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세이 초기, 아직 초등학생일 때였습니다.
오봉 시기에는 친척 일동, 중부의 조부모님 댁에 연례행사처럼 귀성해, 여럿이 와글와글 떠들썩하게 하는 것이 약속이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세 아들이 있는데, 저는 차남의 외아들입니다.
그리고 장남가에는 중1 A와 초2 B가 있었고, 삼남가에는 초4 딸 C가 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는 낯을 가렸지만, 아이라서 그런지 누군가가 호의를 보이면 모두 마음을 열고 사이가 좋아졌고, 올해도 부담없이 말을 거는 정도에는 거리감이 가까워졌습니다.
"잘 지냈어?"
어깨에 손을 얹고 돌아보니 A가 조금은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어 당황했지만 뒤에 B가 쭈뼛쭈뼛거리며 숨어있는 걸 보니 금방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중학생이 되자표정 하나하나가 어른스러운 얼굴로 성장했기 때문일까요.
A를 보았을 때 어딘가 비슷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오랜만이야, A 형. B도 오랜만"
우리가 남자끼리 근황 보고를 나누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C가 어머니를 껴안으면서 이쪽을 흘끔흘끔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C의 어머니가 "다녀와"라고 수줍어한 후에 아장아장 달려오는 C를 보고 '아, 그러고 보니 C는 좀 수줍은 구석이 있었지'라고 생각하고, 저는 C가 다가올때 말을 걸었습니다.
"C짱, 오랜만이야"
"…오, 오랜만이야"
이렇게 친척 아이 4명이 한곳에 모여 어른들이 거실에서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는 아이들만으로 조부모님의 저택 안을 탐험하며 뛰어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우리는 친척들이 식사를 하는 열 장이 넘는 불간에서 뒹굴고 있었습니다.
배가 부르면 바로 잠이 오는 것이 아직도 내가 아이라는 증거이겠지만, B나 C도 발을 구르고 있어서 안심하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가 당돌하게 내 몸을 흔들어서 눈을 뜹니다.
"뭐야?"
"너희들 일어나"
내가 졸린 눈을 비비고 있을때 A는 질문에 답하지도 않고 B와 C도 두드려 깨웁니다.
큰 하품을 하는 B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A는 재차 나를 보고,
"잠깐 나가자"
하고 아이도 알 수 있는 흉계를 머금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집 주위는 거의 밭뿐이고, 이웃집과의 거리는 다섯 집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장소입니다.
원래 분지의 중턱을 뚫었는지, 도로 옆은 절벽으로 되어 있고 아래로는 개울이 흐르고 있고, 집 뒤쪽은 산과 같은 시골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논다고 하면 대개는 강놀이나 산에서 곤충 채집이라든지 그런 것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A는 우리를 때려 깨운 후 조금 떨어진 곳의 산으로 가겠다며 데리고 나갔습니다.
나는 여름 햇살에 약하기 때문에 어느 쪽인가 하면 강놀이가 좋았지만, 이때의 A는 어째서인지 산을 고집해서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A의 인솔을 받는 형태로 점심식사후 운동겸 등산을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댁에서 걷는 것 약 20분.
도착한 곳은 도로를 벗어난 샛길 안쪽, 폐옥 같은 헛간이 점점이 늘어선 앞에 보이는 동산이었습니다.
그다지 높이는 느끼지 않았지만, 그건 아마 이미 산 속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금만 외관을 바라본 후, 바싹 마른 낙엽 위를 밟으며, 우리는 산의 입구를 나아갑니다.
잠시 등산을 즐긴 후, 나는 A가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데려왔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대답은 무뚝뚝했습니다.
"여기 뭐가 있지?"
"그냥 좋으니깐"
선두를 걷는 A는 그 근처에서 주운 목검같은 가지로 가끔 거미줄을 털어내고는 쭉쭉 안으로 나아갑니다.
이윽고, A의 페이스에 지쳐버린 B가 "형, 피곤해"라고 보채고, 그 자리에서 쭈그리고 앉아 버렸습니다.
