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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다녔던, 어느 초등학교 이야기야.
그건 C현 시골에 있는, 아주 평범한, 어디에나 있을 법한 보통 초등학교였어.
하지만 그 학교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카미카쿠시가 일어났어.
어느 날, 아무 전조도 없이, 아이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것도 꼭, 교사 안에서.
주변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그 애를 찾아 헤매지만, 찾을 수가 없어.
사라진 학생은 돌아오지 않아.
보통이라면, 유괴나 사고를 의심하겠지?
하지만 아니야.
그건 역시, 제대로 된 의미의 카미카쿠시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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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일이 일어난 건, 1989년 11월이었어.
마침 연호가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바뀐 그 해지.
당시 6학년이던 여자애 둘.
가명으로 아카네랑 미도리라고 할까.
둘은 자기들 교실에서, 방과 후 남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고 해.
해가 지기 시작해서, 슬슬 돌아갈까 하는 얘기가 나왔대.
친한 둘은 나란히, 교실이 있는 3층에서, 신발장이 있는 현관까지 내려갔어.
실내화를 갈아 신고 있는데, 아카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대.
「아, 큰일 났다! 오늘 숙제로 나온 산수 문제집, 책상 속에 그대로 두고 왔다」
「여기서 기다려 줄게. 얼른 가져와」
이미 운동화를 다 신어 버린 미도리가, 살짝 불만스럽게 그렇게 말했어.
「미안, 금방 갔다 올게」 하고, 아카네는 어두컴컴해진 교사 안으로 뛰어 들어갔대.
미도리는 한동안 현관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어.
하지만.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아카네는 돌아오지 않았어.
기다리다 지친 미도리는, 다시 실내화로 갈아 신고, 있던 교실로 올라갔어.
문을 열자, 석양에 물들어 새빨개진 교실 안에, 아카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그녀의 책가방만이 책상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지.
‘화장실인가?’
미도리는 그렇게 생각했어.
아카네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배가 아파져서, 가방을 여기에 두고 화장실에 간 걸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래서 미도리는 여자 화장실에 가 봤어.
그런데 화장실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어.
물론 칸문도 전부 열려 있었고, 아카네의 모습은 없었어.
그럼 대체, 아카네는 어디로 간 걸까?
3층 다른 교실들도 들여다봤지만, 역시 없었어.
2층.
1층.
그래도 없어.
결국 미도리는, 선생님들이 있는 교무실에까지 가 보기로 했어.
「실례합니다. 저기… 아카네 여기 있나요?」
있던 선생님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봤어.
하교 시간은 한참 지났는데 아직 학생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의외였고, 엄하게 주의를 줘야 할 일이었어.
게다가 얘기를 들어보니, 다른 학생 한 명이 교사 안에 있을 텐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선생님들은 각자 흩어져, 학교 안을 샅샅이 찾았어.
모든 교실과 화장실.
체육관과 특별실.
심지어 수영장 탈의실까지 확인했어.
하지만, 아카네는 찾을 수 없었지.
혹시나 해서, 아카네 집에 전화도 해 봤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어.
아카네 엄마도 걱정이 되어 학교로 달려와, 선생님들과 함께 교내와 통학로를 전부 찾아봤지만, 끝내 아카네는 발견되지 않았어.
그날 바로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어.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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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날, 아카네는, 좋아하던 꽃장식이 달린 머리끈으로,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있었다고 해.
아아.
너의 그 머리끈도 귀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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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은 1994년 6월.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6학년 3반의 오후 수업은 사회 시험이었지.
조용한 교실.
들리는 건, 모두가 연필을 움직이는 소리.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
옆반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자! 거기까지~!」
담임 남자 선생님이 갑자기 큰 소리를 쳐서, 모두 깜짝 놀랐어.
이 선생님은 재미삼아 일부러 그렇게 사람을 놀래키는 타입이었거든.
「그럼, 뒤에서부터 시험지 걷어와~」
아이들은 와글와글 떠들면서, 앞자리 아이에게 시험지를 넘기고 있었어.
그때였어.
「선생님~, 케이이치가 없어요~」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어.
선생님이 그쪽을 보니, 교실 정중앙쯤에 앉아 있어야 할 케이이치의 자리가 비어 있었어.
그럴 리가 없는데.
시험 시작 전에 분명 전원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시험 중 내내 선생님은 교실에 있으면서 모두를 지켜보고 있었어.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을 텐데.
게다가, 복도 쪽 문 가까운 자리라면 모를까, 교실 한가운데 앉아 있던 케이이치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교실을 나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어.
교실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어.
곧바로 학교 전체가 수색에 나섰지만, 결국 그는 찾지 못했어.
