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면 나에게 잠글 여유조차 주지 않고 도로로 뛰쳐나가려고 합니다.
아무리 주택가라고 해도 차가 지나갈지도 모르니 조심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꼭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잠시 후 골목에서 나타난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끌려 제 손을 뿌리치고 다다다다하고 달려갑니다.
고양이는 아들에게 놀라서 주차된 차 밑으로 도망칩니다.
"아, 도망갔어."
리쿠쿤, 깜짝 놀랍니다.
이런? 또 뭔가에 관심이 생긴 것 같네요.
리쿠쿤, 대쉬!
"이봐! 리쿠-!
뛰지 말아요~! 넘어져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드디어 목적지인 공원에 도착합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비교적 넓은 자연 공원입니다.
놀이기구는 없지만 넓어서 아이들도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또래 아이를 둔 이웃의 엄마 친구들과의 교류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보세요, 언제나의 장소에 모두 모여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 리쿠군 어머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는 인사를 하면서 어머니들의 고리에 동참합니다.
여기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거죠.
"있잖아, 들었여?
또 있었다네요"
평소엔 목소리가 큰 유타군의 어머니가 목소리를 낮추며 우리에게 말합니다.
다른 아주머니들도 한결같이 불안한 얼굴인 것을 보고 내 머리에는 얼마 전에 일어난 '어떤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1주일 정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고바야시 댁의 사쿠짱이라는 여자아이가 이 공원에서 20분 정도 걸은 주택가의 한 모퉁이에 있는 도로의 도랑에 떨어져 다리를 삐었습니다.
사쿠짱도 우리 리쿠와 비슷한 나이로, 그날은 엄마와 함께 이 공원에 놀러 왔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잠깐 눈을 뗀 사이에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황급히 공원 안을 찾아다녔지만 안보입니다.
어머니의 친구들까지 이곳저것 찾아보다 공원에서 떨어진 주택가의 도랑에 빠져 울고 있는 사쿠짱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다친곳은 별로 없고 지금은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그--이번에는 누가?"
"사토씨와 카이토군요.
저수지에 떨어져서 익사할 뻔했다고 하네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카이토군의 경우도 어머니와 함께 이 공원에 놀러왔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눈을 뗀 틈에 사라져서 공원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저수지에 가서 울타리를 넘어 빠졌다고 합니다.
이 또한 다행이었던 것은 우연히 지나가던 대학생 청년이 카이토군이 저수지로 들어가려던 것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대학생은 황급히 저수지로 내려가 카이토 군을 구출해 주었습니다.
카이토군은 다치지 않았지만, 감기에 걸려서 몸져 누웠다고 합니다.
나는 다른 어머니들도 생각하고 있을 생각을 큰맘 먹고 말했습니다.
"저, 그 두 사건 모두 이 공원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죠…?
이 나이 또래의 아이가, 그렇게 멀리까지, 혼자서 걸어갈 수 있을까요……?"
사쿠짱의 경우는 주택가의 도랑.
이 공원에서 20분 거리.
카이토군의 경우는 저수지.
이 공원에서 30분 거리.
둘다 2세 전후의 아이인데 혼자서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수상한 사람이 돌아다닐까요…?"
아오이 어머니가 쭈뼛쭈뼛 입을 열었습니다.
다들 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두운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공원 주변에 부모의 눈을 피해 아이를 위험한 곳까지 데려가는 그런 수상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 모습을 직접 보진 못해서 상상의 영역이지만 불안 요소가 있는 이상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그래서 다 같이 의논하고 당분간 공원에 아이를 놀러 데려오는 것은 자제하기로 결정하고, 다른 어머니들에게도 메일로 수상한 사람이 있을지 모른단 이야길 하기로 했습니다.
그 날은, 그것으로 해산이 었습니다.
§
§
다음날부터 비오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리쿠는, 한동안은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하고 있었습니다만, 점차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다'고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비가 그치면 그러자"라고 말하면서, 리쿠를 달래고 있었습니다.
