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괴팍하다고 할까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호통을 친다.
걸으며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폰 조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다 자주 말다툼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동네에서는 쓰레기 버리는 것도 귀찮아한다며 주부들 사이에서도 불평이 가득했습니다.
다만 소극적인 저는 주위에 떠도는 소문을 알 리도 없어 할머니와 평범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그게 몹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뒤 비오는 날 친구들과 하교했을때의 일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남녀 5명이서 와글와글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는데 아마 A군이 할머니의 소문을 입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되어 할머니의 집을 들여다보러 가게 된 것입니다.
할머니의 집 외벽에는 예쁜 나팔꽃이 피어 있어 집과 도로의 가림막을 담당하고 있어, 초등학생의 키라면 밖에서 나뭇잎 사이로 정원이 보이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약이 오른 A가 우산을 접고 나뭇잎을 긁어내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만해"라고 팔을 잡아당기자 그 때문에 우산이 무언가를 찔렀는지 '쾅'하는 소리가 났어요.
"아얏!
A는 그 소리의 원인을 아는지 손으로 손짓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고 모두에게 도망가라하기에 저도 맨 뒤에서 뒤늦게 뒤쫓아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다음날 빗속에 등교하자 문 앞에서 할머니와 교감 선생님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마주쳤습니다.
나를 알아본 할머니가 인사해주셔서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며 인사를 돌려줍니다.
"어제 내 정원의 분재를 깬 아이가 있어서요. 이 우산 가지고 있던 애. ○○짱, 누군지 짐작이 가지 않아?"
할머니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은 학교 비상용 우산으로, 실은 어제 A가 말없이 빌려 쓰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A는 어제 할머니의 정원에 우산을 놓고 도망쳐 온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마 우리 학교 학생인거 같은데, 이쪽에서 제대로 혼내겠습니다. 변상에 대해서도 학교측에서…"
이마에 땀을 약간 흘리면는 교감은 자꾸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우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범인은 발견되는 대로 바로 알려주세요. 제대로 본인이 사과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이쪽에서도 범인을 찾을거에요."
나와 인사할 때 부드러운 미소는 거기에 있지 않고, 분노의 형상으로 교감을 노려보며 때때로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립니다.
그 자리를 떠난 나는 신발장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으면 곧바로 교실로 달려가 A군을 찾습니다.
"A 위험해"
교실 뒤에서 남자 몇 명과 프로레슬링 놀이를 하고 있던 A는 '뭐가?'라는 얼굴을 맞대고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할머니 집에 우산 놔뒀지?"
"아~ 떨어뜨렸어. 하지만 학교거니까 괜찮고"
역시 그 우산은 어제 A가 떨어뜨린 것이었어요.
저는 할머니가 우산을 손에 들고 분재를 깬 범인을 찾고 있다는 것, 교감을 통해 학교에서도 범인을 특정시켜 데려오라고 윽박지르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줬습니다.
"우와, 정말이야? 귀찮게. 그래도 입 다물고 있으면 안들킬걸"
A는 상당히 낙관적인 성격으로, 이때도 정말이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이야길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날마다 교문 앞에서 할머니가 심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학교가 불렀는지 마침내 경찰관까지 와서 중재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장난 아니네, 저 할머니. 너 잡히면 죽겠다"
교실 창문으로 할머니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던 B군이 조금 안색이 안 좋은 A군을 향해 웃으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시끄러워 그때 ○○가 당겨서 그랬던 거야"
갑자기 A가 저를 지목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당황해 버렸습니다.
실제로 제가 팔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A가 실수로 분재를 우산으로 할퀴어 버린 것입니다.
분재가 깨진 것도, 우산을 할머니 마당에 떨어뜨린 것도 제 탓입니다.
"그건 A가 엿보려 했기 때문이잖아"
고개를 숙이고 대꾸하지 못한 저를 C가 감싸 주었습니다.