책상 위엔, 3번 문제까지 풀려 있는 시험지와, 지우개만이 남겨져 있었지.
아, 맞다.
시험지 귀퉁이에는,
『검은 구멍?』
이라는 낙서가 적혀 있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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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1999년 7월.
여름방학 직전의 일이었어.
그때는, 세이지랑 하루카라는 아이였지.
둘은 같은 6학년 4반 반 친구였어.
방과 후, 세이지는 하루카를 옥상으로 불러냈어.
옥상이라고 해 봐야, 평소에는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서, 드나들 수 없는 곳이야.
그런데 그때는 우연히 문 자물쇠가 고장 나 있었고, 그걸 알고 있는 몇몇 아이들만, 선생님 몰래 비밀 아지트처럼 드나들고 있었지.
그리고 1999년 7월이라고 하면, 세상이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으로 떠들썩하던 시기야.
운석?
전쟁?
대지진?
어쨌든 뭔가가 일어날 거라는 불안과, 묘한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지.
그런 분위기의 힘을 빌려, 세이지는 하루카에게 고백을 한 거야.
「――미안해요」
이 말에 세이지는 한껏 실망하고 말았어.
애써 「세상이 끝나는 날엔, 내 옆에 있어 줘」 같은, 나름 멋들어진 대사까지 생각해 왔는데 말이지.
그래서 그가, 해 질 무렵의 옥상에 하루카를 가둬 버린 것도, 실연의 아픔이 불러온 유치한 행동이었다고 봐 줬으면 좋겠어.
시간으로 쳐봐야, 고작 30분 정도였으니까.
처음엔 문 건너편에서, 「세이지 군, 열어 줘!」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
하지만 곧 울음 섞인 소리로 바뀌더니, 이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어.
「슬슬 풀어줄까」 하고 멋대로 중얼거리며 열쇠를 푼 그는, 그야말로 경악했지.
그래. 그녀가 사라지고 없었거든.
물론 아래로 떨어져 죽어 있는 일 같은 건 없었어.
그런데도, 잠겨 있던 밀실의 옥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거야.
그녀 역시, 카미카쿠시를 당하고 말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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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가 버린 걸까, 하고, 주변 사람들과 세상은 계속 수군거렸어.
오컬트 같은 걸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학교 관계자의 범죄를 의심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기울게 만든 사건이 하나 일어났어.
하루카가 사라진 그 해, 여름방학이 끝난 어느 날 수업 중의 일이야.
6학년 4반 교실.
그때는 우연히 선생님이 급한 심부름으로 교실에 없었고, 자습을 하라는 말만 남기고 나가 버렸지. 아이들은 각자 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어.
그때, 맨 앞줄에 앉은 여자애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어.
「칠판이!」라고 말이야.
모두가 고개를 들자, 교실 앞 칠판에 하얀 분필 글씨가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어.
『꺼내 줘』
『여기서 꺼내 줘』
『어두워』
『무서워』
『여기 있어요』
『다 같이 있어』
『새까매』
『계속 밤이야』
『학교에서 나갈 수 없어』
『부탁이야』
『어서 구해 줘』
『나는』
『하루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바로 거기에 있는 듯이.
거꾸로 뒤집힌, 거울글씨로.
아이들 눈앞에서.
하나.
또 하나.
계속해서.
마침내 칠판을 글씨로 가득 채우고 나서, 그 기묘한 현상은 딱 멈춰 버렸다고 해.
그 현상을 본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단단히 함구령을 받았어.
그래도 그 이후로, 아이들 사이에서는 “카미카쿠시를 당한 아이들은, 학교의 ‘뒤편 세계’로 끌려가 거기서 아직도 살아 있다” 같은 소문이 퍼지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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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메시지 사건은, 목격자가 아이들뿐이었어.
하지만, 어른이 목격자가 된 일도 있었지.
대략 2010년쯤의 일이다.
그때, 교육 실습으로 모교인 그 초등학교에 와 있던 한 청년――가명으로 아오야기 선생님이라고 하자――이 어느 날 방과 후, 교내를 순찰하고 있었어.
어릴 적 다녔던, 그리운 교사.
아무도 없는 복도는 석양에 붉게 물들어 있었지.
데자뷔.
그러던 차에, 갑자기 도서실에서 나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누가 있니?」
아오야기 선생님은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목소리를 던졌어.
대략 6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있었어.
때가 탄 듯한 옷을 입고, 쪼그려 앉아 있었지.
굉장히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어.
「너! 괜찮니?」
선생님은 다급히 그 아이에게 달려갔어.
머리를, 꽃장식이 달린 머리끈으로 양갈래로 묶은 그 아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어.
