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은 차갑다.
시원한 바람이 허리를 스쳐, 머리카락을 희롱하고 떠나간다.
기다리는 것은 지루하지 않다.
꺾을 꽃이 눈앞에 없으니,
다만 장작이 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한 개.
두 개.
장작이 하나 스러져 넘어지더니,
그대로 불꽃 속 한 줌의 재로 사라져간다.
사모의 감정을 종종 불꽃에 비유하곤 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 비유를 좋아하지 않아요.
사랑이라는 불꽃에도 장작이 필요한 걸까.
그럼 사랑을 불태우는 장작도 저렇게 스러져가는 걸까.
그것은 싫다.
해가 뉘엿뉘엿, 수평선 너머로 고갤 숙이고 있다.
노을진 바닷가 풍경은 아름다워서, 문득 카메라 생각이 나지만.
필름은 하나뿐.
수배자 신분으로는 돈을 벌기 쉽지 않다.
필름카메라는 비싸다.
그래서 하나뿐.
약탈해도 되겠지만, 그런 카메라로 그분을 찍으면,
분명 싫어하실 테니까.
그래서 하나뿐.
당신과 나를 찍을 필름을 이곳에 쓰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참는다.
눈에 새긴다.
당신께 풍경을 전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자.
장작이 또 하나 스러졌다.
붉게 물든 바다가 시간을 알린다.
일그러진 햇무리가 눈웃음치며 건넨 조소가 따갑다.
한여름의 열기가 식는 소리가 들린다.
남은 장작이 식어간다.
식지 않을 듯한 열기를 뽐내던 불꽃이 사그라들더니,
이내 조용한 숨을 토해내고는 희미한 불씨만을 두고 사라진다.
덧없구나.
그래서 싫어.
달뜬 몸이 차게 식는다.
나쁘지 않다.
한때의 열기가 식은 뒤에 남는 건,
반쯤 새까맣고, 형편없이 젖은 숯덩이.
식어버린 건 불꽃이 아니라,
장작.
달이 고개를 내민다.
달은 좋아.
늘 그 자리에 있다.
단지 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스럽다.
낭군이 보이던 보이지 않던 자리를 지키는 아내 같다.
열기를 식히던 빗줄기가 거세진다.
천덕스러운 바람이 불씨를 훔치고 달아난다.
미처 식지 못한 불씨가 흩날리며 별바다에 녹아든다.
먹구름 사이에 흩어진 붉은 티끌이 사라져간다.
젖어버린 장작이, 질척해진 모래밭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제 장작은 차갑게 식었다.
젖은 꼬리를 천천히 허리에 휘감고서 눈을 감는다.
바다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씁쓸하다.
챠박.
귀를 쫑긋 세운다.
식어버린 몸에 약간의 온기가 돈다.
빗소리 한가운데에서도 발소리를 놓치지 않는 것은,
당신의 것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함.
와카모. 하고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에 당혹이 서려 있다.
챠박. 챠박. 걸음소리가 뜀박질 소리로 변한다.
눈을 뜨고서, 빗줄기를 헤치고 달려오는 당신을 본다.
내 손목을 잡더니 몸이 차다며 걱정스레 말하는 당신의 눈을 들여다본다.
꾸지람을 들었다.
다음부터는 비를 피할 장소에라도 들어가 있자.
당신이 불을 피우는 걸 지켜본다.
젖어버린 장작에 불을 피우려던 당신이, 머리를 긁적이며 새로 나무를 구하러 간다.
따라나선다.
은근슬쩍 팔짱을 끼는 것 정도는 욕심이 아닐 것이다.
장작을 구하러 간 상점.
머리끈이 끊어졌다.
아끼는 것이었지만, 오래 썼으니.
젖은 머리카락이 자꾸 등허리에 달라붙어 성가시다.
하나로 모아 정리하려는데, 당신이 그런 나를 보곤 쓴웃음을 짓는다.
머리끈 하나를 선물받았다.
꽃장식이 귀엽다.
파란색인 것이, 수영복 색과 어울리는 걸 찾아주신 듯 하다.
당신께 묶어 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받아들이더니,
머리카락을 정리해 훤히 드러난 등허리를 보곤 보기 좋게 얼굴을 붉힌다.
키득 웃어버리고 말았다.
싸구려인데 괜찮겠느냐는 말은 분위기를 깬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 사랑스럽다.
나직히 시구를 읊어드렸다.
바깥에서 뜯은 띠 풀을 선물 받았는데
정말로 아름답고 특이하네
그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주었기 때문이네.
당신께서는 시구를 모르시는 듯 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아차리신 것 같다.
새로 가져온 장작이 불탄다.
밤새도록 타오를 기세다.
기우뚱, 장작이 스러지고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옆에 있던 당신은 장작 하나를 불 속에 던져넣는다.
기세 좋게 불탄다.
역시 불꽃은 싫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구나.
당신의 어깨에 기대에 잠시 눈을 붙였다.
일장춘몽을 꾸는 것 정도는 허락해주시겠지요.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음
까모에 키쿄 성분이 살짝 함유된것같다는 나쁜말은
하지말아주세요
※중간 시구는
시경에 나오는 시입니다
대충 의미는 까모의 의도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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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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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 Leg
예? | 25.08.11 22:5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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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댓글달면 무섭습니다 | 25.08.11 22:5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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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 Leg
| 25.08.11 22:5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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