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 인형, 무덤에서, 생매장'이라는 문구다.
당시 어린이집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A라는 친구가 전학을 가게 됐다.
A는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평범한 아이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중병 때문에 요양에 전념하기 위해 먼 곳으로 가족과 이사를 간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작별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여느 때처럼 A와 둘이서 귀가했다.
평소엔 생각없는 수다를 떨며 돌아갔지만 그날만은 어색하게 서로의 보조에 맞추듯 둘 다 고개를 숙인 채 잠자코 있었다.
우리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A가 "저기"라고 말했다.
"난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래도 계속 친구로 있어줄래?"
그런 말을 A에게 들은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물론 계속 친구라고 했다.
그러자 A는 내 손을 잡고 '피투성이 인형 무덤에서 생매장.이거 우리의 표어네.잊으면 안 되'라고 말했다.
나는 '피투성이 인형, 무덤에서, 생매장'이라고 복창했다.재수 없는 기묘한 말이지만, A 아이의 진지한 눈빛에 재촉받듯이, 나는 알았다.이 말은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살아있는 A와의 마지막 대면이었다.
그 후로도 A와는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부터 연락의 빈도는 적어졌고, 1년에 몇 번 메일을 주고받는 정도가 되어 갔다.
A와 헤어진 지 10년이 지난 여름날 친정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A의 어머니로부터 A 가 숨졌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숨진 것은 1주일 정도 전으로 장례는 가족끼리 치렀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A의 죽음에 충격을 받기에 앞서 예의 '피투성이 인형 무덤에서 생매장'이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지난 10년간 A와 소원해진 뒤에도 계속 플래시백처럼 떠올라 잊을 수 없었던 말이다.
새삼스럽게도 A가 이별 전에 왜 이런 말을 나에게 외우게 했는지 궁금해 나는 이 말을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찾아낸 곳은 모 SNS 커뮤니티였다.
그곳은 도시전설과 소문에 관한 커뮤니티로 '피투성이 인형'으로 검색했더니
'피투성이 인형, 무덤에서, 생매장'이란 말을 스무살까지 잊지 않으면 스무살에 죽는대
라는 글이 나왔다.
나는 섬뜩했다. 어째서 이런 저주 같은 것을, A는 나에게…라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동요한 것은 스무 살이 되기까지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지인이 해줬어요.
지인은 스무 살 여름에 죽었습니다. 사인은 모르겠네요.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IP보기클릭)112.169.***.***
혼자 죽는게 억울해서 친구를 끌어들인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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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는게 억울해서 친구를 끌어들인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