3일 만에 맑은 하늘이 떴어요.
저는 에너지 충전 300%의 리쿠를 데리고 산책을 나갑니다.
공원에 들르는 것은 좀 그러니 조금 먼 슈퍼까지 산책 삼아 걸어보는 것도 좋겠네라고 생각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어 주니 리쿠가 튕기듯 튀어 나갑니다.
나는, 열쇠를 잠그고는 서둘러 리쿠를 뒤쫓았습니다.
보니, 그는 집 앞의 거리에서 잠시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만, 이윽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슈퍼와 정반대의 방향이었네요.
뭐, 좋습니다만.
이리저리 갈팔질팡. 여기저기서 쭈그리고 앉다. 다시 달려나갑니다.
우리집 왕자님은 정말 변덕이 많으십니다.
나는 느긋이 리쿠 뒤를 따라갑니다.
행선지는 리쿠에 맡기자. 산책만 하고 돌아와도 좋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걷다 보니 평소에 별로 발길이 닿지 않을 것 같은 골목에 들어섰습니다.
길 양쪽에는 오래된 집들이 늘어선게 왠지 어둑어둑한 느낌입니다.
담장도 낡고 허름한 판자입니다.
"애, 리쿠-, 슬슬 되돌아가지 않을래?"
부탁해봤지만 탐험가로 변한 왕자님은 쭉쭉 골목 안쪽으로 나아갑니다.
저기 막다른 골목인것 같은데요.
'어머나'라는 생각과 함께 무심코 그의 달리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갑자기 오싹해졌습니다.
리쿠가 달려가는 곳.
길 한가운데.
거기에 구멍이 뻥 뚫려 있었어요.
검고, 둥근 구멍.
그 바닥은 보이지 않습니다.
맨홀 구멍이다--!
뚜껑이 빠져있어--!
싫어--!
왜, 왜--?
리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서 아슬아슬하게 리쿠를 붙잡았습니다.
위험했어! 위험했어! 위험했어--!
조금 전까지의 느슨해진 기분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식은땀이 전신에 흐릅니다.
숨이 차요.
눈가에서는 눈물이 맺혀있었어요.
내 눈앞에서 뚜껑이 열린 맨홀이 사냥감을 잡지 못해 억울한 듯 여전히 그 검은 입을 쩍 벌리고 있었습니다.
왜 뚜껑이 열린 채로 있는 거야--?
어째서, 우리 리쿠가--?
왜--?
어째서--?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얼마 전 공원에서 들은 두 가지 사고가 플래시백 되었습니다.
"사쿠짱은 도로의 도랑에서--"
'카이토군은 저수지에서--"
이 나이 또래 아이가 혼자 갈 수 있을까요――?"
"수상한 사람이--"
수상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만 위험해졌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가기에는 먼 장소에, 마치 초대받듯이--.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갑자기 제 머리에 동화속 등장인물이 떠올랐습니다.
§
§
' 옛날 옛날, 쥐의 피해로 곤란해 하고 있던 하멜른의 거리에,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남자는 모두를 골탕먹이는 쥐를 퇴치할 수 있다며 "만약 퇴치하면 보상을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남자에게 쥐 퇴치를 의뢰했습니다.
남자가 피리를 불자 그 음색에 이끌리듯 쥐들은 줄지어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그대로 쥐들을 이끌고 거리 밖으로 나갔습니다.
거리는 평화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남자에게 약손한 보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어긴 남자는 화가 나서 다시 피리를 불었습니다.
이번에는 쥐가 아니라 거리의 아이들이 그를 따라갔습니다.
남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
§
§
눈에는 뛰지 않고 아이를 조종해서 데리고 간다.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하지만 리쿠는 마치 홀린듯이 이 골목, 이 맨홀의 구멍으로 걸어갔습니다.
나는 공포와 안도가 뒤섞인채 리쿠 몸을 안은 채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시선의 끝에.
전봇대의 발 밑.