B가 우물쭈물한 것을 시작으로 C도 쭈그리고 앉아 굉장히 돌아가고 싶은 눈으로 나를 봅니다.
"너희들 체력 안좋구나"
A는 막대기를 어깨에 메는 듯한 자세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만, 저도 A의 페이스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좀 천천히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A는 조금 주저한 듯 턱 끝을 쓰다듬더니, 발밑의 낙엽을 발로 대충 털고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그리고 쭈그리고 앉자마자 유연하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딱 좋으니까 이야기할까"
마치 괴담꾼이 이야기하는 듯한 말투로 끈적끈적하게 이야기하는한 A였지만, 솔직히 우리는 이런 벌레가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그냥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A는 그런 우리들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해선가, 그냥 말하기 시작합니다.
"사실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여기 산, 옛날에는 우바스테야마(姥捨山)다더라"
"우바스...?"
C가 서투른 말투로 되물으려다 도중에 포기하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습니다.
A는 "우바스테야마"하고 가볍게 말한 후, 계속합니다.
"뭐냐, 아버지가 너 정도로 어렸을 때의 이야기 같은데, 부모를 못 돌보는 녀석이 이 산속에 부모를 버리고 갔다더라. 아버지 주위에도 그런 놈이 있었다니, 진짜? 같지 않아?"
아이였을 당시의 저는 별로 우바스테야마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조사해 본 결과, 꽤 심한 이야기라 뒷맛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A의 이야기를 듣고도 "그게 왜?"라고 의도를 추측하지 못하니, A가 "그러니까 진짜라면 뭔가 있지 않을까? 뼈같은것도 있을것 같고"라고, 말한걸 보면 A는 우리들을 데리고 탐험을 하고싶었던거 같다고 납득합니다.
"뭐, 아무튼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뭐 없나 찾아보자"
그러면 A는 일어나서 혼자만 즐거운 듯이 걷기 시작합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내심 귀찮다 생각한데 변함이 없지만, 연장자인 A가 없으면 돌아갈 수 있을지 불안해서, 허둥지둥 A의 뒤를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는 불평을 내뱉으면서도 길을 가다가 희귀한 새나 곤충을 보고는 "와, 이게 뭐야!"라든가 "왕사슴벌레 있다!"라고 우리는 떠들고 있었고, A도 그때마다 그것이 어떤 이름의 곤충이고 어떤 생태인지 마치 곤충박사처럼 우리에게 가르쳐줬습니다.
나는 이것을 이번 여름방학의 자유연구로 할까 생각하기까지 했습니다.
덧붙여, 하늘이 거목과 잎으로 가려져선가어 피서지의 역할도 하고있어, 나는 여름의 더위로부터도 어느 정도 해방됬으니 어느 정도 좋은 체험을 했다고 A에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런 편한 생각도 B의 한마디로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저기, 저 사람 누구야?"
갑자기 B가 진행 방향에서 두 시 방향을 가리키며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나는 누구라고 하는 부분에 반응해 굳어졌고, A도 "무슨 소리야. 여긴 산속이야"와 같은 얼굴로 B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습니다.
단지, 그 방향에는 인적이 없으니 B가 잘못 본 것이라고 결론짓고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조금 있으니 B가 또 "야, 저기 사람 있어"라고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에 우리는 그때마다 걸음을 멈추고는 B가 말하는 사람을 찾아봅니다.
사방 360도를 둘러봐도 사람 한 명 없지만, 뭔가 강한 오한이 전방위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껴 나는 입을 다문 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B, 정말 봤어?"
"거짓말이 아니야"
연거푸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한건지, A는 B에게 약간 화가 난듯 질문합니다.
그렇지만, 본래 마음 약하고 솔직한 B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강한 자세로 거짓말이 아닌 것을 주장하기 때문에, 나도 A도 점차 눈썹을 팔자로 하고, 침묵하고 말았습니다.
한편으로 C 쪽을 보면 뭔가 한 점을 바라보고 멍하니 서 있었기 때문에 저는 '무슨 일 있어?'라고 C 옆에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봅니다.