C에 이어 D도 가세하니 A는 여자애들이 둘러쌓인 상황을 견디지 못했는지 "귀찮아"라고 내뱉고 교실을 빠져나갔습니다.
할머니의 범인 찾기가 진정된건 한달이 지났을때였습니다.
최근 등하굣길에서 볼 수 없게 되어 어느 날 엄마에게 할머니에 대해 물어봤는데
"아, 그 할머니 말이야. 돌아가신 것 같아"
저는 저녁 식사 미트볼을 잡으려다가 놓쳐버려서 미트볼이 접시 위에서 굴러갔습니다.
황급히 손으로 잡았다 주의를 받습니다. 계속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감기가 악화해 폐렴으로 돌아가신 것 같아. 무섭네, 감기. 너희들도 조심해.<"/p>
목욕을 마치고 머리를 말리지 않고 식사하던 아버지에게 마지막 부분을 어머니는 강조하며 말했습니다.
엄마는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깨진 분재는 돌아가신 남편이 팔순잔치에 선물한 추억의 물건인지라 분재를 깬 범인에게 사죄시키려고 빗속에서도 범인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무리해 감기에 걸려 버린 할머니는 그대로 폐렴에 걸려 돌아가신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며칠이 지난 날의 일입니다.
바로 그날과 같은 비가 내리는 방과 후 A군이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손과 두 다리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것입니다.
A의 사고로부터 며칠 뒤, 면회 허가를 받아서 저는 평소의 하교 멤버 4명이서 A군의 병문안을 가게 되었습니다.
병실을 들여다보니 안면이 창백하고 눈이 공허한 A군을 보고 오한이 났는데, A군이 우리를 보고선 늘 웃는 얼굴로 움직이는 왼손을 들었습니다.
"오, 와주었는가"
"오랜만이야, 건강해보여"
B는 A과 곧바로 평소의 말투로 대화하며 긴장을 풀어줍니다.
C도 D도 근황 보고도 할 겸 학교에서의 일을 이야기하고, A는 즐거운 듯이 그것을 듣고 있었습니다
저는 병실에 들어갔을 때 A의 표정은 단순히 혼자 있어서 지루한건가 해석했는데, 우리가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울 것 같은 얼굴로 만류해서 당황했습니다.
B가 A를 달래며 "무슨 일 있어?"라고 묻자 A가 입을 열었습니다.
"…실은 말이야"
무거운 말투로 말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 정도부터 밤마다 머리맡에 섬뜩한 노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먹을, 마치 틀니를 떼고 더듬더듬 말하는 듯한 발이라 이해는 못했지만, 날이 갈수록 발음이 또렷해졌습니다.
"너냐, 너냐, 놔둔 것은 너냐"
며칠째 계속되는 노파의 목소리로 노이로제가 된 A는 점차 잠이 부족해져 낮 동안 수마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 날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돌아가셨을 할머니가 반야의 형상으로 A를 노려보며 쫓아왔다고 합니다.
A는 존재하지 않는 할머니로부터 도망치듯 달려가다 결과적으로 도로로 뛰쳐나와 차에 치인 것이었습니다.
"……"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습니다.
A는 "미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헛것을 봤나봐"라며 씩씩하게 웃으니 우리도 어색한 미소를 답했습니다.
A의 말을 듣고 난 다음날 학교에서 C가 울음을 터뜨려 무슨 일인지 묻자 꿈에 할머니가 나왔다며 흐느껴 울고 있었습니다.
그 후에도 D, B도 모두 할머니의 꿈을 꿨으며 듯, 모두 할머니가 '너냐, 너냐'하고 반야의 형상으로 심문하듯 쫓아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매일 밤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고 있습니다.
그날 멤버 5명 중 3명은 꿈에 나올 뿐 실제 피해는 없었지만 A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마치 할머니가 범인의 특정에 이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저도 노이로제 기미가 보였습니다.
분재를 깬 범인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면 왜 나에겐 아무것도 해오지 않는가?
왜 나만 환청도 환각도 꿈도 꾸지 않는 걸까.
