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그 숲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 적이 있고, 하이킹이나 트레킹 등으로 그 숲에 들어가면 우연히 목을 맨 시체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그런 소문으로 떠들썩한 곳이었다.
그런 수상한 장소에 담력 시험에 가자고 말한 것은 친구인 A로, 내가 고등학교 일학년 무렵이었다.
사이 좋은 A를 중심으로, B, C, 그리고 나. 4명이서 주말 밤 그 숲에 갈 예정을 세우고 있었다.
"진짜로 자살한 시체가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그런거 찍어서 불판난 유튜버 있었잖아"
"아, 그 동영상 본거같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그날 밤, 우리는 숲을 산책했다.
장비는 가볍게.
각자 손전등을 들고 어두워서 거의 아무것도 찍히지 않겠지만 일단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몇 시간 후에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식료품 같은 것은 챙기지도 않았고, 그냥 허름한 옷차림이었다.
숲이라고 해도 거의 산 같은 곳이라 긴 바지를 입었는데, 잔뜩 찌는 듯한 무더위에 더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수풀 속으로 들어가서 낙엽 등으로 덮여 있는 것처럼 발판이 불안정한 곳이 나온다.
나무 줄기가 삐죽삐죽 튀어나왔거나, 경사가 심해 미끄러질 것 같은 곳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끄러질 것 같아서 '우와'하고 한심한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만화처럼 요란하게 미끄러지는 일은 없었고, 손을 대면 멈추는 정도라 문젠 없었다.
옷은 흙투성이지만, 더러워지는 것은 상정내이다.
그래도 역시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무섭지만, 새로운 발견이 아무것도 없으면 질린다.
손전등 비추며 "지금 무슨 일이 있다"며 A씨가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B씨가 "저기 나무 있는 곳 사람이 매달렸지?"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C씨는 "목소리 들리지?"라며 멈춰 서서 그럴싸하게 굴곤 했다.
그런 장난을 치고 있던 탓인지, 달빛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냉기가 돌면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쿵'하고 귀에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
"우와"라고 몇 명이 한 목소리로 외치자, 우리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무슨 동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다.
꽤 무게감 있는 물체가 땅의 낙엽을 쿠션삼아 떨어지는 소리가 네 명의 귀에 확실히 들려왔다.
"방금 분명 소리가 났지?"
"나도 들었어."
A와 B가 손전등으로 주변을 확인하지만, 그럴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부러진 나뭇가지 같은 게 떨어졌나봐?"
C는 오싹한지 팔을 비비며 그렇게 말했다.
나도 C의 의견에 동조했지만, A와 B는 "아니, 분명 뭔가 있을 거야"라며 고집스럽게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고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뭐, 원래 우리는 자살한 시체를 볼지도 모르겠단 생각으로 온 거니까, 정말 자살하러 온 사람과 마주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자살하러 온 사람과 마주쳤을지도 몰라"라고 세 사람에게 말하자, 세 사람은 "아니면 우리처럼 담력시험하러 온 것일지도 몰라"라고 각각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어, 누구 있어요?"
A는 목소리를 높여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만약 앞에 자살하려던 사람이 있으면 일단 말리자고 결론을 내렸지만, 나라면 이런 새벽에 모르는 남자 4인조와 조우하면 절대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말을 걸며 잡목림 둘러봤지만 인기척은커녕 동물도 안보였다.
"그냥 큰 나뭇가지가 떨어졌을 뿐인가봐?"
C가 슬슬 질린 듯 그렇게 말하자 A는 "그럴지 몰라"라며 납득했다.
그래도 좀 더 안쪽까지 산책을 해보려고 마음을 가다듬었더니 갑자기 '어디선가 죄송합니다' 하고 조그마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네 사람 모두 깜짝 놀랐지만 이내 A가 "역시 누군가 있었구나"라며 기뻐하고 수줍어했다.