그 끝은 특히 주변과 다를 바 없는 잡목림이 펼쳐지기만 했는데, 일순간 까마귀 같은 검은 그림자가 가로지르는게 보였습니다.
색깔이야말로 까마귀였지만, 순간 보인 크기는 저보다 커 보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중학생인 A에 버금가는 체격일까요?
그것을 보곤 나는 그것이 B가 보았다는 '누군가'라고 생각해, 곧바로 A에게 말했습니다.
"A형, 저기, 뭔가 움직였어"
"정말이야?"
내가 보고하자 A는 빠른 걸음으로 옆에 나란히 서서 내가 가리킨 방향을 응시합니다.
그러자 직후에 다시 검은 무언가의 그림자가 쓱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을 목격한 A는 "우오오"라고 환희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고, 나도 B에게 "정말 있었네"라고 말을 걸며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러나, B는 나에게 들릴까말까한 목소리로 '저쪽에도 있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삐치듯이 고개를 숙입니다.
간신히 알아들은 나는 저도 모르게 '어?'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그것을 크게 가로막듯이 A가 '있었다 있었다!'라고 내 어깨를 세게 두드립니니다.
중학생의 완력으로 맞아서 "아프다"고 항의했지만, A는 상관없이 내 어깨를 강제로 끌어당겨 같은 방향으로 몸을 돌리게 합니다.
그대로 A가 강제로 향하게 한 곳을 보니 수백 미터 떨어진 곳, 나무들 사이로 사람의 그림자를 드리운 새까만 실루엣이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실루엣은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씩 춤을 춥니다.
그걸 보고 우리는 저도 모르게 킥킥 웃어 버립니다.
그런데 왜 낮인데 저렇게 어둡지.
몸 전체가 새까매서 조금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그늘져도 낮에 저렇게까지 새까맣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쾌활한 춤을 보고 나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근처 사람인가? 말 걸어볼까?"
A는 반쯤 웃으며 나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지만, 나로선 별로 모르는 어른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할아버지의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상대가 변태라면 아이인 우리들은 습격당하면 위험합니다.
단지, 숨길 수 없는 A의 호기심 앞에 그런 부정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리도 없이, 나는 '마음대로'라고 비겁한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A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뭐하고 있어요-"
라고 정말로 말을 걸었습니다.
옆에서 소리를 질러서 나와 C는 떨떠름한 얼굴로 귀를 막습니다.
그러자 목소리가 닿았는지 사람의 움직임이 딱 멈추고 먼발치에서라도 이쪽을 보고 있다는게 보였습니다.
"오, 눈치챘을까"
"이쪽을 보고 있네"
사람이 이쪽을 보고 있어서 우리는 침을 삼키듯 고요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둘 다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로가 거리를 둔 채 가만히 서 있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게, 어떤 의미에서 서로 찰떡궁합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정적을 무너뜨린 것은 B의 발언이었습니다
B는 내 셔츠의 밑단을 꾹 당기면,
"저기, 저기도 있어"
라고 사람의 그림자가 있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A와 C도 B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지, 나와 같은 타이밍에 돌아보니, 그 끝에 같은 검은 그림자가 가만히 멈춰 서서 이쪽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똑같은 실루엣이 두 곳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그런 뜻밖의 행동에 우리들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들 뭔가 잘못한 것일까?"
역시 겁먹은건지 A가 내게 귓속말을 합니다.
나도 비슷하게 왜 그 사람 그림자가 말없이 이쪽을 계속 보고 있는지 의미를 몰라서, 내심으론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여긴 들어오면 안되는 곳인가…?"
일단 가능성의 하나로서 출입금지나 사유지를 생각하고, 즉시 돌아가자고 A에게 전하니,
"아빠한테 혼나기도 싫고, 돌아갈까"
라고 순순히 따라주었습니다.
역시 A군도 아직 아버지의 설교는 싫다고 생각하는지 빙글빙글 돌아서면 '돌아가자'라고 B군의 머리를 툭 치고, 나는 C군과 나란히 A들의 뒤를 걷습니다.