거기에, 어떤 것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어요.
선 채로는 안보입니다.
주저앉아야지. 보입니다.
그래, 어른의 시선으론 못봅니다.
「→」
거기에 있던 것은, 흰 분필로 그려진 「화살표」였습니다.
화살표 끝에는 맨홀의 구멍.
「이것」은 확실히, 「저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는 것은.
-- 있었다.
전봇대 바로 앞, 골목 입구 널빤지의 담벼락 구석.
거기에도, 분필로 그려진 「→(화살표)」.
혹시.
우체통 발밑「→」
맨션의 입구 타일「→」
공사 중인 간판 「→」
측도랑의 콘크리트 뚜껑「→」
전화박스 벽면 「→」
분필, 유성매직, 혹은 페인트.
찾아보니 화살표는, 끝없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두 지극히 땅 바닥에서 가까운 곳에.
어른들의 눈에는 띄지 않는 곳에.
아이의 눈에는 띄는 곳에.
그런 부분에,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나는 리쿠의 손을 잡고 화살표를 쫓아가며 이 행위를 한 인간에게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맞아요, 분노였어요.
이놈, 이 화살표를 그린 범인은, 거리에 이렇게 함정을 설치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힌트를 보여줘 결국 도랑, 저수지, 뚜껑이 빠진 맨홀의 구멍같은 위험한 곳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분명, 히죽히죽 웃으면서 한 거죠.
소중한 리쿠.
, 소중한 아이들을--.
용서못해!
나는 분노가 넘쳐났습니다.
담장 아래 「→」
전주의 그림자「→」
문주 발밑 「→」
정신없이 다음 화살표를 찾고 있었어요.
너무 열중한 나머지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우리 집이 거기 있었습니다.
분노로 뜨거워지고 있던 몸에 오싹한 한기로 식는걸 느꼈습니다.
만약 이 화살표가 거리의 아이들에게, 무작위로 향한 것--이 아니라면.
이곳은 우리집 바로 근처.
이 화살표가, 누군가 특정한 한사람을 위해 그려진 것이었다면.
아, 이제 곧 집에 도착합니다.
근처 쓰루타씨 집 담 아래 「→」
세 집 옆의 무카이 씨 집의 문기둥 아래 「→」
옆집 사사키씨 집 앞 전봇대 아래 「→」
그리고
우리집 앞 도로「→」
등에 차가운 땀이 흘렀습니다.
저는 집 주위를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보았습니다.
'그것보다 앞의 화살표'를 찾아서.
그런데 없었어요.
집 앞 도로에 그려진 화살표.
이것이 아무래도, 처음의 하나.
즉, 조금 전까지 도착한 화살표는.
도착하는 곳이, 그 어두운 맨홀의 구멍인 화살표들은.
모두 내 아이 -- 리쿠를 '위해' 그려진 것이었습니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걸 느꼈어요.
머리 속이 뜨거워집니다.
반대로, 뼛속까지 추워졌습니다.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리쿠를 집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방으로 가!"
저도 모르게, 독한 어조로 외쳐 버렸습니다.
문틈으로 집 주위를 둘러보면 핸드폰을 꺼내고 남편에게 전화합니다.
일하는 중일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본 것, 생각한 것을 남편에게 물어봐서 상담을 해야겠습니다.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는 전화에 짜증을 내면서 현관의 열쇠를 잠급니다.
그때 문득 무언가가 시야의 가장자리에 비쳤습니다.
현관의 신발장 아랫부분에.
그리고 지금, 리쿠 달려간, 아이방의 입구 정면의 벽에.
붉은 물감(피?)과 같은 것으로, 그것(「→」)이 그려져 있던 것이었습니다.--.
〈了〉
(IP보기클릭)125.143.***.***
재밌어요
(IP보기클릭)175.201.***.***
(IP보기클릭)125.143.***.***
재밌어요
(IP보기클릭)175.201.***.***
| 24.06.15 09:25 | |
(IP보기클릭)2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