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과연 이 세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제일 불행할까?”
“어떤 사람들인데요??”
“한 사람은 부모를 잃었고, 다른 한 사람은 두 다리를 잃었고 마지막 한 사람은 꿈을 잃은 사람이야. 과연
누가 가장 불행한 사람일까?”
아이의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며 말한다. 아이에게 뭔가 듣고 싶은 대답이 있는 것 같은 눈초리다.
“글쎄요... 저는 세 사람이 다 불행한 것 같아요.”
“아니야~!! 진짜 불행한 사람은 따로 있어!. 이제부터 아빠가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이 이야기를 들으면
너의 생각이 조금 달라질 거야.”
아이는 한숨을 쉬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세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생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오게 되었어. 그 세 사람은 영생이 가능한 진짜
하늘의 왕국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 거기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천사들도 있었어. 그곳의
천사들은 사람들을 4명 혹은 3명을 한 조로 묶어 대기시켰고, 그 한 조마다 한 명씩 천사들이 배정되었고 세 사람에게도 천사가 왔지.
“하늘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영생의 세계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거치는 단계입니다. 이
곳에서는 여러분들이 생전에 받은 불행과 고통의 크기에 비례하여 보답을 내릴 것입니다.
이에 세 사람은 천사에게 자신이 가장 큰 불행과 고난을 겪었다고 말했어. 그 세 사람이 어떤 고난을 겪
있냐면.
한 사람은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고아로 살아온 사람이고 한 사람은 두 다리를 잃고 불편하게 살아온 사
람이야.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꿈을 잃은 채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지. 천사는 각 사람에게 자신이 그 고
난을 겪고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해보라고 했어.
첫 번째 사람이 말했지.
”저는 어릴 적에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한 분은 사고로 돌아가셨고 다른 한 분은 저를 버리고 떠나셨습니
다. 고아가 된 저는 어릴 적에 보육원에 보내졌고 그곳에서 운 좋게도 좋은 사회복지사 분과 교사 분들을
만났고, 부모님은 없었어도 어릴 적에 좋은 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후 고아 지원정책 덕에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작은 집 한 채와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학교
에서는 교재나 학용품, 심지어 노트북까지 지원해주었습니다. 그 덕에 고등학교까지 성공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고, 딱히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받아온 지원이 감사하여 전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고 사관학교에 들어
갔습니다. 사관학교에서도 감사하게 모든 생활비용이 지원되었고 생활이 전보다 훨씬 윤택해졌습니다.
저는 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장교로 임관했고 군 생활의 마지막쯤에 사단장 자리까지 올
라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에게는 아들이 둘 있는데 두 명 모두 아비를 따라 군인이 되었습니다. 제가
죽기 직전에 제 큰아들이 대령 진급을 확정 지었었는데 못 보고 온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 그리고 절
어릴 적에 떠난 부모님은 나중에 찾긴 했는데 이미 사망하신 이후였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실을 알고 나서 어떤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글쎄요…. 어릴 적부터 제 기억에는 없던 분들이라 씁쓸하다는 생각과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어릴 적에 불치병이 있었습니다. 아래쪽 다리근육이 퇴화하고 거대한 종양이 생기는 이상한 병이
었습니다. 그 당시 의료진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저의 두 다리를 잘랐고 저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습
니다. 그 이후 전 다리가 없이 생활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모든 것이 남들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습
니다. 화장실 가는 것, 씻는 것 등등.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전 집에서 아무런 낙도 가지지 못한 채 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 부
모님께 중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습니다. 부모님께 저를 왜 이렇게 낳았냐고 짜증 냈던 거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저를 혼내기는커녕 저를 사랑으로 보살펴주었습니다. 저의 어머니께
서 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하신 행동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저는 어머니 몰래 야한 잡지를 침대 밑에 두거나 제가 자주 보는 책 사이에 두고 부모님이 없을 때마다 그
것을 보곤 했습니다. 전 완벽하게 부모님을 속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숨겨둔 잡지가 다 사라진 것입니다!! 완벽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행여라
도 들킬까 봐 그것을 찾아다녔습니다. 몸이 불편해도 그런 잡지를 볼 수는 있는데, 전 왠지 그때 그것이
들키면 아주 창피할 것 같았습니다. 그 잡지를 찾으러 다닐 때 정말 절박했습니다. 집을 기어 다니며 막
찾았는데...
세상에 그 잡지가 아버지 서재의 맨 꼭대기에 있는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 책꽂이는 높이가 상당해서 아
버지도 의자를 하나 밟고 올라가야 꼭대기의 책을 꺼낼 수가 있습니다.
전 그것을 도로 가져와야 했습니다. 전 다리가 없었으므로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일단 의자를 가져왔고 거기에 주변에 돌아다니는 책들을 쌓았습니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자 저는 제 두
팔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그곳에 올라갔습니다. 책들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
지만 전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마침내 성공적으로 그 잡지들을 꺼냈습니다. 바닥으로 다시 내려와 잡지
를 확인하면서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고작 야한 잡지 하나 꺼내왔을 뿐인데 보통 사람이면 몇 분이면 끝
날일, 저는 그거의 몆 배에 달하는 시간을 투자해서 했는데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고 방을 나가는데 뜻
밖에도
저의 어머니가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저를 안고서는 제가 뭐든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더 걸릴 뿐 불가능하
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 그때부터 인생을 다시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저는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또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 제법 실력이 좋았습니다. 하하
예술고에 입학한 이후 저는 온종일 그림에만 몰두했고, 졸업할 때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
으로 졸업했습니다. 그 덕에 국내에서 최고로 유명한 미술대학에 갔는데
뭔가 별로였습니다. 대학교에서 공부를 더 하기보다는 저의 그림을 더 그리고 싶었고 무엇보다 만화에
끌렸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하고 유명 만화 출판사에 들어가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일
을 5년 정도 하고 나서, 전 저의 인생을 바꿔준 ‘g’를 탄생시켰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