다만, 사람의 그림자도 왠지 똑같이 우리의 보조에 맞추어 따라오는 것입니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A도 마찬가지인지 점점 걸음이 빨라집니다.
그 때문에 B나 C가 숨을 헐떡이기 시작하자 나는 "좀 빨라"라고 맨 끝에서 말을 걸지만, A는 "빨리!"라고 잔뜩 찌부린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니 사람 그림자가 나뭇가지를 헤치며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것은 큰일이다.
직감으로 그렇게 의식한 나는 이미 녹초가 된 모습의 C의 손을 잡고 "C짱, 조금만 남았으니깐"하고 함께 걸기 시작합니다.
A는 B를 반쯤 안듯이 끌어당겨 빠른 걸음으로 하산하고 있었습니다만, 난 A만큼 체격이 없기 때문에 C를 데리고 걸으니 아무래도 A와 거리가 더 벌어집니다
그러다 앞쪽 수풀을 빠져나갔을 때 발밑에 덩굴이 있었는지 "꺄악"하고 작은 비명과 동시에 C가 넘어지고 나도 같이 무릎 꿇습니다.
황급히 C를 일으키자 무릎이 긁힌 듯, 순식간에 '우와아아앙'하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뒤에서 다가오고 있을 사람으로 머리가 가득했습니다만, 눈앞의 C를 내버려 둘 수도 없어서 "괜찮치? 그치? 조금만 참아"라고 머리를 쓰다듬은 후, 다시 손을 끌어 올려 거의 걷는 것처럼 달려나갑니다.
이미 전방에 A와 B의 모습은 없었습니다만, 일단 C를 데리고 계속 하산할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때에, 꽤 떨어진 위치 곳에서 바스락바스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림자가 전력으로 이쪽으로 달리기 시작한거 같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달려야해.
나는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C의 부상 상태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어깨에 메는 듯한 자세로 계속 달립니다.
바스락바스락
한층 큰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리던 찰나, 전방의 등산로, 트인 길 끝에서 A가 "서둘러! 빨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조금 안도했습니다.
조금만 저기까지 가면 어떻게 돼.
이상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A가 있는 장소까지 몇미터 앞, 나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뒤를 돌아보고 말았습니다
돌아보면 아직 거리는 벌어져 있지만, 저 사람 그림자가 수구, 수십구, 어쩌면 수백일지도 모르는 수가 우리를 쫓아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히익"
겁먹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만, 나는 C를 데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A가 있는 열린 장소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대로 둘이서 뒹굴듯이 넘어지곤 나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본 채 가쁘게 숨을 쉬고, A쪽을 봅니다.
A는 "괜찮냐?"며 나를 내려다보길래 "저건?"이라고 먼저 묻고 싶은 것을 물었습니다.
A는 산 쪽을 향한 후에 고개를 흔들길래, 나는 조금 상체를 일으켜서 내 눈으로 산을 쳐다봅니다.
A의 말대로 산을 두루 둘러봐도 그 검은 그림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안도한 나는 성대하게 손을 벌려 대자로 누은 뒤 B와 C가 무사한지 확인할 기력을 겨우 되찾습니다만, 두 사람을 보니 가까운 곳의 돌담에 등을 맡기고 마음깊이 지친 듯한 얼굴을 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거의 말이 없었지만, 나는 A에게 '뭐였어?'라고 무의식적으로 물어봤습니다.
물론 그 대답을 A가 알 리도 없기 때문에 "몰라"하고 오늘 제일 짧고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자 B와 C는 많이 피곤했는지 바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B와 C는 각각의 어머니에게 안긴 채 사랑방으로 향했고, 나와 A는 둘이서 목욕을 마친 후, 특별히 대화를 하는 일도 없이 각각의 사랑방으로 돌아가 취침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달린 것은 운동회 달리기 시합 이후일지도 모른다.
나와 A가 숨을 헐떡이는 거리를 아직 어린 B와 C는 억지로 달리게 된 것이다.