비일상감에 흥이 오르긴했지만, 이런 늦은 밤 잡목림에 있는 여자가 과연 제정신인 사람일까하고 나는 내심 비관적으로 생각했지만, A는 아무 생각 없이 "들립니다!"라고 소리 높여 대답했다.
"귀여우면 어떡하지?"
A는 들떠서 그런 것을 말했지만, B와 C는 "아니, 자살 지원자라든가라면 멘헤라일지도 몰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망할 유령이라든지 시체보다, 멘헤라와 조우하는 것이 무섭다고 나는 생각했지만, A가 먼저 여자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가버려서 우리는 소리내며 뒤를 따라 갔다.
'죄송합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발 밑의 낙엽을 밟고 지나갈 때마다 밤의 정막이 짙게 물들며 압박감을 주는 그런 불길한 기분에 나는 "역시 돌아가지 않을래?"라고 제안했지만 세 사람은 "뭐야, 겁먹었어?"라고 웃으며 돌아본다.
무섭다기보다는 기분 나쁘지만, 나는 겁쟁이라는 꼬리표만 피하고 싶어서 "그럴 리가 없잖아"라고 강변하곤 메스꺼움을 참으며 세 사람을 따라갔다.
하지만 역시 뭔가 이상해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죄송합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리는데, 도무지 여성을 찾을 수가 없다.
"있어봐."
"어디서 목소리가 나는 거야?"
다른 셋도 뭔가 이상한 일을 깨닫기 시작했는지, 조금 말투가 흐려졌다.
결국 여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우리는 한 곳에 모여 주위를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지만, 나무들과 덤불과 발판을 물들이는 고엽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웅크리고 앉아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사람이 숨을 수 있을 것 같은 굵은 나무의 뒷면 등을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분명 근처에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겁나서 그런걸까? 우리 네 명이고 저쪽은 여자 혼자잖아?"
B의 의견에 우리는 조금 납득했다.
무슨 일이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막상 사람의 기척을 느끼고 도움을 요청하면 남자 4인방, 혹은 여러 명이라는 것을 알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험악하니 여성으로서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괜찮습니까? 경찰 부를까요?"
A 나름대로 여성을 걱정하는 말을 했지만,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일단 가까운 파출소에 전해둘까? 우리는 어쩔 수 없잖아."
별다른 반응이 없자 C는 냉정하게 의견을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쿵'하고 작지만 무언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우리 근처의 낙엽에 파묻히듯 떨어졌다.
과연 소리가 난 곳이 가까웠기 때문인지, A를 시작으로 우리는 1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달려가 땅을 비추었다.
빨간 하이힐 같은 신발이 떨어져 있었다.
신발?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 신발이 떨어져서 소리가 난걸까?
그렇다면 이 신발은 머리 위, 즉 나무처럼 훨씬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는 뜻이 되는데....
그리고 뭔가 위화감을 느낀 순간, 유황이라고 할까 암모니아라고 할까, 아무튼 냄새가 진동했다.
내가 얼굴을 찡그리고 A가 신발을 주우려고 쪼그려 앉은 자세를 취했을 때, 내 머리에 '쿵'하고 무언가가 닿았다.
처음에는 낙엽이라도 떨어진 줄 알고 손으로 치웠는데, 내 손은 부드러운 나뭇잎을 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묵직한 무게와 탄력이 있는 것을 쳤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손전등으로 머리 위를 비추자, 나는 전율하며 "우오오오오오오!" 라고 절규했다.
거기에는 사람 같은 것이 매달려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서 뒤로 물러서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손전등으로 그 매달려 있는 것을 계속 비췄다.
내 비명소리에 놀란 세 사람이 손전등으로 비추자, 굵은 나뭇가지에 밧줄을 감아 목을 매단 코트 차림의 여성이 매달려 있는 것을 겨우 알아차렸다.
"우와아아아아악"하고 3명도 외친다.
목을 매달은 여성의 목은 비정상적으로 몸통보다 길게 늘어났다.
벌린 입에서는 긴 혀가 길게 늘어져 있고, 눈은 반쯤 튀어나올 것 같은 상태로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목을 매단 시체였다.
