에게 위화감을 느꼈어요.
왠지 이미지 속에 있던 초원같은 곳이란
닮지도 않은 어두운 건물 내의 긴 복도.
안쪽에는 양처럼 생긴 무언가가 이곳을 보고 있다.
그러자 천천히 그 양과 같은 무언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거죠.
한 걸음 또 한 걸음 일정한 속도로.
눈앞까지 왔을 때 친구 A는 눈을 의심했어요.
거기에는 양과는 조금도 닮지 않는다
빨간 얼굴이 있었어요.
원숭이같은 인간같은 그 얼굴은 히죽히죽 싫은 웃음을 띄우고 지그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친구 A는 이땐 이 이상한 것을 무섭다고 못 느꼈다고 합니다.
그렇게 눈을 뜬 친구는 조금 전에 돌아온 집 침대 위였습니다.
싫은 꿈을 꿨다고 한숨 섞인 채 일어나 목욕을 하려고 할 때
등 뒤에서 시선을 느꼈어요.
조심조심 돌아보니... 침대쪽 벽에서 붉은 얼굴이 나타나고 이쪽을 보고 웃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 친구 A는 이사했다고 합니다. 그런 연락을 받고 저도 안심했습니다만,
친구가 방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에 침실 벽에 빨간 천이 걸려 있더군요.
이에 대해 묻자 친구 A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야 아직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