피곤해서 잠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부모님 이불이 늘어선 침실에서 혼자 누워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지금쯤 술이라도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는거같은데, 지금은 그런 소란스러움이 두려움을 쫓아내줘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의 목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이윽고 잠에 들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이상한 소리에 눈이 떠졌습니다.
끼이이…하는 소리는 툇마루를 걸을 때 울리는 마루의 삐걱거림으로 조부모님 댁의 특징입니다.
그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린게 눈을 뜬 계기였습니다.
문득 옆을 보면 이불은 비었고, 아직 어른들의 술잔소리가 거실에서 들리는 것으로 보아 부모님이 주무시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툇마루가 있는 복도 끝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분명 누군가가 화장실에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다시 눈을 감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삐걱거림은 내가 자는 이 방을 향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끼이이….
어른치고는 꽤 느리고, 아이치고는 가볍다.
그런 소리가 같은 간격으로 내 귀에 들어오더니 이윽고 또 다른 소리, 목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에……』
음으로 표현하면 '에'하는 심하게 쉰듯한 아이나 여자같은 목소리가 작게 들려 왔습니다.
그것이 바닥을 딛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연동하여, 내가 있는 객실로 다가옵니다
소리로 여성이라고 판단한 나는, 각자의 어머니인가 했지만 그건 아닌거같았습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조금 더 늙은 듯한 목소리, 맞아, 할머니와 가까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목소리와도 안맞는거 같아서, 그럼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제 뇌 속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에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목소리는 나의 거의 바로 뒤, 미닫이문을 사이에 두고 들려와 나도 모르게 등줄기를 팽팽하게 합니다.
묘한 식은땀이 흘러서 이불을 깊게 다시 뒤집어쓰고, 장지문에 등을 대고 몸을 동그랗게 말고 가만히 떨며 기다립니다.
스…스…스…
미닫이를 끄는 소리가 더욱 나의 초조감을 부추깁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내가 잠든 사랑방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어머니나 할머니 정도입니다만, 아무래도 가족이나 친척과는 다른 섬뜩한 기색에 나는 뛰는 고동을 안고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엥……에엥……』
목소리의 주인은 할머니와 가까운 늙은 여자의 것이었습니다.
다만 거의 머리 뒤에서 들린 그런 목소릴 가진 사람은 친척 중에는 없습니다.
그 단계에서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왔단 공포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목을 조른 듯한 쉰 목소리나 숨소리가 나의 등골을 얼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확실히 뭔가가 내 등 뒤, 머리맡에 서 있습니다.
누군가가 요를 밟은아 요가 체중으로 당겨지는 감각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하…하……하고 누군가 토하는 날숨의 온도가 느껴졌습니다.
『에엥……에엥……』
이번에는 확실히 귓가에 또렷이 들립니다.
악의를 담은 듯 끈적하게 음습하게 여운을 남기고, 누군가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처럼 느겨집니다.
스........
무언가가 내 머리 위를 가로질러, 내가 몸을 돌리고 있는 쪽의 머리맡이 가라앉은 느낌이 들어 실눈을 뜨니, 그 녀석의 팔이 뻗어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희미하게 시인할 수 있는 그 팔은 가늘고 뼈와 가죽만으로 이루어진 우엉과 같아서, 나는 숨을 죽이는 데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누가 좀!하고 누구라도 도움을 주러 와달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램은 닿지 않습니다.
나의 필사적인 바램을 비웃는 것처럼, 시야 위에서 건조시킨 목덜미와 알아볼 수 없는 머리카락이 늘어지는가 하면, 주름투성이인 노파의 얼굴이 쑥욱 들여다보인 것입니다.
노파의 얼굴은 팔과 마찬가지로 지방이 없는 가죽을 짜낸듯한 질감이었습니다.
그리고 노파는 아바바바바하며 거무스름한 치아를 보이며 입이 열렸다 닫혔다하며 웃어댑니다.
