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성격에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가 있는 카오루는 반에서 왕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소지품을 숨기거나 낙서를 당하거나 차마 들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는 것은 아직도 나은 편이고, 심할 때는 급식에 벌레를 넣거나 교복을 칼로 베어버리는 등 그런 괴롭힘이 여름방학이 끝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왕따 그룹은 5명의 여학생들로, 속칭 1군에 속해있었고, 저나 카오루와는 달리 유력자의 부모를 둔 아이도 있었던 것 같아서 담임조차도 그녀들에겐 구두로 가볍게 주의를 주는 정도로 끝이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카오루를 향한 괴롭힘은 더욱 심해져 갔습니다.
나는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카오루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어머니는 학교에 연락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카오루에 대한 잔인한 행동이 진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학교측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어 수험을 앞둔 12월 중순, 카오룬 결국 최악의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카오루를 볼 수 없는 현실에 저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예전에 함께 했던 즐거운 날들을 떠올리며 저는 비탄에 잠겼고, 실의에 잠기면서도 어떻게든 수험을 이겨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활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한 5월 중순.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온통 형형색색의 꽃이 만발한 초원 속에 혼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꿈속이라는 자각도 뚜렷했습니다.
주위를 한참 돌아다녔는데 "나츠미!"라고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무려, 카오루가 서 있었습니다.
저는 달려가 저도 모르게 껴안으면서 몇 번이나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꿈이라도 좋으니 만나고 싶다고 몇번이고 소원을 빌었고, 마침내 그것이 이루어졌습니다.
"오랜만이야, 나츠미. 나도 보고싶었어."
생전과 다름없는 온화한 미소와 온화한 목소리로 카오루가 말했습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꿈속이지만 마치 현실과 같은 생생한 존재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카오루는 말하기 시작합니다.
"여기는 꿈이지만 나는 진짜야. 믿을 수 없겠지만, 정말 저승에서 나츠미를 만나러 온거야."
"아?…정말?"
"응. 예를 들어……"
카오루는 서로의 생년월일이나 취미, 게다가 언젠가 둘이 갔던 장소, 거기서 했던 대화까지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아맞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 말할 때의 독특한 억양, 동작 하나하나까지 제 기억 속의 카오루 그대로여서, 눈앞의 그녀가 진짜라고 느껴졌습니다.
기쁜 재회에 나는 감격에 겨워하며 카오루의 손을 잡은채 울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추억담이나 고등학교 일을 한바탕 이야기하고, 서로 웃었습니다.
말 그대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상공에서 따르르르... 하고 벨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깜짝 놀라서 내가 무서워하자 카오루는 웃으면서 "저건 자명종 소리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들어보니 확실히 내가 쓰던 자명종 소리 같습니다.
"이제 일어날 시간인가 봐. 안녕."
"기다려! 이제 만날 수 없는거야?"
"아니. 꿈에서 또 볼 수 있을 거야. 다시 이야기하자."
거기서 저는 눈을 떴습니다.
자명종을 끄고 몸을 일으켜 잠시 멍하니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지금 꾼 꿈의 내용을 되새겼습니다.
이런 기적이 정말로 있다니….
꿈이란 깨고나면 그 윤곽이 흐려지기 시작해 시간을 두지 않고 내용을 거의 잊어버리는 것인데, 이번에 꿈속에서 나눈 대화의 세부, 심지어 그녀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현실에서 일어난 일처럼 계속 머리에 남았습니다.
또 만날 수 있을거야.
일어나기 직전에 카오루가 해준 이 말이, 무엇보다도 강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내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았고, 그 뒤로도 카오루는 약속대로 내 꿈에 나타나 주었습니다.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의 빈도입니다만, 그래도 기뻐서 오늘 밤은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자는 것이 기대가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전부터 카오루에게는 특별히 기분 좋은 무언가가 있고, 그래선지 부모님이나 다른 친구에게는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라도 그녀에게만은 스스럼없이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습니다.
꿈의 세계와 현실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듯, 잠에 빠져 카오루를 만나고 나서 체감으로는 1시간도 안 돼 항상 벨이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아침햇살이 커튼에서 비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 언제나처럼 제가 꿈속에서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카오루는 별로인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카오루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잠시 입을 다물다, 결심한 듯 입을 열었습니다.
"…실은 나츠미에게 털어놓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리고 그녀가 말한 내용은 충격적었습니다.
"나 사실 하늘나라에 못 갔가.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어디까지나 조용하고 공허한……좁은 곳이야."
나는 절규했습니다. 카오루는 계속 말합니다.
"내가 나츠미의 꿈에 온 것은 말이야, 나츠미가 보고 싶어서 뿐만 아니라 부탁이 있어서야. 공원 기억하고 있지."