우리는 심장이 찢어질 듯이 겁에 질려 입을 벌리고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세 명도 나와 같은지 모르겠지만 시체 앞에서 허리가 풀린 듯이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겁에 질린 우리에게 더 큰 공포가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예의 여자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 것이다.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진짜 심장이 멎을 정도로 쫄았다.
기가 정도로 가슴의 두근거림이 심해졌기 때문에, 반쯤 기가 막혀 "아!?"라고 소리에 대답하자, 다시 여자 목소리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패닉 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도, 도, 도망가자!"
그런 때 A가 내 팔을 끌어올리면서 그렇게 외쳤다.
우리 셋은 A의 말에 말에 이끌리듯 정신을 차리고 나뭇잎에 발을 헛디디며 일제히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처음으로 시체를 보게 되었다.
아니, 저게 시체였나?
그리고 그 목소리는 누가 어디서 냈던 것일까?
너무 많은 정보가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수풀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본능이 말했고, 나는 전력 질주했다.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속도로 덤불을 헤집고 낙엽을 밟고 지나간다.
굴러갈 것 같이 완만한 경사면을 달리고 있는데 '가샤샤샤삿'이나 다다다닷'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때의 나는 그 발소리가 친구의 소리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소리인지 몰라 무심코 계속 달렸다.
그 와중에 나는 발을 헛디뎠다.
'앗'하는 소리와 동시에 '으악'하고 목이 조여오는 느낌과 함께 통증, 고통, 부유감을 느꼈다.
넘어질 줄 알았는데, 왜인지 발이 허공을 더딘다.
나는 덤불을 뚫고 달려가다가 경사면에 튕겨져 나간 것 같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눈앞에 매달려 있던 덩굴처럼 늘어진 나뭇가지 같은 것이 목에 걸려 몸이 75도 정도 기울어져 미끄러지는 동시에 자력으로 목이 졸린 상태, 즉 목을 매단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 공중에 매달린 것도 아니고, 경사가 완만해 발과 허리가 경사면에 닿아 있어 완전히 목이 조여지는 일은 없었지만, 바닥엔 낙엽이 흩뿌려져 있어 아무리 몸을 들어 올리려고 발버둥을 쳐도 발이 미끄러져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으으...헉...헉...빼내야...'라는 느낌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목에 박힌 덩굴 같은 것과 목 틈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어떻게든 자력으로 틈새를 만들어 압박을 피했다.
그리고 간신히 호흡을 확보한 나는 최선을 다해 "누가, 누가 제발! 도와줘! 죽는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 내가 너무 많이 숨을 몰아쉬어선가 생각보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몇 번이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쿵' 하고 낙엽을 밟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이 여러 번 이어지면,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게 발소리인가?
이 소리는 오히려 무언가 낙엽 위에 떨어진 것 같은 소리로 들린다.
그래, 아까 목을 매단 시체를 발견하기 직전에 들었던 소리다.
'뽀드득'
이번에는 내 배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내 복부에 부딪혀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
손전등을 놓아버린 지금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불길한 예감만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쉽게도 달빛 때문에 희미하게 나무의 윤곽과 색감 정도만 볼 수 있는 밝기였다.
나는 목이 조여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덩굴을 붙잡고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매달려 올려다본 저 멀리 나무들 사이로 사람이 매달려 있는 듯한 실루엣이 많이 보였다.
그것들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진자처럼 쉬쉬 소리를 내며 힘없이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내 바로 위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판이 미끄러져 반쯤 매달린 상태에서 좀처럼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
내가 몸부림치고 있을 때 '쿵'하고 꽤 무거운 물건이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나는 '싫어... 싫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지만, 낙하한 무언가는 '스륵…스륵…'하고 고엽 위를 기어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진짜 제발 좀...'이라고 울먹이면서 나는 홀린듯 그쪽으로 시선을 흘려보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내 눈앞에 혀를 길게 내민 반쪽 눈이 튀어나온 여자가 비쳤다.
