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들을 믿고 그들이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음이 틀리지는 않은듯
뇌횡 역시 행색이 우리와 전투로 인해 비루하기 그지 없음에도 결국 놈은 우리 모두를 쓰러트렸다.
...어찌해야 할까?
수감자들을 부활시킬 수는 있지만 이미 승기가 저기로 넘어가버린 상황.
계속 싸우면 밀리고 밀리고 또 밀려날 뿐인 거 같아 두렵다.
그정도까지인가? 싶을 만큼 격차가 큰다는 걸까?
동부십검.
그 위명은 결코 허명이 아니기에 황금가지의 힘을 빌렸음에도 쉬이 좁힐 수 없는 것이였을까?
예전 U사의 대호수에서 로보토비 지부 위에서 싸우던 중지의 작은 형님에 대한 전투가 생각날 정도로
절망스러운 현실.
히스클리프의 말대로 언젠가는 꺽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날이 지금은 아닌듯 하다.
놈의 기세가 다친 것 만큼 배로 흉흉하다.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도 너무나 큰 장애물 때문에 쉬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모종의 수까지 써봤는데도 쉬이 해결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두고 우리는 한치 앞도 나아가질 못한다.
진퇴양난 속에서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그 무엇 하나도 쉬이 해결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말이지
이젠 더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런 생각이 들며 절망에 젖어 조금식 공포라는 늪에 잠식되어 가려던 찰나
우리가 지나간 길 쪽에서 누군가 말한다.
앉아서 죽지마라.
서서 사는거다.
그리 말하는 것처럼 가치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가치우?
우리가 본 것이 거짓임을 증명하듯
뇌횡 역시 마무리하려던 자세를 거두고 가치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슬금슬금 거리를 벌린다.
그래.
가치우가 왔다.
우리 모두를 구하러 온 것이 중하다 라는 말은 고맙지만...
분명 수많은 외부세력이 호시탐탐 홍원을 넘어 오려 한다고 들었는데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님에도 나타났다는 것은.
정말로 중히 우리를 여기기에 자리를 비웠다고 생각해야 되는 걸까?
가치우를 두고서 거리를 벌린 뇌횡은 그의 박도를 점검하면서도 눈을 가치우를 때지 않고 바라본다.
짧은 정비.
쓴 탄환을 비우고 새로 체워넣고 방어구를 점검하며 짧은 정비가 끝난 뇌횡은
칼을 가치우에게 겨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했던 것 처럼
가치우를 베어내기 위하여 틈을 노린다.
다만, 그런 뇌횡을 두고 그저 다친 수하를 찾아가는 가치우.
기습 따윈 받아칠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뇌횡조차 염두하지 않는 오만함일까?
'날 무시했으면 대가를 치뤄야지'
뇌횡은 그렇게 혼잣말 하며 사이좋게 저승길 동무나 하라는 듯이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박도를 기세 좋게 휘두른다.
그러나 그 무시무시한 일격 조차도 가치우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지.
허무하게도 마치 어린아이의 나뭇가지 휘두름을 막는 것 처럼
미동도 없이 쉬이 막아냈다.
그 광경에 나는 당황 했고 홍루는 뇌횡의 공격이 닿을까봐 놀랬다.
...마냥 생각없이 우리를 도와주러 온것은 아니였는 가치우의 말.
이미 최전선은 여기까지 들이 닥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그의 전언.
만약 무사히 승계를 한다 하더라도.
이 철함사를 오고가는 다리에서 가시춘이 쓰러지면 새로운 가주 계승식이 열려야 하기에
적들이 기를 쓰고 몰려와 이곳에서 농성하려 들것임을 말해준다.
수호의 의지를 천명하며 그 누구도 나를 넘어 가지 못한다는 가치우의 선언.
이에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어떻게든 시춘이가 저 철함사 안에서 무사히 가주 자리를 승계 받아야한다.
이를 위해서 이 다리 위를 수호하는 임무를 마땅히 짊어진 가치우 외에도 의외의 인물 하나가 이 전장에 모습을 보인다
임대옥.
연회장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에게 반란을 말해주려 하던 설보차가 이번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 조력을 위해 찾아온 임대옥이 말한다.
'대의는 몰라도'
가시춘이 우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자로에게 죽을수도 있는 일을 부탁했던 것 처럼.
임대옥도 설보차도 그저 아는 사람이 죽는 것이 싫어서 이리로 왔다는 것 뿐.
가치우와 임대옥 두사람의 창과 봉이 교차하며 길을 막아선다.
그 무엇 하나도 통과 시키지 않겠다는 철옹성 같은 의지가 옅보인다.
절망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은 있다고 하던가.
무사하진 않더라도...
뚫을 수 없으리라 여기던 벽을 피해 철함사 안으로 갈 수 있을듯하다.
다만.
시간은 넉넉치 못할 듯 하다.
오티스가 발견한 것은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수많은 병력.
자신의 세력이 오고있음을 눈치챈 뇌횡의 기세가 한층 더 타오른다.
그 공격을 쉬이 막아내면서도 할 말을 이어가는 가치우
마음과 마음을 이어.
가치우가 말하는 옳바름과 홍루가 말하는 상냥함이 교차하여 만들어낸 잔심이 부디
모두가 원하는 길을 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두사람을 뒤로하고 철함사로 향하는 문을 향해 뛰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