나는 순간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만큼 놀라서 그대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아마도 몇 시간 후, 나를 어머니가 강하게 흔들어 깨웠습니다.
어머니는 입을 열자마자 '왜 그래!'라고 소리쳤고, 아버지는 불을 켜곤 '괜찮냐?'고 날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데, 어머니는 내가 "왜 그래?"라고 답하니꼭 껴안을 뿐이었습니다.
조금 고통스러운 어머니의 포옹에서 벗어나자, 부모님이 기절한 후의 일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어른들이 거실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사랑방에서 "꺄아아"라든가 "와아아악!"하고 나를 포함한 아이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른겁니다.
곧 도둑이 온줄알고 남자들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도둑은 고사하고 아이들 외에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다만 불을 켜보니 자면서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있어, 모두 하나같이 아바바바하고 물에 빠지는 듯한 신음소리를 냈다고합니다.
덧붙여서 나는 실금한지라 아버지가 곧바로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조금 있다가 정신을 잃기 전에 노파 같은 놈이 방에 왔던 일이 생각나서 바로 그 일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어서인지, 부모님은 내 이야기에도 "무서운 꿈이라도 꿨나?"라며 믿으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A나 C의 부모가 찾아와 각자 내가 증언한 것처럼 "아이들이 노파가 찾아오는 꿈을 꿨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니 내 부모님의 표정이 흐려집니다.
반대로 아이가 나쁜 꿈을 꾼 것뿐인 소동이라고 생각했던 A와 C의 부모는 아이들 모두가 같은 '노파' 이야기를 하고, 같은 때 '비명'을 지른 것을 알게되자 내 부모님처럼 표정이 흐려졌습니다.
그리고 거실에 A가 있는지 A의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마도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할아버지는 "됬다. 전부 말해라."하고 약간 노기를 품은 목소리로 대답하셨습니다.
"...오늘, 모두 함께 산에 가서...그래서, 뭔가 이상한 사람같은 그림자에 쫓기고..."
반쯤 울면서 마지못해 말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지만, A는 할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으면서도 오늘의 체험담을 서투른 어휘인 채로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A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엿들으신 아버지는 "정말이니?"하고 이야기중 내게 하나하나 물어보셨기에 나도 일정 간격으로 기계처럼 그저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 후 우리 아이들은 불간에 모여 함께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때 A에게 "너도 할머니 꿈 꿨어?"라고 물었더니, A는 "너도 그래?"라며 새파랗게 질렸고, B와 C도 실컷 운 뒤에도 불구하고 히끅거리며 딸꾹질을 하며 앓고 있었습니다.
불간은 거실과 맹장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밤 아이들은 불간에서 내천자로 잠을 자고, 맹장지를 연 상태에서 아버지들과 할아버지가 거실에서 잠자며 불침번을 서고, 어머니들은 각자 사랑방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는 세 아들과 A를 동반하여 여느 산으로 향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뭐하러 가는진 몰르겠는데, A는 아마 길 안내일까요?
우리 초등학생들은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감시 아래, 평소처럼 놀거나, 점심 준비를 돕게 되었습니다.
세 시간쯤 지났을 무렵 전화 한 통이 들어오자 수화기를 잡은 할머니는 "저런!"하고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B가 "경찰차"라고 중얼거리자, 어디선가 경찰차의 사이렌이 들려 모두 툇마루에서 밖을 내다보니, 이윽고 두 대의 경찰차가 집 앞을 통과해 할아버지들이 향한 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배웅했습니다.
할아버지들이 귀가했을 때 들었습니다만, 산 속에서 인골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의 이야기론 고령의 여성의 것이며 사망 후 수십 년이나 경과했다고 합니다.