살려주지도 죽이지도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제 죄의식이 견딜 수 없게 되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A와 달리 다른 세 사람이 꿈으로만 끝난 것도 각각의 죄의식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느새 캄캄한 공간 속에 떠다니는 물고기와 같은 부유감을 느끼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너냐, 너냐"
전 벌떡 얼굴을 들었습니다.
귀에 익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듣던 격정을 품은 목소리와는 다른 듯 생전에 저와 나누던 부드러운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에 안도해 진상을 고백하려고 돌아보았습니다.
"할머니, 나…"
하지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돌아본 제 눈 앞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릅뜬 귀신의 형상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절대 용서 못해 아아아아아아"
하고 분노서린 목소리로 소리질렀고 너무나도 큰 공포로 기절했는지 거기서 툭툭 기억이 끊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침이 되어 있었습니다.
식은 땀으로 흠뻑 젖은 잠옷과 시트를 보고서야 그게 꿈이었다고 자각합니다.
그렇지만 A에게 일어난 사건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할머니는 분재를 깬 범인을 찾고 있었습니다.
A는 사고로 한 손과 두 다리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는 대형 사고였습니다.
과연 제겐 어떤 천벌이 내려질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매일 밤마다 할머니가 꿈에 나타나 내 얼굴에 닿을락말락한 거리에서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하고 끝없이 원망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전 사고를 당하진 않았고, A도 퇴원하곤 시간이 흘러 모두가 학교생활을 구가하게 됬습니다만 그동안 저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어느날부터 할머니는 꿈뿐만 아니라, 제 일상에도 나오는 것입니다.
하루는 일어나니 방구석에 있었어요.
하루는 창문 밖에서 거실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어느 날은 전신주의 그늘에서, 어느 날은 건널목의 반대쪽에서 저를 보고 있습니다.
모든 원한을 담은 형상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는 것입니다.
대낮에는 온종일 눈총을 받았고, 잠에서 깨어날때까지 원망서린 말로 저주를 퍼붓기 때문에, 제 정신은 마모되어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A와의 차이점은 아직 할머니에게 쫓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절 죽일 생각이라면 쫓아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만, 이 이상의 진전은 없습니다.
할머니가 저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것이 할머니의 저주라면 그 종착점은 죽음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꼭 외출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날이 찾왔는데 공교럽게도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건널목에서 꼼짝 못하고 있던 제 등 뒤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돌아보니 우산 너머로 할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눈을 마주치니 할머니가 이쪽으로 달려나옵니다.
전 뒷걸음질을 치듯 발길을 돌렸는데 그곳으로 기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전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눈을 감고 차라리 할머니 손에 끝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기차는 눈앞을 스쳐가곤 차체에 튕긴 빗방울이 얼굴에 닿는 감촉과 돌풍이 제 우산과 머리카락을 휘감아 갈 뿐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절 죽이고 싶지 않은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고, 눈꺼풀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빗방울이 눈에 들어온 차가움으로 눈가가 움찔거립니다.
이것도 살아있는 실감이라고 생각하곤 돌풍에 날아간 우산을 주우러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교차로 근처까지 날아간 우산이 가드레일에 걸려있어서 그것을 집어들었다 다음 순간 저는 눈을 부릅떴습니다.
열린 우산 안쪽에 할머니의 얼굴이 있어 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히잇"
무심코 우산을 내팽개치고 뒤로 비틀거리던 저에게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더니 반신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며 동시에 시야가 붕 떴던게 기억납니다.
곧 시야가 암전됬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실에 누워있던 상태였습니다.
그 후 부모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까지 회복한 전 어머니로부터 제가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길 듣고 자세한 내용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의식을 되찾은 제게 있어 지나버린 자동차 사고조차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문제는 이것으로 할머니의 미움이 끝났는가, 저의 죄가 용서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전 부모님이 나간 병실에서 혼자 방 구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여전히 절 노려보고 있는 할머니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