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등에 기대어 늘어져 기지개를 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1시 30분이다.
기말시험을 직전에 앞둔 중학교 1년인 나는 마지막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 자던 시간까지 아끼며 공부하고 있었다.
조금 쉬어야 겠다.
샤프를 놓고 코코아를 한입 마시고 첫번째 서랍을 열어 안에서 체인이 없는 펜던트를 꺼냈다.
뚜껑을 열면 토이푸들 사진이 들어 있는 로켓펜던트라는 녀석이다.
지친 때라든지,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라든가 이 펜던트를 바라보면 왠지 힘이 솟아온다.
이 펜던트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 원랜 지금은 죽은 가장 친한 친구의 카나코가 지니고 다니던 것이다.
그러니까 안의 토이 푸들의 사진도 사실 카나코가 기르던 애완동물의 사진이다.
하지만 지금 이 펜던트는, 바꿀 수 없는 내 보물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 스티커를 교환한 것이 계기가되어 카나코와 친구가 됬다.
취미나 좋아하는 프로그램도 똑같아 의기투합한 우리는 다른 반이 되어도 언제나 함께 놀았다.
가끔 싸워도 다음 날에는 잊은 듯 함께 웃었다.
하지만,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으로부터 반년 이상 전, 중학생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5월 중순에 카나코가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같은 반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서로 기뻐하던 참이었다
나와 달리 학원에 다니던 카나코는 밤 10시경의 귀가 도중에 교차로에서 차에 치어버렸다.
쓰러진 와중에 반대 차선의 대형 트럭이 달려와…… 즉사였던 것 같다.
이상의 사실은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고 현장의 구경꾼 중에 반 친구의 부모 있었던 것 같고, 그 반 친구에게서 피투성이의 처참한 상황에서 카나코의 몸통이 절단되어 있었단 걸 들었다.
친구의 죽음을 이야깃거리로 삼는 그 남학생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난 우는 것말고 할 수있는데 없었다.
그러다가 일주일도 안 지나서 사고 현장의 교차로에서 상반신만남은 카나코의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밤중 상체만 남은 여자아이가 튀어나온 내장을 질질 끌며 두 팔로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이 남자가 장난으로 지어낸 한심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소문이 옆의 반, 한층 더 선생님에게까지 퍼지고, 마침내 부모님마저 카나코의 유령의 이야길 하게되자, 나도 생각을 고쳤다.
아무래도 카나코의 유령이 진짜 나오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영감도 없고 귀신도 본 적 없는 나이지만, 카나코를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족이 잠든 심야, 몰래 집을 나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차 없이 신호등만이 깜박이는 밤중의 교차로.
주스와 과자, 꽃다발 등이 전신주에 많이 놓여있었다.
확실히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는 있었지만 ...
그렇지만, 영감0이라고 하는 것은 슬프다.
몇 번이나 가봐도 카나코의 유령을 만날 수 없었다.
"오늘 밤도 안 됐구나."
어느 날 밤 여느 때처럼 카나코를 만나지 못한 나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사고 현장을 등지고 걷기 시작했을 때였다.
보도의 정원수 가운데 가로등 불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시야를 스쳤다.
손에 들고 보니 체인이 떨어진 낯익은 펜던트였다.
뚜껑을 열면 지금은 하늘에 있다는 토이푸들 사진이 들어 있었으니 틀림없는 카나코 펜던트다.
거기서 나는 누군가가 말했던 소문 중 하나가 생각났다.
상체뿐인 카나코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뭔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는 것.
혹시 이 펜던트를...?
심장이 뛴다.
펜던트를 움켜쥐곤 그대로 집을 향해 쏜살같이 달렸다.
방에 도착한 뒤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 쓰러진 나는 펜던트를 들곤 온 몸을 휘젓는 고양감과 닮은 무언가를 느꼈다.
한밤중에 사고 현장에 나가는 것은 이 날로 그만두었다.
그리고 세월은 흐른 12월 지금.
여전히 카나코의 영혼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반드시 카나코의 영혼 목격담은 내 귀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건 내 의도대로다.
왜냐하면 나는 알았으니까.
카나코의 영혼은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괴담이 된 카나코가 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저기 카나코 제발
계속 그대로 있어줘.
누구에게도 잊지 못하게 지박령으로 그곳에 머무르며 많은 사람들을 두렵게 하고.
모두가 카나코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주는 한, 카나코는 모두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가겠지?
지금 이 시간도 상체뿐인 카나코는 도로에 피 자국을 남기면서 안절부절못하는 펜던트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겠지.
분명 내일도 모레도.
그러니 나는 이제 외롭지 않아. 카나코.
성불 따위는 절대 시키지 않는다.
펜던트를 정중한 손놀림으로 서랍에 넣고 코코아를 마저 마시고 나는 시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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