우리들 사이에서 공원이라고 하면 하나밖에 없습니다.
방과후에 둘이서 자주 가서 벤치에 앉아 캔 주스를 마시고 있었던, 그네밖에 없는 자그마한 허허벌어진 그 공원입니다.
"가장 큰 나무 밑동에 주머니를 채워놨으니까, 꺼내와줬으면 좋겠어."
"주머니?"
"그래. 다만 주머니를 절대 열지 말아줘."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것은 있었지만, 거기서 자명종이 울리고, 저는 눈을 떴습니다.
나무 뿌리에 묻혀있는 주머니…?
그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저는 그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온 해질녘 공원은 여전히 한산하고 회색빛 공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벤치에 할머니가 혼자 앉아 있는 것 외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움에 젖고싶지만 지금은 할일이 있습니다.
가장 큰 나무라기에 그네 옆의 것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준비해 온 삽으로 뿌리 주변을 파헤치기 시작한지 30분 정도,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손바닥에 들어가는 크기의 그건 간신히 녹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색이 바래고 더러웠습니다.
열지 말라고 카오루가 말했기 때문에 흙을 털고 그대로 가방에 넣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카오루가 꿈에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4일 후였습니다.
나는 그 주머니를 발견한 것을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고마워 나츠미. 미안해, 이런 일 부탁해서. 힘들었지?"
"아냐 괜찮은데… 뭐야? 그거."
그렇게 묻자 카오루는 쓱 눈을 돌리며 어렵게 말했습니다.
"기억나지. ...타치바나."
"타치바나는 타치바나 유미를 말하는거야?"
카오루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타치바나는 카오루를 괴롭히던 그룹의 중심인물로, 저와는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꿈에서 카오루를 만나서 지금까지 왕따에 대한 언급은 금기로서 암묵적인 양해처럼 서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설마 그녀의 입에서 타치바나의 이름이 나오다니, 청천벽력이란 이런거겠지요.
"전에 말했지? 좁은 장소에 갇혀 있어. 그건 큰 미련이 있고 거기에 묶여 있는 탓이야.……그 타치바나가 지금도 시치미 떼는 얼굴로 살고 있는 것이 분해서, 용서할 수 없고, 그러니까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평소에 감정을 표현하지 않던 카오루가 목소리를 떨며 뚝뚝 눈물을 흘렸어요.
"적어도 그 년에게만이라도 저주를 걸고 싶어……. 저 주머니는 그것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야.나 죽기 전에 그 공원에서 저주를 실행하려고 했어. 어차피 죽을거면 그 년에게 저주를 걸고나서 죽자고. 하지만 그때는 겁을 먹어서 결국 그만두고, 주머니만 놔두고 돌아가버렸어. 그 후에도 왕따는 계속되고, 견딜 수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어……."
거기까지 듣고 저는 감이 왔어요.
"혹시, 카오루 대신 내가 타치바나에게 저주를 걸어달라는거야?"
"응…지금의 나로서는 현세에 거의 간섭할 수 없고, 저주는 산 인간이 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니까… 그러니까 부탁이야. 이런 것 다른 누구에게도 부탁할 수 없어. 미련이 있는 채로 계속 성불할 수 없는 것은 굉장히... 괴로워."
오열하며 말을 쏟아내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간절했어요.
그 상냥한 카오루가 누군가를 저주하고 싶다는 말을 하다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이겠지요.
카오루의 목 부분에는 보라색 밧줄자국이 아직도 아프게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보니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올랐어요.
"알겠어. 할게. 내가."
결연히 나는 말했습니다.
카오루를 더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타치바나를 용서할수 없는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마워. 나츠미."
카오루는 눈물에 일그러진 얼굴을 안도의 표정으로 웃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는 그녀로부터 저주의 순서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어두운 장소에서 접시 위에 주머니를 놓고 주위를 세 개의 촛불로 둘러싼다.
그리고 주머니에 불을 붙이고, 타는 동안에는 축사를 계속 외운다.
그리고 다 타 버리면 재에 청주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촛불을 끈다. .......이상으로 종료.
참고로 이 주술은 도서관에 있던 민속학 책에서 참조했다고 합니다.
때마침 설명이 끝나는 타이밍에 자명종이 울립니다.
"나츠미……정말로…"
카오루는 미안한 듯한 근심어린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 나는 반드시 해낼거야!"
그렇게 다짐했더니 눈이 떠졌어요.
설명에 있던 축사는잊기 전에 바로 노트에 베껴씁니다. 오컬트에게는 잘 모르겠지만, 설명대로 하는 것 뿐이라면 괜찮다.