「――시…」
「너, 너! 왜 그래? 어딘가 아픈 거야?」
「――부, 시……」
「뭐? 뭐라고?」
도무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당황한 선생님은, 억지로 여자애의 손을 얼굴에서 떼어 버렸어.
그러자,
「눈부셔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녀는 절규했어.
너무 큰 비명이라, 창문 유리와 책장이 덜컹거릴 정도였대.
그리고 그 얼굴을 본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얼어붙고 말았지.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빛이 전혀 닿지 않는 심해에 사는 심해어처럼, 완전히 퇴화해버렸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가 얼어붙어 있는 사이에, 여자애는, 등 뒤에 갑자기 열린 검은 구멍 속으로, 마치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 버렸어.
그 뒤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대.
§
§
나는 말이야――.
그동안 줄곧 이것저것 찾아왔어. 이 카미카쿠시에 대해 말이야.
지금도, 원인이나 이치 같은 건 잘 모르겠어.
이 학교 6학년 교실과, 6학년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 현상을 일으키는 열쇠라는 정도일까.
하지만, 그날.
교육 실습 때 본 광경이, 내게 하나의 계시를 주었지.
소문으로만 떠돌던 ‘학교의 뒤편 세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곳은, 예전에 칠판 메시지에 적혀 있던 것처럼, “어둡고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한밤중의 학교 세계”라는 것.
지금까지 사라졌던 아이들은, 계속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네게 고마워하고 있어, 아카네.
나는 그 뒤로 제대로 교사가 되었고, 이 학교로 부임해 왔어.
목적은, 어떻게든 ‘이쪽 세계’에 들어오기 위해서였지.
10년이 걸려서 드디어 오늘, ‘검은 구멍’을 찾아냈고, 그 소원이 이루어졌어.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지만 말야.
하여튼.
상상대로 여긴 참 어둡구나.
평소에 손에서 놓지 않고 랜턴을 들고 다니길 잘했어.
아아, 너희한테는 너무 눈부시려나?
아카네. 넌 그때 도서실에서 봤을 때 그대로구나.
케이이치. 넌 아직도 연필을 쥐고 있는 거니? 시험 시간은 진작에 끝났는데도.
다른 아이들도, 내가 모를 뿐 이렇게나 많이 있었구나.
이 ‘뒤편 세계’로 끌려와, 학교에서 나갈 수 없게 된 “재학생” 여러분.
그리고――
아아, 있었네.
역시 있었어.
하루카.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오늘까지 줄곧, 널 찾고 있었어.
내가 누군지 기억하겠니?
――라고 해도, 이 모습으론 모르겠구나.
아니, 애초에 지금의 넌, 앞을 볼 수 없게 되었지.
나다.
세이지.
1999년 7월 그날, 학교 옥상에서, 너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아오야기 세이지.
나는 그때부터 쭉 후회하고 있었어.
그때 내가 널 옥상에 가둬버렸기 때문에, 네가 카미카쿠시를 당해 버렸다고.
칠판에 적힌 메시지를 보고, 네가 어딘가에서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어떻게든 구해내겠다고, 나는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어.
하지만, 아카네와의 조우는,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카미카쿠시를 당한 아이들은, 나이를 먹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 같다는 사실과 더불어――또 하나의 ‘욕망’을 내 가슴에 피워 올렸지.
어떤 욕망이냐고――?
이 멈춰 버린 어둠의 세계에서, 어른이 된 나와, 아이인 너.
첫사랑인 여자아이와, 영원히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망 말야.
별거 아니야.
여기 있는 놈들은, 어차피 다 6학년짜리 꼬마들뿐이야. 어른인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얼른 정리해 치우고, 우리 둘만의 끝나지 않는 밤을 즐겨보자고!
…….
………….
왜 그러니, 하루카?
그리고 너희들도.
일제히 다가와서는, 설마 나와 한판 붙겠다는 거니?
좋아.
어른을 얕보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주는 것도, 교사의 의무니까.
――어?
생각보다 힘이 센걸?
큭…… 이 빌어먹을 괴력들이――,
야, 놔! 아파 아파 아파!
그만둬, 하지 마! 이 심해어 같은 것들아!
먹어라――!
――어때? 눈부시지?
너희들, 빛에 약하지 않았냐.
하하하, 꼴좋다 꼬맹이들아.
자, 하루카야, 너만은 이리 오렴?
그래, 착하지. 이제 절대 놓지 않을게.
아앗――! 깨물다니――!
젠장, 랜턴이!
야, 하루카!
어디 간 거야! 돌아와!
아야! 아야야야야야야!
놔! 다가오지 마, 괴물들아!
나를, 나를 먹지 말라고!
그만둬, 하지 말라니까!
살려 줘!
하루카!
하루카!
하루카아아아아아아아아――――!!!
하루, 컥――……
〈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