그날 밤, 우리 친척 일동이 모여 두 번째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자유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벌렁 드러누워 소화작업에 들어가 있으니 전화 한 통이 왔고, 황급히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역시 그렇습니까"라고 넋이 나간 듯한 대답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후 거실로 돌아오면, 앉자마자 "역시 00씨네 할머니였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아버지 세 분도 "그렇구나"라고 답하곤 왠지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그리고 A의 아버지는 "내일이라도 절에 가"라며 A의 이마를 살짝 찌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다음날 A만 절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나와 B와 C도 함께 절에 끌려가 주지스님과 함께 긴 독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잘 모르는 의식이 계속되고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정좌로 도중부터 다리의 감각이 없어져 버렸습니다만, 그럭저럭 2시간 정도 지난 즈음에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해 안심했습니다.
의식이 끝나자 우리는 다시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와 자유시간을 구가했고, 이윽고 2박 3일의 추석이 끝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C나 B와 작별인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A의 곁에 가서 어른들이 보지 않은 틈을 타 경찰차라든가 절이라든가 무슨 뜻이었을까라고 귓속말로 물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만, 단지 우리 중에서는 A가 가장 나이가 어른에 가깝기 때문에, 아마 사정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A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 진실을 말해주었습니다.
그저께 아이들이 같은 노파의 꿈을 꾸고 비명을 질렀을 때, A는 '설마 그것 때문인가……?'하고 말을 잘못하다가 부모와 할아버지에게 심문을 받아 낮에 우바스테야마에 갔던 일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A가 우리에게 말한 우바스테야마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며, 수십 년 전까지는 평범하게 행해졌다고 합니다.
그 한 예로, 할아버지의 지인의 어머니가 30년 전에 행방불명된 적이 있는데, 항간에는 지인이 간호에 지쳤기 때문인지 어머니를 저 산 중턱에 두고 갔다고 귀띔해 주었던 것입니다.
만약을 위해 당시 소방단이 비밀리에 사람을 모집해 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산을 수색했다고 하지만 찾지 못하자 이 소문은 시들었고 결국 그 분의 어머니는 실종된 채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그러나 30년 후인 현재.
이야기는 어젯밤 경찰차로 이어집니다.
A가 꿈의 내용을 상세하게 말하니 그 특징이 아무래도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지인의 어머니를 꼭 닮았다고 생각한 할아버지가 다음날 A의 안내로 그 장소에 가보자고 하게 된 것입니다.
나의 아버지……할아버지의 세 아들도 지인의 어머니와는 안면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할아버지와 함께 간 것입니다.
그렇게 현장에 가니 분명히 인골로 보이는 걸 발견해서 경찰에 연락하니 경찰차가 출동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덧붙여서, 지인은 이미 몇 년 전에 병으로 타계하고 그 집은 아들 부부가 가끔 귀성해서 관리하고 있는 상태라 우연히 추석 때 귀성하고 있던 그 분들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하고 지인의 어머니의 유물이 없는지 물은 뒤 발치한 치아를 떼어 감정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인골이 지인 어머니의 것이라는 확인한 뒤 우리는 만약을 위해 절에서 제령을 받았습니다.
"진짜 우비스테야마였어"
A는 진상을 나열한 후에 그런 이야길 했지만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덧붙여서, 어떻게 꿈 이야기로 지인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았냐고 물었더니, 아바바바하고 웃는 게 그분의 특징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런 드문 체험을 하곤 무사히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추석으로 조부모님 댁에 귀성하니 상당히 키가 크고 건강하게 살이탄 B나 여고생이 되어 유행얼 사용하는 우리의 강한 C와 재회해, 시간의 흐름을 절실히 맛보고 있습니다.
단지, A는 대학 수험에 실패해 재수공부에 들어간 것 같고, 옛날 이상으로 경박해 보이는 풍모가 되어 있었습니다만, 당시의 공포 체험의 원흉이라 C에게 만날 때마다 야유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친척 일동 아무도 부족한 것 없고 아픈 곳 없이 잘 생활하고 있는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IP보기클릭)110.15.***.***
일본의 노인유기풍습을 우바스테야마 설화 라고 한다죠. 고려장과 마찬가지로 고고학적인 증거는 없는 설화 수준에 그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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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노인유기풍습을 우바스테야마 설화 라고 한다죠. 고려장과 마찬가지로 고고학적인 증거는 없는 설화 수준에 그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