그날은 학교 수업의 내용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그 주술만 떠올랐습니다.
타치바나는 카오루를 죽음으로 내몰은 것에 대해 서운함이나 후회는 느끼지 않을까?
양심의 가책을 전혀 못느낀 채로 고등학교 생활을 만끽하고 있을까.
카오루는 고등학생이 되지 못했는데...
거기서 문득 중요한 일이 생각납니다.
이 저주가 성취되면 타치바나는 어떻게 될까?
평생 불행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역시 죽고 마는 것일까. 혹은….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역시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겁에 질렸지만, 카오루의 눈물을 떠올리곤 고개를 흔들어 두려움을 떨쳐 버렸습니다. 역시 그녀는 웃는 얼굴로 있어줬으면 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카오루를 구하는 거야.
방과 후 돌아오는 길에 홈 센터에 들러 촛불을 구입했어요. 술은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집에 아버지가 마시는 일본술이 있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것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잠든 새벽 1시 반.
다행히 우리 가족은 잠이 들면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습니다.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의식은 욕실에서 치르기로 했어요.
창문을 열어젖힌 후 접시에 주머니를 놓고 주위에 촛불을 세워나갑니다. 술담은 컵도 잊지 않았습니다.
욕실의 불을 끄니 촛불을 키니 벽에 나의 그림자가 춤을 추며, 주술을 펼치기에 적합한 기이하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준비는 만전을 기했습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드디어 주머니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손에 넣었을 때입니다.
계속 신경쓰이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이 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마가 끼었다고 할까, 저주를 집행하는 나에게는 안을 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주머니를 손에 들고 입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접힌 종이 조각들이 들어있어요
펼쳐보니 그냥 종이가 아니라 사람의 모양으로 오려져 있고 겉과 속이 모두 새빨갛게 칠해져 있었어요.
그리고 앞과 뒤, 각각의 중심에는 같은 인물의 이름이 기괴한 글씨체로 쓰여져 있었습니다.
이치카와 나츠미
………네?
...그건 내 이름이었습니다.
주머니에는 우표 한 장 크기의 종이쪽지가 더 들어 있어, 보면 내가 찍은 사진, 아마도 반의 단체사진에서 내 부분을 오려낸 것이었습니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 탈진하여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왜왜왜왜왜왜왜왜왜
문득 깨닫자 욕조의 가장자리를 안쪽에서 창백한 두 손이 잡고 있습니다.
거기서 천천히 고개가 들려왔고, 욕조 안에서 카오루가 이쪽을 응시했습니다.
촛불에 비춰진 표정은 입가에 피식 웃음이 가득했지만, 두 눈에는 격한 부정적인 감정이 깃들어 있는 듯했습니다.
"들켰구나"
그렇게 말하고 카오루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망연자실 상태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촛불은 절반 가까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쯤 흐려진 머리로,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카오루가 저주하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던 것은 타치바나가 아니라 나다.
가슴속 깊은 곳에 가두고 "없던 일"로 했을 그날들의 기억이, 나의 의사에 반하여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 카오루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못 본 척.
내가 타겟이 되지않도록 오로지 카오루에서 거리를 두고있었나?
나를 자꾸 쳐다보는 구해주란 눈빛을 눈치채고도 나는 철저히 말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선 타인으로 가장했다.
……뿐만 아니라, 타치바나들이 카오루를 매도했을 때, 함께 어울려 웃었던 적도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엄마에게 왕따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학교에 연락하라고까지는 나는 부탁하지 않았다.
자신이 고자질했다는 것이 알려지기 싫었기 때문에.
카오루는 얼마나 절망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옆에 있던 친한 친구인 나에게 배신당하는 것은, 타치바나들로부터의 괴롭힘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카오루의 마음을 괴롭히고, 자른 것일 것이다.
아, 그렇구나.
카오루에게 칼을 꽂은건 다름아닌 바로 나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왔더라면 다른 미래가 있었을 텐데.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으로 돌아온 저는 베개에 얼굴을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몇번이나 미안해를 반복했어요.
그로부터 2주가 지났지만 카오루는 이제 꿈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직감, 아니요, 확신이 있어요.
카오루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리 멀지 않은 날에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다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그리고 그때가 저의 마지막이 될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가족과 상의해서, 적당한 곳에서 액막이 등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저에겐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운명에 저항하지 않고 단지 자신을 맡기는 것.
그것이 스스로 죽을 용기가 없는 비겁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상입니다.
그래도 적어도, 제가 존재하고 있던 증거로 이 수기를 남기는 정도는, 용서해 주리라 믿습니다.
그렇지. 카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