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친구와 호텔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고속도로 옆에 있는 호텔 거리였다.
시골이라 낡고 지저분한 호텔이 많았지만, 그 중에 하나만은 깨끗한 호텔이었다.
주변보다 약간 비싸긴 했지만, 담배 냄새가 밴 낡은 호텔보다는 나았다.
할 일 다 하고, 자정이 조금 지나 잠들었다.
새벽 2시쯤,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시끄럽네…’ 생각하며 이불을 덮고 참았다.
하지만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여자친구도 깬 듯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발소리를 듣고 있으니, 같은 자리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들렸다.
딱 우리 방 바로 위에서, 방의 끝까지 쓱쓱 걷는 소리였다.
그런 발소리는 결국 아침 5시까지 이어졌다.
익숙해지긴 했지만, 가끔 졸리려는 순간 ‘쿵쿵’ 하고 섞이는 발소리에 깼다.
반쯤 잠든 상태여서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민폐가 지나쳤다.
여자친구는 자고 있었지만, 나는 짜증도 나고 해서 프론트에 전화했다.
"위층 발소리가 너무 시끄러운데요."
"위층… 말씀이십니까? 지금은 아무도 투숙하지 않았는데요."
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 이후로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오전 11시쯤에 일어났다.
나는 위층에 아무도 없었다는 얘기는 여자친구에게 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내선 전화를 봤더니—
“전화기 고장 중입니다. 프론트에 연락하실 경우 아래 번호로 전화해 주십시오: 080-****-****”
라고 적혀 있었다.
무슨 일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바로 방을 나왔다.
정말 아무도 없었던 걸까? 그건 귀신이었을까? 사람이었을까? 내가 전화한 그 프론트는 무엇이었을까?
설령 사람이었다고 해도, 3시간이나 같은 자리를 계속 걷는 건 섬뜩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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