뱀처럼 꼬불꼬불하게 뻗은 목 끝에는 엎드린 채 쓰러진 여성의 몸통이 보인다.
"죄송합니다, 들리십니까?"
거기서 나는 멍하니 의식을 잃고 기절해버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수풀 속에서 여러 번 들리던 여자 목소리를 들으며 기절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왜인지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나를 향한 손전등 불빛이 눈부셨다.
힘차게 일어나려다 현기증이 일어나 쓰러질 뻔 했지만, 재빨리 A가 내 상체를 받쳐주었다.
"너, 진짜 아찔했어."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무서웠어, 진짜"
A들은 나를 상당히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잃기 전에 목을 매단 여성의 시체를 발견하고 도망쳤던 일, 그리고 그 길에 발을 헛디뎌 목이 매달려 사고사할 뻔했던 일이 떠올랐다.
당황해서 목 주위를 살살 만져보고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감겨있지 않았다.
안절부절못하는 나에게 A들이 천천히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들에 따르면, 도망치던 중 내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바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새 자취를 감춘 나를 찾고 있는데, "으으…"하는 나의 신음소리를 듣고선, 간신히 찾아낸 나는 경사면에서 반쯤 목매달고 있어서 세 사람이 바로 끌어올렸다.
당시 나는 의식없이 악몽에 시달리듯 계속 신음소리를 내고 있어 세 사람은 내가 귀신에 홀려 혼수상태에 빠졌다며 조바심을 냈다고 한다.
세 사람의 설명을 들은 나는 일단 숨을 쉬며 "덕분에 살았어..."라며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세 사람이 오지 않았다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그대로 자기 몸무게에 의해 서서히 목이 조여져 질식사했을 것이다.
세 사람은 생명의 은인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기절하기 전에 본 목매달린 집단의 실루엣을 찾듯이 머리 위를 바라본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만 그런 실루엣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내 바로 근처에 낙하했을 목이 긴 여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저것은 사고로 반쯤 목매달린 상태가 된 내가 본 환각이었을까?
하지만 그 직전에 목매달린 여성을 넷이서 목격했다.
나는 세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 목을 매단 여자는?"하고 물어보니 세 사람은 "몰라" "거기까진 용기가 없었어"라고 대답했다.
하긴, 만일 진짜 시체라도 저렇게 변한 시체는 그렇게 몇 번이고 보고 싶지는 않다.
나도 할 수 있다면 그 시체는 이제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넷이서 조용한 잡목림을 조심스럽게 탈출했다.
나처럼 발을 헛디뎌서 사고로 죽기 싫어서인지 다들 웃으면서 조심스러워했지만, 나는 "나는 안 죽었어"라고 일침을 가했다.
덧붙여서, 훗날 경찰에 말할까 말까 망설인 결과, 낮에 넷이서 같은 잡목림을 산책하며 확인했지만, 목매달린 시체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뭐, 정확한 장소 같은 건 모르니까 지나쳤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애초에 정말 시체였는지가 의문이다.
우리는 함께 유령을 봤을 가능성에 투표했고 결국 잡목림에서 시체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파출소에 가지 않았다.
나의 체험에 이르러서는 이번 기회의 환각이나 꿈일 수도 있고 어차피 물증이 없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체험을 때문에 담력시험에는 일절 가지 않지만, 가끔 그 때의 체험을 꿈꾸는 일이 있다.
꿈속에서는 나는 항상 보름달의 불빛이 쏟아지는 밤의 잡목림에 서서, 내 머리 위의 나무에는 목을 매달린 집단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해져 그 중의 하나, 자기 체중으로 목이 늘어난 여성이 눈앞에 떨어지고, 긴 목을 뻗어 내 얼굴을 들여다 보며 이렇게 말한다.
"죄송합니다"라고.
저 여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유령이라면 빨리 성불했으면 좋겠다.
진짜 몇 번 벌떡 일어나며 지린 적도 있을 정도다. 심장에 너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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